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6년 전(1979년) 잃어버린 중동의 사냥개(이란)를 다시 찾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그것도 또 하나의 사냥개(이스라엘)를 이용하여.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은 Operation Rising Lion 작전명 하에 이란을 대규모 기습공습을 감행했다. IDF(이스라엘 방위군)은 100여 개의 표적(핵시설, 탄도미사일 공장, 기타 군사시설 등)을 공격하기 위해 2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띄웠고, 총 330개 이상의 정밀탄을 투하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전 글 <미대선에 베팅하는 캠페이너, 중동>에서는 2024년 4월 이스라엘이 이란영사관(시리아 주재)를 미사일로 공격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미사일로 직접 공격한 사례라고 언급했었다. 그로부터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이다. 모사드는 오래 전부터 사보타주 임무를 준비하면서, 요인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왔다. 특히 테헤란 인근에 드론기지를 비밀리에 설치하여 미사일발사대를 선제타격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리는, 사보타주
이전 글 <염탐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부대>에서는 정보요원들이 여러 방법(포섭·매수·회유 등)을 통해 휴민트를 수집하지만, 블랙요원은 필요에 따라 암살·파괴·사보타주 등을 실행하기도 한다고 언급했었다. 사보타주(Sabotage)는 어떤 활동·시스템의 효율성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리거나 파괴하는 행위로, 주로 군사·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진다. 프랑스어 사보(sabot, 나막신)에서 유래되었는데,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이 기계 안에 나막신을 던져 고장냄으로써 저항정신을 표출했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독일점령지에서 사보타주 전략을 통해 나치의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기업 내 사보타주도 부각되고 있는데, 회사에 불만이 있는 직원들이 고의적으로 기업이익을 해치는 것이다. 영업기밀을 외부에 유출하기도 하고, 특히 IT 발달에 따라 사이버 사보타주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사이버 사보타주는 정보시스템·네트워크·데이터 등을 손상·파괴하는 행위로, 중요정보의 유출·변조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국가적으로는 해저케이블을 훼손하거나 절단하여 데이터 전송 또는 통신마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정치적 사보타주는 한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기도 한다. 2013년 검찰은 내란음모·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석기를 기소하면서, 비밀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결성하여 체제전복을 꾀했다는 것이다. 전시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국가기간시설(통신망·유류시설·무기고 등)을 파괴하려던 계획이 맞다면, 이는 사보타주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은 내란음모 협의에 대해서는 입증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다.
미래전쟁의 핵심, 드론
가히 드론전쟁의 시대이다. 이란도 드론과 미사일을 혼용하여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뚫었는데, 드론의 저공비행으로 방어망을 유도한 후에 신형 탄도미사일로 타격을 한 것이다. 그에 앞서 2025년 6월 1일 우크라이나는 Operation Spider web 작전명 하에 드론을 통해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4곳을 타격하여, 핵전략자산(전략폭격기·공중경보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 때도 우크라이나는 트럭을 이용하여 드론을 공격목표의 코 앞까지 옮겼다. AI와 드론기술의 결합의 미래전쟁의 모습이라는 것을 각인시킨 작전이다.
이전 글 <중국의 한국 공략, 초한전>에서도 드론이 현대전쟁의 어엿한 무기로 자리잡았으며, 한국도 미군으로부터 고정익 드론을 도입하여 무인전력으로 활용 중이라고 언급했었다. 드론 레이싱은 FPV(First Person View)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데, 레이서는 정확한 조종기술 외에 빠른 판단력과 높은 코스 이해도가 필요하다. 앞으로 드론 레이서 1명이 재래병력 수백명 이상의 가치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인의 정밀타격, 정보전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오랜 시간 광범위하게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매우 정밀하게 공습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요 공습타겟은 핵시설, 미사일 기지, 에너지 시설(연료탱크·석유저장고 등)와 외교부 청사였다고 한다. 실제 이번 작전으로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의 1/3 가량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군 고위장성과 핵과학자들은 드론에 의해 자택침실에서 폭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사드의 실시간 동선파악에 따른 표적살해였다. 요인암살의 성공으로 군 작전지휘체계는 큰 혼란에 빠졌고, 핵프로그램도 순식간에 타격을 입었다. 나탄즈(Natanz)·이스파한(Isfahan)·포르도(Fordow) 지역의 핵시설이 파괴되면서 방사능 누출이 있었고, 지상의 우라늄 농축시험시설이 파괴됨에 따라 핵물질 생산·처리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었다. 핵과학자들도 사망함에 따라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2015년 이란은 6개국과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라는 핵합의를 체결했지만, 2018년 트럼프는 이란과의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이란은 트럼프의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로, 우라늄 농축과 핵프로그램을 가속시켜 왔었다.
2025년 4월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재개했는데, 총 4회에 걸쳐 간접회담(중재자)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과 국제감시로의 복귀를 요구한 반면, 이란은 JCPOA 재이행과 제재해제를 요구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는 2025년 이란과의 핵협상을 시도하면서 이란에게 60일의 시간을 주었고, 이스라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61일째 이란을 공격한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지지를 언급하지만, 트럼프의 암묵적 동의 없이는 감행하기 힘든 선제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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