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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법

인생을 빛나게 해주는 몇 권의, 책

by Spacewizard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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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사이클에서 취미의 변곡점이 오는, 50대

의외로 낮은 비중의 취미, 독서

경제관점과 투자에 임하는 자세를 일러 준, 보도섀퍼

삶을 대하는 태도를 경험담으로 알려 준, 세이노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iuJo-ihhh14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들었던 질문들 중 가장 난감한 것이 취미생활에 관한 것이었는데,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을 주고 받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는 답은 주로 '독서'였지만, 사실 나의 유년시절은 책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글이 눈에 잘 안들어와서 수능 언어영역에 대한 포비아까지 있던 내가 가질 만한 취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2024년 남성)」이라는 도식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는 연령별 취미 통계가 보기 좋게 담겨 있었다. 직관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니 새삼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특히 40대 중반을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50대가 '취미의 변곡점'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가 있는 시점이란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취미 2024 남성

 

내용은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게임 : 10대에서 40대까지 점차 줄다가, 50대에 소멸
축구 : 10대에서 30대까지 지속되다가, 40대에 소멸
헬스 : 10대부터 50대까지 꾸준히 지속되다가, 60대 이후 소멸

독서 : 20대에서 30대까지 유지되다가, 40대에 소멸

 

골프 : 20대에 시작되어, 60대 이후까지 지속
등산 : 20대에 시작되어, 60대 이후까지 점차 증가
걷기 : 40대에 시작되어, 60대 이후까지 점차 증가
영상시청 : 30대 이전과 비교하여, 40대 이후 증가

바둑·낚시 : 60대 이후 갑자기 등장

 

초등학생 자녀가 2명이다 보니, 10살 전후의 주된 취미가 게임·영상시청(주로 유튜브 음악채널)이라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격한 운동 대신 가벼운 움직임을 선호한다는 사실과 여유시간을 가성비 있게 보낼 수 있는 바둑·낚시·영상시청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 세대적으로 독서가 취미로써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낮을 뿐 아니라, 40대에 와서는 거의 소멸된다는 부분에서 약간 놀랐다. 과거의 독서가 제공하던 효용들을 기술발전(게임·영상시청 등)으로 커버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지성의 집합체로 인식되는 독서의 소멸이 뭔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40대의 나를 있게 해준 원동력은 20대의 독서라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20대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아꼈던 몇 개를 얘기해보자.

 

경제관념을 탑재시켜 준, 보도섀퍼

 

대학시절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때면 여러 장르의 시덥지 않은 얘기들이 오고 가는데, 아무래도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들 답게 돈에 관한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관념이 성숙되지 않은 시기였던 만큼, 어디선가 주워들은 정제되지 않은 경제정보와 과장된 재테크 경험담이 주를 이뤘다. 2003년 보도섀퍼(Bodo Schafer)의 「: 경제가 어려울수록 꼭 필요한 자기경영」를 구매하고 가장 놀랐던 점은, 경제·투자·부에 관한 주제를 읽기 쉽게 저술했으며 그 와중에 핵심내용 파악이 매우 용이했다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쉽게 쓰는 2명의 작가를 꼽으라면, 보도섀퍼와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를 든다. 데일 카네기는 미국에서 본격적인 자기계발서를 만든 최초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1936년 출판한 「인간관계론」은 수 많은 케이스와 명언을 담은 명저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책상에는 항상 「인간관계론」 놓아 두고 필요한 상황에서 찾아 읽곤 한다. 이전 글 <삶에서 예비훈련이 필요한, 위험>에서는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의 일부를 언급했었다.

 

지금은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나는 20여년 전 이 책을 통해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뛰어난 점은 경제적인 지식 외에도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주옥같은 조언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것인데, 약 388페이지에 달하는 책장을 다시 펼쳐보면 여러 색상의 형광펜 줄이 여기저기 그으져 있다. 과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이 책을 탐닉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고 나면, 당시 12,000원이라는 책값은 오늘날의 나에게 책정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로 다가온다. 그리고 12장에서는 사회초년생에 꼭 추천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바로 아래와 같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단계」이다.

