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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행운의 씨앗, 용종

by Spacewizard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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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에서 용종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혹시 대장암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마련이다. 선종이 대장암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 익숙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용종이 발견되었더라도,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면서 이미 모두 제거가 된 상태라면 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은 상당히 낮기 때문에 과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엄청난 주당이셨는데, 50대 들어서는 건강검진에서 꽤 많은 용종이 발견되었다. 오죽하면 아래와 같은 표현을 하셨다.

"대장에 용종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렸더라"


오랜 세월 마셨던 술이라는 웬수에 질려서인지, 현재 70대인 아버지는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으시고 대장에도 별 문제가 없이 지내시고 계신다. 오늘은 현대인이라면 40대부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대장용종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요즘 누구나 있는, 용종

 

용종(茸腫)대장 내의 점막 내부로 버섯처럼 자란 비정상적인 혹을 말하는데, 폴립(polyp, 포립)이라고 한다. 용(茸)은 '풀날 용'과 '버섯 이'라는 2가지 음을 가진다. 의미적으로는 '버섯 이'의 음을 써서 이종(茸腫)으로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익숙한 녹용(鹿茸)의 음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장용종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따라, 아래와 같이 2종류로 구분된다.

 

종양성 용종 : 선종성 용종, 유암종, 악성용종 등
비종양성 용종 :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 과오종 등

 

용종이 여러 개인 경우를 다발성 용종이라고 하는데, 100개가 넘어가면 용종증이라 한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용종, 선종

 

이 중 가장 익숙한 명칭은 「대장암의 씨앗」으로 불리는 선종(선종성 용종)으로, 일단 대장내시경의 목적이 선종을 발견·제거하기 위함이다. 대장암 발병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선종을 조기발견·제거하는 것인데, 이는 대장암의 80~90% 가량이 선종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선종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0.5cm 이하의 선종이 1cm까지 커지는데 2~3년 가량이 걸린다. 1cm 이상의 선종이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2~5년, 발생한 대장암이 전이되기까지 5~10년 가량 소요된다. 이러한 진행과정·시간을 숙지한 상태에서 대장내시경에 임해야만, 만약 용종이 발견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질의하면서 향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암학회는 선종 크기가 1cm 미만인 경우 절제 후 3년마다, 1cm 이상 또는 여러 개인 경우 1년마다 대장내시경의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선종(腺腫, adenoma)은 조직검사 결과에서 이형성(암성변화)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용종으로, 향후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이다. 이형성(dysplasia)은 「나쁜·어려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디스(dys)와 「형성·성장」을 의미하는 플라지아(plasia)가 합쳐져, 병리학에서는 「비정상적인 세포의 존재를 의미한다. 대장점막은 많은 샘(gland)으로 이루어져 있고, 샘을 의미하는 글자가 (腺)이다. (腺, 샘)동물 체내 분비물을 배출하는 기관(내분비샘)을 의미하는데, 에도시대 일본에서 서양의학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네덜란드어 클리르(klier)에서 유래한 키리루(機里爾, キリール)를 , 키리루)라고 말하고 있었고, 이후 육(肉, 고기)와 천(泉, 샘)을 결합한 선(腺)을 만든 것이다. 선종은 샘구조의 증식으로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대부분 유전자(APC 등) 변이에 의해 생긴다. 기름진 음식(육류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대변이 대장 내에서 오래 정체하면서 독성물질(담즙산 등)의 분비를 촉진한다. 독성물질에 의해 손상된 장점막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종양세포 모양에 따른 선종, 종류

 

선종은 용종의 70% 가량을 차지하는데, 종양세포의 모양에 따라 아래의 4가지로 구분된다.

 

관상(Tubular)
관상융모상(Tubulovillous)

융모상(Villous) : 암진행 확률 높음

 

관상은 현미경에서 보이는 종양세포의 모양이 관(tube)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전체 선종의 약 90%를 차지하며, 암 연관성은 5% 가량이다. 종양세포가 융모 모양으로 배열된 융모상은 전체 선종의 약 3%에 불과하지만, 암 연관성이 25~35%로 높은 수준이다. 관상융모상은 전체 선종의 5~6%을 차지하고, 암 연관성은 10~20%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고등급 이형성 융모상 선종」은 형태학적으로 '제자리암'으로 분류하고, 「저등급 이형성 융모상 선종」은 '양성종양'으로 분류한다.

