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유방암에 취약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동양여성들은 가슴 사이즈가 작음에도, 불규칙하고 치밀한 유방이 많은 편이라 유방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여성도 70% 가량이 치밀유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유방암의 아형 중 하나인 허투(HER2)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실질조직이 과한, 치밀유방
유방조직은 다음의 2개로 구분된다.
실질조직 : 유선·유관 등
지방조직
유방촬영술(X선)에서는 실질조직의 비중에 따라 4단계의 구분을 하는데, 이 중 치밀유방은 실질조직이 각각 50%·75%를 초과하는 3~4단계를 말한다. 치밀(緻密)은 빽빽하다는 의미의 두 한자어가 합쳐진 만큼, 치밀유방은 유즙(젖)을 생산하는 유선조직량이 많고 촘촘한 반면, 지방이 적은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치밀도가 높을수록 발암위험이 상승한다는 것인데, 4단계 치밀유방이 저밀도(실질조직 10% 미만) 유방에 비해 10년 내 유방암 발병률이 4~6배 가량 높다고 한다.
또한 치밀유방은 유방암 진단도 어렵게 하는데, 이는 지방조직과 달리 실질조직·종양은 X선이 투과하지 않아 하얗게 나타난다. 그래서 임상·판독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은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X선은 미세석회로 발견되는 암을 찾아내는데 활용도가 매우 높지만, 치밀유방은 유방초음파도 병행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유방초음파는 방사선에 대한 노출위험이 없고, 검사민감도가 높아 X선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방암 병변을 찾을 수도 있다.
조기유방암의 표준치료, 부분절제
「근치적 유방절제술」은 유방전체와 함께 유방 아래의 가슴근육(흉근)를 한 덩어리로 절제하는 수술법으로, 19세기 후반 미국의 홀스테드(Halsted)·마이어(Meyer)에 의해 알려졌다. 근치(根治, radical)적 수술은 완치를 목적으로 암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인 반면, 고식(姑息, palliative)적 수술은 암으로 인한 증상을 호전시키는 수술로, 암조직의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다. 이후 「변형근치 유방절제술 : 전절제술」로 발전하게 되는데, 흉근은 남겨둔 채로 유방전·액와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이전 글 <호르몬 뿐만 아닌, 유방암>에서는 유방암 병기가 종물크기, 원격전이, 그리고 액와림프절 전이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언급했었다.
1960년대 이후 방사선 치료의 발전과 함께 「유방보존술 : 부분절제술」만으로도 전절제와 유사한 수준의 재발율·생존율이 나타남이 밝혀졌다. 부분절제는 암의 주변조직만을 충분히 절제한 후, 나머지 유방에는 방사선 치료를 실시한다. 오늘날 조기유방암의 표준수술 방식으로 자리잡은 부분절제는 다음의 조건에서 가능하다.
암조직이 유방의 1군데 위치
암조직 크기가 유방에 비해 작음
암조직 크기 3cm 이하
암조직과 유두 간의 거리 2cm 이상
국소적 미세석회화
EGFR의 일종, HER2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는 RTK 중에서 가장 최초로 밝혀진 성장인자수용체로, 상피세포의 표면에서 발현된다. 2003년 이레사(Iressa, 성분명 Gefitinib)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승인되었는데, EGFR-TKI였다. 이합체(dimer, 이량체)는 동일한 2개의 분자가 중합되어 만들어진 물질로서, 주로 비교적 강한 수소결합에 의해 형성된다. 세포 외부도메인의 EGFR에 리간드가 결합하면 이합체가 되면서, 하위의 신호전달체계가 활성화된다. 이후 세포성장신호가 경로를 통해 세포내부로 전달되면서, 세포의 증식·생존·전이 및 혈관신생 등이 활성화된다.
EGFR의 과발현으로 인한 암종은 주로 결장암·폐암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EGFR-TKI는 EGFR 세포 내부도메인의 TK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면서 하위신호경로를 차단시키는데, ATP의 결합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EGFR는 다음 4종류의 HER(Human-EGFR)로 구분된다.
HER1
HER2
HER3
HER4
AC보다는, TC
유방암 항암보조요법은 다음과 같이 3세대로 구분되는데, 현재는 2·3세대 약제를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와 병용한 AC요법와 TC요법이 쓰이고 있다.
