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7일 아일랜드캐슬에 세로토닌센터(center for serotonin)가 개원했는데, 올해 만 90세인 이시형(센터장)은 정신의학의 권위자이자 명강사로 유명하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보면, 장암지하차도 입구 넘어로 성모양의 리조트가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아일랜드캐슬이다. 아일랜드캐슬은 의정부시 장암동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리조트로, 숙박시설(호텔 101실, 콘도 531실)과 8개의 연회장, 워터파크·온천을 갖추고 있다. 소위 수도권 북부 최대규모 복합리조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평소 유튜브를 통해 익숙한 강사가 아일랜드캐슬 내 센터를 열었다는 소식이 다소 의아했지만, 현재 소유자인 사모펀드가 엑시트를 위한 가치형성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일랜드캐슬은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실패사례로 유명한 케이스인데, 2025년 5월 전면재개장을 앞둔 아일랜드캐슬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온천수가 터져나온, 공장터
아일랜드캐슬은 과거 라전모방의 공장터였는데, 1964년 10월 설립된 라전모방은 고급직물(신사복지)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모방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모방(毛紡)은 털을 가공하여 털실을 만들거나, 털실로 모직물을 짜는 것을 말한다. 라전모방 창업주는 노준용으로, 사명은 노준용의 고향(경남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에서 유래했다. 참고로 노태우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은 노준용의 아들로, 1936년 마산부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3년 6월 남재우는 부도위기의 라전모방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정상화시켰다. 1940년 마산부 만정(현 동성동)에서 태어난 남재우는 마산고등학교·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고려모직·세진레이온에서 방직업 경력을 쌓았다.
지하철 7호선 기지창이 공장 인근에 들어서면서, 라전모방는 공장부지의 일부가 수용되었다. 1996년 염색공장에 사용할 새로운 지하수를 파던 중에 공업용수 대신 온천수가 발견되었는데, 통풍치료에 효과가 있는 중탄산나트륨형 온천수였다. 이는 독일 칼스바드(Karlbard)와 프랑스 비키(Vicky)의 온천수와 성분이 유사하다는 평가였다. 마침 모방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공장설 이전·매각을 검토 중이었던 나전모방은 1999년 사명을 「라전」으로 변경한 후, 종합온천레저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후 라전은 경기도 도시계획구역 내에서 최초로 온천개발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공장부지를 도심형 종합레저타운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2001년 라전이 문을 닫으면서 레저사업이 표류하게 되었다.
1964년 박흥식(화신그룹 창업주)이 일본 도레이에서 노후된 비스코스 인견을 제조하는 설비를 들여왔는데, 그 설비는 1940년대부터 사용된 중고장비였다. 이전 글 <경성에 신세계를 연, 미쓰코시>에서는 일제강점기 경성에는 5개의 백화점이 있었고, 이 중 유일한 조선계는 화신백화점이라고 언급했었다. 화신백화점의 대표가 박흥식이었다. 1966년 박흥식은 미금시 일대(현 다산 플루리움, 구 도농 부영그린타운)에 흥한화학섬유 공장을 설립·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운영 초기부터 경영부실로 법정관리(한국산업은행)를 받다가 인수되면서 사명이 세진레이온·원진레이온으로 변경되었다.
설립 이후 원진레이온은 노후기기에서 발생한 불순물(이황화탄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직원들이 가스중독으로 사망·장애가 발생하는 사태가 계속 되었는데, 이는 최악의 산업재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장애증상으로는 정신이상·언어장애, 반신/전신 마비 등이 있다. 1994년 원진레이온 폐업설비를 경매로 낙찰받은 업체가 라전모방이었는데, 이 설비들은 중국 화학섬유총공사에 다시 매각되었다. 중국의 공장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질병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차입형토지신탁으로 만들어진, 리조트
2006년 7월 착공한 아일랜드캐슬은 차입형토지신탁 방식으로 개발되었는데, 당사자는 다음과 같았다.
시행사 : 유니온브릿지홀딩스
시공사 : 롯데건설
신탁사 : 한국자산신탁
차입형토지신탁은 분양성과가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자금조달이 신탁사의 고유계정 차입으로 이뤄지는데, 높은 금리의 고유계정을 분양에 따른 중도금을 통해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탁사는 수주심의 과정에서 분양률 시나리오별 사업수지를 예상하게 되는데, 분양률이 낮을수록 사업수지는 크게 악화된다. 아일랜드캐슬은 예정보다 1년 가량 지연된 2006년 5월 건축허가를 득했으며, 분양은 2008년 1월에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분양시기도 최악이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분양경기가 위축되어 준공시점까지 한자리 수의 분양률(약 7%)에 머물렀다.