 

1단계 : 경제적 에어백을 마련하라 (월 최소필요금액 X 6)

2단계 :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라 (월 최소필요금액 X 150)

3단계 :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월 최대필요금액 X 150)

 

경제적 에어백은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최소비용을 의미로, 월 최소필요금액을 6~12개월 정도 적립한 금액이다. 저자는 경제적 안정과 경제적 자유를 위한 필요금액을 산정할 때, 이자율 8%를 가정하여 멀티플 150을 적용했다. 경제적 안정상태는 소유한 돈만으로도 돈걱정 없이 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신에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돈의 프로'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상태에만 진입해도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의 진심은 그렇지가 않고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경제적 자유상태이며, 여기에는 경제적 안정상태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된다. 각 3단계는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투자방법도 달리한다.

 

1단계 : 무위험 포트폴리오 (현금·예금)

2단계 : 저위험 포트폴리오 (기대수익률 12%) 

3단계 : 고위험 포트폴리오 (기대수익률 20% 이상)

 

각 단계에서의 투자기준은 2단계이다. 1단계에서는 2단계 진입을 위해 절대안전을 추구해야 하며, 3단계에서도 이미 확보한 경제적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3단계별 투자방법을 3개의 양동이에 비유하여, 하나의 양동이에 물을 다 채워서 흘러 넘치는 물로, 다음 양동이들을 차례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카페에서의 주옥같은 경험담, 세이노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이 그러했겠지만, 2001년 군대를 제대한 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제대 당일 대대장이 던졌던 질문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물음이었는데, 나는 생각없이 '인테리어 업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무심코 했다. 부동산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막연한 마음가짐은 있었지만, 막상 떠오르는 직종·직업도 없을 만큼 사회에 무관심·무지했던 상황이었다. 2005년 9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마이애미·보스턴)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이었나' 싶을 정도로 무모했었다. 가뜩이나 동기들에 비해 졸업도 늦었는데, 취업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졌었다. 당시만 해도 아버지의 사업이 나의 인생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지 않을까라는 무의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완전한 착각이었다. 왜냐하면 이후 아버지의 사업은 천천히 무너졌고, 지금은 완전히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갓 제대한 나는 삶의 지침을 찾고 싶었지만, 백지장 같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매일같이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 때 세이노(SayNo)라는 필명을 가진 이가 다음(Daum) 카페에 남긴 글들을 발견하였고, 이후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아직도 친한 친구들은 그 당시의 나를 떠올리며 세이노를 연상하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책상의 한 켠에는 20년 전에 A4로 출력·제본한 세이노의 글들이 놓여 있었다. 군대를 제대한 20대 초반에 접한 세이노의 경험담은 종교가 없던 나에게 있어서 성경과도 같았고, 실패·좌절·도전할 때면 어김없이 펼쳐 봤던 것 같다. 약 6개월 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 10개월 만에, 엄청난(1000대 4) 경쟁률을 뚫고 기대 이상의 직장에 취업했다. 동기들은 이미 취업한 지 1년이 훌쩍 넘긴 시점이었다. 20대 시절의 나는 현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것 같은데, 이는 세이노로부터 배운 '삶을 대하는 자세'가 큰 기여를 했다.

 

최근 들어 독서량을 줄었어도, 가끔 신논현역 교보문교를 둘러 보곤 한다. 작년에 베스트셀러 코너에 세워져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을 보고 '드디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구나'라며 내심 반가워 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2023년 4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약 50분 가량 사회비판적인 입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역시 세이노 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나이 만 68세(1955년 생)였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책과 친구는 수가 적고 좋아야 한다."

 

육아 시기에는 아이들의 책들에 밀려서, 내가 소장했던 책들은 어디 한켠으로 치워지거나 버려지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소수의 책들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신경 써 왔다. 나이가 들면서 가슴 깊이 와 닿는 사실은 소수의 친구들과 책들이 있기에 인생이 빛날 수 있다는 것이다.

 

[Music] 어여쁜 탐닉

https://www.youtube.com/watch?v=SuI01wvUS4g

A Pretty Indulgence #어여쁜 탐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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