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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발목뼈

by Spacewizard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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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회·가정)을 살아가면서 각자만의 정신적인 고통들을 안게 마련이고, 오죽하면 상당수 질병들의 원인을 실체없는 스트레스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실존 대한 의미를 실감하게 해주는 감각으로는 육체적 고통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질병·장해 으로 인해 육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간 당연시 여겨왔던 평온과 행복, 삶의 질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가진 질병과 장해(암·대사질환·신경질환·신체절단 등)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젊은 20~30대의 환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불문하고 큰 육체적 고통을 겪었거나 겪는 중인 이들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육체적 고통이 죽음·현세(이승)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뭐랄까. 건강한 노인이 현세를 살아가는 지혜·경험을 더 지녔을지는 몰라도, 시한부 젊은이가 느끼는 현세·내세·죽음에 대한 허망함,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글 <뒤늦게 깨달은 자율주행기술, 차간공간 유지>에서 고속도로 사고로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온 뒤에 주변의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연륜·경험의 부족으로 암환자나 다리절단환자의 고통·불편·절망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몇 차례 어안이 벙벙한 사고와 생경한 통증을 통해서 인생·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나름 깨닫은 적은 있다. 3차례에 걸친 치루수술, 스키장에서의 손목골절, 아이를 들어올리는 순간 척추뼈가 엇나간 척추측만, 고속도로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차량반파, 그리고 최근의 발목골절 등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내 머리 속에서 번개를 동반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치명적인 결과들은 아니어서, 이렇게 건강한 육체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인생에 임하고 있다. 얼마 전 발목삼과골절로 수술·입원을 했었는데, 이때 다시 잊혀졌던 깨달음이 떠올랐다. 인생은 우발적 사고의 연속이며, 육체는 자연(중력) 앞에서 한낮 종이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잦아지는 우발적인 사고들을 대하는 하나의 감정보다는 복합적 감정이 나타난다. 언젠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동반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이미 정신·육체적인 경험과 고통을 동반한 인생커리어를 충분히 쌓았다는 이상한 자신감이다. 오늘은 발목골절과 관련해서 간단히 얘기해보자. 

 

종이처럼 구겨져 버린, 발목

 

종아리에는 2개의 뼈가 있는데, 경골(정강이뼈)비골(종아리뼈)이다. 보통 합쳐서 경비골이라 한다. 두꺼운 경골은 앞쪽에 위치하고, 얇은 비골은 뒤쪽에 위치한다. 경비골의 튀어나온 하단을 복사뼈(복숭아뼈)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외측복사(비골 하단), 내측복사(경골 하단), 후측복사(경골 뒷하단)으로 구분된다. 외측복사·내측복사를 합쳐 양과라 하며, 여기에 후측복사를 포함하여 삼과라고 한다. 발목관절(거퇴관절)은 3개의 뼈(경골·비골·거골)가 만나는 지점으로, 발의 제일 위에 위치한 거골에는 활차(도르레)면이 있다. 이 3개 뼈는 고리형태로 연결된 여러 인대들에 의해 안정을 유지한다.

발목관절 주변 뼈구조
발목관절 주변 뼈구조

골절(fracture)뼈의 연속성이 소실된 상태로, 뼈에 금이 간 것도 골절에 해당된다. 발목골절로 인해 인대고리구조 중 2개 이상을 끊어지면 발목은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발목관절은 체중지탱과 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목골절로 인해 관절면이 손상되면 발목관절의 운동범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발목골절은 주로 발이 밖으로 꺾여 말리면서 발생한다. 원위(distal)은 기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경비골 원위라는 표현은 경비골의 중간 1/3 아래에 위치한 뼈하단부 1/3을 의미한다. 즉 발목관절 부근의 뼈말단이다.

 

인대·힘줄는 관절 주변의 작고 연한 조직으로, 인대(ligament)뼈와 뼈를 단단하게 연결하며, 힘줄(tendon)뼈와 근육을 연결하여 관절을 움직인다. 인대는 외상으로 인해 늘어지거나 끊어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힘줄은 근육에 붙어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찰·마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고령인구가 늘고, 스포츠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골절과 함께 인대·힘줄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대·힘줄은 한번 다치면 회복이 쉽지 않은데, 이는 혈관이 거의 없어서 혈액을 통한 재생인자 공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혈액공급이 원활한 근육은 손상으로부터의 회복기간이 최소 4주인 반면, 인대·힘줄은 최소 12주가 걸린다.

