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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금리와 인플레에 무너진 다리, 브릿지론

by Spacewizard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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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 위험이 점점 높아지는, 브릿지론

거시환경 악화로 점점 기대하기 힘든, 본PF 전환

EOD 처분의 주체가 되는, 부동산신탁사

PF위험 일부를 시공사로부터 분담한, 금융사·신탁사

향후 대주와 신탁사 간의 논란이 많을, 책준관토 손해배상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roHyHxQtnXg

 

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연체잔액이 2022년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2배를 초과한 1조1465억원을 돌파하였고,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체잔액은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데, 최근 브릿지론의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고 한다. 브릿지론(Bridge Loan)사업부지 확보를 위한 토지잔금대출로, 본PF 직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하여 브릿지(다리)로 불린다. 개발금융의 시작단계인 브릿지론은 담보력이 낮은 미사용·미허가 토지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EOD, Events  Of Default)시 대주(貸主, 금융기관)는 불완전한 엑시트(Exit, 채권회수)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브릿지론 그림 출처 Wealth Management
브릿지론 그림 [출처:Wealth Management]

 

최악의 국면에서 위기에 처한, 브릿지론

대형 사업장의 브릿지론은 증권사가 금융주간(arrange)과 함께 후순위대출로 뒤를 받치면서, 선·중순위대출을 시중은행에서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소형 사업장의 브릿지론에서는 증권사의 역할이 금융주간에만 그치고, 주로 제2금융권(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가 PF대주단으로 참여하게 된다. 디벨로퍼(developer, 시행사)는 토지소유권(토지매매 잔금)을 확보하기 위해 브릿지론을 받으며,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PF로의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PF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인허가·착공준비와 함께 기대수익을 입증할 만한 자료(분양성 평가, 사업성 평가 등)를 세팅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거시경제적 요인들(고금리, 건축원가 상승 및 주택경기 침체 등)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브릿지론 연장과 본PF 전환에 실패하는 사업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본PF로 전환되지 못한 상태에서 브릿지론의 만기가 도래되면, EOD 처리가 될 수 있다. 이 때 대주는 채권회수를 위해 담보물 처분(공매 등)을 검토하게 된다. 담보여력 부족으로 채권이 전부회수되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보증을 선 시공사가 연대책임을 지게 된다.

다가오는 공매의 시간, 신탁사

개발상품(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의 종류와 무관하게, 브릿지론의 EOD가 선언되면 담보물(토지·사업권)이 공매시장으로 출회가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2023~2024년에는 부실채권(NPL, Non Performing Loan)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발금융 단계에 따라 체결되는 신탁계약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담보신탁, 본PF 단계에서는 관리형토지신탁이 주로 이뤄진다. 대주단이 부동산신탁사에게 처분을 요청하면, 부동산신탁사는 신탁부동산을 처분(공매·수의계약)한 후 처분보수를 받게 된다. 많은 증권사들이 2021년 후순위 투자·대출로 들어간 브릿지론들은 2022년 한 차례 대출만기 연장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돌아오는 2023년 만기에서는 더 이상 만기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주의 내부규정 이슈도 있겠지만, 시행사 입장에서도 이미 망가진 사업에서 증가하는 추가비용(금융비용 등)을 자금보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부동산PF 변화 흐름

 

부동산PF 구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시공사가 주된 책임을 지고, 대주단들은 단순히 대출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기가 도래하자, 이 구도는 여지없이 문제점을 드러냈다. 재무적으로 취약한 시공사들이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다가 무너지면서, 후속적으로 2012년 저신용 건설사에게 주로 대출했던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사태를 겪었다. 이후 PF구도 변화의 핵심은 건설사가 전적으로 부담했던 사업위험의 일부를 금융권(증권사·캐피탈 등)으로 분산(diversification)시킨 것이었다. 증권사들은 초기 토지매수 단계에서부터 자산유동화(securitization)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위험을 공유했다. 이후 이러한 PF위험의 분산구도에 신탁사까지 뛰어들면서 책준관토(책임준공형관리형토지신탁) 형태의 PF가 활성화되어 왔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신탁사는 수탁재산에 대하여 손실보전·이익보장을 해서는 안된다. 다만 책준관토에서의 책임준공 확약은 신탁업자 본인의 채무에 해당하며, 수탁재산의 손실을 직접 보전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물론 수 년 간 책준관토상품을 만들어 영업이익을 개선시킨 신탁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법을 인정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실무적인 문제는 신탁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발생하는 손해배상 범위·시기인데, 워낙 이해관계가 크게 걸린 부분이라 향후 판례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주는 빠른 시일 내에 대출원리금 상당액을 배상하길 기대할 것이고, 신탁사는 최대한 늦게 대출채권 손실액을 확정·지급하길 바랄 것이다. 참고로 시공사의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신용보강으로는 주로 채무인수가 적용되며, 일부 대형시공사는 채무인수보다 약한 손해배상·자금보충이 채택되기도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시행사

불과 일년 전까지만 해도 토지비용이 너무 높아서 사업수지 상의 숫자들이 부담스러웠는데, 지난 일년 동안 발생한 일을 생각해보라. 가뜩이나 빠듯한 사업이익을 목표로 시작한 시행사들은 비용(공사비·금융비용)의 급등으로, 사업이익이 다 녹아 없어진 사업실패를 맞게 되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시행사의 매출(분양총액)이 높다고는 생각할 수 있지만, 공급자의 관점에서는 분양가가 재조달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치의 함정」에 빠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얼마 전 한 증권사 지인이 해 준 말이 의미심장했다.

"공매 예정인 브릿지론들이 낙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로 토지비를 0원으로 잡더라도 사업수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NPL 매집용 펀드를 설정한 기관들과 자금력 있는 대형 시행사들은 10년 아니 20년 만에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당분간 부동산 공급은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산가치의 예상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 공매로 나온 물건들을 누군가는 염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몇 년 뒤에야 가려지겠지만, 결국은 보수적으로 접근해 온 시행사들이 다시 영광을 누리지 않을까.

 

[Music] 휘청거리는 발걸음

https://www.youtube.com/watch?v=vcp4f2wIQEE

Step Wobbly #휘청거리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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