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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진화속도를 키우는, 항암제

by Spacewizard 202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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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에이즈와 함께 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지 않는 이상, 암과 그 치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2000년 이전은 1세대 항암제의 시대로, 대중매체에서 비춰지는 암환자의 이미지는 치료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시한부였다. 21세기 들어서는 항암제시장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2000년대는 2세대 항암제, 2010년대는 3세대 항암제가 개발·출시되면서 다양한 항암치료의 길을 연 것이다.

 

암이라 하면 보통 수술을 떠올리기 때문에 외과로 인식하기 쉽지만, 실제 수술 전후로 시행되는 선항암치료·후항암치료는 내과(혈액종양내과)에서 진료·처방을 받는다. 즉 암환자는 외과의보다는 내과의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항암제를 처방하는 혈액종양내과 [출처:한양대학교]

 

급속도로 발전하는, 항암제

 

1세대 항암제는 세포독성약물(항암화학요법)로, 세포 내의 DNA·미세소관(microtubule)을 표적으로 한다. 이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이러한 비선택적 작용은 많은 부작용을 나타냈다.

 

2세대 항암제는 표적항암제(target)로, 암을 유발하는 특정한 유전자·단백질·신호전달경로를 표적으로 한다. 약물이 암조직에 효과적으로 도달하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억제·제거함으로써, 세포독성약물과 달리 정상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다만 약물내성의 출현으로 인해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2001년 미국 FDA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로 글리백(Gleevec, 성분명 imatinib)을 승인하면서 표적치료시대가 열렸는데, 이후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표적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표적의 활성을 낮추는 억제제(inhibitor)로, 다음과 같이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 키나제를 표적

단클론항체 치료제 : 세포면의 단백질을 표적

 

3세대 항암제는 면역항암제(immune)로, 백혈구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 치료제이다. 기존의 항암제가 암을 직접 공격했던 것과는 달리, 인공면역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의 자극은 면역체계의 특이성(specificity)·기억능력(memory)·적응력(adaptiveness)을 증강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정확하고 지속적인 항암효과가 1세대의 부작용과 2세대의 내성을 개선시켰다. 다만 면역체계가 단클론항체를 외부물질로 인식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세포활성을 촉매하는, 키나아제

 

나제(kinase, 인산화효소) 고에너지 인산결합분자(가령 ATP)의 인산염(phosphate, 인산기)을 특정기질에 전달하는 인산화를 촉매하는 효소로, 세포활성의 신호전달체계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한다. 수백여 종의 키나제가 암세포의 발생·분화·생존에 관여한다. 키나제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암조직의 경우, 키나제억제제(KI, Kinase Inhibitor)로 효소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암의 성장을 억제·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 대부분의 KI는 항암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일부는 만성염증질환(관절염·폐섬유증)에도 적용된다.

 

세포들 간의 정보교환은 신호전달에 의해 이뤄진다. 외부인자(성장인자·신경전달물질·호르몬 등)의 신호분자(리간드)가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인식되면서 세포 내로 전달되고, 다양한 신호전달경로(signal transduction pathway)를 통해 핵 내로 전달된다. 핵으로 전달된 신호에 따라 다양한 세포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결합하다」는 의미를 가진 리간드(ligand)는 라틴어 리가레(ligare)에서 유래했는데, 참고로 스포츠단체의 연맹을 의미하는 리그(league)도 리가레에서 유래했다. 소분자(small molecules)는 분자량이 900 daltons 이하인 유기화합물을 말하며,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는 소분자는 세포 내의 표적(단백질·핵산 등)과 결합하여 표적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인자로의 역할이 가능하다. 신호전달경로을 표적으로 한 소분자KI는 표적의 세포신호전달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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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활성의 중심, 티로신

 

단백질키나제(PK, Protein Kinase)는 인산화를 통해 단백질의 활성화 과정을 촉진시키는 효소로, 이는 외부신호와 세포주기의 중요기전으로 작용한다. 인체 내 500개 이상의 PK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비정상세포(암세포 포함)의 성장·증식을 유도하기 때문에, 항암치료의 표적은 PK돌연변이된다. PK는 아미노산의 특이성에 따라 다음의 3가지로 구분되는데, 이 중에서는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가 가장 많이 개발된 상태이다.

 

티로신(Tyrosine) 키나제

세린-트레오닌(Serine-Threoinnine) 키나제

비특이적(dual KI) : 2종류 모두

 

세포는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세포외부에서의 자극을 인지한다. 수용체는 다음의 3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이를 모두 합쳐 수용체티로신키나제(RTK, Receptor Tyrosine Kinase)라고 한다.