차입형토지신탁이라도 신탁사는 고유계정 차입한도를 두기 때문에, 분양에 따른 현금유입이 저조하다면 시공사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2009년 11월 준공되었지만, 공사대금 1,250억원대를 지급받지 못한 롯데건설은 7년 동안 유치권을 설정했다.
소송의 서막을 연, 휴게음식점
2011년 아일랜드캐슬 내 휴게음식점 용도의 단층 건축물이 경매로 나왔는데, 2013년 3월 코스모스(시설유지관리업)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2014년 11월 롯데건설은 나머지 건축물(호텔·콘도·워터파크 등)에 대하여 유치권에 기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그 다음달 개시결정이 내려졌다. 2016년 6월 진행된 6차 경매기일에서 어퍼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부동산관리·컨설팅업)가 441.1억원에 낙찰받았는데, 법사가격(2,616억원) 대비 1/6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2016년 5월 액티스캐피탈(AKTIS Capital, 홍콩계 사모펀드)은 한국법인 액티스코리아파트너스를 설립하였고, 다음 달에 어퍼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액티스코리아파트너스 자회사)가 아일랜드캐슬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1,021억원으로, 법원입찰가 441.1억원과 유치권을 행사 중인 롯데건설이 청구한 580억원 가량을 합친 금액이다. 낙찰 후 60일 내에 납부해야 하는 잔금은 PEF를 조성하여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 어퍼스트리트는 2년 간의 대규모 보수공사를 마친 아일랜드캐슬을 개장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누적방문객 100만명을 넘기는 선전을 했다. 하지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였고, 2020년 2월 COVID-19에 따른 행정조치로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당시 롯데건설의 「유치권 포기 및 양도 확약서」의 유치권 대상 부동산목록에는 휴게음식점 용도의 단층 건축물을 포함되어 있었고, 어퍼스트리트는 단층 건축물 외벽 주위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건물의 점유했다. 이에 2018년 코스모스는 어퍼스트리트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서 칸막이 철거 등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어퍼스트리트는 롯데건설이 가진 공사대금채권을 대위변제(502억원)했기에, 단층 건축물을 코스모스로 인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법원은 매점의 유치권이 부존재하다면서 코스모스의 청구를 인용하게 되는데, 롯데건설이 2011년 경매절차의 압류 효력 발생일 전에 유치권 행사의 일환으로 단층 건축물을 점유했다고 부인한 것이다.
이후 항소·상고도 모두 기각되면서, 어퍼스트리트는 아일랜드캐슬 계약과 관련하여 롯데건설에 지급한 부당이득(502억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023년 2월 어퍼스트리트는 일부승소를 하게 되는데, 판결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롯데건설이 유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어퍼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가 경매를 통한 매각대금 외 공사대금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고, 매각대금보다 공사대금 채무가 다액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으면 워터파크 중간 부분 휴게음식점 용도의 단층 건축물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 원고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사건 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법률상 또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원시적인 불능으로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자에 투자하는, 스페셜시츄에이션
액티스캐피탈(AKTIS Capial)는 2003년 홍콩의 투자은행(IB) 출신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홍콩계 사모펀드로, 주로 중국 본토와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를 집행해왔다. 홍콩계 액티스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 액티스(Actis)는 2004년 만들어진 영국계 사모펀드로, 1948년 개발도상국 민간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영연방개발공사(CDC)의 기금운용부문이 민영화한 것이다. CDC의 원래 명칭은 Colonial Development Corporation였으나, 1963년 Commonwealth Development Corporation로 개명되었다. 영국은 과거의 식민지(colonial)였던 영연방을 지금까지도 하나의 국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며, 신흥시장(아시아·남아메리카·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인프라·부동산·PE에 집중투자한다.
경매로 낙찰받은 아일랜드캐슬을 개장하기 위해서는 롯데건설의 유치권을 해결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액티스캐피탈은 1,230억 규모의 투자금을 조성했다.
