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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법

중국에서 현지화된, 불교

by Spacewizard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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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불교는 인도에서 탄생하여, 중국으로 전래되었다. 한반도의 불교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AD 67년경 후한 효명제대, 서역불교가 중국에 최초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가 전래될 당시 중국에는 이미 유학·도교가 있었는데, 2세기 후반 서역·인도에서 들어온 역경승에 의해 불경이 한역되었다. 이후 인도 등지에서 온 승려들에 의해 불교경전이 한역(漢譯)되었다. 중국 고유의 철학개념(유교·도교)을 바탕으로 인도불교를 해석한 중국의 초기불교를 격의불교(格義佛敎)라 하는데, 격의(格義)이질적인 타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자문화를 빌어 방편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중국불교를 이해하기 위한, 인도불교 

 

6세기까지 인도불교의 주류였던 부파불교(소승)는 실천보다는 경전·승려 중심의 경향이 강했는데, 이는 교학(敎學)의 발전을 가져왔었다. 결국 종교도 그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세(신도수)를 펼쳐야 하는데, 소승불교로는 신도를 모으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천 위주의 대승(대중)불교가 필요했다. 당시 대승불교의 주류는 다음 2가지였다.

 

(空) 사상 : 중관학파

유식(唯識) 사상 : 유가유식학파

 

대승불교에서의 (空)의 핵심은 연기에 의해 생겨난 사물은 자아·자성·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초의 대승경전 「반야경」에서 공의 의미가 본격적으로 강조되었는데, 반야경 중 하나인 「반야심경」은 일체법을 공이라고 관찰했다. 공의 관찰은 반야바라밀다를 실천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일반적 인식단계가 아니라 반야(지혜의 완성)에 도달한 경지에서 얻어진다고 전한다. 반야(般若)는 학습이 아닌 직관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지혜(智慧)를 의미하며, 범어 프라즈냐(praja) 내지 팔리어 빤냐(paññā)를 한역한 말이다. 공은 반야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며, 반야는 공성의 인식상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지혜이다.

 

자칫 공은 기댈 곳 조차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허무론적 견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허무론적인 견해를 가진 반야의 공사상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 유식사상이다. 유식(唯識, 오직 식만 존재) 사상은 (識, 마음) 외에는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으며, 마음에 의하여 모든 것이 창조된다는 불교교리이다. 아무 것도 없다는 공의 허무성을 시정하기 위해, 식을 도입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식이며, 사물은 식의 그림자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실재가 아닌, 마음에 의해 보이는 것이다.

 

격의불교를 벗어난, 중국화된 불교

 

남북조시대 도안·혜원은 중국불교의 기초를 다졌고, 중국으로 건너 온 쿠마라지바(구마라집)이 경전(소승·대승)을 한역하면서 격의불교의 한계를 극복했다. 구마라집은 구자국(현 신장 쿠차) 출신으로, 후진시대 장안에 와서 300여권의 불교경전을 한역했다. 그의 번역서는 불교보급에 공헌했으며, 최초의 삼장법사로 불린다. 이후 현장 외에도 수 많은 인도·서역·중국의 승려들이 경전을 번역했다. 처음에는 한역된 경전 중심으로 중국화된 불교가 정립되었는데, 이후 선(禪)이 발전하면서 어록 중심으로 발전했다. 중국 불교에는 다음 8개의 종파가 만들어졌다.

 

정토종(淨土宗) : 5세기 초, 남북조(혜원·담란)

삼론종(三論宗) : 6세기 초, 남북조(승랑)

선종(禪宗) : 6세기 초, 남북조(달마)

천태종(天台宗) : 6세기 말, 남북조(지의), 국청사

남산율종(南山律宗) : 7세기 초, 당나라(도선), 종남산

화엄종(華嚴宗) : 7세기 중, 당나라(두순·지엄·법장), 지상사

법상종(法相宗) : 7세기 중, 당나라(현장·규기), 자은사

밀교(密敎) : 7세기 중, 당나라(선무외·금강지)

 

삼론종·천태종·화엄종·법상종은 이론을 강조하는 반면, 정토종·선종·율종·밀종은 수행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정토종은 남북조시대 혜원(동진)이 기초를 다졌고, 담란(북위)이 창시한 현실적·실천적 성격의 종파이다. 오직 아미타부처에 대한 염불(나미아미타불·아미타불 등)을 강조한 대승불교 종파로, 민중들에게 염불을 외어 서방극락정토(西方極樂淨土)에 왕생(往生)하여 깨달음을 얻는다고 설했다. 대중적이고 수월한 수행방식을 내세운 것이다. 인도인은 현실보다 내세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성격을 가진 반면, 중국인은 현실에서 깨달음·행복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정토종은 중국인의 현실적인 성격과 함께 민간신앙까지 원용하여 나타났다.

 

삼론종은 삼론을 경전으로 삼아 (空)을 탐구하는 종파로, 삼론은 인도 용수(龍樹)의 중론(中論)·십이문론(十二門論), 제바(提婆)의 백론(百論)이다. 천태종은 지의가 주석했던 천태산(天台山)에서 유래했는데, 화경(妙法蓮華經, 법화경)을 근본경전으로 하여 법화종(法華宗)이라고도 한다. 또한 지관수행을 강조하여 지관종(止觀宗)으로도 불렸다. 다음의 지관(止觀)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고 한다.

