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빛을 모으지만 과하면 바래지는, 눈

by Spacewizard 2023. 3. 26.
728x90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30여년 전만해도는 우리 사회에서 눈 보호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뙤양볕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태양광에 있는 그대로 노출된 채 바깥생활을 하며, 실내에서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코 앞에서 시청하거나, 희미한 조명 아래의 어두운 공간에서 독서나 공부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과거의 주거환경이나 조명기술이 현재와 비교해서 많이 뒤쳐졌던 건 사실이지만,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눈 건강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선크림과 선글라스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6년 전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건강 보다는 미관을 위한 용품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시력 회복을 위한 스마일라섹 시술(라식+라섹)까지 받으면서, 앞으로 감퇴되어갈 일만 남은 나의 눈의 기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중이다. 오늘은 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빛들과 눈 건강을 위한 일상의 루틴에 대해서 알아보자.


눈을 망치는 빛들, 자외선 + 블루라이트

전자기 스펙트럼원자·분자의 전자배치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전자파의 흡수·방출의 스펙트럼이다. 자외선·블루라이트는 모두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로, 다른 파장·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가시부에서 자외부에 걸쳐 나타나며, 가시부에 나타나는 것을 가시 스펙트럼, 자외부에 나타나는 것을 자외 스펙트럼이라고 한다.

 

자외선(UV, Ultraviolet Ray)은 가시광선 보다 짧은 파장을 가진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100~380nm 사이의 파장을 가진 복사 에너지이다. UV는 3가지(UV-A, UV-B, UV-C)로 구분되며, 지표면에 도달하는 대부분의 UV는 UV-A와 UV-B이다. UV-A(320-380nm)는 피부노화의 주원인이며, UV-B(280-320nm)는 피부에 일광화상 일으킬 수 있다. 일광화상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어 피부에 생기는 홍반으로, 피부가 붉게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증상(sunburn)과 멜라닌 색소가 피부 표면에 침착하는 선태닝(sun tanning)이 있다. UV-A, UV-B 모두 피부암 발병위험을 증가시킨다. UV-C(100-280nm)는 대기권에서 걸러져 대부분 지표면에 도달하지 않지만, 강력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어 살균용도로 사용된다.

 

사람의 눈은 여러 종류의 빛 중에 오직 가시광선만 볼 수 있는데, 가시광선의 파장범위는 380~780nm이다. 그 중에서도 380~500nm까지의 짧은 파장을 내면서 보라색·파란색을 내는 광선을 통틀어서 블루라이트(blue light, 청색광)라고 한다. 흔히 디지털기기의 화면, LED 조명 및 형광등에서 발생하며, 가시광선이 태양광선에 속하기 때문에 태양광에서도 발견이 된다.

전자기 스펙트럼 출처 Zeiss
전자기 스펙트럼 [출처:Zeiss]

UV가 눈에 미치는 영향

UV는 눈의 여러 부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UV는 눈에 염증, 광산화 및 광화학 등의 다양한 반응들을 일으켜 수정체, 망막, 결막에 손상을 일으키고 대사 노폐물의 생성을 촉진시킨다. 이런 반응들은 고령의 환자에서 더 뚜렷한데, 이는 안구조직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색소상피와 맥락막의 멜라닌 성분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화되기 때문이다. 우선 UV가 수정체에 영향을 주어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사물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안과질환이다. 사람의 눈 속에는 사물의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들어있는데, 이 투명한 수정체는 노화, 염증 및 외상 등으로 흐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이 되면 전체 인구의 70%가 백내장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리고 UV는 황반에 손상을 주어 황반변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로 빛의 초점이 맺히며, 대부분의 시세포가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시야의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면서 중심시력과 선명도를 담당하며, 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황반변성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노화와 과도한 자외선 노출을 들 수 있다. 황반변성이 발생한다고 해서 시야 전체가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고, 보고자 하는 사물이나 공간이 어둡거나 왜곡되어 보인다. 그러다 심해질 경우, 보고자 하는 중심영역이 아예 보이지 않기도 한다.

UV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각막상피가 손상되면서 각막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증상으로는 결막 충혈, 안구 통증, 부종 및 눈물 등이 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결막염이나 야간 시력감소 등으로 이어지기 쉽고 심하면 백내장까지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생소하지만 눈의 흰자위 결막 조직에서 생겨난 섬유혈관성 조직이 각막을 덮으면서 증식하는 익상편도 발생할 수 있다.

