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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호르몬 뿐만 아닌, 유방암

by Spacewizard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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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哺乳類)는 진화과정에서 끊임없이 유방암에 시달려 왔을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MBC 드라마 「닥터진」에서도 진혁(송승헌 분)이 영래낭자(박민영 분)의 유방암 여부를 촉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대의술을 수련한 의사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유방암의 실체를 모른 채 대책없이 죽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유방(乳房)은 워낙 복잡한 조직들(유관·유선·지방 등)으로 이뤄져 있어서, 종양의 진단·처방이 의사마다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전공·경험에 따라 초음파 관찰·분석역량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유방만을 전문적으로 보는 유방영상의학과·유방외과의 진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오늘은 유방암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유방암 분류, 3가지

 

이전 글 <합법화 추세라지만 아직 애매한, 대마>에서 수용체(receptor)는 모든 세포막에 끼워져 있는 작은 단백질로, 특정물질과 퍼즐조각 맞추듯 결합하면서 세포 내의 변화를 주도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세포의 변화(분화·분비·변형)는 수용체 결합이 세포 내의 DNA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유방암(breast cancer)아형(亞形, subtype)은 발현되는 수용체에 따라 아래의 3가지로 분류된다.

 

호르몬 양성 : 2가지 호르몬 수용체
허투(HER2) 양성 : HER2(표피성장인자수용체2)
삼중음성

유방의 구조 [출처:담소유병원]

기본적인 아형, 호르몬 양성


대부분의 유방암세포는 유엽(소엽)·유관에서 발생하며, 지방에 의해 결정되는 유방의 크기와는 연관성이 낮다. 젖은 유엽에서 생성되어, 유관을 따라 유두로 운반된다. 전체 유방암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호르몬양성은 가장 순한 타입에 속한다. 호르몬 양성은 다음의 2가지 수용체를 발현하는 암으로, 이들 호르몬수용체는 난소에서 분비한 여성호르몬에 단백질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진다.

 

에스트로겐수용체(ER, Estrogen Recepto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Progesteron Receptor)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은 단연 에스트로겐이며, 이는 유관상피세포를 분열·증식시키는 기능을 한다. 세포막에 과다생성된 ER에 에스트로겐이 과다결합하면서 과다증식된 유관상피세포의 일부가 돌연변이(mutation)를 일으키면서 암세포가 된다. 비교적 순하고 천천히 자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선행항암(선항암)의 효과는 덜하다.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분열속도가 빠른 세포들부터 공격하게 된다. 물론 호르몬 양성이라 하더라도, ki-67이 높다면 선항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암의 공격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Ki-67가 활용되는데, 20% 이상을 공격적인 암으로 판단한다. Ki-67항원은 10번 염색체(MKI67 유전자)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로, 세포증식과 rRNA 전사에 관여한다. 이전 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기원, 생명체>에서는 RNA의 주된 유형으로 3가지(mRNA, rRNA, tRNA)가 있으며, DNA가 RNA를 통해 유전정보를 옮기는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이라고 언급했었다. Ki-67항원은 독일의 도시 킬(Kiel)에서 진행된 림프종 연구 중에 연구용 접시의 96개의 구멍 중 67번째 구멍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를 따서 Ki-67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여성암인 만큼 결국, 여성호르몬

 

이전 글 <과유불급이 무색한, 비타민C>에서는 2021년 암종별 발생현황을 통해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유방암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과거에 비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근 들어 유방암 환자가 많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생애생리기간이 길어지는 요인으로는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적은 출산, 늦은 임신을 들 수 있으며, 여러 사회경제적 이유로 비혼·저출산이 추세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젊은 여성들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생리 중에는 평소 대비 최대 18배 가량의 에스트로겐이 분비되기 때문에 생애생리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위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6학년 한반에서 초경을 시작한 여학생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여학생의 수가 손에 꼽힌다고 한다. 이전 글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암, 병기>에서는 암환자 수의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라고 언급했는데, 일각에서는 COVID-19 백신의 부작용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PR 양성은 ER 양성보다 비교적 예후가 좋으며, PR이 ER과의 상호작용으로 유방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신기간 중에는 생리를 하지 않아도 에스트로겐의 체내농도가 조금 높아지긴 하지만, 훨씬 높은 농도의 프로게스테론이 에스트로겐의 세포증식을 억제한다.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들이 유방암 발생위험이 낮은 이유도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기도 하지만, 모유생성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양성도는 만점(8점)에 가까울수록 숫자가 높을수록 강하며, ER·PR이 0~2점일 경우 허투양성·삼중음성일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 양성도가 강할수록, 호르몬치료제(타목시펜·페마라 등)의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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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척지, 삼중음성

