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업무를 중단했던, 셧다운
셧다운 배경에는 예산과 함께, 정부부채 한도 문제
수입보다 지출이 큰 현대국가의 자금조달책, 국채발행
미국 부채한도의 탄생, 전쟁자금
최초의 정부 셧다운, 클린턴 정부
결국 셧다운은 정부와 의회의 정쟁수단의 하나 자리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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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주식과 글로벌 경제상황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의 발전의 영향도 있겠지만, 지난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역외경제에 대한 투자가 국내경제에 대한 투자의 대체제로 인식을 다져온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탈세계화 기조를 의미하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속에서 미국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척점에 있는 지역이나 국가의 경제상황은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와중에서도 주기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이벤트가 하나가 튀어 나오는데, 바로 미국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뉴스이다. 세계화로 인해 원톱의 위상이 많이 내려 왔다고는 하나, 그래도 세계 1위의 경제·군사강국인 미국이 과연 부도가 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오늘은 미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이라는 이벤트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국가가 수입보다 지출이 큰 이유
국가가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사회인프라(도로·학교·병원 등)의 건설·유지를 해야 하며, 공공서비스(사회보장·교육·보건 등)와 안보서비스(국방·경찰·대태러 등)를 제공해야 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국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자산가치(부동산·주식·채권 등) 하락, 실업률 상승, 가계소득 감소 등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미 발생한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원금상환에 대한 지출도 상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많은 국가들에서 지출증가율이 세수증가율을 초과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1년 이후로는 미국도 재정흑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렇듯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와중에서도, 재정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관리 정비와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부채한도 도입, 전쟁자금
부채한도(debt ceiling·limit)는 미국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가 발행할 수 있는 총 부채(국채)의 양을 규제하는 법적한도를 의미한다. 1917년 미국은 부채한도를 설정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제1차 세계대전에 투입할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마련된 「2차 자유채권 법안 : Second Liberty Bond Act」에 부채한도 조항이 최초로 규정되었다. 미국정부의 개별적인 정책에 재원이 필요한 경우, 의회의 동의를 득한 한도 내에서 적자재정을 편성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과도한 정부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치적 용도로 부채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야당은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지출 삭감을 연계해서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여당·정부는 조건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요구하면서 재원의 고갈시점인 부채한도 협상시한(X-date)까지 치열한 논의를 진행하는 패턴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부채한도 상향은 타결되기 마련이었는데, 이는 정치적 줄당기기로 인해 정부가 디폴트에 빠지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양당의 그 누구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적자재정과 예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통합
1939년 이전에는 미국 내 각각의 정책마다 별도의 부채한도가 설정되었으나,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전체부채에 대한 통합된 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39년 도입된 국가부채의 통합한도로 인해, 미국정부는 다양한 재정지출에 대한 포괄적인 통제를 강화했으며, 전체부채의 관리를 단순화하게 된다. 1974년 미국 의회는 「예산 통제 및 병합 법안 : The Budget Control and Impoundment Act」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안은 의회가 미국정부의 예산결정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예산결의 절차를 도입함과 동시에, 대통령의 예산차단 권한을 제한하였다.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한 예산지출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법안이 직접적으로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의회가 부채한도 상향의 배경이 될 수 있는 예산에 대한 이해를 선제적으로 넓히면서 필요한 경우에 의회가 부채한도를 더 쉽게 조정할 수 있었다.
