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금융투자

주가조작 버금가는 빌라왕, 전세사기

by Spacewizard 2023. 4. 17.
728x90

주거형태를  3가지(아파트·빌라·단독주택)으로 구분하면, 과거 서울은 단독주택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증가하는 도시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한정된 토지 위에서 주거형태는 계속 변화해 왔는데, 보편적으로 단독주택→빌라→아파트 순으로 재건축이 진행되어 왔다. 많은 토지가 높은 가격대의 아파트 용도로 변했지만, 여전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청년들도 아파트와 유사한 주거환경을 원해 왔고, 임대차시장에서는 그 대체재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공급해 왔다. 빌라는 원룸·반지하·옥탑방에 비해 넓고 쾌적한 편으로, 향후 아파트로 갈아탈려는 서민·청년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매매 측면)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자금대출(전세 측면) 증가율이 크게 상승했는데, 이러한 부동산시장 규제의 풍선효과로 인해 빌라 공급이 촉진되었다. 하지만 빌라 시장구조의 틈을 노린 일부 빌라왕(명의대여자=사기성 임대사업자=바지사업자)들은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을 악용하여 전세사기를 저지르는데, 범죄의 기회는 시세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신축빌라의 특성에 있었다. 그렇다고 빌라 형태에서만 전세사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높은 전세수요에도 불구하고 매매수요가 없는 부동산 형태에서는 항상 전세사기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전 글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눈여겨야 할, 전세가율>에서는 2023년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 가입조건이 강화되면서, 공시가격 적용비율이 140%(기존 150%)로 축소된다고 언급했었다. 이는 HUG의 과거 기준이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을 명분을 제공하는 장치였다는 의미이다. 비아파트 전세시장의 틈을 파고든 사기행각은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문제 없이 지나가다가,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낮아지는 주택가격 하락이 본격화 되어서야 깡통전세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세상이 어려워지면 패자를 드러난다는 의미로 다음과 같은 말은 남겼다.

"수영장에서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하는지는,
수영장물이 다 빠져봐야 안다."

 

집값조작이 불러온 전세가 거품, 빌라왕의 탄생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조작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시세를 조작한다는 말은 생소할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시세를 산정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상품인 신축빌라시세조작이 빈번히 발생한다. 신축빌라 건축주는 분양여부에 상관없이 분양계약서상 분양금(예 2.5억원)을 실제 가치(예 2억)보다 높게 (up)계약을 체결한 뒤, 매수인 빌라왕에게는 할인된 금액(예 2억원)을 받은 후 소유권을 이전한다. 그 전에 부동산중개업자는 빌라왕이 지급한 매매금액 이상의 전세보증금(예 2.4억원)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때 세입자는 분양계약서 상에 표시된 금액인 2.5억원 시세로 인식하게 되고, 빌라왕은 보증보험이 가능한 최고치로 역산하여 전세보증금을 산정한다. 이러한 사기거래의 결과, 건축주는 신축빌라를 할인된 가격 2억원에 판매하면서 물건을 털어내고, 빌라왕은 차익 4천만원(=2.4억 - 2억)을 얻게 된다. 물론 차익 4천만원 내에서 취등록세를 납부한다. 그럼 이 세후차익을 빌라왕이 가져가나. 그렇지 않다.

컨설팅업체가 기획한, 전세사기 현금흐름
컨설팅업체가 기획한, 전세사기 현금흐름

 

빌라왕을 기획하는, 컨설팅업체

 

전세사기의 기획은 건축주가 컨설팅업체에 분양을 일임하면서 시작된다. 빌라는 준공 이후 시세가 계속 떨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매매수요는 뜸하지만 전세수요는 많다. 컨설팅업체는 풍부한 전세수요를 악용하여 시세 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다음, 미리 구해놓은 빌라왕을 내세워 임대인을 변경한다. 이후 빌라왕은 세금체납, 대부업체·개인 근저당 등을 설정하고 고의적으로 파산하면, 세입자는 HUG로부터 전세금을 받거나, 보증보험 미가입시에는 경매를 거친 후 전세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세사기 매물은 전세가가 시세보다 높기 때문에 경매에서도 전세가 이상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세입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보증금과 상계처리하면서 집을 인수하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사기가 가능한 것은 주가조작(작전)이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여러 가담자들(대주주·전주·증권브로커 등)이 공모하여 특정기업 주식의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매집과정에서 주가를 폭등시킨 후, 가장 높은 가격대에서 매집주식을 출회하여 이익을 챙겨간다. 물론 여기에 속은 개미투자자들은 폭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며 피 같은 돈을 날리게 된다. 전세사기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담자들(컨설팅업체·빌라왕·부동산중개업자·감정평가업자 등)의 공모·묵인을 통해 가격(시세, 전세가)를 조작하면서 진행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작전세력들이 노린,

 

부동산 거래관행에서 세입자에게 불리한 법규정이 하나 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그 효력(대항력)은 하루 뒤 0부터 발생하는 반면, 매매·저당권 효력은 등기(이전·설정)가 이뤄지는 즉시 발생한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전입신고·확정일자를 받는 당일에, 임대인이 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면 임차인은 후순위자로 밀려난다. 컨설팅업체들이 전세잔금일에 빌라왕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배경이다. 과거 HUG의 전세보증 범위를 정함에 있어 공시가격의 150% 적용비율보다 감정평가액을 우선 적용하면서,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시세를 부풀렸다.

 

빌라왕은 애초에 현금을 챙기는 것이 주목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체납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전세입자는 임차한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눈 앞에서 보게 된다. 보통 세금은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하므로, 경락대금에서 체납세금을 제한 금액만 전세보증금으로 회수가 가능하다. 이는 임차인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도 대항할 수 없다. 세금체납은 2~3달 뒤에 등기부등본에 공시되기 때문에, 전세계약 시점에서는 체납압류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임차인들은 전세계약 당일 국세완납증명서와 지방세완납증명서을 확인하여야 한다.

728x90

선의로 포장된 HUG 보증, 사기판 확장

 

영국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애초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서민·청년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앞장 서겠다는 선의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서민·청년은 지옥을 맛보게 되었다. 빌라 임차인에게 전세대출을 실행한 은행은 담보가치와 상관없이 감정평가액과 HUG 보증보험서만 있으면 무조건 대출을 해줬는데, HUG가 전액손실보전을 해주는 구도에서 은행이 대출을 취급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빌라왕의 전세사기판에 HUG가 세입자 명의로 큰 판돈을 제공한 형국이다. HUG의 보증이 없었다면, 은행은 철저히 회수가능성을 검토한 후 전세대출을 안 했거나, 대출을 했더라도 대출금액을 상당히 줄였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8월부터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였지만, 하지만 빌라왕 중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인 등록임대사업자를 내세워 세입자들을 안심시킨 후에 실제로는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HUG 전세보증이 사기의 미끼를 제공한 셈이다.

 

빌라왕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구제를 호소하는 가운데,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정부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를 개편하면서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단기간에 만들어 낸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전 글 <수업료 비싼 내집마련,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자본주의에서 내 재산은 본인만이 지킬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전세입자가 부동산 관련 법규들과 계약서를 스스로 숙지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만이 사기로부터 내 돈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임대인지위승계 거부를 고려한다든가, 전세만기 6개월 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이행을 준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