선순위대출(330억원) : SS펀드
후순위대출(320억원) : PAG
에쿼티(580억원) : 액티스캐피탈
액티스캐피탈이 투자한 에쿼티는 정확하게 롯데건설에게 지급해야 할 공사금액과 같으며, 홍콩계 사모펀드인 PAG도 액태스캐피탈가 인바이트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시츄에이션 블라인드펀드(SS펀드, Special Situation Fund)는 우량임차인이 확보된 코어자산이 아닌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하자가 있는 부동산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2016년 10월 행정공제회·하나자산운용·PAG가 SS펀드를 조성한 바 있었는데, 행정공제회는 700억원을 투자했다. 선순위대출의 목표수익률은 5%대로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미 코어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대체투자처로 밸류애드투자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자산운용사가 발행한 펀드, 부실화
2005년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개의 은행(우리·한국스탠다드차타드)과 특정금전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만기일은 2010년 12월이고 신탁금액은 각각 150억원·100억원 규모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외국과의 교류사업을 시행하는 재단법인이다. 이전 글 <아직까지 계속되는 시행착오, 부동산신탁>에서는 금전신탁의 정의를 언급하면서, 은행에서 볼 수 있는 신탁상품 홍보는 거의 금전신탁이라고 했었다. 금전신탁은 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한 수익자의 지정 여부에 따라 특정금전신탁(지정)·불특정금전신탁(비지정)으로 구분된다.
2005년 골든브릿지자산운용는 아일랜드캐슬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담보로 발행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PF대출채권투자펀드(사모)를 설계·운용하였는데, NH투자증권이 판매를 담당했다. 펀드는 아일랜드캐슬에서 발생하는 다음의 재원으로 수익금을 분배하는 구조였다.
착공 이후에 발생하는 분양수입
준공 이후에 발생하는 운영수입
인·허가 내지 공사지연이 발생할 경우, 사업비(금융비용 포함)의 증가로 인해 펀드수익금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아일랜드캐슬의 경우 인허가 지연과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인해 개장이 중단되면서, 펀드수익금은 2010년 6월 분까지만 지급되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 펀드판매사
2016년 6월 아이랜드캐슬이 어퍼스트리트에게 경매낙찰된 이후에서야,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원금회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낙찰일로부터 1년 반 가량이 지난 2017년 11월에서야 다음의 4인을 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소가 249억원대)을 제기하게 된다. 소가는 펀드원금과 금전신탁보수 등에서 수익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산정했다.
펀드판매사 : NH투자증권
펀드발행사 :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금전신탁사 : 우리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원고는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했는데, 사업스케줄·투자위험·담보가치과 관련하여 허위·과장된 설명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투자자료와 재단의 전문투자자 지위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소멸시효(3년)도 도과했다고 반박했다. 소제기 후 2년 4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한국국제교류재단는 펀드의 발행자(골든브릿지자산운용)·판매자(NH투자증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승소(45.8억)했다. 판결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단 측에서 이전에 유사한 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으며, 되레 해외 및 대체투자에서 손실을 봐 전문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6차 경매기일에서야 비로소 투자금 회수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해 소멸시효를 지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투자신탁에 관해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지위에 있다. 관련 증거에 의하면 NH투자증권은 이 사건 펀드의 설정을 주도한 사실이 인정된다. 투자자 제안서, 펀드 상품설명서를 살펴보면 착공 및 준공, 개발사업의 지연위험성에 대해 오해를 유발하거나 균형성을 상실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 다만 사업규모 축소, 투자위험에 대해서는 허위·과장되게 설명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특정금전신탁계약을 체결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봤으며, 책임범위는 30%로 제한했다.
우리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재단 측에 개발사업의 사업성, 투자타당성 등의 투자제안서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실질적으로 펀드투자를 권유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들이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주의할 의무는 없다.
이 사건 펀드에 투자하지 않았을 경우 투자금 250억 전부를 안정적인 이자를 얻는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펀드의 상품안내서에 원금을 보장하지 않고, 중도환매가 불가능하며, 연 8.5%의 수익률이 써있는 것을 본다면 필연적으로 큰 투자위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일랜드캐슬이 악성PF로 분류되면서 대출원리금 회수가 묘연해지자, 판매했던 NH투자증권은 펀드투자자에게 104억원 가량을 변제했다. 이에 2023년 2월 NH투자증권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에게 구상금청구소송(소가 62.7억원)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한번 발생한 투자손실은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한때 의정부의 명소로 부상되었던 아일랜드캐슬이 무난하게 재개장하여, 지역경제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부동산·금융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점 존재감 잃어가는, 입주장 (1) | 2024.11.16 |
---|---|
미대선에 베팅하는 캠페이너, 중동 (7) | 2024.11.05 |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가산금리 (9) | 2024.10.16 |
제대로 사법리스크에 놓인, 부동산신탁 (10) | 2024.10.12 |
오래되고 실험적인 경제, 스웨덴 (8) | 2024.10.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