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시바스의 리갈 헤리티지, 로얄살루트

by Spacewizard 2023. 5. 9.
728x90
728x90

 

술 좀 마신다는 사람들도 위스키의 맛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처음 위스키를 접하면 가격과 브랜드에 상관없이 독한 목넘김에 희열을 느끼면서 변별을 느낄 수가 없다. 다만 위스키에 좀 익숙해지면 목넘김의 부드러움과 숙취의 깔끔함이 느껴지게 된다. 공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상품으로는 단연 담배·주류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위스키는 아래의 3가지며, 모두 스카치위스키이다.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21년산

로열살루트 21년산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발아된 맥아(麥芽·malt, 보리싹) 내지 여러 곡식들을 발효·증류한 뒤 오크통에 숙성시킨 술이다. 보통 셰리(sherry)와인 내지 버번(Bourbon)위스키를 숙성시켯던 오크통을 사용한다. 공항면세코너에서는 위 3가지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들이 자주 이뤄지는 편이다. 2022년 9월 6일부터 시행한 「면세한도 상향정책에 따라, 주류도 기존 1병(1ℓ x 400달러 이하)에서 2병(총 2ℓ x 400달러 이하)으로 확대되었는데, 이번에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400달러 기준 2~3병 패키지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로얄살루트 21년산 3병을 선물용으로 구매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고풍스러운 병을 통해 영국왕실에 대한 찬사와 고귀함이라는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는 블렌디드 브랜드 로얄살루트에 대해서 알아보자.

 

 

스카치 제조의 달인, 제임스 시바스

 

스코틀랜드 애버딘 근교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제임스 시바스(James Chivas)와 존 시바스(John Chivas)는 1836년 애버딘 시내로 진출하여 식료품점과 의류 도매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당시 식료품점은 술과 차를 포함한 사치품을 판매하였는데, 특히 제임스는 위스키와 고급차를 블렌딩하는데 특출한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상을 알고 나면 많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식료품점에서 시작한 이유를 알게 된다. 1841년 형 제임스는 식료품점 동업을 시작하게 되고, 1843년 빅토리아 여왕에게 물품을 납품하는 인증(Royal Warrant)까지 받게 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귀족들은 왕족을 따라하기 마련이니, 사업은 계속 번창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1857년 죽은 동업자를 대신하여 동생 존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가 만들어진다. 당시 영국 증류법에 따르면, 스카치 위스키 원액 브랜딩에서 싱글몰트와 그레인을 서로 혼합할 수 없었다. 하지만 1860년 증류법으로 혼합이 허용되면서 블렌딩의 경우 수가 기하급수로 많아졌다. 제임스는 본인 가게 만의 브랜드인 로글랜디(Royal Glen Dee)와 로얄스트라탄(Royal Strathythan)을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1886년 제임스가 죽은 후, 1893년 알렉산더 스미스와 찰스 하워드가 시바스 일가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게 된다. 이 때 '시바스 브라더스'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수 조건이 있었다고 하니, 시바스 일가의 브랜드 애착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이후에도 여전히 시바스 브라더스의 사업은 성장하였고, 1909년 시바스 형제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그 유명한 25년 숙성의 시바스 리갈 25(CHIVAS REGAL 25)이 출시된다. 10년 이상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로 인기를 이어가던 시바스 리갈 25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1919년 세계대공황에 이은 1920년 미국 금주법의 영향으로 생산이 중단된다. 이후 1939년 시바스 리갈 12가 출시된다. 1949년 영국 방문 중에 시바스 리갈의 잠재력을 알아 본 캐나다 시그램(Seagrams) CEO 샘 브롬프먼이 시바스 브라더스을 매입하게 된다. 1950년 시그램의 지원을 받은 시바스 브라더스는 밀타운(Milltown) 증류소를 인수한 후, 1951년에 공식적인 이름을 스트라스아일라(Strathisla)로 변경한다. 밀타운 증류소는 1786년 설립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몰트 증류소로, 이후 밀턴(Milton)으로 불리다가 1870년에 인근 수원지 명칭인 스트라스아일라로 병행하여 불렸다. 스트라스아일라는 연간 약 240만 리터 규모를 생산하는 증류소로,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몰트원액이 시바스 리갈과 로얄살루트 블렌드에 사용 중이다. 

 

오리지날 21년산, Signiture Blend

 

1953년 시바스 브라더스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웨스트민스터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로얄살루트 21년산을 특별히 제작하였다. 과거 전쟁에서 승자가 패자에게 무장해제의 표시로 발포케 한 17세기 영국의 해군관습에서 유래한 21발의 예포 발사(21-Gun Salute)에서 착상하여 왕의 예포(Royal Salute)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영국 해군은 국왕 주관 행사에서 왕실과 군주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21발의 축포를 쏘는데, 여왕의 생일에는 특별히 총 62발(=21발+왕실구역 20발+런던 21발)을 쏘아 올린다. 로얄 살루트는 왕실과의 연관성을 강조해오면서 영국 왕실의 특별한 행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뇌물로 많이 사용되었었다. 대관식에서 여왕이 쓴 왕관에 박힌 3가지 보석(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를 상징하는 3가지 컬러(자주색, 초록색, 남색)가 병에 채택되었다가, 2019년도부터는 남색병만 생산되고 있다. 2019년 이전에도 병의 색깔과 무관하게 위스키의 내용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로얄살루트는 최소 21년 이상 숙성된 원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품라인이 21년산부터 시작되는데, 이에 따라 다른 위스키들보다 연식이 높은 편이다. 오리지날이면서 시그니처는 21년산인데, 흔한 전문가의 표현에 따르면 다양한 향(배, 스트러스류, 바닐라, 가을꽃, 오크)이 셰리와 스모키한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영국 왕립 기마포병의 예포 출처 조선일보
영국 왕립 기마포병의 예포 [출처:조선일보]

