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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자본 행세하는 부채, 신종자본증권

by Spacewizard 202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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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사들이 선택하는 자본확충, 채권형 신종자본증권

갚아도 안 갚아도 문제, 콜옵션·스텝업

향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커버할 수 있을지에 주목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필요조건, 든든한 뒷배

 

보통 메이저 시공사가 아닌 경우에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인해 서울·수도권 아파트사업을 수주하기 힘들다. 그래서 시공평가순위 100위권 이내의 시공사들도 상대적으로 수주가 수월한 지방 아파트시장으로 진출을 많이 하게 되는데, 문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위험이다. 여기에 더하여 2022년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업계의 원가율마저 대폭으로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시공사들이 위기에 빠졌다. 지방(특히 대구)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인한 우발채무 부담이 현실화되자, 신세계건설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2024년 5월 말 신세계건설은 이사회를 통해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30년 만기)을 신규발행하는 안건을 가결했으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4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이 인수하기로 했으며, 인수금액은 각각 에스이엔씨피닉스 제일차(2,000억원), 제이차(1,000억원), 제삼차(3,000억원), 제사차(500억원)이다. NH투자증권(발행주관사)·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은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할 SPC에게 인수자금을 대출하고, 증권사들은 그 대출채권을 셀다운(sell down, 인수 후 재매각)으로 유동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SPC는 자산유동화를 위해 만들어진다. 결국 현금흐름 구조를 '신세계건설-SPC-투자자'가 된다. 오늘은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이름만 영구한 채권, 신종자본증권

 

부채은 갚아야 할 기한·의무가 있지만, 자본은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영구채는 만기가 영구(永久)한 채권이라는 의미로, 신종자본증권(채권형)으로도 불린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상환의무가 없는 증권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채권(부채)이면서도 자본으로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원래 은행권에서만 발행하던 영구채는 2012년 상법 개정으로 일반기업에도 발행이 허용되었다. 이후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수 많은 논의를 거친 후 일반기업으로는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발행조건(만기, 옵션 등)을 놓고 태생적인 성격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국내 회계기준원·금융당국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이 자본인정이 가능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영구채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자금조달과 동시에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 3월 말 연결 기준으로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806.9%(자본총계 1,545억원, 부채총계 12,467억원)로 적정(200%)을 크게 상회했는데,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20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의 상환기대와 그에 따른 콜옵션 행사 관행이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신종자본증권을 자본투자가 아닌 고금리대출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영구채는 콜옵션(조기상환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스텝업(step up) 조항이 있다. 저금리시대에는 대환을 통해 언제든지 상환이 가능했지만, 금리상승기에는 더 높은 금리의 대환대출을 물색하기 보다는 스텝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스텝업에 따른 가산금리가 매우 큰 경우에는 상황이 다른다. 2021년 8월 진에어는 영구채 745억(이자율 6.8%)을 발행했는데, 최초 중도상환일이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제는 최초 중도상환을 포기하면, 2년차 부담해야 하는 금리가 스텝업 조항에 따라 +5%가 가산된 11.8%가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3년차부터는 매년 가산금리 +2%씩 더해지게 되어 있어, 결국 진에어는 중도상환했다. 이번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영구채도 스텝업 조항으로 3년 이후에는 이자율이 급증하기 때문에, 사실상 3년 안에 6,500억원을 상환해야만 재무악화를 피할 수 있다.

 

갚아도 문제, 안 갚아도 문제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영구채 발행사가 'N년 후 중도상환일'에 콜옵션을 행사하여 갚는 것을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외국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즉 말만 영구채(자본증권)이지, 실질은 만기 1~5년 채권에 가깝다. 아이러니한 것은 영구채의 상환이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인데, 이는 상환으로 인해 부채가 아닌 자본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한계기업은 영구채 상환과 동시에 자본잠식(자본총계 < 자본금)에 빠질 수가 있는데, 이는 영구채 상환금액은 장부상 자본총계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8월 진에어는 영구채를 상환한 이후, 주가급락과 함께 자본잠식설이 나돌기도 했다. 부채는 원래 빌릴 때는 찝찝하고 갚고 나면 개운한 것이거늘, 영구채는 갚고 나서도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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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의 신용보강, 자금보충약정