1세대(C) :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 5-FU(5-Fluorouracil)
2세대(A) :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 → (약제) Adiriamycin, Epirubicin
3세대(T) : 탁산(Taxane) 계열 → (약제) Docetaxel, Paclitaxel
과거 유방암 항암화학요법의 보험급여는 '림프절 양성' 유방암에만 편중되어 있었으며, 미국·한국에서 category1으로 권고되던 TC요법도 림프절 양성 유방암에서만 제한적으로 보험급여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2015년 4월부터 림프절 음성 유방암을 포함하여 수술가능한 조기 유방암 환자(종양크기 1~7cm)의 수술후보조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보험급여기준이 확대되면서, 유방암 치료에 TC요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AC(2세대 병용)에서 2세대(A)가 이중나선구조로 암세포의 복제로 인한 빠른 성장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지만, 환자가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심했다. 탈모·울렁증·심독성(심근괴사), 중추신경계 부작용과 함께 헤모글로빈·백혈구·적혈구 수치를 크게 낮췄다. 특히 심한 골수억제로 인해 골수회복 과정에서 2차성 백혈병 위험도 있었다. 일정 용량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이는 체내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TC(3세대 병용)에서 3세대(T)는 부작용(근육통·붓기, 백혈구수치 감소 등)이 상대적으로 덜 하고, 감소된 백혈구수치를 올려주는 조혈모세포성장인자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효과 좋은 표준치료, 표적항암제
완전관해지표(pCR)는 조기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활용되는데, 완전관해 상태에 도달했을 경우 재발률·사망률이 절반 이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 글 <호르몬 뿐만 아닌, 유방암>에서 유방암의 예후는 선항암·수술 이후의 완전관해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삼중음성에서 더 신경써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완전관해는 조직학적으로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의미이지만, 재발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암세포 표면에 HER2단백질이 과발현될 수 있는데, 유방암·위암의 10~30%는 HER2유전자의 이상이라고 한다. HER2가 과발현된 유방암에서는 표적항암제(허셉틴·퍼제타)의 병용이 매우 효과적인데, 작용방식의 차이로 인해 병용시너지가 높기 때문이다. 허셉틴은 HER2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로, 과발현된 HER2에 결합하여 활성(신호전달)을 방해한다. 퍼제타는 허셉틴과 다른 부위의 HER2를 표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상호보완적 작용은 HER2 이합체화를 강력하게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지연시키게 된다. HER2와 관련한 항체약물접합체(ADC)에는 캐싸일라(성분명 Trastuzumab emtansine)·엔허투(성분명 Trastuzumab deruxtecan)가 있다.
효과는 강력하지만 여전히 비싼, 퍼제타
2019년 5월 조기 HER2양성 유방암환자의 선행화학요법 표준치료에서 퍼제타 병용투여시에 선별급여를 통해 환자부담률이 30%까지 줄었고, 이는 실손보험(통원)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 이전까지는 세포독성항암제 AC(Adriamycin+Cyclophophamide)를 투여 후 탁산·허셉틴을 병용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퍼제타의 선별급여 적용은 HER2양성 유방암환자의 치료패러다임은 완전히 변화시켰는데, 선행화학요법에서 다음의 4가지 약제를 6회 투약하는 「TCHP요법」이 정착했다.
탁산(Taxane)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Trastuzumab)
퍼제타(Perjeta, 성분명 Pertuzumab)
30%의 본인부담률에 비용부담을 가지는 환자는 AC·허셉틴 병용요법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조기 유방암의 최초 치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TCHP요법의 가성비(내지 가심비)는 많이 높아졌다. 재발된 유방암은 항암치료 반응이 낮을 뿐 아니라, 예후도 불량하여 치료가 어렵다. 재발 이후에는 암치료의 목적이 완치가 아닌 생명 연장 내지 삶의 질 유지로 낮아진다. 외과의사는 최초 상담에서 TCHP의 완전관해율에 대한 설명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설명을 들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TCHP를 선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외과의사가 TCHP의 완전관해율이 50% 가량된다고 말하였으며, 다른 통계에서는 65~80%로 보기도 한다.
수술 후 완전관해가 확인되었더라도, 여전히 15% 가량은 재발위험이 남아 있다. 재발위험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허셉틴·퍼제타 병용전략이 효과적이지만, 문제는 수술후보조요법에 사용되는 퍼제타는 비급여로 전액 환자부담이다.
암환자는 병에 걸리면서 신경 쓸 것이 여러가지인데, 현재까지의 유효약물과 재발율 외에도 금전부담이다. 흔히들 암환자는 중증질환자로 등록되니 의료비가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급여화되지 않은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는 여전히 집안 기둥을 뽑을 만큼 비싸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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