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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지만 사실 알고있는, 몬테네그로

by Spacewizard 2023.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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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Montenegro)는 유럽 남부 발칸반도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잡은 지중해 국가로,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악지형,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베네토어로 산(Monte)와 검은(Negro)을 합쳐 '검은 산'을 의미하며, 이 산은 로브첸(Lovćen)산을 가리킨다. 이전 글 <아직까지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스테이블 코인>에서는 2023년 3월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위조된 크로아티아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해외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되었다고 언급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몬테네그로라는 고풍스럽지만 생소한 이름의 국가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사실 몬테네그로는 많이 알려진 연방 유고슬라비아의 일원이었다. 여기서는 몬테네그로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남쪽 슬라브인들의 고군분투, 유고연방

 

유고슬라비아(Yugoslavia)는 '남쪽의 슬라브인들'이라는 의미로, 세르비아어로 남쪽을 의미하는 Југ(Yug)와 슬라브인을 의미하는 слави(slavi)가 합쳐진 형태이다. 이는 주로 남부·동부 유럽의 슬라브인들이 사는 지역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붕괴되면서, 남부 슬라브 국가들은 서로 연합하여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였다. 유고슬라비아의 역사는 다음과 같이 구분되는데,

 

1918~1941년 : 유고슬라비아 왕국(Kingdom)
1943~1945년 : 유고슬라비아 민주 연방

1945~1963년 : 유고슬라비아 연방인민공화국

1962~1992년 :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舊유고 연방, Socialist Federal Republic)

1992~2003년 :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新유고 연방, Federal Republic)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과 민족을 포함하여, 1918년 12월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그리고 슬로베니아인의 왕국'(Kingdom of Serbs, Croats, and Slovenes)을 선포하였다. 1929년 국명을 유고슬라비아 왕국으로 변경하게 된다. 1941년 4월 독일이 유고슬라비아를 침공하게 되는데, 이미 3월에 페타르 2세는 해외로 도주하여 망명정부를 세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11월 임시정부인 유고슬라비아 민주 연방이 수립되는데, 이때부터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를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었다. 이후 2차례 국명이 바뀌면서 사회주의 국가으로 재건되었는데, 이 시기에 6개의 공화국(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2개의 자치지방(코소보, 보이보디나)을 포함하고 있었다. 유고슬라비아는 한때 소비에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로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가지고 있었다.

유고슬라비아 주변국(좌), 舊유고 연방(우) [출처:나무위키]

 

1992년 유고 연방의 해체로 발생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지역·민족 간의 긴장을 높이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2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설립되었고, 2006년 몬테네그로가 연방에서 탈퇴하면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독립하게 된다.

 

역사와 자연에 기반한, 아름다운 관광지

 

2차 세계대전 후 공업에 주력하여 생산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공산체제 동안에 발전, 철강, 광업, 임업, 목재가공, 섬유·담배제조업 등을 기반으로 급격한 도시화·산업화가 이뤘다. 특히 1980년대 말에 관광업이 크게 증가하였다. UNESCO 세계문화유산록에 등재된 항구도시 코토르(Kotor)중세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시가지는 아직 고대성벽에 둘러싸여 있으며 많은 교회, 광장, 박물관이 보존되고 있다. '몬테네그로의 리비에라(Riviera)'로 불리는 부드바(Budva) 역시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베테치아 양식의 건축물과 오래된 성벽을 보존하는 구시가지를 가지고 있다. 인상깊은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관광지로는 2군데 국립공원이 있는데, 르미토르(Durmitor)비오그라드스카 고라(Biogradska Gora)이다. 두르미토르의 명소로는 깊은 삼나무숲와 블랙레이크(Black lake)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놀라운 풍경과 트래킹을 제공한다. 비야코 카스트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원시림 중 하나로, 아름다운 호수와 산악지역이 있다.

 

내전으로부터 촉발된, 경제위기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유고슬라비아의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에 돌입하게 된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유고슬라비아 이름 하에 연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민족주의, 종교갈등 및 토지분쟁에 대한 민족 간의 오래된 분쟁을 재점화시켰는데, 이로 인해 대량학살과 성폭행 등이 만연했으며 악명 높은 포로수용소가 등장하게 된다. 내전은 몬테네그로의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전쟁지역에서 흔히 겪는 무역중단, 인프라 파괴, 투자 축소, 난민유입에 따른 재정부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산업생산이 거의 정지되고 물자가 부족한 지경에 이르면서, 알바니아와 인접한 스카다르호(Skadar lake)가 밀매의 거점이 되었다. 주로 마약, 무기·폭발물, 인신매매 등이 불법거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은 성착취, 강제노동, 강제결혼 등을 위해 이용되었다. 리암니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 Taken」에서는 악명 높은 알바니아 인신매매단을 소재로 했었는데, 이들은 유럽의 유명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납치해서 다른 나라에 팔거나 성매매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몬테네그로는 1997년부터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세르비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 마르크화를 도입하는 등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2002년에는 세르비아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게 된다. 이후 유로화의 공식화폐 지정, 사유화 정책, 개혁법 추진, 부가가치세 도입 등이 이어졌다.

