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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근대화에 이어 친환경 교통수단, 트램

by Spacewizard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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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철로를 달리는, 트램

트램을 들어 올리기 위해 개발된, 엘리베이트

전차가 가져온 근대적 변화, 계급과 시간인식

확장되는 도시의 전차문제, 지하철로 대응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qerEl7BxC4A

 

수년 전부터 국내의 몇몇 지자체(부산·대전·울산·동탄 등)에서는 트램(Tram)을 교통수단으로 도입하려는 계획을 발표해왔다. 트램을 도입하려는 주된 이유는 교통난 해소와 친환경 대중교통체제로의 전환이었으나, 지상선로의 확보와 경제성 부족 등의 문제로 대부분 좌초되었다. 2022년 11월 28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는 「위례선 도시철도 건설사업」의 사업계획을 승인한다고 밝혔고, 이는 남위례·북위례를 관통하는 트램사업으로 2025년 9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 현재 위례중앙광장의 정거장 예정지에는 연약지반 강화를 위해 펜스를 치고 흙더미를 사람가슴 높이 만큼 가져다 놓았다고 하니, 정말 몇 년 후에는 트램이라는 신선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에서 트램은 처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TV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70여년 가까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현재 트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바, 트램의 탄생과 국내 도입에 관한 내용을 알아보자.

자동차 이전의 대중교통수단, 트램

트롤리(Trolley, 노면전차)로도 불리는 트램은 지상도로에 철로를 부설하고 그 위를 운행하는 열차를 말하는데, 전세계 도시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트램시스템은 19세기 중반에 개발되었는데, 당시에는 말이나 증기기관으로 구동되었다. 19세기 후반 많은 도시에서 증기트램보다 더 효율적·환경친화적인 전기트램이 많은 도시에서 인기를 얻게 되는데, 전기트램은 철로 위의 공중에 설치된 전기줄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트램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의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흔히 보이는 유압식 엘리베이터는 트램을 노선에서 들어올리는 용도로 처음 개발되었는데, 그 시기가 19세기 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트램을 올리기 위해 노동력을 동원해야 했다고 한다. 트램은 20세기 중반까지 많은 도시에서 대중적인 교통수단이었으나, 20세기 중반 이후 시설의 노후화와 함께 비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여겨지면서 해체된다. 이후 많은 도시들에서 버스·자동차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전환되었다. 


조선의 트램 도입

전차는 기존의 마력을 이용하는 마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1879년 지멘스(독일 전기회사)에 의해 개발된 전차는 베를린박람회에서의 시험주행을 하였고, 1881년 베를린 교외에서의 운행을 시작했다. 그 후 1887년 미국에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노면전차가 개발되면서 실용화된다. 1899년 5월 대한제국에서 트램(서대문·청량리 구간)이 개통되었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1월 개통한 영국의 메트로폴리탄선으로, 증기기관차가 나무로 만든 지붕없는 객차를 끄는 형태이며, 승객들은 기관차에서 방출되는 증기·연기를 그대로 흡입해야만 했다. 1968년 11월 28일 70년 간 운행된 서울의 전차는 폐선되었는데, 당시 운행구간은 총 40.6km(11개 노선)에 달했으며, 4개의 차고지(마포·동대문·삼각지·영등포)가 있었다. 트램의 도입이 조선의 근대 발전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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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대화를 추구했던, 고종

 

당시 고종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전차도입을 추진했다. 실무를 맡은 사람은 이채연으로, 당시 그는 한성판윤(현재 서울시장)을 맡고 있던 친미개화파였다. 이채연은 전차운행을 위해 시내도로를 50척으로 확장하는 작업부터 착수했고, 이후 1898년 미국인 사업가들과 협력하여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동대문에 인프라(발전소·차량기지)를 갖추고,  선로부설과 차량도입 등의 행정절차를 차근히 추진했다. 이 모든 과정은 현대의 도시행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고종이 전기를 이용한 근대문명의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1887년 경복궁 내에 가설된 전등이었다. 이후 미국인 사업가들은 홍릉(명성황후 능) 외출이 잦았던 고종에게 전차의 이기와 이동경비의 절감을 강조하면서 지속적인 설득을 했었다고 한다.

