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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유사수신과 헷갈리기도 하는, 투자계약증권

by Spacewizard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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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9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주식리딩방으로 인해 발생한 과거 투자손실을 보상해주겠다며 접근해서 가상자산에 대한 신규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모집한 후 편취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를 사칭하고 심지어 가짜 문서까지 제시하는 등 피해자들을 기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는 스마트폰의 일상화 이후 자리잡은 두 가지의 투자수단인 주식리딩방가상화폐이 등장한다. 유사수신은 오래 전부터 횡행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다양한 유혹수단과 융합되는 모양이다. 여기서는 불특정다수를 상대로한 자금조달에서 유의해야 할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이하 '유사수신행위법')>에 따른 유사수신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계약증권에 대해서 알아보자. 참고로 본인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므로, 혹여 의견이 다르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인가받지 못한 금융회사, 유사수신업체

 

한국에서 합법적 수신행위를 하려면 금감원의 인가를 받아야만 하며, 이런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신행위를 한다면 불법적 수신행위유사수신행위가 된다. 유사수신행위로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광고를 동원할 수 밖에 없는데, 금융을 연상시키는 어색한 상호(~파이낸셜, ~캐피탈, ~금융투자그룹 등)를 앞세우며 '원금 보장' 내지 '수익률 보장'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을 유혹하게 된다. 그리고 영업사원들은 화려하고 타이트한 정장차림과 깔끔한 외모로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유사수신행위에 속은 투자자는 피해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에서는 유사수신행위을 정의하는데, 이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행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①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②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③장래에 발행가액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④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하여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불특정 다수인들으로부터 받은 대여금도 출자금 등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원금과 이자 등을 보장(약정)하여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라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바꿔 말해, 특정 소수인들부터 받은 대여금은 <민법>을 준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사무처리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 행위의 목적, 자금규모, 회수기간, 태양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 등에 따라 유사수신행위 해당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사수신은 투자처의 빌미미끼(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한다. 대표적인 투자처 빌미로는 부동산, 금융(해외선물), 의료기기, 레저, 문화 등이 활용되며, 최근에는 가상화폐가 많이 이용된다. 이전 글 <거대한 변화의 서막, 토큰증권>에서 국내 감독당국은 코인공개을 통해 자금조달하는 ICO를 유사수신 행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었다. 미끼로 작용하는 높은 수익률도 과거에는 수 배의 수익률을 제시했으나, 피해자의 학습효과와 저금리 기조로 인해 합리적인 두자릿수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정교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명 변경 내지 사무실 이전을 이용한 단기간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자본시장법의 적용 대상, 증권성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하여 취득하는 투자방식은 <민법>과 <상법>의 적용대상인 반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지는 투자방식은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인 증권성(투자계약증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6항에서는 증권을 6개로 분류한다.


①주식 등 지분증권
②국채 등 채무증권
③신탁 등 수익증권
④파생결합증권
⑤증권예탁증권
⑥투자계약증권

 

이 중 투자계약증권은 나머지 5개의 증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증권으로 볼 수 있도록 포괄적 범위를 가지고 있는데,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 해당하기 위한 5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공동사업
②금전 등을 투자
③주로 타인이 수행
④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
⑤이익획득 목적

 

이 중 '주로 타인이 수행'이라는 요건은 타인의 노력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경영상의 노력이어야 하며, 타인이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투자자 외에 사업주체의 공동적·집단적 노력도 포함된다.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서도 투자자 모집과정에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발행인(타인)의 노력·경험·능력 등에 대한 내용이 적극적으로 제시된 경우를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일부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의심된다고 보긴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증권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에서 손익은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증권성을 회피하기 위하여 수익지급 구도를 손익이 아닌 고정이익으로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유사수신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딜레마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꼬리표 같은, 유사수신 + 증권성(투자계약증권)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증권 뿐만 아니라 투자계약증권이나 파생결합증권도 증권의 범위에 포함되게 되었다. 투자계약증권 개념은 미국의 증권법을 참고하여 도입하였으나, 미국의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의 개념과 요소를 명확하게 법조문에 규정되어 있어, 이 요건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고 엄격한 해석을 요구한다. 하지만 투자계약증권이 종전의 증권 개념과는 전혀 다른 신개념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거래가 해당되는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다만 법안을 기초한 재정경제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 개념은 미국 증권법상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을 정의하기 위해 미국 판례에서 형성한 기준인 Howey 기준을 원용한 것이라고 한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할 수 있는 사건은 2010년대 수익형 부동산 사기분양에서 나타났다. 이는 시행사가 분양 촉진을 위하여 수익형 부동산을 분양함과 동시에, 위임받은 운용권으로 보장된 운용수익을 배분하겠다는 계약을 패키지로 체결하였다. 하지만 이 패키지 분양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았다.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상품을 50인 이상의 다수에게 분양·판매하려면 미리 각종 투자위험요소를 명시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고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여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위반행위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는 당해 투자계약상품의 발행사는 물론이고 이에 관여한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유사수신 협의로 시작하여 자본시장법까지 확대된, 코인수사

 

2022년 5월 루나·테라USD(UST)의 투자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 5인이 테라폼랩스 권도형 등을 고소·고발하였다. 혐의는 2개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을 위반한 유사수신이었다. 피해자들은 권도형 등이 UST를 설계·발행하면서 알고리즘상 설계 오류와 하자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백서(white paper)에도 내용을 담지 않았음에도, 코인의 발행량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손해를 입혔다(사기 혐의)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 글 <아직까지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스테이블 코인>에서는 UST의 시뇨리지 쉐어 알고리즘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테라를 예치하면 연 19~2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앵커 프로토콜을 내세워 신규 투자자들을 유인(유사수신 혐의)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루나코인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추가적으로 적용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루나코인이 증권성을 가져야 하는 만큼 많은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연구를 충분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 Howey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한 판결 Howey 사건(1946년 SEC v. W.J.Howey Co.)이 증권성 판단기준인 하위(Howey) 기준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자가 과일농장을 분할하여 매각하면서 관리회사에게 농장관리운영을 전적으로 위탁하는 계약을 함께 체결하도록 권유하여, 투자자들이 토지소유권 등을 취득한 것 외에는 분양받은 토지에 대하여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관리회사가 농장을 운영한 결과 창출된 순수익을 분배받을 기대 하에 금전을 투자한 사안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거래구조를 투자계약으로 보고, 증권신고서의 제출이 없는 투자계약 체결이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시하였다. Howey 사건 이후, 뒤이은 판례들을 통해 현재의 4가지 Howey 기준이 정립되었고, 아래와 같이 '투자계약'을 정의한다.

 

①사업자 또는 타인의 노력(사업성패에 중대하고 필수적인 노력)으로부터 창출되는

②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

③공동사업

④재산적 가치 있는 것을 투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부 코인이 증권성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리플에 대해서도 증권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미국도 스테이블 코인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자금조달이나 주로 타인이 수행하는 공동사업은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날로 정교해져 가는 자금조달 수법과 공동사업 방식을 아직 법이 따라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생성과 발전을 바라보면, 가상화폐 시장이 쇠퇴하기 전까지 적용가능한 법제를 마련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시대가 빠르게 변화한다. 그만큼 피해자도 많아지고, 피해액도 증가하고 있다. 미비한 법제에도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검찰이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응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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