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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비좁은 공간으로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교정시설

by Spacewizard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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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형 평형의 주택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넓은 공간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다만 1인 가구의 제한된 자본력으로 인해 공간활용의 가성비 차원에서 소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만약 1인 가구들이 중대형 평형 이상을 커버할 만큼의 자본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 넓은 집을 선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대학시절에 기거했던 친척집 작은 방, 기숙사 및 고시원은 하나같이 전용 2~3평 남짓했음에도, 그 당시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스터디 공간 외에 크게 필요로 하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모교 근처의 전용 5평 남짓한 원룸공간이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휴식처인 집을 꾸미기 위한 구매목록이 많아졌고, 이를 위해서는 주거공간 내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생활공간 확보욕구는 결혼을 전후하여 체감하게 되는데, 이전의 솔로라이프에서는 필요없던 가전제품, 드레스, 주방 등의 추가공간을 가능한 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혼집의 선택 기준도 절대적으로 신혼부부가 조달 가능한 자본력에 좌우된다. 요즘 서울·수도권의 주택가격이 너무 상승(고평가 여부 아님)하여 20~30대 신혼부부가 감히 매수를 시도조차 못해서 그렇지, 여유만 된다면 서울·수도권의 가능한 큰 평형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내집마련과 같은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교정시설에서도 좁은 공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들이 최근 언론에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 왜 인간은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것이며, 좁은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개인의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 공간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1966년 출간된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The Hidden Dimension)>에서, 주변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4가지 인간관계 거리를 주장했다. 여기서 홀은 인간이 자신의 주변공간을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프록셔믹스(proxemics)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는데, '사회적 거리학' 내지 '근접학'이라고 불린다. 4가지 인간관계 거리는 다음과 같다.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 : 주변 46cm 이내 거리로, 가족·연인에게 허용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 주변 46~120cm 사이의 거리로, 친한 사람에게 허용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 주변 120~360cm 사이의 거리로, 사회적 관계에게 허용

공적 거리(public distance) : 주변 360cm 이상의 거리로, 사교관계가 없음

 

가족이나 연인은 '친밀한 거리'를 떠나 '개인적 거리' 이상으로 멀어지면 스트레스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도시의 복잡한 사회생활을 감안하면, 사회적 관계에서의 개인은 '사회적 거리'를 벗어날 정도로 신체가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필요한 밀접은 개인의 통제력이 떨어트리면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런 과밀 상황에서의 스트레스는 공격성 증가, 집단 내의 사회적 관계 장애, 건강 문제 등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신체를 흥분상태로 몰아가는, 스트레스

 

사람이 스트레스(긴장·공포·고통·감염 등)를 받으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반응이 시작하여 코티솔(스트레스호르몬)을 분비한다. 스트레스호르몬은 교감신경계을 활성화시키고 부교감신경계는 억제한다.  이전 글 <인체 내 작은 우주, 뇌>에서 시상하부가 자율신경 중추, 욕구(식욕·성욕·수면욕) 조절, 항상성·내분비 조절을 담당한다고 언급했었다. 코티솔(cortisol)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부신피질 호르몬 중 하나로, 당류 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s)에 속한다. 스트레스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간과 근육, 지방세포 등에 작용하면서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가령 에너지를 요구하는 세포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간은 글리코겐(glycogen)을 분해하고, 근육은 단백질을 분해하고, 지방세포는 지방산을 공급한다. 코티솔이 분비되면,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스테로이드 계열의 호르몬도 함께 분비된다. 코티솔은 신체 각 기관으로 더 효율적으로 혈액을 공급하면서 맥박·호흡이 증가되고, 아울러 근육을 긴장시키고 감각기관을 예민하게 한다. 현대인들의 경우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코티솔이 유지되는데, 이는 지속적인 피로, 면역체계 약화, 기억력·집중력 감소, 심지어는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adrenaline)은 중추로부터의 전기자극에 의해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부신수질 호르몬으로, 주로 근육에 자극을 전달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흥분상태가 되면, 아드레날린은 뇌·뼈·근육의 혈관들을 확장시켜 정신을 가다듬게 한다. 이는 근육이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하며 동시에 다른 부분의 혈관을 수축시켜 스트레스 반응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소화활동 등의 반응을 감소시킨다. 

부신과 신장, 분비물질과 그 기능 출처 질병관리청
부신과 신장, 분비물질과 그 기능 [출처:질병관리청]

스트레스와 폭력을 심화시키는, 교정시설 과밀화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33개가 수용정원을 초과한 상태이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 대비 수용률이 130.8%로 가장 높은데, 대략 수용거실 문 앞에는 붙여 놓은 적정수용가능인원 대비 2배 가량 높은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창원교도소, 대전교도소, 제주교도소 서울동부구치소 순서로 120% 내외의 수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법무부가 정한 혼거실 최소수용면적은 1인당 2.58㎡(0.78평)이며, 국내 교정시설도 2012년까지는 수용률이 100%를 밑돌았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으며, 2022년 대법원은 "1인당 2㎡ 미만 공간에 수용된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정된 교정시설에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정시설을 건립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전 글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는, 교도소>에서는 교정시설이 혐오시설로 구분되어 지역민들의 유치 반대가 거세다고 언급했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수용률을 줄이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가석방불구속 수사가 필요(사법정의나 법감정과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가석방은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고 수형 중인 사람이 복역 태도가 양호한 경우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로,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

 

최근 청주여자교도소를 포함한 몇몇 교도소에서 수용과밀로 인한 잠자리 다툼 등의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는 사건들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밀화된 환경은 개인 공간의 부족과 끊임없는 사회적 접촉으로 인해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개인들 사이의 긴장을 높이며, 이는 종종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공간에 대한 불안감(폐소공포)를 크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좁은 공간에서 수용자 간의 관계를 악화되면 정신건강 문제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 수면장애 나아가 자살충동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출소 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간염병의 전파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데, 특히 재채기 등의 비말 전파를 통해 확산되는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 2021년 1월에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COVID-19 집단감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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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의 무덤, 위리안치