 

2) 계급·시간에 대한 사고 변화


전차도입은 단지 새로운 교통수단이 하나 추가된 것에 그치지 않았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전차를 이용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생겨났다. 비용만 지불하면 승차에 차별이 없었으니, 차비를 내면 평민도 양반과 같은 차량에 승차할 수 있었고, 차비를 내지 못하면 양반이라도 탈 수 없었다. 여자도 비용을 지불하면 탈 수 있었다. 전차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계급의식이 서서히 해체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시공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타임스케줄에 맟춰 운행되는 전차를 통해 시간의 규칙성을 학습하였다.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으며, 막차시간이 밤 11시까지로 연장되면서 야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근대의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확장되는 도시에 대한 대응, 지하철

 

경성(현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로 인한 혼잡은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문제였는데, 1938년 신문기사에 따르면, 하루 24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만원전차 문제로 인해 도보등교제·시차출퇴근제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119개 정류장 중 일부(43개)를 통과하는 급행전차까지 도입하였는데, 이는 지금의 서울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의 시초라고 할 만하다. 결국 해방 이후 서울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차의 혼잡도는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서울시가 택한 방법은 전차보다 수송력이 높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하철이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지으려면 전차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전차의 차량기지는 동대문에 있었고, 그 핵심노선은 종로였기 때문이다. 지하철 공사를 하려면 땅을 파내야 하는데, 이러면 전차가 달릴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1966년 서울시는 당시 전차를 운영하던 한국전력으로부터 전차사업을 인수 받았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968년 1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이후 지하철 건설을 위해 우선 세종로 지하도를 만들었고, 1971년 착공된 종로선(지하철 1호선)은 1974년 8월 15일 개통되었다. 수송력 부족에 시달리던 전차는 이렇게 지하철로 새롭게 대체되었는데, 현재 지하철 노선도와 당시 전차 노선도는 매우 비슷하다. 이처럼 20세기 전반을 풍미했던 전차는 서울의 풍경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제강점기, 남대문 숭례문 주변에서 노면전차를 타려는 사람들의 모습
일제강점기, 남대문(숭례문) 주변에서 노면전차를 타려는 사람들의 모습

트램에 대한 새로운 관심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도시지역에서 교통수단으로서 트램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났다. 수송력 부족과 낮은 서비스 수준으로 인해 사라졌던 트램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차가 가진 친환경성높은 접근성 고령화·환경오염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차는 자동차와 달리 전기로 달리며, 지하철과 달리 지상에서 탈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문제되었던 낮은 수송력·속도는 여러 개의 최신형 차량을 연결하고, 첨단의 도로통합신호를 도입해 해결하였다. 양적 효율을 중시했던 자동차 시대의 출현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전차가 보행자(자전거 포함) 우위의 시대에서는 대안교통으로 돌아온 셈이다.

2022년 5월 본격적인 트램의 국내도입을 위해 미국 유타주 교통국의 기술·경험을 전수받을 예정이라고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유타주는 1999년 이후부터 약 20여년의 트램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데, 현재 노면전차 4개 노선(약 100km)과 통근열차(132km)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위례선(위례신도시 내 트램, 마천역-복정역, 5km, 8개역)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착공된 위례선이 개통된다면 서울의 전차가 사라진 지 약 60년 만에 복귀를 하는 셈이다. 오래 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전차가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서울을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통수단으로서의 트램의 역사·위상은 변화된 인식·기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고유한 교통수요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트램은 지배적인 형태의 교통수단이 아닐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방법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도시에서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의 하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의 많은 도시들에서 주민들에게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트램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Music] 도시 속의 서행

https://www.youtube.com/watch?v=gPQwtsjYJcM

Slow Ride Through the City #도시 속의 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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