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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국내 PF시장에서도 응용된 위험 보험, CDS

by Spacewizard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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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뉴스들은 신용부도스왑(CDS)을 소개하면서 공포스러운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였는데, 그 때 CDS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15년이 흐른 지금, 그 시절과 비슷한 느낌으로 은행들의 CDS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듯하다. 왠지 데자뷰(Deja vu)라고 할까. 이전 글 <삶에서 예비훈련이 필요한, 위험>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을 상상함으로써 실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의 은행들과 미국의 중소은행들의 위기설이 점점 증폭되는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사전에 부도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 놓을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살펴보자.

부도 보험, 신용부도스왑(CDS)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는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다른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보험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며, 보장매입자(protection buyer)는 보장매도자(protection seller)에게 정기적으로 프리미엄(premium)을 지급하고, 채권발행자가 부도상황에 놓이면 보장매도자는 보장매수자에게 채권을 대위변제한다. CDS 스프레드(spread)무위험채권수익률과 대비한 특정 회사·국가의 신용위험을 표현하는 지표로, CDS계약의 가격(보험료)을 나타내며 기본적으로 해당 회사나 국가의 신용위험에 따라 결정된다.

CDS spread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는 채무자의 신용등급, 경제 여건, 채무 만기 및 시장의 유동성이 있다. 채무자의 신용 등급이 낮거나 만기가 긴 채무는 상대적으로 부도위험이 더 높다. 불경기 내지 금융위기와 같은 매크로의 부정적인 변화도 채무자의 부도 가능성을 높이는데, 이와 같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 CDS spread가 증가한다. 또한 CDS 시장 내의 유동성이 낮을 경우에도 CDS spread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CDS 구조
CDS 구조

끊임없이 제기되던, 도이치뱅크 위기설

2023년 3월 24일 도이체방크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이 장중 222bp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한 달 사이에 2배 넘게 뛴 수치다. 이전 글 <바나나 공화국이라기엔 원래부터, 스위스>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은행(CS)이 2022년 말 CDS 수치가 정점을 치면서 부도위험이 높은 상태였다는 언급을 했었다. 도이체방크 위기설은 CS 사태에서 비롯되었는데, UBS가 CS가 발행한 AT1채권을 전액상각 처리하면서 다른 은행 채권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문제는 도이체방크도 상당한 양의 AT1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인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AT1채권은 약 91억달러(약 12조원) 규모, CET1(보통주 자본·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 핵심 자본) 대비 17.7%로 유럽 평균(약 16%)보다 높은 수준이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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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의 충분조건 아닌, CDS

CDS spread는 실제 부도위험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이유 1) 제한적인 유동성

CDS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적일 경우에는 시장참여자들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없어, CDS spread가 실제의 신용위험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여 왜곡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제한적인 시장에서는 spread 확대, 거래비용 증가, 가격발견의 어려움이 있게 된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매수자·매도자 간의 견해차가 커질 수 있고,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CDS spread에 추가적인 premium이 부과되어 더 높은 spread가 생성된다. 그리고 유동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적어 가격발견의 과정이 지연될 수 있는데, 이는 CDS spread가 신속하게 변동하는 시장상황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게 될 여지가 있다.

이유 2) 시장참가자들의 견해 차이

CDS spread는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견해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정보의 불완전성, 불확실성, 감정요인 등으로 인해 과잉반응(overreaction)할 수 있고, 이러한 과잉반응으로 인해 부정확한 부도위험을 반영할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대부분 불확실한 소수의 정보를 가지고 거래하는 경향이 있고, CDS를 주로 헤징(hedging) 내지는 투기(speculation) 목적으로 거래를 한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도 시장참가자들의 행동은 소문, 패닉 및 과거경험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신용위험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AIG의 CDS spread는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는 AIG의 실제 부도위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미국 정부가 AIG에 대한 긴급 구제 조치를 취하면서 AIG는 부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제한된 합리성을 다루는 행동경제학 출처 서울경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다루는 행동경제학 [출처:서울경제]

필요조건이기에는 충분한, CDS

CDS spread가 부도위험을 잘 반영했던 사례들도 있다.

사례 1)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

2008년 금융위기 동안 리만 브라더스의 CDS spread는 급격히 상승하면서 파산 당시 600bp에 육박했는데, 이는 리만 브라더스의 부도위험이 높아진 것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었다. 1999년 IT 버블이 터져 주가가 붕괴되었는데, IT라는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투입되기 시작되었다. 이때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 파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0년대 초반 미국 주택시장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버블을 형성하였다. 이 버블을 기회삼아 일부 IB(리먼브라더스 포함)와 대형 보험사(AIG 포함)는 돈을 벌기 위해 주택저당채권(mortgage)을 대상으로 한 CDS를 만들어 판매하였다. 또 다른 IB들(골드만삭스 포함)은 주택저당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주택시장 붕괴를 예상하며 CDS를 대량구매하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투기의 장이었다.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로부터 시작하여 주택시장이 붕괴하면서, 2008년 9월 CDS를 만들어 팔던 리만브라더스도 인수자 없이 파산하였다.

사례 2) 그리스 국채 위기(Greek Debt Crisis)

금융위기(financial crisis)은행이 빚은 못 갚아서 발생하는 것인 반면, 재정위기(sovereign debt crisis)국가가 빚을 못 갚아서 생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해 자산거품이 터지면서, 여러 국가들은 경제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늘렸고 국채이자는 급등했다. 이는 경제위축, 수요감소, 대출부실 등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약한 경제력에 비해 방대한 대출을 받은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를 중심으로 재정위기 오게 된다. 즉 미국의 금융위기가 몇몇 국가의 재정위기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리스는 2009년부터 CDS spread는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 4월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채권등급은 하향조정된다. 뒤이어 나머지 PIIGS로까지 국가부채 위기가 번졌다. 결국 그리스는 채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2015년 7월에 디폴트를 공식선언했다. 그리스는 2012년 초 5년물 CDS 기준으로 25,400bp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매년 기초채권 원금의 2.54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CDS의 변형, PF시장 미분양담보대출확약

2011년 전후로 국내 한 증권사에서 CDS구조와 비슷한 신상품 미분양담보대출확약(미담확약)을 출시하였다. 이는 PF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함으로써 PF대주가 가지는 원금상환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원금상환을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PF대출을 일으키기 위한 신용보강의 하나로, 시행사들은 PF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증권사의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을 계약하면서 매출액 대비 3~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공사 중에 분양이 잘 되면 확약한 증권사는 그저 수수료만 챙기는 것인데, 일시불 보험료(프리미엄) 치고는 너무 높은 편이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돈 또는 가치있는 물건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항상 우려해 왔을 것이다. 최근 들어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여러 위험들을 헤지하기 위한 파생상품들이 설계·출시되어 왔고, 채무불이행(부도) 위험도 제3자가 헤지해주는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CDS 스프레드는 부도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유용하지만, 완벽한 지표는 아니다. 다양한 정보와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은 깊이 공부할수록 걱정거리가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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