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 반영된 비용증가분을 서서히 인식하는, 분양시장
혼란을 겪은 둔촌주공 최후의 승자, 미계약 당첨자
공급절벽의 현실화가 가져올 미래, 가격 상승
부정적 정보 위주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폭락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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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부실에도 한장의 조커를 쥔, 금고>에서 조만간 분양시장의 수분양자들에게 '인상된 분양가'라는 청구서가 날라들 것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는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분양가의 시간차 급등을 의미했다. 불과 9개월이 지난 현시점에 그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불편했던 사실들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1년 가량 전월세가 오르며, 일부지역에서 신고가가 등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2024년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000건을 돌파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이후 약 2년 반만에 4,000건대를 회복한 것이다. 높아진 전월세로 인해 매매(서울 중하급지)로 주거수요가 몰린다면,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아파트가격 업사이클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전환속도는 기준금리 인하시기에 따라 조절될 수는 있다.
알게 모르게 계속 오르고 있는, 분양가
2022년 말 분양한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분양가는 13억원대(전용 84㎡)로,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대규모 미계약사태가 일어났다. 당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에 따른 공사비 상승 초입구간이었고, 매출에 반영된 비용증가분을 분양시장이 받아들이기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2023년 서울 아파트시장에 관한 기억은 대략 서울 강북 기준 분양가 약 13억원(전용 84㎡)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고분양가 난리를 친 둔촌주공도 불과 몇 달이 지난 후에는 비싼 축이 아니었고, 1년이 지난 2023년 말에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인식되었다. 서울 하급지라도 10억 이하의 분양가는 다시금 찾기 힘들 것이며, 그만큼 역사적인 시대이다.
2024년 1분기 서울 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평균 4,000만원대로 전분기(3,750만원) 대비 크게 올랐다고 한다. 평당 4,000만원이면, 전용 84㎡가 13억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수용여부와 무관하게, 공급자 입장에서는 인상된 비용을 판매가에 반영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3.3㎡당 분양가도 평균 2,000만원대를 목전(1,929만원)에 두고 있으며, 전분기(1,791만원) 대비 크게 상승했다. 분양가 상승이 전국적인 현상이고, 추세가 이어진다면 추세초입으로 볼 수도 있다. 서울의 일부 재건축조합들은 비용증가분을 반영하여 일반분양가를 14억원대(전용 84㎡)로 조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조차도 향후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유동적이다.
당첨자와 줍줍의 엇갈린 선택, 둔촌주공
미분양은 청약신청자(특별·일반)의 총합이 공급물량을 미달하면서, 동호수 지정되지 않은 잔여물량이 남은 상태를 말한다. 미계약은 미분양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청약당첨자 중에서 부적격당첨·계약포기로 인해 최종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미계약 잔여세대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공급되는데, 타인의 당첨분을 주워서 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줍줍'이라 불리기도 한다. 청년층은 무주택기간도 짧고 부양아족이 적어서 청약당첨이 쉽지 않아, 무순위 청약을 통해 당첨되는 경우가 많다.
둔촌주공은 공사비 증액의 영향과 그에 따른 청약규제 완화 모두 가장 먼저 적용되었다. 둔촌주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022년 4월 공사가 중단되었는데, 이는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에 따른 것이었다. 2022년 12월 일반분양에서도 고분양가로 인해 저조한 1순위 경쟁률(3.7:1)을 보였는데, 분양가(최고가 기준)으로 13.2억원(전용 84㎡)이었다. 1년 남짓 지난 지금 보면 매력적인 가격이지만, 당시에는 불황과 고금리를 위시한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결국 일반공급분 899가구(총 4,786가구 대비 18.7%)가 미계약되었고, 2023년 3월 무순위 청약에서 약 41,540명이 신청하면서 엄청난 경쟁률(46:1)을 보였다. 갑자기 수요가 몰린 이유로는 2023년 2월 말 정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무순위 청약에서 무주택·거주요건 등이 모두 폐지된 점을 들 수 있는데,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나 주택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선수(자금력을 갖춘 다주택자)들의 눈에는 저렴한 가격대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현재, 둔촌주공의 분양가는 고분양가가 아니었음은 확실해졌다. 그리고 1년 후의 미래에는 현시점에 진행되는 분양가도 고분양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아파트 공급절벽의 다른 말, 가격 상승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불과 1,360세대 정도로, 이는 2023년부터 현재(2024년 상반기)까지 착공물량이 적용되는 수치이기에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아파트 평균공사기간은 29개월(재개발 33개월)로 보면 된다. 최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주택공급 상황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에서는 공급절벽의 현실화 가능성을 경고한다. 2023년 전국 기준 주택 인허가 38.9만 가구(연평균 대비 74.2%), 착공 20.9만 가구(47.3%), 준공 31.6만 가구(73.9%) 수준이었다. 서울 기준으로는 인허가·착공·준공 모두 연평균의 50%를 하회했다고 한다. 2024년에도 저조한 착공물량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추세의 강도에 따라 아파트가격은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까지 아파트 공급부족에 따른 초과수요는 빌라(매매·전세)로 흘러갔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는 사지고 살지도 짓지도 않는 3무상태로, 매수·전세·개발 유인이 전혀 없는 공황상태로 변했다. 