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끝에 다다른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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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Louis Vuitton Moët Hennessy)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2022년 말 세계 1위 부호로 꼽혔으며, 2023년 4월 19일 현재 약 276조 원의 부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는 킬러 본능과 정교함으로 경쟁 명품회사들을 기업사냥하고 여러 세대의 패션 디자이너들을 육성해 프랑스 시가총액 1위(약 636조 원)의 LVMH를 구축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쟁자들로부터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2023년 4월 아르노가 자녀들을 상대로 럭셔리제국을 이끌 후계자 선정 오디션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르노는 2023년 3월 그룹 최고경영진의 은퇴나이를 기존 75세에서 80세로 올렸는데, 74세인 자신도 약 5~6년 남은 기간 경영을 계속하면서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승계 작업의 시작, 후계자 엄선
후계자 후보군은 그룹의 여러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다섯 명의 자녀(딸 1, 아들 4)다.
첫째(딸) : 델핀 아르노 / 크리스챤 디올 CEO
둘째(아들) : 앙투안 아르노 / 크리스챤 디올 SE CEO
셋째(아들) : 알렉상드르 아르노 / 티파니앤코 부사장
네째(아들) : 프레데릭 아르노 / 태그호이어 CEO
다섯째(아들) : 장 아르노 / 루이비통 시계부문 이사
첫째와 둘째는 1990년 이혼한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고, 나머지 3자녀는 캐나다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인 두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르노은 매월 1회 본사에 있는 개인식당으로 다섯 자녀들을 불러 점심을 하면서, 태블릿에 준비해 온 질문을 제시하면 자녀들의 의견과 토론을 듣는다고 한다. 질문 주제는 회사 브랜드별 개편 방향부터 와이너리 관리까지 매우 폭넓은 범위이며, 사실상 이 점심자리는 후계자 평가와 동시에 진행되는 그룹 현안회의에 가까워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들을 긁어 모은,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
아르노의 아버지 장 레옹은 건설회사 페레-사비넬(Ferret-Savinel)를 운영하였는데, 아르노가 프랑스 공학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에 입학하면서, 학업과 경영수업을 병행했다고 한다. 쉽게 건설재벌 2세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1978년 29세에 건설회사 회장직에 오른 아르노은 1985년에 걸쳐 섬유기업 그룹 부삭(Boussac)을 인수하면서 패션명품 분야로 사업방향을 돌리게 되는데, 이 부삭그룹에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 명품 브랜드는 창업자로부터 물려받은 단일 브랜드를 소유하는 전통적인 가족기업형태였는데, 미국에서 건설업을 정착시킨 경험이 있는 아르노는 미국식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대기업 산하에 여러 브랜드를 합치는 형태로 명품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아르노는 부삭그룹 내 디올과 몽 마쉐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를 매각하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실행한 후, 하나의 브랜드(크리스챤 디올)에만 집중하면서 크게 성공하게 된다.
1987년 루이비통과 모에헤네시가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아르노은 합병법인 LVMH의 소수주주로 참여했다. 이후 LVMH의 두 기업 경영진 간에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모에헤네시는 아일랜드 주류회사인 기네스(Guiness)를 끌어들였고, 루이비통은 부삭그룹의 아르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합병을 되돌리려 했다. 이 때부터 아르노는 물 밑에서 기네스를 접촉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1989년 LVMH 지분 약 45%를 확보한 후 모에헤네시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전해진다. 이후 대주주와 경영자로서 아르노는 크리스챤 디올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을 인수하고, 그룹 내에서 각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성장전략을 구사했다. 현재 LVMH 그룹은 아래와 같이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Louis Vuitton
Dior
Fendi
Givenchy
Celine
Loewe
Kenzo
Marc Jacobs
Bulgari
Tiffany & Co.
Dom Pérignon
Moët & Chandon
Veuve Clicquot
Hennessy
Glenmorangie
Belvedere
LVMH는 안된다는, 구찌
아시아 금융위기는 구찌(Gucci)의 주가가 크게 하락시켰는데, 1999년 1월 LVMH는 구찌 지분의 약 34.4%를 인수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takeover)를 시도했다. 유력한 경쟁 대상인 구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구찌의 경영진들은 자사의 독립성과 브랜드 정체성 보호 측면에서 LVMH의 인수를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경영권 방어에 들어간다. 다량의 신주발행을 통해 LVMH의 지분을 25%대로 희석시킴과 동시에 백기사를 물색했는데, 1999년 3월 피노 프렝탕 레두트(PPR, Pinault-Printemps-Redoute)와 전략적 투자협약을 체결했는데, PPR은 프랑스의 콩글로메릿(conglomerates) 기업이다. PPR은 구찌 지분의 약 40%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LVMH의 지분은 21%대까지 희석된다.