 

38년산, Stone of Destiny

32년산, Union of the Crowns

 

38년산은 세련미와 차별화된 패킹을 앞세워 2005년부터 생산되었는데, 스코틀랜드 민족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상징인 '운명의 돌'을 상징한다. 수세기 동안 영국 왕과 왕비의 대관식에서 왕좌 아래에 놓여 새로운 왕을 승인해주는 상징적인 돌로,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수공으로 제작한 화강암 느낌의 도자기 병 위에 24K 도금 라벨이 달려있으며, 24K 도금 마개는 중세 스코틀랜드 검 자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는 단종되어 면세점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기생산된 물량에 한하여 주류점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32년산은 1603년 제임스 6세가 강한 군사력으로 3개 왕국을 통합하여 탄생한 현대 영국왕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였다. 스코틀랜드의 5개 지역의 32년 이상 숙성시킨 몰트 원액과 그레인 원액을 블렌딩했다. 마개는 단종된 38년산의 금색과 달리 은색으로 만든 왕관 위에 블랙스톤은 얹힌 형상이다. 제임스 6세는 1567년부터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재위한 스튜어트 왕조의 세 번째 군주이며,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으로 가족적으로 관계가 있었다. 1603년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식 없이 사망하자, 제임스는 잉글랜드 왕위 계승자(제임스 1세)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 결과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일랜드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왕국을 건국하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 브리튼(Britain)이라는 곳이 2군데였다고 하는데, 브리튼 섬과 그 건너편에 위치한 프랑스 북부의 브르타뉴(Bretagne, 브리타니) 반도이다. 브르타뉴는 과거 브리튼 섬에 살던 켈트족이 집단 이주한 곳이다. 브르타뉴 반도의 규모가 브리튼 섬보다 작아서 '리틀 브리튼'이라고 하였고, 브리튼 섬은 '그레이트 브리튼'이라고 불렸다. 그레이트 브리튼의 대통합은 왕가의 유산에 따른 것으로 각 국가의 영토와 법률 체계 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제임스 6세의 통치가 통합 영국 역사에서의 중요성이 높은데, 1607년 북아메리카 최초의 영구적인 영국 정착지인 제임스타운이 버지니아에 세워졌고, 1625년 왕위를 계승한 찰스 1세와 올리버 크롬웰의 내전 등이 일어났다.

두 개의 브리튼, 브리튼 섬과 브르타뉴 반도 출처 나무위키
두 개의 브리튼, 브리튼 섬과 브르타뉴 반도 [출처:나무위키]

 

최상급 라인, 62-Gun Salute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면서 2010년부터 출시된 최상급 라인업이다. 로얄살루트의 품질과 맛을 담당했던 마스터 블렌더 4명은 세대별 최상의 원액을 보관한 후, 다음 세대의 마스터 블렌더에게 전해 왔다. 62-gun은 이러한 상급 원액만을 모야 만들었는데, 블렌딩에 사용된 원액의 숙성기간이 최소 40년 이상이라고 한다. 국내에 연 30병 정도 수입된다고 한다. 그 외의 다양한 최상급 리미티드 에디션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Tribute to the Icons : 창립 50주년 기념의 한정판, 21병 생산
100 Collection : 전세계 100세트 한정판
Eternal Reserve : 88개의 캐스크에서 선별된 원액 블렌딩 한정판
Polo Edition : 폴로경기에 참가 선수에게 선물(미국, 영국 등 한정판)
The Regent's Banquet Reserve : 소년 왕자를 기리는 한정판

Forces of Nature : 케이트 멕과이어와 협업한 전세계 21점(국내 1점)

King Charles 3 Edition : 찰스 3세 즉위 기념

 

시바스 브라더스의 인수 흐름, 결국은 프랑스

 

1965년 스코틀랜드 디스틸러스 컴퍼니(Distillers Company Limited, DCL)가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하였는데, 이 인수합병을 통해 시바스 브라더스는 더 큰 시장과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DCL은 작은 주류회사들을 계속 인수하면서 성장했지만, 1980년대 들어 DCL은 글로벌 스피릿 시장(spirit market)에서의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1986년 기네스(Guiness Brewery, 1932년 영국 런던 본사 이전)가 DCL을 인수했다. 1997년 영국 그랜드 메트로폴리탄(Grand Metropolitan)과 기네스가 디아지오(Diageo)로 합병된 후, 2001년 프랑스 페르노 리카(Pernod Ricard)가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했다. 스피릿(spirit)은 고알코올 도수를 가진 증류주로, 원료와 제조 과정에 따라 다양한 향미와 특성을 가진다. 스피릿 시장은 주류 중에서도 스피릿에 초점을 맞춘 시장이다. 대표적인 스피릿으로는 위스키, 브랜디, 진, 럼, 보드카, 테킬라 등이 있다. 동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유럽은 기술적으로 아랍에 뒤처지게 되었는데, 아랍의 증류기가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증류주를 스피릿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유럽 전역은 페스트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고알코올 증류주에 붙은 불의 기운이 페스트를 치유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소망을 담아서 이 증류주를 스피릿이라고 한 것이다.

 

페르노 리카는 시바스 브라더스를 인수한 이후, 시바스 브라더스의 전통적인 위스키 제조 기술과 혁신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시바스와 로얄살루트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더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로얄살루트 브랜드는 영국 왕실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이미 프리미엄 스피릿 시장에서 확고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런 전통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통해 더 다양한 숙성연도와 한정판 제품들을 출시하며 브랜드의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알고 마시는 한 잔의 스트레이트가 술자리를 더 의미있게 하지 않을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