 

지형적 이점으로 유지해온, 자치

 

몬테네그로는 고대 로마제국의 일부였으며, 로마제국이 붕괴한 후에는 비잔틴제국의 통치 하에 있었다. 6~7세기 슬라브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문화·언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15세기 오스만제국이 이 지역을 점진적으로 점령하기 시작한 이후, 통치 대신에 높은 수준의 자치를 유지하는 사실상 공국의 지위를 유지해오게 된다. 이는 험악한 산악지형강력한 전사문화로 인해 완전히 통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악지형은 접근이 어렵고 방어가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강인한 체력과 생존기술을 익히게 된다. 몬테네그로 외에도 산악전사를 가진 국가로는 스위스가 유명하다.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의 전략적인 방어를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가형태를 나타내는 공국과 왕국은 지도자의 지위와 국가의 권위에서 차이가 있다. 공국(Principality)은 공작·왕자가 지배하는 국가로, 대체적으로 왕에게 종속되어 상대적으로 작은 영토를 가진다. 왕국(Kingdom)은 왕이 지배하는 국가로, 국가 자체가 독립적인 주권을 가지며 영토크기·권위 면에서 공국보다 크다. 공국에서 왕국으로의 전환은 국가의 권위 증대, 주권의 강화, 그리고 국제적 지위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국가의 국제적 인정이나 외교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7~18세기 몬테네그로의 지도자들은 독립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 때 실질적으로 자치를 행하면서도 오스만제국의 일부로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1878년 베를린회의에서 국제적으로 공국으로 독립을 인정받았다. 1910년에는 공국에서 왕국으로 승격되었다.

 

몬테네그로의 서대문 구치소, 스푸즈 구치소

 

2023년 6월 26일 권도형이 스푸즈(Spuz) 구치소에서 독방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앞서 19일에 몬테네그로 법원은 위조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권도형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도 포드고리차 외곽에 위치한 스푸즈의 구치소는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정치범과 마피아, 강력범, 마약범 등 요주의 미결수들을 수용하고 있다. 스푸즈 구치소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으며, 유고슬라비아의 내전 당시 많은 정치범들을 수용했었다고 한다. 이전 글 <비좁은 공간으로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교정시설>에서 2023년 2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33개가 수용정원을 초과한 상태이며, 과밀수용으로 인해 수용자들 간의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는 사건들도 발생한다고 언급했었다. 스푸즈 구치소도 효율적 공간활용이 되지 않아 과밀수용 등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구치소 내 범죄조직들 간의 잦은 유혈사태를 격리수용을 통해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정도로 살벌한 공간이라면 외롭긴 해도 독방수용이 혜택일지도 모르겠다.

 

암호화폐의 천국, 세르비아

 

수사당국은 권도형이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해진다. 2020년 12월 「디지털자산법」이 시행되면서, 세르비아는 암호화폐 발행·거래 등이 합법화되었다. 권도형은 2022년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스위스은행을 통해 콜드월렛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1000억원 이상 현금화했다고 전해진다. 암호화폐지갑에는 공개키(계좌번호)와 개인키(계좌비밀번호)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핫월렛(hot wallet)과 콜드월렛(cold wallet)으로 나눈다. 핫월렛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입출금·송금이 가능한 반면, 콜드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 오프라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항상 온라인 상태에 있는 핫월렛이 해킹에 취약하다.

 

공개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거래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한데, 거래패턴 분석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동, 특정주소에서 발생한 빈번한 거래, 특정주소들 간의 주기적인 거래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도피 과정에서 다른 주소로 암호화폐를 옮기기 시작한 정황이 있다면, 이는 도피자금 마련을 위한 돈세탁이 목적일 수 있다. 다만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암호화폐들은 거래패턴 분석이 어렵다. 가상자산 위주의 비자금을 형성한 자의 도피지로는 암호화폐가 합법이면서 스위스은행과의 접근성도 높은 나라일수록 적합할 것이며, 현재 이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국가로는 세르비아가 유력하다. 실제 2022년 10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구시가지에 권도형 소유의 법인이 설립되었다고도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몬테네그로는 지정학적 이유로 주변 제국들의 지배를 받아왔지만, 지형학적 이유로 상당한 자치를 보장받아 온 나라이다. 이후 왕정 → 공산주의 → 민족갈등 → 독립을 순차적으로 겪으면서 잔혹한 현대사를 겪으면서, 부패한 정치취약한 경제구조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최근 몬테네그로 정치권이 권도형이 작성한 옥중편지 한장에 들썩이는 모습은 불안정하고 부패한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전 글 <뜻밖의 평화를 외교적으로, 중국>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통해 중국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자본을 제공하면서, 결국 그 개발도상국에게 막대한 부채를 안긴다는 내용을 언급했었다. 몬테네그로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의 투자를 받았다는데, 아마도 큰 부채가 부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약한 경제기반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몬테네그로. 가까운 시일 내에 세르비아처럼 암호화폐의 천국을 꿈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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