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사회 율법에는 키사스(Qisas) 원칙이 있는데, 바로 당한 만큼 돌려주라는 형벌원칙이다. 이는 BC 18세기 함무라비( 고대 바빌로니아 왕) 법전에서 출발하였는데,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고수되고 있는 처벌방식 중의 하나이다. 이란은 지금까지 키사스에 기반하여 강력한 복수를 수 없이 천명했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키사스 자체가 비례원칙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1년 간 이스라엘은 이란을 자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과연 이스라엘의 국익만을 위하려 했던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이 초토화시킨, 하마스
2024년 8월 하니예(Haniyeh, 하마스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된 후, 강경파 신와르(Sinwar)가 후임으로 지목되었다. 청년시절부터 신와르는 하마스 보안기구의 수장을 맡으며 이슬람 규범을 위반하거나 이스라엘 협력자들을 색출·처벌하는 일을 맡았다. 20대의 신와르는 팔레스타인 정보원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22년 간의 수감생활을 했다. 수감 중에 히브리어를 배우면서 적국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했던 반면, 수감생활 중에 남긴 신원정보(치과기록·DNA샘플)를 남기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이 신와르의 시신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신와르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였는데, 당시 최대한 많은 이스라엘인 인질을 확보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상대로 한 인질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인물로, 이는 그의 경험에서 나타났다. 2011년 이스라엘은 자국군인 1명을 교환받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00여명을 석방했는데, 그 중 신와르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외에 상주하던 하니예와 달리, 신와르는 가자지구 벙커에서 생활하면서 하마스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하니예가 죽은 지 2개월이 지난 2024년 10월 신와르도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되었다.
신와르가 죽기 얼마 전인 9월에는 베이루트(레바논 수도)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나스랄라(헤즈볼라 수장)이 폭사했다. 32년 간 헤즈볼라를 이끌어 온 나스랄라를 100개의 폭탄이 2초 간격으로 벙커를 뚫고 들어오면서 죽게 된 것이다.
대이란 직접공격으로 전환한, 이스라엘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끝판대장 이란과도 대치 중에 있다.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이 이란영사관(시리아 주재)을 미사일로 공격하여 16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미사일로 직접공격한 첫 사례라고 한다. 「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공관은 자국영토의 일부로 간주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군사적 강경노선을 선택했다. 아마도 지난 6개월 간의 하마스와의 전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국내여론 악화를 국외분쟁 확산을 통해 시선분산을 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간접공격(암살·파괴)은 지속적으로 감행되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보조직이 스스로 그러한 사실을 밝힌 적은 없다. 2010년 자택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에 장착된 폭탄이 원격으로 터지면서 마수드 알리모하마디(테헤란대 물리학과 교수)가 폭사한 이래로 이란 내에서 수 많은 과학자·엔지니어·군인 등이 암살을 당했다. 2018년 이후로는 폭탄이 장착된 드론으로 이란 내 시설이 여러 번 공격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공격하게 된 배경에는 2024년 1월 이란의 모사드 공격이 자리잡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모사드 첩보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했었는데,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최초의 공격이었다. 사실상 참전선포였으나, 이스라엘 영토 밖에서의 공격이었다.
직접공격에는 직접공격으로, 이란
키사스를 중시하는 이란도 이스라엘의 직접공격에 대한 보복을 해야 했을 것이다. 2024년 4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미사일 330여기를 발사한데 이어, 2024년 10월 1일에도 180기 가량을 발사했다. 무엇보다 4월 공격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이란혁명 이후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탄착지점으로 한 최초의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4월에는 재고미사일 내지 카이바르 셰칸을 발사한 것으로 보였지만, 10월에는 이스라엘 방공망이 더 많이 뚫린 만큼 파타흐-1을 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2022년 이란은 카이바르 셰칸(고체연료)을 공개했는데, 이는 사거리 1,450km에 달한다. 그 다음 해 2023년에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사거리 1,400km 가량의 파타흐-1(고체연료)이다. 파타흐(Fattah)는 「정복자·승리자」를 의미하며, 음속의 15배(마하 13~15)에 달하는 속도로 대기권을 넘나들면서 미사일방어망을 우회·타겟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란의 일방적인 발표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의 진위·스펙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타격단계에서 파타흐-1이 초음속 유지가 가능한지 여부도 의문이다.
