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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이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엠버서더

by Spacewizard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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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 기사를 보면, 연예인을 엠버서더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K팝의 보이그룹과 걸그룹들이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의 엠버서더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엠버서더(ambassador)는 원래 다른 국가에 대표로 파견되는 최고 수준의 외교관을 가리키는 외교분야의 용어로, 하인 내지 심부름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암바크투스(ambactus)로부터 유래하였다.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앰버서더가 상업적인 의미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 내지는 브랜드의 공식적인 홍보 파트너를 가리키고 있다. 브랜드 엠버스더는 기업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단순히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브랜드 엠서더는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강한 유대감을 형성케 하는 매개역할을 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과 의견을 제공하며, 브랜드 개선에 기여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엠버서더의 등장 배경과 역사적 인물, 그리고 기업활동에서의 브랜드 엠버서더 활용에 대해 알아보자.

 

현대적 의미의 외교 탄생, 베스트팔렌

 

외교(diplomacy)는 국외정책을 실현하고 국가 간에 발생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는 일을 의미한다. 전근대사회에서 국가 간의 교류는 대부분 전략적 동맹 형성, 결혼을 통한 연합, 또는 식민지화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무력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곤 했다. 르네상스 이후 국가는 점차 그 국경과 권력 범위를 확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외교라는 개념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1648년 체결된 베스트팔렌(Westphalia) 조약은 2개의 평화조약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들 사이에 치렀던 신성로마제국의 30년 전쟁(1618~1648)과 에스파냐가 네덜란드와 치렀던 80년 전쟁(1567~1648)을 종식시키면서 성사되었다. 이 조약은 주권국가의 개념을 공식화하면서, 외교의 현대적 형태인 '국가 대 국가'의 교류를 촉진하였다. 국가들은 상호 간에 외교사절을 파견하고, 국제문제를 평화협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외교의 역할을 강화시키고 국제사회의 규범·법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조선의 앰버서더, 최명길

 

왕정인 조선은 국제관계에서 있어서 외교보다는 무력과 그에 따른 사대가 중시되었지만, 조선시대를 대표할 만한 엠베서더를 한 명만 뽑으라면 최명길을 들 수 있다. 최명길은 1627년(인조 5) 1~3월 발발한 정묘호란 때 후금과의 교섭을 주도했고, 평소 후금에 대한 실리적인 외교를 통해 후금의 재침입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적절한 이중외교정책으로 후금과의 관계가 원만했던 광해군과는 달리, 1623년 서인 주도의 인조반정 이후 조선조정은 대놓고 후금을 배척하게 된다. 대명의리를 목숨처럼 여기던 시기에 인조정권의 실세였던 최명길이 후금과의 실리적인 외교를 주장한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1636년(인조 14) 12월 병자호란 당시에도 최명길은 명분과 의리보다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안녕이라는 실리를 중시하며, 외롭게 후금과의 협상을 주도했다. 병자호란의 굴욕 이후 100년 넘게 조선의 선비들은 최명길을 대놓고 배척하면서 매국노 취급을 했다.

17세기 초, 한반도 주변 정세 출처 역사저널그날
17세기 초, 한반도 주변 정세 [출처:역사저널그날]

 

최명길도 기본적으로는 척화로서 병자호란을 앞두고 싸울려면 제대로 준비하자는 의견을 피력하였으나, 왕과 신하들은 애써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새우며 안일함과 두려움 속에서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고 한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청의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최명길은 구국의 유일한 길이 화친임을 재빠르게 판단하며 "주화라는 두 글자가 평생 신의 허물로 따라다니겠지만, 지금 화친하는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남한산성 몽진 중에도 최명길은 청의 진영을 드나들며 나라를 살리기 위한 화의를 교섭했다. 현재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여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외교관의 역량이라고 보면, 외교관으로서의 최명길의 자질은 병자호란 이후에서도 나타난다. 영의정에 오른 최명길은 청나라와의 핫라인을 유지하면서도, 만에 하나 명나라의 선방을 염두하여 명나라와의 비밀교섭도 유지했다. 향후 국외정세 변화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미리 구상하고 실행했던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청나라에 발각되면서 최명길은 심양의 옥에 갇히게 되었지만, 자신의 안위를 뒤로하고 국가와 백성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그의 희생과 엠배서더 정신은 후세에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럭셔리·자본의 여신, 뮤즈

