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의 필요한 눈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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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021년 1월 14개 경쟁당국들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영국을 포함해 11개국이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하였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의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놓으며 합병 절차 최종 관문에 성큼 다가섰다.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미국 법무부는 2022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2월 1단계(예비) 심사를 마치고 2단계 심사에 착수하였으며 오는 7월 5일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도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대한항공 비행기(위)와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아래) [출처:에이원뉴스]

항공산업의 합병은 2개 이상의 항공사의 결합을 수반하며, 이는 항공부문의 경쟁과 시장지배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이 항공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승인이 필요하며, 합병은 잠재적으로 여러 관할권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사 간의 합병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이 승인을 요구할 수 있는 2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이유 1) 자국 이익의 보호

자국의 항공사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합병 항공사가 특정시장에서 지배력을 갖게 되면 잠재적으로 더 높은 가격과 경쟁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와 같은 시장에서 운항하는 다른 항공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 항공사들이 경쟁할 공정한 기회를 갖고 소비자들이 항공여행에 관한 다양한 선택권을 갖도록 보장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이유 2) 안전 밎 보안 기준 충족

다른 나라들이 승인을 요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자국 영공을 허용해야 하는 안전과 보안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안전, 보안 및 기타 운영 요건과 관련된 다양한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항공사 간의 합병은 잠재적으로 이러한 표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은 자국 영공에서 운항하는 합병(예정) 항공사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승객, 승무원 그리고 국민들에게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이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항공사 합병의 예상 효과

초대형 항공사 합병의 선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항공산업에서 합병의 잠재적 이익을 보여주었던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합병 당시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모두 미국 항공업계의 주력 항공사로 델타항공이 세계 최대 규모였고, 노스웨스트항공은 6위 였다. 두 항공사는 2008년 4월 합병 의사를 밝혔고, 6개월 후인 그 해 10월 합병이 완료됐다. 이 합병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효과 1) 800대 이상의 항공기가 전 세계 375개 이상의 목적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항공사를 출범시켰다. 합병된 항공사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고 운항·노선·인력을 통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당시 항공산업에서의 높아지는 경쟁환경과 재정적 압박에 직면하면서 두 항공사 모두에게 합병은 필요한 조치로 여겨졌다. 합병된 항공사는 경기 침체를 더 잘 극복하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는 두 항공사의 장기적 생존에 결정적인작용을 하였다.

효과 2) 델타-노스웨스트 항공이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과 같은 미국의 다른 대형 항공사들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원과 전문성을 결합함으로써, 합병된 항공사는 고객들에게 더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더 나은 품질로 경쟁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신고 완료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대한항공의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 계획이 늦어지고 추가적으로 슬롯(항공기가 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대)과 운수권을 더 많이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당국의 승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큰 잡음 없이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합병을 통해 영위할 수 있는 효과와 시너지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