 

삼중음성유방암은 3개의 수용체(ER·PR·HER2)로 발현되지 않은 아형으로, 전체 유방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20%에 불과하다. 젊은 여성층(40세 이하)에서 높은 유병율을 보이고 있는 삼중음성은 가장 공격성이 높은 아형으로, 전이·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높은 전이율(뇌전이 30%, 폐전이 40% 가량)로 인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수용체가 있는 다른 아형들은 호르몬요법·표적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용체가 발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세포독성치료(항암화학요법)가 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또한 다약제(polypharmacy) 내성, 낮은 반응률 등의 한계가 있다.

 

현재는 삼중음성에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Pembrolizumab)가 항암화약요법과 병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2023년 트로델비(성분명 Sacituzumab govitecan)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키트루다·트로델비 모두 비급여로, 경제적 부담이 매우 높은 신약이다. tvN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신차일(신하균 분)이 배온건설 김차장(현봉식 분)의 자살로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차장의 자살배경에는 윗선으로부터 받기로 한 큰 돈이 있었다. 김차장은 유방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가 필요했던 것인데, 이 때 대사 중에 삼중음성 타입이라는 대사가 있었다. 작가는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아형이 삼중음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나보다.

 

유방암의 병기

 

이전 글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암, 병기>에서는 전통적인 병기와 함께 새로운 개념을 담은 구분을 언급했었다. 유방암은 종물크기, 원격전이(뼈·폐·간·목림프절 등) 여부, 액와(腋窩,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여부로 병기가 결정되는데, 2018년 한국유방암학회의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0기(생존율 98.3%) : 상피내암(비침윤성)
1기(생존율 96.6%) : 2cm 미만(림프절 전이 없음)
2기(생존율 91.8%) : 5cm 이상(림프절 전이 없음), 2~5cm(심하지 않은 림프절 전이)
3기(생존율 75.8%) : 5cm 이상(림프절 전이), 5cm 미만(심한 림프절 전이
4기(생존율 34.0%) : 원격전이

 

유방암 0기에는 관상피내암·소엽상피내암이 있으며, 이는 악성종양이 아닌 양성종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다만 관상피내암은 1~2기 치료에 준하는 수준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침윤성(浸潤性)암세포가 상피 외 유방조직을 침범한 경우로, 침윤성의 가장 초기단계인 1기는 재발·전이가 적다. 조직학적 등급은 아래의 3가지 요소를 가지고 3등급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예후와도 연관되며 3단계로 갈수록 암성질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형성(tubule formation)

핵이형성(nuclear pleomorphism)

유사분열수(mitotic counts)

 

절제수술에서 암세포가 있던 자리와 절제면 간의 사이를 절제마진(surgical margin, 안전마진)이라고 한다. 마진은 암조직의 바깥 쪽의 암세포와 절제경계면 사이의 거리로, 통상 1~2mm 이다. 절제면에 암세포가 없다면, negative(free)로 표시된다. 유방암의 예후는 선항암·수술 이후의 완전관해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삼중음성에서 더 신경써야 한다. 관해정도는 RCB(Residual Cancer Burden)로 나타나는데, 3등급으로 갈수록 잔류종양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이다. 0등급은 완전관해(PCR, Pathologic Complete Response)이다.

 

HER2는 세포증식과 관련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수용체)로, 과잉활성화로 인해 유방암 발생인자로 작용한다. 호르몬·허투 모두 양성을 보일 경우에는, 삼중음성과 대비하여 「삼중양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든 암이 마찬가지지만, 유방암도 발병요인이 워낙 복합적이다. 40세부터는 6개월 주기로 로컬전문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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