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아름다운 마지막, 울프-레이에
별의 죽음 직전을 더 선명하게 관찰한, 제임스웹 중적외선기기
신비로운 인간의 죽음, 임사체험과 말기명료성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e0PDRxZVtWw
2023년 3월 14일 제임스웹 망원경이 「울프-레이에 124」라는 늙은 별이 내뿜는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를 상세하게 포착한 사진이 공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전 글 <더 깊은 초기 우주를 보게된, 제임스웹 망원경>에서는 제임스웹 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와 중적외선기기를 이용해 초기 은하를 발견한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번에 중적외선기기를 통한 관측내용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거대한 별의 임종, 울프-레이에 별
무겁고 큰 별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소멸하는데, 보통 태양 질량보다 10배 이상 큰 별은 그 마지막 순간에 초신성(supernova)으로 폭발한다. 초신성은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매우 밝게 빛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큰 별 가운데 일부는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직전에 잠시 울프-레이에별(Wolf-Rayet Star) 단계를 거친다. 울프-레이에 단계는 별이 자신의 바깥 대기층을 우주를 향해 밀어내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는 천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념인 칼 세이건의 별먼지(stardust) 개념이라고 한다. 진화 말기의 울프-레이에 별은 태양질량의 20배 이상이며, 표면온도는 30,000~200,000K까지 이를 수 있고, 주로 헬륨·질소·탄소· 산소 및 다른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늙은 별들은 강한 항성풍(stellar wind)으로 인해 질량을 빠르게 잃으며, 별 주위에 두꺼운 가스층을 형성하면서 별의 빛을 산란시켜 특이한 발광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지구인의 눈에는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한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다. 울프-레이에 별은 우리은하에서는 약 500개 정도만 발견되는 희귀별로, 주로 별이 태어나는 성단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울프-레이에 별의 폭발은 우주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퍼지게 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강력한 항성풍과 함께 형성되는 성간가스와 먼지의 구조를 관측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이번에 발견된 「울프-레이에 124(WR124)」는 지구에서 1만 5천광년 거리의 궁수자리에 속한 별로, 질량이 태양의 30배에 이르는 무거운 별로 추정된다. 태양질량이 지구의 33만 3천배이니, 지구질량의 약 1000만배에 달하는 가장 무겁고 큰 별 중의 하나이다. 이 WR124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먼지가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나가는데,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태양 10개 분량의 물질을 밀어냈다고 한다. 분출된 가스는 별에서 멀어지면서 낮아지는 온도에 의해 우주먼지가 된다. 울프-레이에 별이 핵연료를 소진한 후, 초신성 또는 극초신성(hypernova)으로 폭발하거나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폭발로 인해 중성자별(neutron star)이나 블랙홀(black hole)이 생성될 수 있다.
중적외선기기 활약, 제임스웹 망원경
제임스웹 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는 WR124의 중심부와 그 주변가스 구조를, 중적외선기기(Mid-Infrared Instrument, MIRI)는 바깥으로 방출된 가스·먼지 구조를 보여준다. 적외선은 에너지파의 일종인 전파이며, 파장대가 0.76∼1,000㎛ 범위의 빛을 말한다. 파장에 따라 근적외선(0.76∼1.5㎛), 중적외선(1.5∼5.6㎛), 원적외선(5.6∼ 1,000㎛)으로 구분된다. MIRI는 우주에서 빛보다 긴 파장의 중적외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탐지하는 기기로, 별·은하·행성·성간물질·먼지 등을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허블망원경과 비교하여 제임스웹망원경의 가장 큰 특징이 중적외선 관측인데, 허블은 근적외선까지만 관측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웹망원경은 중적외선기기를 통해 매우 초기 단계 별의 탄생과 진화, 은하 간 물질의 구조와 운동 등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은하들 내에 고도로 조직된 연결구조, 나선팔을 따라 불타오르는 먼지로 만들어진 동굴과 거대한 가스거품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별의 죽음과 비교되는, 인간의 죽음
인간의 생명주기는 별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는데, 인간은 별처럼 에너지를 방출하는 폭발적인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도 죽음을 앞두고 몇몇 신비로운 현상들을 보이기도 한다.
현상 1) 임사체험
임사체험(NDE, Near-Death Experience)은 죽음이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말한다. 가령 의사의 사망선고가 들리면서 유체가 이탈하는 상황, 길게 늘어진 터널을 지나거나 밝은 빛이 비추는 등 비현실적인 상황, 과거의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성스러운 존재들의 환영을 보는 현상(deathbed visions), 시공간의 왜곡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신경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죽어가는 뇌(dying brain)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심장이 멈추면서 산소공급이 중단된 뇌가 한순간에 정지되지 않고 일부의 기능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즉 신체부위별로 죽어가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뇌가 이미 기능정지 상태인 다른 뇌 부위를 인식하게 되면서 임사체험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물론 반박도 많은 가설이다.
현상 2) 말기명료성
죽음이 임박하거나 다양한 신체적·인지적 손상을 겪고 있는 환자들 중 일부는 정신적·정서적 기능이 갑자기 현저하게 향상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말기명료성(Terminal Lucidity)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의미로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죽기 직전에 잠깐 기운이 돌아옴을 비유하는 말이다. 말기 명료성이 오면 이전처럼 명료한 정신으로 주변을 인식하며, 가족들과 의미있는 대화도 가능하다. 신체가 죽음에 가까워짐에 따라 발생하는 뇌기능·뇌화학의 변화와 관련된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죽음을 미리 감지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작별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별이 죽기 직전의 울프-레이에가 인간 죽음 직전의 말기 명료성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겠지만,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울프-레이에와 말기 명료성은 둘다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매혹적이고 신비한 우주 내의 현상이다. 지구에서의 먼지는 환경을 망가뜨리고 생명을 죽이는 오염원인 반면에, 울프-레이에가 퍼트리는 우주먼지는 별과 행성, 생명체를 만드는 근원적 재료가 된다. 먼지는 우주의 작동에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로, 탄생 중인 별을 보호하고 행성의 형성에 도움을 주며, 지구 생명체 구성요소를 포함한 분자의 생성·응집을 일으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혈액의 철분과 뼈의 칼슘은 수십억년 전에 폭발한 별 내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구에서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인류도 한낱 우주먼지에서 출발했다니.
[Music] 흐트러진 별먼지
https://www.youtube.com/watch?v=MUPpjAH8o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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