 

뮤즈(Muse)는 창작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패션·예술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브랜드·디자이너가 영감(inspiration)을 얻는 특정인물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뮤즈는 예술·학문의 여신으로서 춤과 노래, 음악, 연극, 문학에 능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문학가와 예술가 등에게 재능과 영감을 불어 넣는 능력이 있으며, 미술관(museum)과 음악(music)의 어원도 뮤즈에서 유래되었다. 기업활동에서 뮤즈의 태도, 스타일, 존재감 등이 브랜드의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뮤즈의 개인적인 취향과 스타일 등이 브랜드 디자인과 제품에 반영되면서, 고객은 뮤즈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를 가지고 브랜드를 소비하게 된다.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는 프랑스 여배우 캐서린 드뇌브을 뮤즈로 삼았는데, 그녀의 우아하고 복합적인 이미지는 브랜드의 많은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지방시(Givenchy)는 1953년 오드리 햅번과의 첫만남 이후 자신의 뮤즈로 삼았고, 오드리 헵번도 영화 의상과 시상식 드레스, 일상복까지 지방시를 입으며 브랜드 앰버서더 역할까지 했다. 오드리 햅번의 우아하고 시크한 스타일은 시계 브랜드 휴블로(Hublot)에도 큰 영감을 주었는데, 헵번의 시그니처인 지방시 블랙 드레스가 휴블로 시계의 클래식 디자인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 외에도 샤넬(Chanel) No.5의 뮤즈 마릴린 먼로, 에르메스(Hermes)에게 켈리백의 영감을 준 그레이스 켈리, 세련된 이미지와 음악적 재능으로 셀린느(Celine)의 뮤즈가 된 셀린디옹 등이 브랜드 뮤즈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방시와 뮤즈 오드리헵번 [출처:패션앤]

 

같아 보이지만, 약간씩 차이나는 역할들

 

광고모델은 하나의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데 초점을 두고, 뮤즈는 브랜드에 창조적이면서 고유의 영감을 불어 넣으며, 브랜드 앰버서더브랜드의 이미지 자체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각자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광고모델, 뮤즈 및 앰버서더 모두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된다. 다만 앰버서더 계약은 장기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광고계약은 단발적인 관계가 일반적이다. 브랜드 앰버서더는 지역·제품별로 세분화하여 여러 명을 선정할 수 있다. 선정된 앰버서더는 브랜드의 의류를 협찬받으며, 화보를 찍고 브랜드쇼에 참여하여야 하며, 기업과 엠버서더 모두 이런 활동들을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고객과 팬(잠재고객)에게 널리 알린다. 럭셔리 브랜드의 하이엔드 이미지와 앰배서더의 영향력이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기업 재무재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리지만 무시하지 못하는 큰 손, 어린 세대

 

소셜미디어 매체 기능이 확장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직접적이고 한정적인 광고모델보다는 앰버서더와의 간접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를 통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2023년 1월 17일 발행된 베인앤드컴퍼니의 보고서는 2030년에는 MZ세대와 알파세대가 글로벌 명품브랜드 매출의 80%를 차지할 것이며,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명품소비층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이후 세대층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M세대(밀레니얼) : 1981~1996년생

Z세대 : 1997~2012년생

알파세대 : 2010년 이후 출생자

 

