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는, 통화량
실물자산 투자 적기를 판단케 하는, M2와 M1/M2
임계치를 넘어 선 저량에게 오히려 통제 당하는, 유량
주식시장의 저량 확대 정책,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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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 M2 평잔은 전월 대비 +64.2조(1.6%) 증가한 3.994조원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 달 동안 1.6%나 증가한 것으로, 2009년 2월 2.0% 증가 이후로 15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흔히들 유동성 대폭발 시기로 인식 중인 COVID-19 시기에도 이 정도까지의 통화량 증가는 없었다고 한다.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상반기까지 M2 평잔은 횡보세를 보였으나,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통화량 상승세가 2024년 상반기에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는데, 그도 그럴것이 미국의 통화정책이 다른 국가의 통화정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24년 초에 전망한 미국 M1 예측치(10억 달러 단위)는 2월 17,911.8와 3월 17,863(전월 대비 △48.8)였는데, 실제로는 2월 17,935(예측 대비 +23.2)와 3월 17,997(예측 대비 +134)이었다. 한 마디로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대폭 증가해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은 자산(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에는 물가가 예상보다 상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장세를 보였는데, 그 배경에는 통화량 공급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전 글 <눈에 보이게 꿈틀거리는, 아파트 가격>에서는 서울 아파트가격 매매거래량과 함께 가격상승 모멘텀이 크다고 언급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공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2024년 1~3월 3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3월 잠정치는 전월 대비 하락이 되상되었으나, 실제치는 0.21% 상승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 요인들(특히 정치로비, 금리인하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2024년 하반기 통화량 공급속도도 늦춰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산투자를 통해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할 때를 앞두고, 오늘은 통화량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시중에 흐르는 돈이 고인 저수지, 통화량
저량·유량의 개념은 주로 경제분야에서의 지표에 활용된다. 저량(流量, stock)이 어느 시점에 저수지에 담겨 있는 물이라고 하면, 유량(流量, flow)은 어느 기간 동안 저수지 안팎으로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저량으로는 국부(국가의 부)·주택재고량·외환보유액·인구·통화량 등이 있으며, 유량으로는 국민총생산·국제수지·가계소득·소비·주택공급량·주택거래량·임대수입 등이 있다.
통화량(money supply)은 한 국가에서 일정 시점에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총량으로, 중앙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화폐(본원통화, Reserve Base, RB)가 흘러야만 통화량으로 집계된다. 시중에 풀린 본원통화는 예금·대출이 반복되는 신용창조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파생통화라고 한다. 파생통화는 유동성(현금화 수월성)에 따라 M1(협의통화, Money1), M2(광의통화, Money2), Lf(금융기관 유동성, Liquidity aggregates of Financial institution), L(광의 유동성, Liquidity aggregates )으로 분류된다. 쉽게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보통통장까지를 M1, 2년 미만 예금까지를 M2, 2년 이상 예금까지를 Lf라 하며, 국가 내의 총통화를 L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산투자 적기의 가늠자, 통화량 비율
통화량 누적잔액은 저량인 반면, 매월 통화량 증감은 유량으로 볼 수 있다. M1은 경제·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경기변동을 파악할 수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중앙은행에 의해 주기적으로 조정된다. COVID-19 기간에 전세계적으로 M1이 급격히 증가했었는데, 2022년 중반부터 약 1년 간은 양적축소·금리인상으로 M1이 축소되었다. 흔히 언론에서 접하는 통화량은 M2를 의미하는데, 중앙은행은 M2를 매월 측정·조절하게 된다. M2는 M1에 비해 증감이 탄력적이지 않으며, 저량에 계속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M2의 증가는 화폐가 시장에 계속 유입된다는 의미로, 화폐가치의 감소와 물가·자산가치의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M1/M2 비율의 증가는 단기유동자금 M1(현금유동성)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증대된 투자대기자금이 실물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즉 실물자산 투자의 최적기는 M2가 증가하는 와중에, M1/M2 비율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통화량의 증가는 국부의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증가한 통화량은 실물경제(임금 등)으로 흘러가기 보다는 자산시장(부동산·주식 등)에 직접 흐르는 경향이 크다.