최초의 미국 정부 업무중단, 셧다운
1995~1996년 클린턴(민주당) 정부는 의회와 예산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초의 정부 셧다운(shut down, 업무중단)를 경험했다. 당시 미국의회는 정부예산 증가를 제한하려는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특히 사회보장(의료·교육· 환경 등)에 대한 지출과 개인소득세를 줄일 것을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복지에 대한 재정지원을 유지하려 하면서, 의회와 대립하던 정부는 1995년 11월부터 1996년 1월까지 2차례에 걸쳐 정부기능의 일부를 일시 중단하였다. 이 기간 동안 수백만 명의 공무원들이 휴직상태에 놓이면서 많은 공공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의견충돌은 결국 정부가 공화당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면서 해결되었는데, 예산·부채한도에 관한 정치적 분쟁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 다시 셧다운, 이번에는 신용등급 하락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정부는 민간지원을 위해 많은 예산을 편성했고, 이에 정부부채가 계속하여 증가했다. 마침내 오바마(민주당) 정부는 2011년 8월 2일까지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 입법을 하지 못하면, 국가부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에 이른다. 공화당(하원 다수당)은 재정지출 삭감을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하였는데, 결국 「재정적자 감축 법안 : Budget Control Act」에서 설정한 시퀘스트를 시행하는 조건으로 부채한도 상향에 동의했다. 시퀘스트(Sequester)는 허용 가능한 최대 재정적자 규모를 초과할 경우, 다음 회계연도에서 예산을 강제삭감하는 장치이다. 시퀘스트의 실행은 연방정부의 많은 부서·기관에 대한 예산을 자동으로 줄이는 결과를 가져 왔는데, 특히 국방예산이 크게 삭감되었다고 한다.
이후 2011년 8월 5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S&P(Standard & Poor's)는 국가부채 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를 사유로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최초로 강등했다. 이로 인해 미국 주가·국채금리가 동시에 급락했다. 2013년에도 의회는 오바마케어(Obama Care, 건강보험 개혁안)의 재원확보를 차단하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논쟁은 결국 정부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이 셧다운으로 대부분의 정부기관들이 16일 동안 문을 닫게 만들었고, 이후 의회는 부채한도를 상향하고 예산을 승인함으로써 셧다운은 마무리되었다.
미국부채 걱정은 아마도, 연예인 걱정
미국부채는 다른 나라의 부채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이 발행한 국채(U.S. Treasury bonds)는 타국의 국채보다 더 높은 신용도를 지니면서 낮은 채무불이행위험을 가진다.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금융상품 중의 하나로 분류되는 미국국채는 다른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 신뢰받는 금융시장 인프라(법률, 엄격한 규제, 투명성 등)는 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부채를 안전자산으로 여기게 한다. 물론 주기적인 부채한도 상향과 관련한 이슈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미국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계속 주시하고 있다.
늙어가는 한국의 걱정, 국가부채
2023년 4월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을 54.3%로 전망했다. 2022년 10월 전망치보다 +0.2%p 높아졌는데, 이는 한국의 GDP 실적치가 예상치보다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D2는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D1)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수치로, 국가 간의 비교에 주로 사용되는 지표이다. 2018년 40% 수준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4%p 가량 상승하였다. 이러한 D2의 급증 배경에는 2020년부터 시작된 COVID-19 팬데믹에 대응하여 크게 늘린 재정지출이 한 몫을 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다. 고령화 단계 진입으로 인하여 재정지출은 계속 증가할 예정인 반면, 잠재성장률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지출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 정부도 국채 발행량을 더 크게 늘려야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부채한도는 1917년 제도 도입 이후 최근까지 약 110차례에 걸쳐 상향되어 왔다고 한다. 역대 미국 재무장관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재무장관도 2023년 6월 1일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 미국이 부채한도 상향을 하지 못하여 국가부도가 난 적은 없다. 물론 정치적인 논란으로 붉어지면서, 종국에는 정부 업무중단이나 신용등급 하락 같은 부정적인 결과을 초래하기는 하였다.
문제는 미국이 아닌 한국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도 국가부채 문제는 앞으로 더 예민해 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같은 부채한도와 같은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재정남용을 견제할 장치의 고안을 더 미룬다면, 포퓰리즘 정책과 예측하지 못한 위기(금융, 전염병 등)으로 국가부채가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부채 수준이 천문학적이라 하더라도, 지난 100년 간의 미국 정부와 의회의 치열한 열전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채규모가 미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진 않았을까.
[Music] 위태로운 안정
https://www.youtube.com/watch?v=iR8645xG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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