참을 때까지 참은, 이란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을 꾸준히 자극해 왔지만, 근 1년 동안 이란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같은 축의 주요인사(하니예·나스랄라)의 사망을 기점으로 이란 내부에서도 강력보복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것이고, 그 결과가 10월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반격이 없다면 더 이상의 공격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현재 이란의 입장이 종교적 신념보다는 경제적 부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년 간 네타냐후는 반이스라엘 세력들과의 갈등을 통해, 트럼프(공화당)의 대선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네타냐후는 재러드 쿠슈너(트럼프 사위, 유대인)와 긴밀한 관계가 있어서, 재러드가 이스라엘의 대중동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1월 예정된 미국대선에서 해리스가 승리한다면, 이란에게 유리한 정세가 펼쳐질 수 있다. 따라서 대선까지는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을 것이고, 이스라엘은 이란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내고 싶을 것이다.
새로 당선된 이란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바라는 것은 석유의 정상판매일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란의 석유시설을 파괴한다면, 이란을 궁지에 몰릴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한 유가급등은 해리스(민주당)의 지지율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높다. 이란 원유생산량은 일 300만 배럴(전세계 생산량의 3%) 수준이며, 페르시아만에서 수출되는 원유·석유제품은 1,800만 배럴(전세계 생산량의 18%)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바로 위에 위치한 이란이 전쟁을 전개한다면, 페르시아만 원유수출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란은 전쟁을 중장기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유대인 맏사위, 재러드
2021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는 마이애미(플로리다주)에 어피니티에쿼니파트너스(AEP, Affinity Equity Partners)라는 PE를 설립했다. 주요 투자자는 다음과 같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
카타르 국부펀드
UAE 국부펀드
AEP가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약정금액이 5년 간(2026년 8월까지) 30억 달러에 달하며, 3년이 지난 2024년 7월 기준으로 11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알려진 투자대상회사는 쉴로모(이스라엘 자동차 리스·금융), 두비즐(UAE 부동산중개 플랫폼), EGYM(독일 헬스케어) 등이다. 문제는 3년 동안 투자금에 대한 수익배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체 투자금의 2/3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 투자금은 카타르·UAE가 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궈타이밍(폭스콘 창업자)도 투자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의 운용수수료(연간)는 투자금의 2% 내외인데, AEP의 수수료율은 2% 이하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쿠슈너의 세계적인 위상을 고려하면, 수익을 지급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펀드가 아닌 외국투자자들의 정치적 후원 채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11월 대선에 출마한 이상 이해상충의 이슈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모펀드는 펀드청산시점(펀드조성 후 6~7년)에 수익배분이 이뤄지는 것이 원론적이나, 현실에서는 3년이 안된 시점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배분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AEP도 수익배분시점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당선된다면, AEP·외국투자자 계약연장시점은 트럼프 임기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 된다. 투자자들은 계약연장을 조건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외교정책을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버금가는 부동산 가문, 쿠슈너
재러드 쿠슈너의 조부모(조셉·레이)는 나치의 습격을 피해 숨어 살던 유대인 집단거주지에서 만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다. 1949년 미국으로 건너 온 조셉은 목수로 자리를 잡았으며, 찰리(조셉 장남)는 쿠슈너컴퍼니(Kushner Companies, 부동산업)을 창업하면서 많은 공동주택·오피스·소매점을 소유하게 되었다. 트럼프와 비슷한 성공경로를 걸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재러드가 트럼프의 사위가 된 인연이 아닐까 싶다. 찰리의 4자녀(니콜·재러드·다라·조시)는 쿠슈너컴퍼니의 프로젝트현장 방문은 물론 중요한 거래계약을 보면서 자라왔다고 한다. 찰리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의 관계를 중시했는데, 2004년 탈세, 불법선거자금 기부, 그리고 목격자 매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14개월 간 징역생활을 했다. 조시(재러드 막내동생)도 벤처캐피탈(스라이브 캐피탈)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트럼프 개인의 정치생명과 더불어 트럼프 가문의 부에도 큰 영향을 주게끔 세팅되어 있다. 이스라엘 총리와 친분이 있는 트럼프의 사위가 현재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영향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유효기한은 2024년 11월 대통령 선거일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세계정세가 어떻게 세팅될 지를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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