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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두렵기에 대비하는, 치루

by Spacewizard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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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시작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은 늦은 가을, 항문 바로 옆에서 딱딱함이 느껴졌다. 뭔가 성냥 같이 길쭉한 느낌의 딱딱함이었는데, 처음에는 여드름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다음 날에 오한과 함께 깊은 통증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민감한 부위인 만큼 인터넷으로 여러 항문외과를 검색한 후, 남부터미널 근처의 한 항문외과를 방문하였다. 의사는 한눈에 치루로 진단했고, 당일 바로 치루수술을 받았다. 이후 약 3년 동안 2번의 치루수술을 더 받아 총 3번의 치루수술 경험이 있으며, 이러다 몇 개 없다는 항문샘들이 다 감염되는 거 아닌가를 걱정했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10년 넘게 치루는 찾아 오지 않았다. 사실 첫 치루수술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항문은 원래 더러운 곳으로 여겨져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러한 무관심과 그로 인한 관리소홀이 항문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주된 요인임을 알게 되었고, 치루수술 이후로는 항문·대장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여기서는 치루를 방어하는 나의 3가지 루틴을 말해본다.

치루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항문농양

치루(痔瘻, anal fistula, 항문 부스럼)항문 주위의 농양이 오래되면서 항문 내부와 외부 간에 고름길이 생긴 경우를 말하는데, 주로 20~30대에서 많이 생기는 편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3배 가량 높다. 아무래도 염증질환이다 보니, 치루를 오래 방치하는 경우에는 매우 드물게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항문 내 치상선 부위에는 항문샘이 4~12개가 있는데, 배변 시 항문샘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항문벽의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항문농양은 항문샘의 입구를 통하여 세균이 침범하여 염증을 일으키게 되면 항문 주위에 고름이 차는 상태를 말하는데, 대개 항문 주위가 부으면서 열감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심한 통증이 수반되면서 앉기가 불편하다. 항문농양이 심해지면 고름이 항문 주위의 약한 부분으로 확산되면서 항문 바깥으로까지 누관이 형성되면서 치루가 생긴다.

치질의 3가지 종류 출처 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치질의 3가지 종류 [출처:보건복지부/대한의학회]

 

수술 보다 끔찍한, 회복

치루수술은 약 10분 정도로 진행된다. 수술 전에 침대에 새우자세로 누워 있으면 간호사가 항문에 관장약을 넣고 5분만 참으라고 말하는데, 1분만 지나도 온 몸이 꼬이면서 진땀이 난다. 수술대에 오르면 마취를 위해 척추주사를 놓는데, 이 때 혹시 민감한 척추신경을 건드려 몸이 잘못될까를 걱정하곤 했었다. 마취주사를 주입한 후 10분 정도 지나면 항문 주변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수술 부위를 더 잘 노출시키 위해 양쪽 엉덩이를 테이프를 붙여 옆으로 벌리는 작업을 한다. 수술 동안에는 수술집기들의 부딪히는 소리와 레이저로 지져지는 살 타는 냄새에 신경이 집중되는데, 한편으로는 이 시간만 지나면 치루의 고통을 떨쳐낼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하다.

수술 직후에는 수술마취·무통주사 덕분에 통증을 느낄 수가 없지만, 마취가 깬 후에는 통증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술 후 한달 간의 극심한 통증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앉아 있는 통증과 배변 시·후의 통증이다. 특히 배변 후 뒷처리하면서 느껴지는 두려움·번거로움이 큰데,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좌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앉아 있는 통증은 수술 부위에 압력이 가해져서 발생하는데, 한달 가량은 항문에 거즈를 대어야 해서 수술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 증가한다.

 

치루를 방어하는 3가지 루틴

루틴 1) 차전자피

아침에 여러 종류의 영양제들을 섭취하고 있지만, 빠트리지 않는 것이 차전자피 분말이다. 개인적으로 아침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차전자피는 질경이 씨앗의 껍질로, 장에서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의 크기을 키워 배변량을 늘린다. 의학적으로도 만성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에서의 효과를 인정받았다. 차전자피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포만감, 다이어트,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및 원활한 혈액순환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차전자피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첫 치루수술 퇴원시 처방전이었는데, 처방목적은 수술 후 상처난 항문에게 가해지는 무리한 배변압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10년 넘게 차전자피가 개인적인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최근에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널리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품형태와 관련해서 분말 형태가 아닌 환 형태가 입 안에서 남지 않고 장까지 쉽게 운반된다.

루틴 2) 좌욕

 

개인마다 좌욕의 여러 패턴이 있겠지만, 나는 매일 아침 기상 후에 2번의 좌욕(대변 전·후)을 하곤한다. 첫 좌욕의 경험은 첫 치루수술 다음 날이었는데, 배변 후의 청결과 항문 수술 부위의 안정을 위함이었다. 좌욕은 항문 주위를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주므로 경미한 단계의 치질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보통은 플라스틱 좌욕기를 이용해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5~10분 정도 앉아 있는데, 항문질환이나 여성의 생식기 건강, 남성의 방광이나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도 많이 추천된다. 좌욕은 항문, 생식기 등이 직접 물에 닿기 때문에 세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좌욕기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루틴 3) 정맥순환개선제(디오스민)

매일 먹는 건 아니지만, 항문 주변이 불편하거나 다리근육의 피로함이 느껴질 때마다 디오스민 600mg 1정을 먹는다. 몇 년 전에는 디오스민 300mg가 주종이었는데, 최근 여러 제약회사에서 강화된 디오스민을 출시하고있다. 가끔 병원에 일반의약품 정맥순환개선제을 처방받아서 먹기도 한다. 디오스민은 정맥혈관 탄력 개선, 림프순환 개선, 모세혈관 투과성 감소작용을 통해 정맥순환장애 완화에 효과가 있다. 디오스민은 감귤류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플라보노이드이지만, 1925년 무화과에서 처음 분리되었으며, 1969년부터는 치질, 정맥류, 정맥부전, 다리궤양 및 기타 순환계 문제와 같은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사용해 왔다. 또한 자유라디칼·염증을 제거하는 항산화 특성이 있어 다양한 염증성 질환과 항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4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골프 라운딩 전에도 1알씩 챙겨 먹는 편이다.

 

이제 나의 항문신경은 매우 반응적이라, 뇌신경에서 매우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져오는 수준이다. 작년에도 속옷에 묻어 나오는 기분 나쁜 액체와 통증이 느껴져서 병원을 갔더니, 항문농양 진단을 받았다. 의사 말로는 초기에 발견해서 치루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을거라고 하였는데 다행히 아직 치루는 찾아 오지 않고 있다. 나의 소중한 항문에 더 이상 칼을 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의 루틴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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