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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별의 죽음으로 밝게 빛나는, 감마선

by Spacewizard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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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9일 허블 등 다수의 우주망원경에 설치된 감마선 관측 장치들은 여태까지 한 번도 관찰된 적이 없는 강력한 규모의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GRB) 현상을 관측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현상은 GRB221009A로 명명되었고, 천문학자들은 '역대 가장 밝았다(Brightest Of All Time)'는 뜻의 BOAT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전 글 <인간의 임종과는 조금 다른, 별의 죽음>에서는 천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먼지 개념의 울프-레이에 별 단계를 언급했는데, 이는 일부 거대항성이 초신성이나 극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에 잠시 별이 자신의 바깥 대기층을 우주 저 멀리로 밀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번 GRB는 실제 별의 초신성 폭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여지며, 분석 결과 1만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할 수 있는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라고 한다. 인류문명이 6000~7000년에 시작되었다고 보면, 문명화된 이래 가장 강력한 폭발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감마선과 GRB에 대해서 알아보자.

 

탁월한 투과력, 감마선

 

감마선(Gamma-Ray)은 전자기파의 일부로,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기 방사선이다.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10 피코미터(1조 분의 1미터) 미만의 가장 짧은 파장과 가장 높은 주파수를 가지며, 그에 따라 탁월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감마선은 물질을 쉽게 통과할 수 있으며, 두꺼운 재료나 깊은 지하에 있는 물질까지도 탐지할 수 있다. 높은 에너지 부분에 위치한 감마선은 일반적으로 빛처럼 취급되지 않으나, 감마선을 사용하여 물체를 관측하는 기술들이 연구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원자핵의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데, 라돈이나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에서 발생한다. 또한 고에너지 물리(High Energy Physics) 반응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우주에서 발견되는 감마선 폭발에서 볼 수 있다.

방사선 투과력
방사선 투과력

 

감마선은 의료, 산업, 환경 및 지질, 우주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높은 에너지와 투과력 때문에 정확한 위치에 피해를 입힘으로써 정밀한 암세포 및 미생물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고, 물질의 두께, 밀도, 불량 여부 등의 제품 품질 검사나 결함 감지에도 활용된다. 지하의 자원이나 지구의 구조를 조사하면서 방사능 오염도 검출이 가능하다. 우주에서의 감마선 관측을 통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고에너지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데, 이는 우주의 구조 및 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감마선이 인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세포의 DNA가 손상을 입혀 암이나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길고 짧은, 두 유형의 GRB

GRB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기 방출 현상 중 하나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GRB는 일반적으로 몇 밀리초(1000 분의 1초)에서 몇 분 동안 지속되며, 이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에너지 방출은 태양이 수십억 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GRB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별 폭발 과정에서의 제트 출처 DESY Science Communication Lab
별 폭발 과정에서의 제트 [출처:DESY/Science Communication Lab]

 

유형 1) 장기 감마선 폭발 (Long-duration Gamma-Ray Bursts, LGRBs)

 

보통 2초 이상 지속되는 폭발로, 대부분 초거대성이 핵연료 소진으로 핵융합 과정이 완료되고, 중심부가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로 중력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별의 수명 막바지 단계에서 초거대성의 외곽부가 초신성(supernova) 내지 극초신성(hypernova) 폭발을 겪으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은 주변 공간으로 퍼져 나가고, 여기에 감마선 폭발이 동반될 수 있다. 

 

유형 2) 단기 감마선 폭발 (Short-duration Gamma-Ray Bursts, SGRBs)

 

일반적으로 2초 미만 지속되는 폭발로, 주로 중성자별 이진(Neutron Star Binary, NSB) 시스템에서 두 천체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SB 시스템은 두 개의 천체로 구성된 천체계로, 그 중 하나가 중성자별인 경우를 말한다.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이후에 남게 되는 고밀도의 천체로, 일반적으로 약 20km의 지름과 1.1~2.3M(태양질량)의 질량을 가진다. NSB 시스템에서 나머지 하나의 천체는 주로 일반 항성(적색거성, 주계열성 등) 또는 다른 중성자별, 블랙홀 등이 될 수 있다. NSB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주요 현상 중 하나는 질량 이동으로, 중성자별과 동반성이 근접하게 되면 동반성의 질량이 중성자별로 떨어져 흡수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성자별은 질량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엑스선이 방출될 수 있다. 그리고 NSB 시스템의 구성체들이 상호 간의 중력작용으로 인해 점점 가까워질 때, 중력파가 방출되는데, 이 중력파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와 같은 중력파 관측소를 통해 검출된다. 참고로 중성자별 두 개가 서서히 원을 그리며 돌다가 어느 지점까지 가까워지는 순간 엄청난 회전속도로 회전하다가 충돌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데, 결국은 충돌과 동시에 블랙홀로 붕괴된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별의 죽음, 관측장비 마비

이번 GRB는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일시적으로 대부분의 위성·우주망원경에 설치된 감마선 관측 장비들을 마비시켜 실시간 강도 측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폭발이 NASA 및 다른 나라들의 관측 장비에 감지되었는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X-ray 망원경, NASA의 중성자 관측 장비는 물론 심지어 성간 우주를 여행 중인 보이저 1호에서도 검출 결과를 보내올 정도였다고 한다. 연구팀은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복구하여 분석한 결과, 여태까지 관측된 가장 강한 폭발보다도 70배 이상 더 강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지구에서 약 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매우 강력한 폭발이 2초 이상 일어나 현재까지 밝혀진 것 중 가장 오래 지속된 GRB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태양이 약 100억년 동안 생산해 낸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수 초 동안 방출했다.

신규 블랙홀의 탄생 가능성

천문학자들은 이번 폭발이 거대항성의 핵이 스스로의 질량 때문에 붕괴·폭발, 새로운 블랙홀로 탄생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끌어당기면서, 이 물질은 아크릴판 형태의 디스크를 형성하게 되고 이 디스크를 회전하는 물질은 가열로 인해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플라즈마와 블랙홀의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부 고에너지 입자들이 블랙홀의 중심 축을 따라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되어 반대 방향으로 분출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제트(Jet)라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이같은 LGRBs가 발견될 경우 몇 주 내에 밝은 초신성(항성이 폭발해 블랙홀로 전환하면서 매우 크고 밝게 빛나는 현상)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는 않았다. GRB221009A는 우리 은하계의 평면에서 불과 몇 도에서 나타났는데, 이는 두꺼운 먼지로 인해 빛의 대부분을 차단 당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감마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가장 짧은 파장과 가장 높은 주파수를 가지면서, 우수한 투과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신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우주과학에서의 GRB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데, GRB의 탐지와 연구를 통해 우주의 거대한 척도와 초신성,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은 천체의 형성 및 진화 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GRB의 세부 메커니즘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는바, 더 많은 연구를 지켜봐야겠다. 

 

*위 내용 중의 일부는 아래 기사를 인용했음을 알립니다.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얼마나 큰 별이 죽었길래"…역대 최강 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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