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아드레날린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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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일 경기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플러스」 노선안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총선을 앞둔 장기인프라 계획의 등장으로 보인다. 플러스 노선은 기존 GTX그룹에서 소외된 경기 북부·서남부 권역으로 GTX수혜를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초안에는 2개 노선 신설(GTX-G, GTX-H)과 1개 노선 연장(GTX-C) 내용이 들어 있다. 기존 GTX그룹인 1기(A·B·C)와 2기(D·E·F)에 더하여, 사실상 3기 노선을 계획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장기계획, 철도
GTX 1기는 2028년부터 전구간 개통될 예정인데, GTX-A는 2024년 3월 30일 운행을 시작하면서 단계적으로 개통하였다. GTX-B와 GTX-C는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하여, 각각 2028년과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GTX는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으며, 충청도·강원도로까지 확장도 구상되어 있다. GTX-A는 평택(지제), GTX-B는 춘천, GTX-C는 천안·아산까지 연장을 계획하고 있다.
GTX 1기 노선 일부에 재정구간이 포함된 반면, GTX 2기는 재정부족으로 민간자본(민자)로 유치할 계획이다. 민자사업이라도 사업성 부족은 자칫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기에, 사업성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 GTX 2기는 2025년 상반기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고,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거쳐 2027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서부(김포·인천)와 동부(하남·원주)를 잇는 GTX-D는 삼성역을 지나가는 「더블Y」형 노선으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GTX-E와 GTX-F는 서울 북부를 지나거나 서울 근교를 순환하기 때문에, 이용수요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평가받는다. 더군다나 최근 공사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사업성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국토교통부 철도국이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주기로 발표하는 고속·일반·광역철도(도시철도·전용철도 제외)의 중장기(10년 단위) 건설계획으로, 철도건설 분야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며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 등과 연계된다. 이 계획에 포함이 되어야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기획재정부 주관)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철도는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반면, 광역철도는 일부 지방비의 재원조달문제로 계획되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정부는 GTX 1기 노선 연장과 GTX 2기 신설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1년 앞당겨 2025년에 수립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1차 : 2006년 발표(~2015년)
제2차 : 2011년 발표(~2020년)
제3차 : 2016년 발표(~2025년)
제4차 : 2021년 발표(~2030년)
제5차 : 2025년 조기 발표 예정(2026~2035년)
도시철도가 특정 도시 내에서 운행하는 철도를 의미하며, 광역철도는 2개 이상의 특별시·광역시·도의 일상적인 교통수요 처리를 위한 도시철도이다. 고속철도는 주요구간을 시속 200km 이상으로 주행하는 철도이고, 고속철도·도시철도를 제외한 철도를 일반철도라 한다.
소외지역을 배려한다는, 플러스 계획
포천·인천을 연결하는 GTX-G는 약 7.6조원 사업비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동의정부·구리·서울(건대입구·논현·사당)· KTX광명역을 경유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북부지역에서 서울이남까지 1시간 이내(강남까지 30분, KTX광명역까지 40분대)의 생활권을 목표로 한다. 문산·위례를 연결하는 GTX-H는 4.5조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금촌·삼송·DDP·건대입구·잠실을 경유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서북부지역에서 서울동부까지 40분 이내(광화문까지 24분, 위례까지 40분)의 생활권을 목표로 한다.
GTX 플러스는 두 노선 모두 건대입구역을 교차한다는 특징이 있다. GTX-C는 남부종점을 안산(상록수)에서 시흥(오이도)까지 약 14㎞ 가량 연장한다는 계획으로, 오이도에서 삼성역까지의 시간이 1시간 이내(기존 84분→47분)으로 줄어들 예정이라고 한다.