728x90

블루라이트가 눈에 미치는 영향

블루라이트는 주로 디지털 기기 사용과 관련된 눈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블루라이트 노출로 인해 눈의 피로감, 두통, 건조한 눈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디지털 눈피로(digital eye strain)이라고 한다.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수면주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저녁시간대에 블루라이트 노출이 높으면 수면 질 저하와 수면패턴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침대에 누우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수면모드로 전환을 하는데, 이 때의 회색화면을 보고 있으면 쉽게 수면을 빠지게 된다.

 

하지만 블루라이트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할 결론이 없다. 2018년 미국 한 연구진이 블루라이트가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적색광, 황색광, 청색광 등 여러 파장의 빛을 쪼인 쥐 실험에서 청색광에 노출된 쥐만 망막세포 기능을 상실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태양과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망막세포막 인지질을 변형시켜서 시력을 저하하고,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안과학회(AAO)는 스마트폰 블루라이트가 실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였는데, 쥐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실제 일상에서는 청색광만 과하게 쐬는 일이 드물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TV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정도의 블루라이트가 사람의 망막에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디지털 TV와 업무용 모니터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살아가는게 현실이지만, 블루라이트가 주원인으로 하여 망막 손상이 발생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디지털 눈 피로 출처 Adobe Stock
디지털 눈 피로 [출처:Adobe Stock]

눈 건강을 위한 루틴

루틴 1) 선글라스

40대가 되면서 야외활동에서의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습관으로 자리 잡았는데, 눈의 편안함은 물론 스마일라섹 시술로 되찾은 소중한 시력을 다시는 잃기가 싫었다. 선글라스 착용은 UV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질병의 발생위험을 줄이고, 눈 주변의 피부를 보호하며 빛에 의한 눈의 피로와 눈부심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안경과 같이 눈 주변의 공기 흐름을 차단하여 눈 건조증을 예방하기도 한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색이 짙은 안경이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외선 차단은 안경의 색보다는 자외선 차단 코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UV400 인증을 받은 것은 400nm 이하의 파장을 가진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한다는 것이므로 지표에 도달하는 UV-A와 UV-B를 대부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 놓치는 부분이 날씨에 관계없이 외출 시에는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인데,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흐린 날에도 자외선 투과율은 80%에 달한다. 따라서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피부에 바르는 것과 같이, 눈에 침입하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 착용이 필요하다.

루틴 2)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모드

지금의 스마트폰은 블루라이트 차단 모드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출시되지만,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에는 블루라이트 차단 모드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모를 유해광선을 우려한 나머지, 따로 블루라이트 차단 어플을 다운받아 설치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두운 디스플레이 화면이 불편해 보였을지라도, 그런 화면에 이미 적응한 나의 눈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PC의 모니터에도 별도의 블루라이트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함으로써 컴퓨터 작업 동안의 눈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였다. 실제로 블루라이트 차단 툴은 수면패턴의 개선, 디지털 눈 피로 감소, 시력 보호 및 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어플에 너무 의존하기 보다는, 디지털기기 사용시간을 조절하고 적절한 거리에서 스크린을 보며, 주기적으로 눈을 쉬게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루틴 3) 인공눈물

인공눈물은 건조한 눈에 윤활과 보습을 제공하고, 눈의 피로를 완화시켜주며, 건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눈 질환을 완화시켜주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가 인공눈물을 처음으로 구매할 당시, 약사는 하루 중에서도 기상 직후에 인공눈물을 넣는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말을 했었다. 이후 매일 새벽에 눈을 뜨면 인공눈물을 넣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루틴 4) 영양제

한 30년 안경을 착용해 온 나로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눈 건강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일단 출근 후에는 서류와 모니터를 하루종일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였고, 어느 날 비문증까지 발생하면서 눈에 치명적인 결함이 내재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15년 전부터 루테인을 꾸준히 복용해 왔으나,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때 사유(뱀기름)이 함유된 영양제도 복용한 적이 있는데, 초기에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인지 몰라도 눈이 선명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눈에 확실히 효과가 좋은 영양제를 복용 중인데, 비타민A를 주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하루 2번 루테인, 지아잔틴과 함께 복용 중인데, 과거보다 훨씬 덜 피로하고 선명해진 시력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아래쪽 눈꺼플에 위치한 마이봄샘에 염증이 두 차례 발생하여, 안과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단순한 염증으로 처방전을 통해 쉽게 치료가 가능했지만, 안구는 치아와 마찬가지로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문구처럼 눈의 소중함은 수없이 반복해서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사람의 실행력이다. 이전 글 <삶에서 예비훈련이 필요한, 위험>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을 알면서도 예비훈련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눈의 기능이 점점 약해져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면서 눈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