 

지(止, 선정) :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

(觀, 지혜) : 실상(實相, 있는 그대로의 진리)을 관찰하는 수행

 

천태종은 일심삼관(一心三觀, 한 마음에 3개의 관법)을 강조하였고, 교관쌍미(敎觀雙美)가 유명하다. 교관쌍미는 교리연구와 더불어 지관의 실제수행을 결합한 것이다. 9세기 초 최징(일본승려)이 일본에 천태종을 전파한 이후, 일본불교의 중요한 종파가 된다.

 

율종(律宗)은 계율을 중요시하는 종파로, 율학의 단계에 그쳤던 율장을 격상시킨 것이다. 남산율종은 사분율(四分律)을 중심으로 계율의 엄격한 준수를 강조하되, 누락·부족한 부분은 다른 율에서 보충했다. 출가자의 규범적인 삶을 강조하였으며, 훗날 남산율종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장이 인도의 유식사상을 중국에 소개한 후, 유식사상에 자극을 받아서 법상종·화엄종이 생겨났다. 화엄종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기반으로 교학을 형성한 종파로, 법계연기의 개념을 기초로 우주론적 세계관을 강조한다. 우주만물은 서로가 원인이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고, 부처·중생도 둘이 아닌 하나로 본다. 규기(현장 제자)는 자은사(慈恩寺)를 중심으로 법상종(자은종)을 하나의 종파로 성립시켰다. 

 

밀교(密敎, 밀종)은 부처의 깨우침(진리)를 직설적이면서도 은밀히 비밀리에 표출시킨 종파로, 인도의 탄트라(Tantra) 불교에 전래되어 발전했다. 밀교는 비밀스럽고 상징적인 수행법을 강조하면서, 진언을 사용하여 진언종(眞言宗) 이라고 한다. 진언(眞言)은 범어 만트라(비밀스런 주문)의 한역어이다.

 

불교계의 대석학, 삼장법사

 

삼장을 통달한 승려를 삼장법사(三藏法師)라고 한다. 흔히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쥐락펴락하는 인지한 승려로 인식되어 있지만, 고유명사는 아니다. 삼장(三藏, 불경의 3요소)은 다음과 같다.

 

경장(經藏) : 불교경전

율장(律藏) : 종단계율

논장(論藏) : 경전·계율을 다룬 논문

 

삼장을 통달한 승려는 매우 드문데, 이는 분량 자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불경원문을 구하고 공부하기 위해 서역·천축국으로 떠나, 학습한 삼장을 번역하여 중국에 전파한다는 것은 당시로는 대단한 석학이었을 것이다.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법사의 모델이 된 현장(玄奘)법사는 당태종 시대의 승려로, 인도에서 17년 간을 지낸 삼장법사였다. 구마라집·현장을 2대 대역성(大訳聖)이라 하며, 이후 중국에서는 많은 삼장이 등장했다.

 

대나무가 빽빽한, 천축국

 

천축(天竺)은 중국인들이 부르던 인도의 옛 이름으로, 인더스강을 의미하는 미얀마어 「턴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라 혜초(慧超)가 저술한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서의 여행경로는 중국 남해안을 시작으로 캄보디아·미얀마·말레이시아를 뱃길로 거쳐 뱅골만(인도 동부)에 이르렀는데, 3달 가량 걸렸다고 한다. 천축의 5개 지역의 순례를 마친 혜초는 인도 서부를 시작으로 북부의 실크로드로 중국에 귀환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난 지역에서 생을 마무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혜초는 신라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여행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천축에 관한 또 다른 유래로는 르완다어 템베라추카(tembera cuka, 대나무가 널린 곳)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천축국(天竺國)은 대나무숲이 우거진 지역 전체를 의미한다. 현재의 중국 남서부(사천성·운남성), 인도 동부, 그리고 동남아시아(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이 해당된다.

 

신라 혜초의 여정 [출처:나무위키]

혜초는 석가모니의 흔적을 찾아서 인도로 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 글 <금수저를 스스로 놓은, 싯다르타>에서는 석가모니가 붓다가 되는 과정을 상세히 언급했다. 혜초는 인도 동부지역의 구시나국에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구시나가라」를 순례한 후, 파라날사국에서 다음의 석가모니 흔적들을 둘러봤지만, 모두 황폐화된 상태였다고 한다.

 

룸비니 동산 : 석가모니 탄생지

부다가야 : 석가모니 성불처

사르나트 : 석가모니 설법지

 

학창시절 천축국과 혼동했던 서역(西域, 서쪽 지역)은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중국 포함)이 서쪽을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시대에는 현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지칭했으며, 그 지역민들을 서역인이라 했다. 훗날 서역인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인도인·중앙아시아인·중동인·유럽인·아프리카인까지 서역인이라 불렀다.

 

격의는 타문화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일시적·초기적인 현상인데, 불교사상 원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등한시된 채로 본래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폐단을 낳았다. 불교는 원래 현실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 입장을 가지는데, 격의불교는 도교 특유의 무위적·도피적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중국에 정착한 불교교리가 후대의 성리학(송), 양명학(명), 그리고 도교 의례·교리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중국불교의 교리 발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2개의 종파가 천태종·화엄종이다. 고려시대 들어 2대 교종 종파로 자리잡은 것은 자은종·화엄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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