 

한 번 끊어진 인대·힘줄은 다시 연결하더라도 원래 인장강도(장력에 견디는 힘)의 70~80% 수준에 머물게 되므로, 최대한 강한 힘을 버틸 수 있도록 재활이 요구된다. 이전 글 <압력과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 심해>에서는 심해잠수정이 해저압력을 버티지 못한 원인을 설명하면서, 인장강도에 대해 언급했었다. 주로 많이 다치는 부위로는 발목인대·전방십자인대와 손목힘줄·어깨힘줄·아킬레스건이 있다. 인대·힘줄이 끊어지지 않더라도, 갑자기 강한 힘이 가해져서 생기는 급성염증에는 우선적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조직재생에 오히려 방해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증이 완화된 후에도 인대·힘줄 부위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 사용된 인대·힘줄은 미세손상으로 인해 두꺼워지는 퇴행성 변화와 함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통증유발동작을 피하고 조직재생치료를 해야 한다.

 

·인대·힘줄이 만나는 곳, 관절

 

관절(joint) 뼈와 뼈가 만나는 곳이다. 무릎관절과 같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은 관절막(capsular)에 둘러싸고 있다. 관절막 바깥은 인대에 의해 보강되고, 관절막의 안쪽은 얇은 활액막(synovium, 활막)에 의해 덮여 있다. 관절막에 쌓여 있는 관절 속을 관절낭(joint capsule)이라고 한다. 무릎관절은 뼈와 뼈가 맞닿는 부분이 매끄러운 연골(cartilage)로 덮여 있어 운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연골 사이에는 마찰을 없애주는 끈적끈적한 활액(synovial fluid)이 있어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관절 내부에는 혈관이 없어서 영양분을 공급 받기가 힘든데, 활액은 영양분을 공급시키거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연골·활액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성분이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이다. 혈관이 없는 연골은 활액으로부터 산소·영양분을 받아들이는데, 이는 연골이 스펀지와 같은 특성(탄력성·흡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 관절에 압력이 가해지면 연골에서 노폐물이 함유된 액체를 내보내고, 압력이 사라지면 산소·영양분이 섞인 액체가 연골로 스며든다. 그래서 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관절과 관절염
정상관절과 관절염

관절염관절에 염증성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크게 퇴행성·류마티스로 구분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의 점진적인 퇴행 내지는 손상으로 인해 관절 내 뼈가 손상되면서 만성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인체 내 140여개의 관절이 하루 10만회 가량 움직이고 있으며, 그 중 사용량이 많은 관절인 손가락·무릎·골반·척추 등에 주로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40대에 접어들면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연골의 70%가 마모될 때까지도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Rheumatoid) 관절염은 면역체계의 오류로 인해 면역세포가 활액막을 공격하면서 염증·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인구의 1~2% 정도가 앓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염증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발병 1~2년 내에 관절손상(연골손상·골미란)과 함께 종국에는 관절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작은 관절(손가락·발가락)로부터 시작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주요특징으로는 좌우대칭과 조조강직(아침에 뻣뻣해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물론 퇴행성 관절염도 조조강직은 흔한 증상이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에 비해서는 강직정도가 약하고 지속시간도 5~10분 정도로 짧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조강직은 양치질·세수를 하기도 힘들며, 오후까지도 열감과 함께 지속되기도 한다.

 

재생이라는 신비한 과정, 골절치료

 

골절치료의 과정은 크게 3단계(염증기·복원기·재형성기)로 분류할 수 있다. 골절 직후 단기적으로 진행되는 염증기에는 골절로 인한 출혈이 뭉쳐 혈종형성·염증반응이 나타나며, 붓기·통증·열감이 심하게 느껴진다. 혈종(고인 피)이 몸에 자연흡수되는 복원기에는 골절부위에서 분비된 연성가골(골진)이 경성가골로 변하면서 유합이 시작된다. 골진(骨津)은 처음에는 골절부위를 둥글게 덮으면서, 액체·고체의 중간상태를 거치면서 평평하게 자리잡는다. 재형성기는 유합 이후부터 뼈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시기로, 재활과 함께 장시간이 소요된다. 대체적으로 신체부위별 골절 회복기간은 아래와 같다.