LVMH는 구찌 경영진의 조치에 대한 법적분쟁을 이어갔지만, 2001년 구찌가 승리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게 된다. LVMH는 구찌 보유지분을 PPR에게 매도하면서, PPR은 구찌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후 여러 명품업체들을 차례로 인수하는 동시에 소매부분은 매각했는데, 2013년 사명을 커링(Kering)으로 변경하면서 명품브랜드 전문기업이 되었다. 커링이 보유 중인 명품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Gucci
Saint Laurent
Balenciaga
Alexander McQueen
Bottega Veneta
Brioni
계속되는 적대적 인수 시도, 에르메스
구찌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는데 실패한 아르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해 2002년 에르메스 지분 4.9%를 매입했다. 이후 꾸준히 매집한 LVMH는 2010년 에르메스 지분 14.2%를 확보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시장에는 LVMH가 에르메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었다. 에르메스의 창업자 가족은 LVMH에게 주식 매입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노련한 기업사냥꾼 아르노는 에르메스 주식을 계속 매입해 나가면서 약 25%까지 지분을 늘렸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기에 놓인 에르메스는 2012년 7월 경영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 내부자거래와 주가조작 혐의로 LVMH를 고소했는데, LVMH는 에르메스 지분 인수가 우호적인 투자인 점을 강조하며 근거 없는 비난과 고소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혐의로 맞고소를 했다. 2013년 프랑스 금융시장감독기구(AMF)는 에르메스 지분 인수와 관련하여 LVMH에게 8천만 유로(약 1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 벌금은 에르메스 주식을 비공개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불투명한 거래에 대한 벌칙이었다. 2014년 9월 프랑스 파리 상사법원의 중재로 합의가 이뤄지며 LVMH는 물러서게 된다. 구찌와 달리 에르메스는 스스로를 지켜낸 것이다.
차원이 다른, 옥상옥 지배구조
LVMH 그룹는 다음 2개의 상장회사과 비상장 자회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챤 디올
LVMH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아르노 일가가 있고, 중간지주회사로 크리스챤 디올이 있다. 이전 글 <기회와 승계가 점점 다가오는, 애경>에서 지주사 위에 지주사(비상장 가족회사=총수일가)를 두면서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언급했다. 2017년 4월 이전까지 아르노 일가는 크리스챤 디올 지분을 74% 정도 보유하고 있었고, 크리스챤 디올은 LVMH에 대한 지분보유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다양한 명품브랜드 사업도 영위해왔다. 그러나 2017년 4월 아르노가 지배구조의 단순화를 위해 크리스챤 디올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면서 지분율을 97.5%까지 올렸고, 이후 크리스챤 디올은 LVMH 그룹의 중간지주회사가 되면서 크리스챤 디올의 패션 부문은 LVMH로 통합되었다.
2017년 4월 이후 가족지주회사 아르노그룹주식회사(Groupe Arnault S.E.)를 포함한 아르노 일가가 크리스챤 디올의 지분 97.5%를 보유하며, 크리스챤 디올 100% 자회사(Financiere Jean Goujon)가 다시 LVMH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아르노 일가가 직접 보유하는 LVMH 지분도 6%대라고 한다. 크리스챤 디올처럼 상장기업의 주식지분을 90% 이상 한 가족이 보유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가족소유기업(family-owned businesses)의 성공은 소수의 가족 멤버들이 큰 부를 축적하게 되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소유기업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경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월마트(Walmart)은 월턴(Walton) 가족이 약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독일의 BMW는 크반트(Quandt) 가족이 46.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기업은 미국 소매시장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LVMH는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규모와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높은 품질과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예술과 문화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도 다방면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호스트의 꿈과 희망, 샴페인
일본 호스트 문화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은 경제성장과 함께 상류층에서는 승무원, 모델 등을 대상으로 한 파티가 유행했는데, 이러한 파티에 필요한 토크나 퍼포먼스를 제공하기 위해 호스트가 등장했다고 한다. 국내에서의 호스트 이미지와 달리, 일본에서의 호스트는 편안하고 멋진 남성을 의미하며 토크, 노래, 댄스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이후 호스트 문화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호스트클럽의 고급화 전략 중의 하나가 샴페인인데, 호스트는 자기 고객이 고급 샴페인을 주문하게 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가장 인기가 많은 다음 3개의 샴페인은 모두 LVMH의 제품라인이다.
Dom Pérignon
Moët & Chandon
Veuve Clicquot
생일파티와 같이 특별한 날에 샴페인 잔을 탑처럼 쌓아 샴페인을 따르면서 일제히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샴페인 타워'는 가격대가 기본 1천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현재 글로벌 샴페인 매출에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일본의 소비 배경에는 호스트 문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노 회장은 소년시절 공부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청년시절부터 경영자로서 인정받으면서 럭셔리 제국을 이뤄낸 그는 어느덧 후계자를 선정해야 나이가 되었다. 아르노 회장의 성공은 늑대라는 별명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공격적인 M&A 능력과 디자이너 인재에 대해서 아끼지 않은 투자, 그리고 명품에 대한 무형의 환상을 심는 브랜드 마케팅과 요트와 테니스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바탕으로 이룩되었다. 명품의 헤리티지(heritage)를 직접 만드는 것 보다는 이미 형성된 명품의 전통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럭셔리 업계에서는 유효할 것이라는 전략은 그야말로 탁월한 판단이었다. 과연 그는 누구에게 거대한 럭셔리 제국을 맡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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