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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금융] 필요하지만 과한, 성과급

by Spacewizard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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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과도한 부동산PF가 중소형 증권사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와중에, 최근 부동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담당 임원들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영업으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성과보상 시스템이 회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더 키우는 셈이다. 이는 비단 국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여의도 증권가 출처 핀포인트뉴스
여의도 증권가 [출처:핀포인트뉴스]

증권사 구조조정 돌입, 2022년 하반기

비용절감은 경영악화에 직면한 회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실적을 회복하는 방안으로, 그 중 인력감축을 통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인력감축 외에도 고정지출이 큰 부서들의 폐쇄 및 통폐합도 동시에 고려된다. 2022년 말부터 인력조정에 돌입했던 증권사들은 PF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증권사들이였다.

 

이들 증권사들은 자체운용북(book, 자기자본)을 활용한 PF대출(브릿지대출·중순위·후순위)와 신용보강(매입확약·지급보증·채무인수)을 활용한 PF자산유동화증권을 통하여 모험자본을 고위험사업장에 공급해왔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상환(내지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1~3개월이라는 짧은 만기에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보강에 나선 증권사가 우발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보유현금자산 규모를 능가하는 보증이행의무가 발생한다면, 대체자금 조달과 심지어 보유자산 매각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증권사의 일부 영업조직은 성과급 비중이 큰 계약직을 선호하는데, 2022년 증권사의 계약직 비중은 평균 30% 수준이다. 2022년 11월 케이프투자증권는 법인·리서치 부서를 폐지하면서, 해당부서 소속의 임직원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계약직 비중이 클수록 회사의 고용유연성은 높게 마련인데, 특히 증권사 계약직은 조직폐쇄인력 효율화 과정에서 가차없이 실직을 하게 된다. 정규직은 희망퇴직을 통해 두둑한 목돈(연봉의 N년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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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성과를 기대하는, 이연성과급

2023년 3월 27일 증권사들의 경영 실적이 악화되자, 부동산PF 부서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직원 이연성과급을 미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많은 회사들의 내규에 추후 실적에 따라 이연성과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했었지만,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 IB역량을 부동산에 집중하던 중소형 증권사도 이연성과급을 미지급 혹은 축소 지급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소송 등 관련 충당금 적립해야 했던 상황도 미지급에 영향을 미쳤다.

 

성과보수 이연지급제도는 금융회사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가 단기실적에 매몰되지 않도록 성과보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 지급하게끔 의무화한 제도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금융위원회)에 다음의 조항이 있기는 했지만, 실제 손실을 이유로 이연성과급 규모를 줄인 사례는 거의 없었다.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한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이연성과급 제도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성과에 집착하다보면 투자자들에게 무책임하게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집중판매하게 되고,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도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이직이 잦은 부서(특히 부동산 금융)의 핵심인재를 잡아두기 위해선 성과급을 장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동종업계 이직 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어, 이직 희망자는 이연 성과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사정과 무관하기 지급되는, 성과급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이 대규모 성과급을 받아가는데는 여러 이유는 있다.

 

계약조항

동기부여를 통한 경영회복

경영진의 인식과 기업구조 상의 문제

임직원들과 회사 간에 성과급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는데, 보통 정해진 기간 동안의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다. 물론 이전의 성과에 바탕하여 지급되는 성과급은 이미 어려움에 봉착한 회사의 재무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니. 

 

회사가 위기상황에 처하면, 핵심인력들이 이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상황을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핵심인력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동기부여를 위해서 성과급 지급이 고려되기도 한다. 일부의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과 별개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큰데, 이로 인해 회사의 내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임직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며, 회사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기업구조와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는 임직원의 성과급 배분이 부적절하게 이뤄지게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 재점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객과 투자자의 손실을 외면한 채 미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부터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대한 지탄을 받았다.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 파산>에서는 SVB의 영업정지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미국 감독당국이 SVB를 압류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SVB가 전격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파산 직전 SVB의 대표는 회사 지분까지 대거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SVB는 고객(스타트업)의 손실과 도산 가능성을 외면한 채 임직원들이 보너스를 취했다는 점에서, 15년 전과 같이 금융기관 임직원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2011년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시위 출처 연합뉴스
2011년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시위 [출처:연합뉴스]

최근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높은 실적을 달성한 국내 은행과 증권사 임직원들이 과도한 성과급을 취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와 금융당국은 강도 높은 개선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시행 중인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신설하거나 앞서 말한 이연성과급을 포함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강화하는 의견이 많은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주주) 차원에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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