 

손가락·발가락 : 3~6주

갈비뼈 : 4~9주

손목·발목 : 6~12주

종아리 : 12~16주

허벅지 : 16~20주

고관절 : 20주 이상 

 

뼈의 완전한 유합을 위해서는 골절부위안정성과 주변부위의 혈류환경이 중요한데, 이 요소들이 수술여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러진 뼈조각들이 원래의 위치에서 크게 이탈했거나, 깁스(cast)만으로는 부러진 뼈조각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거나, 골절부위가 피부 밖으로 노출되거, 관절(발목·무릎·손목·발꿈치 등) 내부까지 침범하여 관절면 손상이 있는 경우들은 수술을 할 확률이 높다. 보통 골절수술은 금속장치(금속판·나사못 등)을 활용하여 부러진 뼈를 연결·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골절 부위에 따라서는 주변의 혈류공급의 차단으로 골유합이 더딘 경우도 있고, 원래 매끈했던 관절면이 골절손상으로 인해 거칠어진 경우에는 향후 관절염의 위험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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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뼈를 위해 먹어왔던, 비타민K2

 

COVID-19가 발생한 지 3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 코로나에 걸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코로나의 등장 이후에 비타민D3 4000IU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D는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주는데, 한국인들은 태생적으로 혈중 비타민D의 농도가 낮은 편이다. 비타민D는 크게 에르고칼시페롤(D2, 식물성)과 콜레카시페롤(D3, 동물성)로 구분되는데, D2는 효모·버섯류, D3는 라놀린(양털기름)에서 추출된다. D3의 체내흡수율이 D2보다 약 4배 높아서, 혈중농도를 높이기에는 D3가 유리하다. 비타민D의 또 다른 효능은 칼슘을 혈관까지 이동시켜 뼈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있는데, 과연 혈관으로 잔뜩 몰아낸 칼슘이 뼈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혈류에 잔류한다면, 이 칼슘들은 오히려 동맥경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성분이 비타민K2이다.


1929년 덴마크의 과학자 헨릭 댐(Henrik Dam)은 저콜레스테롤 식단을 실시한 닭에서 출혈증상(혈액응고장애)이 일어남을 확인하고, 그 원인이 콜레스테롤이 아닌 지용성비타민의 결핍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지용성비타민을 '응고비타민'으로 불렀는데, 이 비타민이 비타민F가 아닌 비타민K로 이름 붙여진 이유가 그 특성상 '응고'를 의미하는 독일어 Koagulation의 첫 글자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이후 비타민K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현재까지 천연비타민 K1·K2 및 합성비타민 K3·K5·K7가 발견되었다.

 

필로퀴논(Phylloquinone)으로 알려진 비타민K1은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에서 합성되며, 혈액응고작용을 한다. 비타민K1은 동물체내에서 비타민K2로 전환·저장되는데, 메나퀴논(Menaquinone)으로 알려진 비타민K2는 대부분의 성인에게 부족하다. 비타민K2의 가장 흔한 형태인 MK-4는 동맥벽·췌장·고환에서 비타민K1으로부터 합성되는데, 대장 내 세균의 혐기성 호흡과정에서는 MK-4보다 측쇄가 더 긴 MK-7 내지 MK-11도 합성될 수 있다. 측쇄(isoprenoid)는 분자구조식에서 주가 되는 사슬모양의 골격으로부터 가지처럼 갈라져 나간 원자단을 의미한다. 비타민K2를 MK-n으로 세분할 때, M은 메나퀴논의 첫글자, K는 비타민K군, 그리고 n은 측쇄의 수를 나타낸다. 반감기가 1시간 가량인 MK-4보다, 반감기가 3일인 MK-7이 체내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MK-7는 일본의 발효음식 낫또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K2는 심혈관질환골다공증 효과가 있으며, 체내흡수율이 100%에 가까워서 비타민K1(약 10%)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비타민K2에 의해 활성화된 매트릭스GLA단백질(Matrix GLA Protein, MGP)는 혈관 내 침착된 칼슘을 낚아채면서 석회화를 방지한다. 또한 MK-7에 의해서 활성화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은 혈관 내에서 낚아챈 칼슘을 동맥·연조직이 아닌 골기질(치아·뼈)과 결합시키는 역할 한다. 그래서 MK-7가 부족한 상태에서 비타민D를 과다하게 섭취한다면, 혈관에서 뼈로 옮겨지지 않은 체내칼슘은 뼈 이외(혈관·장기)에 축적되면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K2는 뼈의 신생에 관여하는 조골세포(osteoblast cell, 골아세포)를 활성화하고, 조골세포에서 생산되는 콜라겐을 축적시키기도 한다. 여성은 폐경 후의 골소실로 인해 뼈의 강도가 떨어져 골절이 쉽게 발생하는데, 실제 정형외과의 입원실에는 60대 이상의 여성 골절환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골절수술 이후에는 일시적으로 비타민K2 메가도스(mg단위)도 고려해 볼 만 한데, 개인적으로 복용 중인 비타민K2 영양제의 성분표는 다음과 같다.