이전 글<주가조작 버금가는 빌라왕의, 전세사기>에서는 부동산 작전세력들의 전세사기 구조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전세기피는 월세선호로 이어지는데, 제2금융권에서 빌라를 담보로 한 대출을 받을 경우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요구월세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빌라는 어느 형태(전세·월세)로도 임차수요가 없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빌라는 매도대상으로 여겨지는데, 주택수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임대사업자 자동말소로 종부세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도 빌라에 매수의향을 두지 않는데, 이는 주택수에 포함되는 빌라가 청약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전 글 <전문가 못지 않아야 하는, 등록임대사업자>에서는 2020년 8월 폐지되는 유형의 임대주택(단기민간임대주택, 아파트)는 잔여 임대의무기간 내에도 자진등록말소를 허용하였으며, 자진말소를 하지 않더라도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고 언급했었다. 이렇듯 아파트 공급부족에 따른 대안인 빌라시장이 공황상태에서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2025년 이후 아파트 매매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2025년 1월 전후로 입주가 예정된 둔촌주공 물량(1만 세대 이상)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과거 공급부족이 매매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2010~2013년까지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었음에도 아파트가격은 내려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2016년까지도 아파트가격은 크게 반등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시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생애 첫 아파트를 2013년(2011년 계약) 입주하였고, 2017년에 매도했기 때문이다. 4~5년 동안 아파트가격이 정체했었지만, 어차피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었다. 2016년 이후의 업사이클은 많은 이들에게 부의 증대를 가져다 줬는데, 부동산투자는 인내를 가지고 끊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락을 외칠수록 본인을 잘 사는, 폭락유튜버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 당시 '폭락'을 직업으로 삼는 인플루언서(유튜브·블로거)들은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냈지만, 시장의 판단은 냉철했다. 불황기에 활개치는 하락론자들은 매 사이클 마다 존재해 왔었고, 금번 불황사이클에서도 언뜻 5~6명 가량이 여기저기 출현하며 본인계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블로그에서 활약하던 하락론자들이 이제 유튜브에 정착하면서 알고리즘을 이용한 노출량을 월등히 높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원래 불황기에는 자산투자의 상당부분이 손실구간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를 마치 자산투자 실패사례로 소개하면서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포감만 부각시키면서, 그저 부동산투자는 하지 말라는 식이다. 물론 조금만 더 기다리면 투자적기가 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기회는 찰나의 환상에 불과하다. 평범한 이들이 부동산시장의 온기를 느끼기 시작할 때쯤이면 이미 업사이클에 진입한 후이다. 업사이클에서 하락론자은 스스로 숨거나 존재하지 않았을 투자적기를 핑계삼을 것이다. 아니면 시장주의 호소자로 변신하여 부동산자산을 운용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들은 남들이 돈 벌기 어려운 시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어 놓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는 어떤 대상·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더 주목·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부정적인 정보는 생존의 위험상황에 대한 경고로 작용하여, 본능적으로 위험을 인식·대처하게 되었다.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정보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시청자·청취자의 반응이 더 크기 때문인데, 폭등론자보다는 폭락론자들이 인기가 많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 경우 정보의 출처나 사실여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불황 국면에서 부정성 편향이 심해지는데, 말도 안되는 수치(하락폭)과 부정적 단어를 사용하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에서 소외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파고든다.
일반투자자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투자자산에는 크게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가 있는데, 이들 자산가격은 각각의 사이클을 가지고 움직인다. 부동산의 사이클 주기는 상대적으로 긴 편이어서, 한 사이클 전반을 온전히 인지하면서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는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매체들도 많지만, 눈과 귀로 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 자기자본으로 부동산 투자를 한 상태로 오랜 기간(최소 5~10년)을 버틴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한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다. 1번 제대로 하기도 힘든 경험을 2번 한 사람은 이미 중년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 만큼 부동산투자는 쉬운 영역이 아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단 내 돈을 태워놔야 큰 수익(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Music] 어서 일어나
https://www.youtube.com/watch?v=3HKEcddf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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