 

세포외부 도메인(extracellular domain)

횡막 도메인(Transmembrane domain)

세포내부 도메인(intracellular domain) : 세포질 꼬리(cytoplasmic tai)

 

세포외부 도메인에 특정 리간드가 결합하여 TK가 활성화되면, 세포내부 도메인의 KT가 활성화된다. 이중체(dimer) 상에서 서로의 티로신을 인산화시키는 과정은 세포 외의 자극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된다. 대표적인 RTK로는 EGFR, VEGFR, PDGFR 등이 있다. 대부분의 악성종양은 세포의 신호전달체계가 과활성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은 다음의 과정들에 의해 유발된다.

 

수용체 내지 리간드의 과발현

RTK 염기서열의 돌연변이

TK가 비정상 활성 유발

 

RTK 염기서열의 돌연변이는 리간드·수용체 간의 결합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체적 활성으로 세포 내 성장신호가 전달될 수 있다. 비수용체티로신키나아제(nRTK, non-RTK)는 세포질 내부에서 인산화를 촉매하는 효소로, ATP의 인산그룹을 단백질의 티로신 잔기(residue)로 전달을 촉진시킨다. nRTK는 세포 내 기능에 관한 스위치 역할을 하면서, 세포의 성장·증식·분화·부착·이주·사멸 등을 조절한다.

 

조준 역할을 하는, 단클론항체

 

항원(Ag, Antigen)은 생명체 내에서 이물질로 간주되는 모든 물질로, 주로 병원균·바이러스이다. 항원의 자극에 의해 B세포에서 생성되는 항체(Ab, Antibody)는 항원과 특이적 결합을 하여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키는 당단백질로, 면역글리불린(Ig, Immunoglobulin)으로도 불린다. 항체는 4개의 폴리펩타이드(polypeptide) 사슬로 구성되는데, 2개의 동일한 중사슬과 2개의 동일한 경사슬이다. 중사슬(heavy chain)·경사슬(light chain)은 각각 440개·220개 가량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다. 포유류는 각자 다른 면역을 유발하는 5종류의 항체를 가지며, 항체는 전체 혈장(blood plasma)의 약 2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항체는 당 잔기(residue)를 가지고, 단백질에 당 측쇄(side chain)를 추가하는 과정은 당쇄화(glycosylation, 글리코실화)라 한다.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하나의 항원(표적)에 대해서만 반응을 하는 항체이다. 항암제에 단클론항체를 결합하면, 정상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의 활성화를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치료법으로는 항체약물접합제(antibody-drug conjugate)가 있는데, 표적치료제에 세포독성항암제를 부착함으로써 차단·억제에 그치지 않고 수용체 자체를 파괴하게 된다.대표적인 단클론항체는 다음과 같다.

 

세툭시맙(cetuximab, 표적 EGFR) : 결장암·두경부암

리툭시맙(rituximab, 표적 CD20) : B세포림프종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 표적  HER2) : 유방암·위암

퍼투주맙(pertuzumab, 표적 HER2) : 유방암

베바시주맙(bevacizumab, 표적 VEGF) : 대장암·폐암·신세포암

 

항암시장을 주도하는, 다국적 제약회사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는 얼비툭스(erbitux, 성분명 세툭시맙)를 보유 중이며, 로슈가 보유 중인 표적항암제의 주요 제품라인은 다음과 같다. 1891년 머크(Merck&Co)독일 머크그룹의 미국지사로 설립되었는데, 머크그룹은 1668년 약구에서부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학제약기업·가족기업이다. 이미 1920년대부터 가문일원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채로, 이사회를 통해 비전을 제시·실현하고 있다. 머크는 2개의 위원회(가족위원회·파트너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은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하는데, 가문일원과 외부전문자를 혼합하여 구성한다. 머크의 최고경영진은 파트너위원회에서 선임되며, 전문경영인은 독자경영이 보장된다.

 

1896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로슈(Roche)는 1990년대 이후 다음의 제약회사를 인수했다.

 

1994년 신텍스(Syntex)

2002년 주가이(Chugai)

2009년 제넨텍(Genentech)

 

주가이는 로슈와 타미플루(항바이러스제) 생산을 협력하다가 인수되었으며, 2009년 제넨텍을 인수한 후 자회사로 두면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당시 제넨텍은 허셉틴·아바스틴·리툭산·루센티스을 보유 중이었다. 2010년대부터 로슈의 주도 아래 피인수기업들이 협력하여 많은 약물을 개발하였다. 항암치료제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다음의 표적항암제 라인을 보유 중이다.

 

젤로다(Xeloda, 성분명 카페시타빈)

맙테(Mabthera, 성분명 리툭시맙)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퍼제타(Perjet, 성분명 퍼투주맙)

캐싸일라(Kadcyla, 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

타쎄바(Tarceva, 성분명 엘로티닙)

젤보라프(Zelboraf, 성분명 베무라페닙)

폴리비(Polivy, 성분명 폴라투주맙)

 

지난 20년 이상 항암시장은 세대를 변천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향후 그 발전속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AI로 무장한 빅테크가 신약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암도 감기처럼 낫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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