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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시

[지역] 거친 바람의 나라, 제주

by Spacewizard 202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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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제주 사이프러스)서 고지원이 우승했다. 지난 6월 고지우가 맥콜·모나 용평 오픈(평창 버치힐)에서 올해 첫승을 한 이후 2달이 채 되지 않아, 자매가 우승을 한 것이다. 제주의 여름골프는 육지사람이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러프 바로 옆에는 귀신풀(도깨비풀)들이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변화무쌍한 비·바람도 한 몫한다.

 

사이프러스에서의 3라운드와 최종라운드 내내 이런 음침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제주 출신 고지원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했을 것이다. 어쨎든 2부 투어를 병행하던 신인이 자신의 홈그라운드 이점을 잘 살려서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감동적이었다. 자매의 부모는 얼마나 기뻤을까. 지금까지 국내투어 무대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제주 출신의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KPGA : 임성재(4살 이주), 고군택, 최승빈

KLPGA : 임진희, 고지우, 고지원

 

또한 글로벌 투어프로에서 우승을 일군 자매·남매·형제들은 다음과 같다. 

 

<자매 우승>

소렌스탐(샬로타·안니카) : 스웨덴

코다(제시카·넬리) : 미국

주타누깐(모리야·아리야) : 태국

박희영·박주영 : 한국

 

<남매 우승>

크래처트(케이시·빌) : 미국

갤리거(재키·짐) : 미국

이민지·이민우 : 호주

 

<형제 우승>

호이고르(라스무스·니콜라이) : 덴마크

쿠디(피어슨·파커)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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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바람이 많은, 제주

 

사방이 바다로 둘러진 섬은 바람(공기순환)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육지는 바다보다 쉽게 반응하기에, 상대적으로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다. 낮시간 육지에서 뜨거워진 공기가 가벼워져 하늘로 올라가면, 그 빈자리를 바다의 찬 공기가 채운다. 하지만 밤에는 바닷물의 온도가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식기 때문에, 육지의 찬 공기가 바다로 분다. 또한 섬은 대륙에 비해 공기마찰력이 적어서 더욱 바람이 강하다.

 

제주는 지리적·기후적으로 기압배치의 변화가 심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태풍도 자주 지나가는 지역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제주여행 중에 바다와 산 위에서 풍력발전기를 목격하는 것이 이제는 흔한 일이다. 1998년 월정리의 동쪽에 행원풍력(제주시 구좌읍)이 조성되었는데, 이는 국내 1호 풍력발전단지였다. 이후 김녕풍력·동북풍력·삼달풍력·상명풍력 등의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었다.

행원풍력단지 전경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에게 바람은 두렵지만 극복해야 하는 자연현상이었다. 1968년 석주명(곤충학자)이 저서 제주도 수필에서 제주의 특성을 삼다삼무(三多無)라고 표현했는데, 이후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 돌·바람·여자 많음)라고도 불렸다. 신생대 제4기(170만년 전) 제주도에서는 화산활동이 진행되었고, 용암이 여러차례 흘러 내리고 쌓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지형지물·동굴이 형성되었다. 170만년 전이면 플라이스토세에 해당되며, 이전 글 <익숙하기에 몰랐었던 오래된, 지구>에서 플라이스토세에는 여러 차례의 빙하기·해빙기를 반복하면서 큰 기후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었다. 오랜 시간 강한 비바람·파도에 현무암이 깍이면서 검은 모래·흙이 되었고, 그 위로 풀과 나무가 자랐다. 현재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제주의 바로 아래는 거대한 돌덩어리다.

 

제주에 여자가 많은 이유는 바람이 많은 것과 연관될 수 있다. 지리적 이유로 인해 생계를 주로 어업으로 유지하다 보니, 남자들이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많았다. 어업은 강수보다도 바람에 더 민감하며, 이는 항공도 마찬가지다. 또한 수군으로 징발이라도 되면, 살아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1600년대 간행된 김상헌의 제주기행문 남사록에 따르면, 제주인구의 남녀성비가 0.7대 1로 여자비율이 크게 많았다고 한다.

 

사는 것이 고역이였던, 제주

 

조선시대 제주에는 다음 6개의 고역(苦役, 고된 노동)이 있었다.


잠녀역(潛女役) : 해녀역, 해조류·조개류 채취
포작역(鮑作役) : 진상용 해산물(특히 전복) 채취
목자역(牧子役) : 말의 생산·관리
과원역(果員役) : 감귤(귤) 재배
선격역(船格役) : 진상품 운반선 관리·운행

답한역(畓漢役) : 관청 소유의 토지 경작

 

많은 제주여성들은 남성을 대신하여 가장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주로 포작역여정(女丁, 군역)에 종사했다. 조선시대 포작은 상당한 고역이었고, 포작인도 주로 남성 어부였다. 이후 여성이 포작에 참여하면서 제주해녀의 시초가 되었다. 포작은 깊은 잠수 외에도 진상선 선원과 수군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는데, 작선(덕판선)은 군사적 활용도가 높았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제주 해역에 맞게끔 생산되어 신속하고 가벼웠기 때문이다. 과거 제주에서는 군역에 있어서도, 여정이 남정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나저나 과거 포작역과 여정을 수행하던 제주여성의 육체적 피로감이 얼마나 컸을 지가 느껴진다. 현대에 들어 여다(女多)현상은 점차 완화되다가, 2008년에 와서야 남성인구가 여성인구를 초과했다.

 

2014년 시즌부터 제주삼다수는 KLPGA 투어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1995년 제주도는 생수산업 육성을 위해 제주도지방개발공사(훗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설립한 후, 1998년 3월 제주삼다수를 처음 출시했다.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화산암반층(지하 420m 깊이)에서 뽑아 올린 국내 유일의 화산암반수로, 생산공장은 교래리(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다. 출시 6개월 만에 생수판매량 1위를 달성한 이후, 지금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금이야 플라스틱 생수가 필수재로 소비되지만, 2000년 전후에는 사치재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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