 

2024년 1분기 기준 신세계건설 최대주주인 이마트(지분률 70.46%)는 SPC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자금보충약정차주의 상환능력이 부족할 경우에 출자·대출 방식으로 차주의 자금을 보충해주는 신용보강방안 중 하나로 주로 PF에서 쓰인다. 신용보강은 연대보증·채무인수·손해배상·자금보충으로 책임강도가 약해지는데, 「공정거래법」 제24조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게 금지시킨 채무보증(금융기관 여신과 관련한)연대보증·채무인수·손해배상까지만 포함된다. 현행법상 채무보증에 해당하지 않지만 채무보증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틈새가 있는데, 바로 자금보충약정총수익스와프(TRS)가 있다. TRS는 매도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채권 등을 매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익은 매수인이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국내 금융기관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서는 보증을 말하는 바, 금융기관이 아닌 SPC는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신세계건설 자금조달에 사용한 SPC구도와 모회사 이마트의 자금보충약정은 현행 「공정거래법」을 피해가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그룹도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롯데건설을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이자부담을 넘어, 영업이익

 

신세계건설이 SPC에 지불해야 하는 신종자본증권 이자(표면이자율 7.078%)는 연 460억원인데, 2023년 이자비용으로 유출된 현금 186억원 가량을 합치면 2024년 이자부담은 650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신종자본증권의 최초 재설정일(3년 후, 2027년 5월 29일)에 추가이자율 2.50%가 가산되면서, 4년차에는 연 9.5% 가량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추가이자율은 매년 +0.5%씩 가산되면서, 5년차 +3.0%, 6년차 +3.5%, 7년차 +4.0%, 8년차 +4.5%로 높아진다. 신세계건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자율이 증폭되는 시점 이전에 원금상환이 필요하지만, 과연 영업실적이 3년 내의 표면이자율을 커버할 수 있을지도 잘 고민해야 한다. 이는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 당면한 과제이다.

 

결국 3년 내에 부동산경기가 업사이클로 돌아서기를 염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양률이 개선된다고 하여 시공사의 공사대금 회수가 원활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공사대금 채권은 PF대출보다 후순위이며, 할인분양으로 인한 매출 축소와 기존 수분양자와의 소송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를 분양불로 지급받기로 한 시공사는 분양률이 저조할 때 공사를 완료한 범위에 대해서도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해 미수금이 발생한다. 즉 외상공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또한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길어지면 PF대출 만기도 더 이상 연장되지 않으면서 공매가 진행되고, 공매에서도 소화되지 않은 물량은 할인가로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하지만 할인분양으로 미분양을 처리했다 하여, 축소된 매출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할인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받은 기존 수분양자들이 진행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분양대금의 일부를 환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공사는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는 국면의 중심에 있다. 지난 1년 동안 업무적으로 거래하던 많은 중소형 건설사들이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이들은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채널이 없는 벼랑 끝 신세였다. 만약 신용보강·증권인수를 해 줄만한 든든한 모회사(내지 계열사)가 있었다면, 이들도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2024년 2월 SGC E&C(SGC그룹 계열)은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과 136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발행하면서, 자본을 확충했다고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SGC에너지(모회사)가 전액 인수했으며, OCIM Sdn. Bhd( OCI그룹 계열)를 대상으로 했다고 한다. RCPS는 회계기준에 따라 자산분류가 달라진다. 2011년 도입된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부채로 인식하는 반면, K-GAAP(일반기업회계)에서는 자본으로 인식한다. K-IFRS가 상장사(내지 상장사가 되기 위해 회계감사를 받는 회사)들에 한하여 적용되고, 비상장사는 K-GAAP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대부분 비상장사인 중소형 시공사들은 기회만 된다면 RCPS를 통한 자본확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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