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화폐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비트코인
1990년대 집단지성의 교류방식, 메일링 리스트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탈중앙화 논의의 결정체
진짜 화폐가 아닌, 인터넷상에서의 어플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pU9qkpm3oDU
종이화폐를 대신하여 암호화폐가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것도 이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급속히 발전하는 AI(인공지능)와 함께 메타버스·디지털화폐가 펼쳐낼 미래가 기대됨과 동시에, 쉽게 상상되질 않아 불안하다. 2024년 3월 무비플러스가 스트리밍플랫폼으로는 최초로 비트코인을 결제옵션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는데,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를 활용하여 비트코인 결재를 간소화한다고 한다. 2024년 들어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가치도 올라가고 있는데, 미국의 현물ETF(비트코인) 승인과 홍콩의 현물ETF(비트코인·이더리움) 승인이 있었다. 또한 일본공적연금(GPIF)이 비트코인 편입을 고려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각국의 정부·기업들은 점차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수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4년의 반감기(half-life)를 설정해놓고, 채굴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할빙(halving)을 진행한다. 2024년 4월 비트코인 4차 할빙을 앞두고 큰 폭의 가격하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결국은 중동분쟁과 금리인하 연기 가능성을 명분 삼아 결국 비트코인 가격을 크게 내렸다. 가격상승기에는 차세대 안전자산(디지털 골드)로 추앙받던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무너지면서 또 다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반감기를 전후한 급락은 비트코인의 운명이었을 뿐이지 '위험에 따른 자산분류'는 유의미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높은 수준의 가격·수요를 지닌 비트코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무관심의 영역을 싹 튀운 집단지성, 사이퍼펑크
1985년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의 논문 「신원확인 없는 보안 : 빅브라더를 쓸데없게 만드는 거래시스템」이 나온 이후, 일각의 사람들은 「온라인 디지털 프라이버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199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3명의 공동창립자가 사이퍼펑크(커뮤니티·메일링리스트)를 설립하는데, 이들은 에릭 휴지(Eric Hughes), 존 길모어(John Gilmore), 티모시 메이(Timothy May)이다. 사이퍼펑크(cypherpunk)는 암호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중앙집권화된 국가와 기업구조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으로, 「암호」를 의미하는 사이퍼(cipher)와 「쓸모없다」는 의미의 펑크(punk)가 결합되었다. 기존의 거대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시시한 존재임을 자부하는 자기비하적 명칭이다. 사이퍼펑크가 고민했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터넷 시대에서 빅브라더스가 개인의 자유·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약화시킬지 여부였다. 사이퍼펑크는 10년이 넘도록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토론했고, 이 과정에서 중앙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재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기술들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사이퍼펑크 커뮤니티는 메일링리스트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수 많은 프라이버시 옹호론자의 지지를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할 피니(Hal Finney), 닉 사보(Nick Szabo), 웨이 다이(Wei Dai),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 아담 백(Adam Back), 크레이그 라이크(Craig Wright) 등이다. 메일링리스트(mailing list) 는 '그룹화한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에서는 전자화폐에 관한 수 많은 논의·솔루션 제안이 있었다. 한 마디로 1990년 중후분 사이퍼펑크 메일링리스트는 암호학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오랜 논의와 실패의 집합체, 비트코인