민간사업의 아킬레스건, 수익성
GTX 1기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방식 중 BTO(Build-Transfer-Operate, 건설·양도·운영)으로 진행된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한 후 정부·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이를 일정기간 유·무상으로 운영·수익하는 방식이다. 이전 글 <밤과 행정이라는 과일의 도시, 과천>에서는 1983년 서울시가 서울대공원 놀이공원사업을 BTO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언급했었다. 민간이 모든 수요리스크를 부담하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의사결정에 앞서 정밀한 수요예측을 하게 된다. 2024년 상반기 GTX-A 개통구간(동탄-서울)은 정부재정구간인 반면, 하반기 개통구간(파주-서울역)은 민자구간이다. 이는 GTX를 통틀어 최초로 민간투자 수요(이용객·이용구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후의 노선에 대한 예측도 가늠할 수 있다.
만약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민자구간의 요금인상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또 수요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교통비용이 주거비용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면, 주거지를 서울로 이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GTX의 운영실패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GTX의 효율성을 장거리 소요시간 단축으로 판단한다면, 정차역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최소한의 정차역 개수·위치가 경험·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며, 이는 정치적 요인이 개입될 개연성을 높이게 된다. GTX역의 수를 너무 줄이면, 역접근성이 낮아짐에 따라 GTX이용률이 오히려 낮출 여지도 있다. 속도만 생각하고 수송량(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재정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자립하기가 어렵다. 또한 2022년 이후의 건설비 증액분까지 고려한다면, 이용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매출감소·국고지원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가뜩이나 집중된 수도권, 재집중 우려
2004년부터 개통된 KTX는 한반도를 당일 생활권으로 묶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 집중현상은 심화되었고 지방은 소멸되어 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서울과 교통이 편해졌으니, 왜 굳이 서울에서 살어? 지방에서 살면서 서울의 문화·인프라를 누리면 되지"라고 말하게 된다. 즉 고속철도의 개통은 양대지역(수도권·지방)의 인프라 경쟁을 야기한 것이다. 현실에서도 지방의 인프라는 투자가 점점 줄고 있으며, 문화 측면에서도 지방특성을 강조한 축제 정도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단편적·일시적인 행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의료서비스의 서울집중은 고속철도가 들어서기 전에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KTX 개통 이후 왠만한 중증환자들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고, 2016년 SRT의 개통으로 그 현상을 심화되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통원치료를 받는데 있어서도 불편함이 없게 되면서, 고속철도 상행선 첫차는 요일에 관계없이 만원이다. 서울역 근처(연건 서울대병원, 신촌 세브란스, 반포 서울성모)와 수서역 근처(풍납 서울아산, 일원 삼성서울, 분당 서울대병원)에 대형병원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를 「빅5」라고 부른다.
이후 의료집중현상으로 인해 중증수요가 지방병원을 외면하게 되고, 이는 의료진 지방근무 기피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중증치료 데이터·투자의 축소는 또 다시 중증수요를 낮추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증의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과 미적 감각을 중시하는 시대를 살다보니, 피부과·성형외과·안과 등의 시술 하나를 하더라도 서울 강남역·압구정동 찾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간단하지만 중요한 의료시술을 검증되지 않은(또는 검증되었더라도 심적으로 불안한) 지방병원에서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교육서비스도 마찬가지다. 1990년 후반 재수했을 당시, 고향에 위치한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대학에 와서 보니 서울 유명학원에서 공부한 지방 출신들도 많았지만, 당시 극성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방학시즌이 되면 대치동 학원가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는데, 이러한 교육수요에는 지방 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포함된다. 오히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통학할지도 모른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산책을 하다보면, 25년 전 북적거리던 재수학원은 폐가처럼 문을 닫은지 오래이다.
강남과 연결되는 고속철도역이 수도권·지방에 생겼다고 한들, 그 지역이 강남처럼 될 일은 없으며 오히려 인프라 투자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역 근처의 위치한 주택의 가격은 서울과의 직접연결성으로 상승하거나 하방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 한들 서울주택(특히 서울역·수서역 근처) 가격의 저항선 역할을 할 뿐이다. 구도심에 위치한 서울역은 개발압력이 크지 않지만, 이전 글 <잠실과 함께 쓸모 있어진, 탄천> 언급했듯이 수서역 근처의 탄천을 따라 계획된 대규모 개발투자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에 투자된 거대자본의 낙수효과가 어디로 흐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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