비타 K2(트랜스메나퀴논-7) : 200mcg (Daily value 167%)
비타민 D(콜레카시페롤) : 1000IU, 25mcg (125%)
칼슘 : 700mg (54%)
마그네슘 : 300mg (71%)
아연 : 2mg (18%)
망간 : 1mg (43%)

 

조선시대 골절치료재, 당귀

 

의학기술과 약학이 과학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19세기 이전에는 골절로 인한 통증·출혈을 줄이기 위해 유향정통산(활혈지통산) 가루를 데운 술과 함께 먹였다. 여기에는 유향·몰약·당귀(當歸)·백지·백출·생지황·목단피·적작·천궁·감초가 동일한 양이 들어간다. 당시는 응급처치·감염의 개념이 없던 시대인지라, 상처부위는 2차 감염으로 인해 붓기·고름·진물이 심해짐은 물론 이 단계에서 사망하는 환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상처부위의 혈종·진물·고름은 3개의 면에 칼이 서있는 봉침(삼릉침)으로 제거함으로써 2차 감염을 최소화했다. 이후 지혈·소염작용을 해주는 백반을 뿌린 다음, 다친 부위를 대나무를 묶어 잘 고정시켰다. 황산알루미늄염이 함유된 명반석(Alunite)을 갈아서 추출해 낸 결정을 명반(明礬)·백반(白礬)이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하얗고 깨끗한 이 약재는 과거에는 구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반(礬)은 알루미늄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일본에서도 알루미늄을 반소(礬素)라고 한다. 「쓰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알루멘(Alumen)에서 백반(Alum)·알루미늄(Aluminium)이 파생되었다.

 

어느 한의원이나 한약방에 들어가든 코 끝으로 특유의 당귀향이 스쳐가는데, 그만큼 당귀는 한의학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마땅히(當) 돌아오다(歸)」는 의미를 가진 당귀는 과거 바다·전쟁터로 먼길 떠나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면서 아내들이 품에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또 시댁에서 소박맞은 허약한 며느리가 당귀를 먹은 후 건강한 모습으로 시댁으로 당당히 돌아갔다는 설화도 있다. 어찌되었든 「돌아왔다」는 말은 원래로의 회복·복원을 의미하는 만큼, 과거 사람들은 한약재로써 당귀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영어권에서는 당귀를 안젤리카(Angelica)라 부르는데, 천사급 약재로 여겨졌나 보다. 당귀는 진통·이뇨, 혈액순환과 간기능 개선에 효능이 있으며, 최근에는 당귀가 뼈세포 증식효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골전구세포에 의한 1형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발목골절 중에서도 복사뼈가 직접 손상되는 양과골절 내지 삼과골절의 경우, 관절면이 손상을 입으면서 추후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평소 꼬박꼬박 챙겨먹던 비타민D와 비타민K가 뼈의 유합과 재생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불의의 사고를 통해 골기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계단에서 발을 헛딛어 넘어진다면, 보통 발목골절로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팔골절은 물론, 안면·머리까지도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른팔목에 한 줄 그어져 있는 켈로이드(keloid) 흉터와 함께 왼발목에는 두 줄의 흔적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내 몸의 스크레치들이 분명 인생에서 가르침이 될 기억이자 경력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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