 

조선시대에는 권력을 쥔 쪽이든 반대쪽이든, 사화와 정쟁에 한번 휘말리면 실각은 물론이고 생명을 보존하기 쉽지 않은 시기였다. 왕권사회에서의 권력형 비리는 국왕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여, 매우 잔인한 극형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이전 글 <계유정난의 시작, 서대문>에서는 모든 관료들을 둘러 세운 후 사지를 수레에 매어 소를 달리게 하는 거열형이 군기시(현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집행되었다고 언급했었다. 다행히 국왕이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진 신하들은 목숨을 부지한 채 외딴 공간으로 유배되었다.

 

현대와 달리 유배인의 숙식을 제공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닌 개인(백성)이었는데, 고을 수령이 지정한 백성이었다. 제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에 유배인을 맞이한다는 것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므로, 거처와 식사 또한 형편 없었다고 한다. 다만 조정의 복귀가 유력한 정치인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호사로운 유배생활을 했을 것이다. 이전 글 <노자가 알려주는 인생에서 필요한, 각성>에서는 여유를 당호로 삼은 다산 정약용 조차도 18년의 긴 유배생활을 했었다고 언급했었다. 정약용이 높이 평가받는 여러 업적들이 있겠으나, 고을 수령으로서 유배인들의 편의와 보수주인의 부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도 있다. 다산이 곡산부사로 재임시 기와집 한 채를 매입하여 유배인들의 거처로 삼았고, 기금을 마련하여 끼니와 생필품을 충당하였던 것이다.

 

유배형은 사형 다음가는 중형이었으나, 유배지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구속하지는 않았다. 고을 수령이 행하는 점고에 한달에 2번(초하루, 보름) 출석하여 도망치지 않았다는 부분만 보여주면 되었고, 면회를 넘어 유배지로 가족들을 데려와서 같이 사는 것도 허용되었다 한다. 하지만 유배형 중에서도 위리안치는 일반 유배형과는 그 집행방식이 달랐다. 위리안치집 주위에 가시울타리로 높은 담장을 둘러 거주지를 제한하는 조치로, 주로 역모 내지는 국왕의 심기를 건든 왕조이나 관료에게 내려진 형벌이다. 열흘에 한번 음식을 제공하며, 물은 담장 내에 우물을 파서 생활하게 하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맞춤형 주택감옥이었으며, 살아있는 자의 무덤이라고도 불렸다. 요즘의 교도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비참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죄인은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극단적 선택과 탈출 시도가 많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죄인의 노역으로 일궈진 영국판 유배지, 호주

 

오래 전 호주는 영국의 유배지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도시화가 일어났는데, 그 이면에서는 빈곤율과 범죄율이 상승하면서 죄인들을 수용할 감옥이 부족하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선상감옥(prison ship)을 운영하다가 죄수들을 해외로 방출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원거리 이송이 가능한 대형선박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사실 호주를 가장 먼저 발견한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렘 얀스 존(Willem Janszoon)이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이끌고 호주 북부의 케이프 요크 반도(Cape York)에 상륙하였다. 존은 호주 북부·서부 일부 지역만 탐험한 후, 자신들이 발견한 호주 북부지역을 뉴홀란드(New Holland)라고 명명한 후에 떠나게 된다. 그로부터 약 80년이 지난 1688년 영국인 탐험가인 윌리엄 댐피어(William Dampier)가 뉴홀란드에 상륙하였지만, 그도 역시 호주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일단은 유럽에서 너무 멀었고, 호주 북부가 열대기후이기 때문이었다. 또 약 80년이 지난 1770년 영국의 탐험가이자 해군제독이었던 제임스 쿡(James Cook)은 호주 북부(뉴홀란드)가 아닌 동부를 새로 발견하게 된다. 1776년 미국의 독립으로 식민지를 상실한 영국은 대체식민지를 물색하게 되는데, 몇 해 전에 쿡이 발견한 호주 동부를 뉴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로 명명하고 식민지 통치를 시작했다. 캡틴 쿡 (Captain Cook)으로 불린 쿡은 태평양 전역을 탐험하며 영국의 식민지 개척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쿡의 탐험을 전후하여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이 유럽인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1787년 영국은 11척의 배들을 뉴사우스 웨일즈로 보내는데, 이 중 6척에 1,000여명의 죄수들이 실려 있었다. 이후 1848년까지 근 60년 간 영국은 죄수들을 이송해 호주를 개척하였는데, 1850년대에 이르러서는 호주 대륙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쉬로 인해 자발적인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한다.

호주의 행정구역
호주의 행정구역

 

교정시설의 과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많을 것이다. 범죄자에게 인권과 편의를 어느 선까지 제공해줘야 하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부터 언론을 통해 많은 강력사건들을 접하면서, 과연 사회정의와 피해자의 입장을 위한다면 양형기준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량을 줘야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사법체계가 범죄에 대한 응징 외에도 사회 내 범죄율 감소와 범죄인의 반사회성 교화 등에도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량은 어찌 되었던 검사와 판사의 몫이고, 소송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결정되는 부분이다. 결정된 형량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이후의 과제는 교도소에서 수용자를 최대한 교화하여 재범의 위험을 줄여야 하는 것이 현 사법시스템이다. 하지만 수용자들이 정서적으로 교화되기에, 이미 교정시설은 만원이라는 불편한 현실이 자꾸 드러나고 있다.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수용자들에게 편의를 고민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불편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정시설 과밀화 완화에 대한 투자나 고민을 현재시점에 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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