블록체인(blockchain)은 수 십년 전부터 존재했던 암호화(crypto) 기법들을 조합하여 만든 탈중앙화 데이터 교환시스템으로, 분산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사이퍼펑크에서 논의된 10년 이상의 시행착오로 축적된 탈중앙화 기술들은 결국 비트코인로 집약되어 나타났다. 사이퍼펑크 이메일 리스트가 정착되면서, 메츠다우드(Metzdowd) 를 포함한 여러 암호 관련 커뮤니티들이 생겨났다.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메츠다우드(Metzdowd)에 한 논문 「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발표했다. 비트코인은 이전까지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던 비잔틴 장군 문제와 블록체인 자체를 발전시키면서, 구성원 간의 직접거래가 가능한 전자현금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여러 논문들처럼 사토시의 논문도 처음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할 피니가 사토시의 논문을 추천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토시의 실체로 거론되었던 여러 인물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2014년 8월 28일 사망한 할 피니이다. 할 피니는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으로 구동하는 전자화폐(RPOW, Reusable Proof of Work)를 개발한 적이 있으며, 발신자를 밝히지 않는 전자우편서비스를 개발했던 암호학의 대가였다. 할 피니는 사토시를 도와 소프트웨어의 버그를 수정하였고, 채굴된 비트코인 10개를 받은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3월 도리안 사토시 나카모토가 실제의 사토시라는 보도가 나오자, 즉시 사토시는 자신의 계정을 통해 이를 부정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크레이크 라이트가 실제의 사토시라는 보도가 나오자, 사토시의 계정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를 통해 실제의 사토시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주목받았고, 그 사이에 죽은 할 피니가 지목되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어플, 비트코인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의 이미지라 하면 황금색의 동그란 동전을 떠올리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하나의 소프트웨어이자 앱이며, 다른 앱들처럼 컴퓨터에 다운·실행할 수 있다. 인터네셍서 비트코인 앱을 실행하면, 접속자들끼리 무작위로 연결되면서 네트워크를 만든다. 비트코인 앱에서는 모든 컴퓨터가 동등한 취급을 받으며, 상호 간의 접속을 통해 클라우드를 생성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거래를 교환·전달하는데 사용되며, 이 거래들의 가치전송과 이에 따른 승인에 필요한 정보는 디지털 형식으로 암호화되어 참여자들에게 보내진다. 비트코인 앱을 실행하는 컴퓨터들끼리 정보를 교류하지만, 중앙화된 무언가가 비트코인 네크워크를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면 왜 소수의 선각자들은 조기에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지가 궁금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초기의 개발자·채굴자, 일부 국가와 고래(whale)가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시스템이 만들어진 후 16년 동안 4차례의 반감기를 거친 지금 이후로는 채굴을 통해 확보 가능한 비트코인은 극히 적다. 결국 비트코인을 선점한 대량보유자들이 증가하는 수요자들에게 매각함으로써, 비트코인의 소유자의 전환·저변확대가 나타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비트코인의 현실적인 활용도가 커져 갈 것이다. 기술발전(인터넷·스마트폰)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대중들이 신기술을 인식·소비하는 시점까지는 10~20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실생활에 신기술이 정착된 후에는, 대중(소비자)들은 이미 신기술에 종속되어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것이다. 신기술을 개발·보급한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비트코인이 역시 미래인류의 삶에서 어떤 형태로든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된다면, 비트코인 물량의 상당 부분을 이미 국가·대기업·슈퍼리치들이 보유하면서 비트코인 플랫폼 사용료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인류들은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플랫폼 사용대가를 지불하는 신세가 된다.
인류가 지구를 통제하는 동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단지성이 있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여러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가지는 문제해결 능력으로, 각 개인의 역량이 산술적인 합이 아닌 기하급수적인 합으로 나타나면서 창발이 가능하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창발(創發, emergence)은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나, 사회·과학적으로는 각각의 구성요소에서는 없는 특성·행동이 상위(전체)수준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라는 신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실은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소수의 엘리트들의 집단지성이 쌓은 지식에 기반하여 등장한 것이다. 과연 인터넷·스마트폰을 이은 화폐라는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신기술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계속 지켜봐야겠다.
[Music] 렛츠고
https://www.youtube.com/watch?v=PLl9dHsXIDo
'부동산·금융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본 행세하는 부채, 신종자본증권 (1) | 2024.06.16 |
---|---|
자산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저수지, 통화량 (0) | 2024.05.25 |
눈에 보이게 꿈틀거리는, 아파트 가격 (1) | 2024.05.01 |
서울로의 집중을 가속하는, 고속철도 (1) | 2024.04.09 |
전문가 못지 않아야 하는, 등록임대사업자 (0) | 2024.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