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는데, 금융회사에 내릴 수 있는 적기시정조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다. 아마도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초유의 사태라서, 이후의 진행경과·후폭풍에 대해서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무궁화신탁은 9월말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125%로 공시하였으나, 금융감독원은 현장검사 결과 69%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궁화신탁은 2025년 1월 24일까지 다음의 내용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자체 정상화 추진(유상증자, 자회사 정리 등)
인수·합병 계획 수립·이행(금융지주사 자회사 편입 포함)
영업용순자본 감소행위 제한
신규 6개월 영업정지(차입형·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금융위 사무처장의 발언을 읽을 필요가 있다. 우선 무궁화신탁이 추진하고 있는 최대주주 지분과 자회사(현대자산운용·케이리츠운용) 매각과 관련하여, 실효성 있는 매각안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무궁화신탁의 자체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3자 인수후보로 농협·수협·JB·DGB·BNK금융을 언급했다. 이들은 금융지주사들 중에 부동산신탁사가 없는 곳들로, 최근까지 농협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금완납이 되지 않더라도 계약금 내지 인수계약이 있을 경우에 승인할 것이며, 부실이연을 방지하기 위해 40일이라는 구체적인 기간까지 언급했다.
금융산업의 파수하는, 금산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은 금융기관의 합병·전환 또는 정리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을 지원하여 금융기관 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상황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금융기관의 일시적 유동성의 부족 등으로 금융의 중개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등을 위하여 신속하게 자금지원을 하여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산업의 균형있는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당국은 금산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위기대응 3단계 플로우를 구축하고 있다.
자체정상화
적기시정조치
부실정리
금산법에는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의 자체정상화와 부실정리계획 제도를 담고 있다. 여기서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SIFI,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ail Institution)」은 국내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선정된 금융기관을 말하는데, 금융위는 기능·규모, 다른 금융기관과의 연계성, 그리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매년 SIFI를 선정한다. 2024년도에 선정된 SIFI 10개사는 지주사(신한·KB·하나·우리·농협)과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로, 흔히 「5대 금융지주」로 일컫는 금융회사들이다.
선정된 SIFI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한 자체정상화계획(Recovery plan)을 작성하여 선정통보일로부터 3개월 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경영위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계획이다.
자본적정성·재무건전성 확보
인력구조·조직구조 점검
사업구조 평가, 핵심사업 추진
지배구조 평가·개편
기타 경영건전성 확보
금감원은 제출된 자체정상화계획을 예금보험공사에 즉시 송부함과 동시에,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3개월 내에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자체정상화계획을 바탕으로 부실정리계획(Resolution plan)을 수립하여, 6개월 이내로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부실정리계획은 SIFI가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해당 SIFI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이다.
금융기관 페널티, 적기시정조치
1992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적기시정조치제도는 금융감독당국의 경영실태평가를 바탕으로, 일정한 기준 이하로 악화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단계적으로 경고(시정) 조치를 시행하는 제도이다. 1998년 이후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대부분의 금융기관(일반은행·증권회사·투자신탁회사·보험회사·종합금융회사·상호저축은행·신탁회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이 대상이 되었다.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적절한 경영개선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강도는 권고<요구<명령 순이다.
경영개선권고 : 조직정비, 업무환경 효율화 등 권고
경영개선요구 : 감자, 위험가중자산 매각, 위험업무 취급 금지 등
경영개선명령 : 감자, 합병계획수립, 영업정지, 임원직무 일시정지, 계약이전 등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은행은 2개월 이내에 적기시정조치의 조치내용이 반영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여야 하며, 금융감독원장·금융감독위원회는 각각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에 대한 경영개선계획의 승인여부를 1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하다. 경영개선계획이 제출하면, 금융위는 최대 3개월 간 조치를 유예할 수 있다. 만약 경영정상화의 가능성이 없는 금융기관은 조기에 퇴출시킨다.
금융기관마다 다른 기준, 적기시정조치
이전 글 <금융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 건전성>에서는 비은행금융에 적용되는 건전성지표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2003년부터 부동산신탁회사는 NCR을 기준으로 적기시정조치제도가 시행되었는데,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른 단계별 조치기준은 다음과 같다.
경영개선권고 : NCR 150% 미만
경영개선요구 : NCR 120% 미만
경영개선명령 : NCR 100% 미만
적기시정조치를 적용하는 기준은 금융기관별로 다르며, 자본건전성의 악화 정도에 따라 세분된다. 자기자본비율(BIS) 기준으로 8%, 여신전문금융회사 7%, 상호저축은행 5%를 초과해야 한다. 2024년 11월 현재 금융위에서 몇몇의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시적 수준의 부실은 자체적 해결을 유도하겠지만, 부실규모가 업계에 영향을 미칠 말한 수준이라면 구조조정(M&A·대형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할 수 도 있다. 은행에 BIS를 기준으로 단계별 조치기준은 다음과 같다.
경영개선권고 : BIS 8% 이내
경영개선요구 : BIS 6% 이내
경영개선명령 : BIS 2% 이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리스크를 종합평가하는 차별화된 감독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리스크평가제도(RAAS, Risk Assessment and Application System)라고 한다. 또한 보험사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 Risk Based Capital, 지급여력비율)를 지표로 적용하는데, 단계별 조치기준은 다음과 같다.
경영개선권고 : RBC 50~100%
경영개선요구 : RBC 0~50%
경영개선명령 : RBC 0% 미만
적기시정조치(특히 경영개선명령)이 내려졌을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조치가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엄정히 경고한 금융기관에 대해 투자를 한다는 것이 왠만한 대담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금융위는 MG손해보험에게 경영개선명령을 내렸었는데, 유상증자를 약속한 대주주(MG새마을금고)는 10개월 만에 경영권 지분을 사모펀드에게 매각한 사례도 있다. 부동산PF시장의 부실후유증이 과연 어디까지 번질지에 대해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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