Z세대의 첫 명품구매 시기는 평균 15세로 밀레니얼 세대보다 3~5년이 빠르다고 하는데, 이는 최근 COVID-19 팬데믹 시기 부유층의 증가와 SNS의 확산에 따라 보편화된 온라인 판매채널로 인해 명품소비가 수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0대들은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경향이 강한데, 이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 감정을 주변인들의 기대와 표준에 맞추려는 압박감을 의미하며,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고가의 명품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또한 10대들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는 유명인의 패션, 행동 및 생활방식을 모방하면서 유명인처럼 되고자 하는 경향인 헐리우드 신드롬(Hollywood Syndrome)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생애시기적 특성에 더하여, 2010년대 중반부터 K팝 스타들이 글로벌 명품브랜드들의 광고모델 내지 엠버서더로 발탁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중고등학생들의 명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중고등학생들의 과소비 대상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본인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초반에는 외제 청바지(마리떼프랑소아저버, 게스), 인터크루 라운드티, 잭니클라우스 벨트, 워크맨 등이 있었고, 1990년 후반에는 스톰 청바지, 이스트팩 가방이 유행했다. 2000년 중반부터 부모의 재정에 큰 부담을 준 노스페이스 고가 패딩이 등장하였고, 이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최근 들어서는 브랜드 엠버서더의 영향으로 명품 엔트리 라인인 지갑, 티셔츠, 화장품, 스니커즈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럭셔리 제국의 대표인사, K팝 아이돌

 

2015년 빅뱅 지드래곤이 샤넬 컬렉션 쇼에 앰버서더로 초청받은 이후,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K팝 아이돌의 영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브랜드 엠버서더 역할을 해왔었다. 하지만 K팝 아이돌의 다양하고 활동적인 채널이 가지는 명품 소비의 촉진제로써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대세가 변하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과 모바일의 시대에서 채널들을 통한 브랜드 노출의 효과는 과거 TV나 잡지를 통한 노출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K팝 아이돌은 충성도가 강한 팬덤(fandom)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엠버서더와의 유대감을 소비자로서의 유대감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 시대에서 요구되는 마케팅 전략일지도 모른다.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는 다음과 같다.

 

디올 : 지민(BTS), 지수(블랙핑크), 해린(뉴진스), 수지, 김연아, 차은우, 엑소

샤넬 : 제니(블랙핑크), 민지(뉴진스)

구찌 : 하니(뉴진스)

보테카 베네타 : RM(BTS)
메종 발렌티노 : 슈가(BTS)
루이비통 : 제이홉(BTS), 혜인(뉴진스), 태연, 배두나
티파니앤코 : 로제(블랙핑크), 지민(BTS)
셀린느 : 리사(블랙핑크), 뷔(BTS)
캘빈클라인 : 정국(BTS)
입생로랑 : 로제(블랙핑크), 다니엘(뉴진스)
버버리 : 있지(ITZY), 다니엘(뉴진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 하니(뉴진스)

미우미우 : 장원영(아이브)

펜디 : 안유진(아이브)

지방시 : 에스파

로에베 : 엔믹스

 

이전 글 <럭셔리 컬렉션의 후계자를 찾는, LVMH>에서는 LVMH 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 크리스챤 디올이 위치한다고 언급했다. 그룹 내 수많은 명품브랜드 중에서도 디올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올의 하우스 프렌드(House Friend)는 앰버서더와 뮤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왔고, 2021년 새로이 '글로벌 앰버서더'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디올의 엠버스더 선정 기준은 다양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미 선정된 인물들을 통해 그 기준을 유추해보면 다음과 같다고 보인다. 

 

시너지를 가져다 줄 영향력 (세계적인 인지도, 대중의 신뢰)

소셜미디어 활용과 소통 능력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

브랜드 이미지와의 부합성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

진실성 (브랜드에 대한 진실한 생각과 깊은 이해)

윤리성 (브랜드 이미지 보호)

 

브랜드 엠버서더의 전성시대이다. 앞으로 명품브랜드 이외의 많은 산업·기업들에서 엠버서더 마케팅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랜드 엠버서더의 효용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엠버서더의 희소성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점점 많이 쏟아져 나오는 브랜드 엠버서더의 역할과 그 위상을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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