투자시점을 잘 판단해야 하는 투자자(개인·기관)과 한국은행(정책운용기관)은 시장을 주시하는 지점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1998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의 정책목표 변경이 있었는데, 통화량목표제를 폐지하고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을 정하고, 금융기관은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된 장단기금리로 신용을 공급하면서 통화량이 확정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금융상황의 긴축 여부를 판단하는데 물량지표(통화량)보다는 가격지표(금리수준·장단기금리차·신용스프레드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물론 투자자들도 통화량 추이와 함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을 오매(寤寐, 자나 깨나) 기대하는 중이다.
때로는 원인과 결과가 바뀌는, 자산시장
저량·유량은 인과관계를 가지는데, 유량이 집적된 형태가 저량이다. 유량이 미미한 상태에서는 저량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저량은 유량을 통제하는 주객전도 상황으로 변하게 된다. 부동산가격(저량)이 낮은 수준의 시기에는 소득·거래량(유량)의 증가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미치지만, 부동산가격이 임계치 이상으로 높아진 시기에는 가격결정요인으로서의 소득·거래량 비중이 줄어든다. 오히려 주택가격의 상승 그 자체가 공급량·거래량·GDP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언론·분석가들이 자주 내세우는 논리인 "주택거래량이 침체하므로, 주택가격이 조정될 것이다"는 저량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말이다.
요즘 20~30대가 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은 것이 이론적이지 않으며 비상식적이라고 비명을 질러도,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서울 아파트 시장가격은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통 부동산은 국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다른 자산군에 비해 부동산(특히 아파트)에만 유독 막대한 저량이 축적되는 이유는 화폐(유동성) 저장수단으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다른 자산군에서 지금보다 우월한 투자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부동산으로의 저량쏠림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유량(거래 증감 등)을 조절하기 마련인데, 아무리 정부라도 거대한 저량(시가총액·통화량) 앞에서 무기력했던 장면을 과거에 많이 봐왔다.
주식시장 저량 확대 정책, 밸류업
한국은 다른 국가들의 증권시장(특히 주식시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데,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부른다. 과거 오랫동안 북한에 의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이유로 거론되어 왔지만, 기업들의 낮은 수익성과 미흡한 주주환원 등도 영향을 미쳐왔다. 20여년 전 대학시절 잠시 활동한 주식동아리에서 선배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 단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였는데,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단면을 나타내주는 그 영단어가 공대생에게는 상당히 있어 보였다.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했는데,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평가된 주식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책의 핵심은 다양한 세제지원을 통해서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물론 지배구조 개선과 미이행시 패널티 등의 핵심사항이 누락되어 유야무야(有耶無耶) 아닌가 싶지만, 정부는 주식시장의 저량을 확대시키면서 기업가치·투자 제고는 물론, 자산시장 내에서의 부동산 저량쏠림과의 균형도 맞추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부동산 문제도 단순히 자산적 문제가 하닌 경제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의 가격은 크게 3가지 측면(수요·공급·통화량)에서 영향을 받으며, 생각보다 거시경제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위기급 거시요인(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이 발생하면 사정이 달라지지만. 이전 글들에서는 부동산시장의 공급 측면에서의 가격상방요인을 기대하면서 부동산가격 상승을 예상했지만, 이제 통화량 측면에서도 자산시장의 가격상방요인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현재 발표되는 거시지표들은 이미 2개월 이전의 현상이며 추세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향후 화폐가치 하락과 자산가치 상승이 기하급수적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폐가치 증감속도의 특징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정액적이지 않고 정율적(기하급수적)이라는 점인데, 이는 자산가치의 움직임도 기하급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하급수(幾何級數, geometric series)는 일정한 비율로 수가 증가하는 수열을 말하는데, 기(幾, 몇)는 어떤 수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는 형태를 의미하며, 하(何, 어찌)는 그 증가비율을 말한다. 미국 대선은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향방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Music] 뒤바뀐 순간
https://www.youtube.com/watch?v=VDJmHI5DD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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