 

일반적인 「대장 선종-암 발병기전」과 다른 경로로 대장암을 일으키는 병변으로 톱니상(Serrated, 거치상)가 있다. 선종은 APC 유전자 변이에서 시작하여 돌연변이와 염색체 불안정성이 순차적으로 축적되면서 현미부수체 안정(MSS, MicroSatelite Stable) 종양을 형성한다. 하지만 무경성 톱니상 선종(SSA, Sessile Serrated Adenoma)는 BRAF·KRAS 유전자 변이에서 시작하여 종양억제유전자(CIMP, CpG island methylator phenotype)이 메틸화에 의해 선종으로 발전하고, 메틸화가 축적되면서 결과적으로 현미부수체 안정·불안정 종양으로 빠르게 진행한다.

 

무경성(sessile)은 목이 없는 용종으로 Is로 표기되고, 유경성(pedunculated)은 목이 있는 용종으로 Ip로 표기된다. Isp는 볼록 튀어나온 용종이다. 하지만 점막에 편평하게 붙어있는 용종은 육안으로 발견이 어려운데, IIa, IIb의 형태로 발견되는 SSA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SAA는 대장내시경을 주기적으로 시행했음에도 발견되는 대장암인 interval cancer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육안으로 SAA가 의심이 된다면, 인디고 카르민(indigo carmine) 염색약을 점막 아래 주입하여 명확한 용종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대장암의 대표적 위험요인, 고등급 선종

대장용종에서 암으로의 발전과정

선종은 저등급(low grade)·고등급(high grade)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모양, 샘구조 변화, 세포 비정형도로 결정된다. 저도선종(저등급 선종)은 성장속도가 느린 덜 나쁜 아종인 반면, 대장암 직전단계인 고등급 선종은 샘구조의 변화정도와 세포의 비정형도가 심하다. 일반적으로 아래의 요건에 해당하는 용종을 「진행성 선종」이라 부르며,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크기 : 1cm 이상

모양 : 융모상(융모 형태의 세포)

세포분화도 : 고등급 이형성증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악성세포를 포함할 가능성이 커진다. 크기가 1cm 미만의 선종이 악성일 확률을 1% 가량이지만, 2cm 이상이면 악성확률이 45% 수준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톱니상 용종도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용종 제거에 직접 사용되는, 내시경

 

내시경 검사로 발견한 대장용종은 다음의 방법으로 모두 제거하게 된다. 큰 용종을 제거하면 출혈·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잘 관찰해야 합니다. 용종을 제거한 이후 복통·발열·출혈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으로 방문해야 합니다.

 

용종제거술 : 스네어(Snare, 올가미), 겸자(집게)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 전기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 

 

용종제거술은 도구를 용종 끝에 걸어서 조이는 힘만으로 제거하며, 5mm 이상의 용종 중에서 모양이 나쁘지 않은 경우 시행한다. 주변부 점막손상은 덜하지만, 천공·출혈의 위험이 큰 편이다. 점막절제술은 도구와 함께 전기를 사용하여 소작(ignioperation, 열로 태움)하며, 크기가 크고 모양이 나쁘며 경계가 모호한 경우에 사용한다. 용종이 암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혈관신생이 많아져 출혈위험이 높아지나, 점막절제술은 출혈위험은 줄일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점막손상은 감수해야 한다. 점막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사기(인젝터)를 통해 인디고카민(Indigo Carmine)을 먼저 주입하게 되는데, 이는 정상점막을 쪽빛으로 염색시킴으로써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점막절제술 후에는 과다한 출혈·천공의 위험이 따를 수 있는데, 이를 대비하여 용종 제거 전·후로 클립을 사용할 수 있다.

 

점막하절제술은 점막하층에 약물을 주입하여 용종·점막층·점막하층을 띄운 후에, 내시경용 절개나이프와 고주파전류를 이용하여 점막층과 근육층 사이를 박리하여 용종을 일괄절제하는 시술이다. 이는 용종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조기대장암의 최소침습시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용종제거술·점막제거술로는 한계가 있는 넓게 퍼진 용종에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넓게 퍼진 병변의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염색약을 주입하며, 시술 후 출혈위험을 줄이기 위해 응고시술을 시행한다.

 

용종은 특별히 증상이 없는 병변인 만큼,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장암이 단계적으로 발전하며, 이를 사전에 발견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을 현 인류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장내시경은 5년 주기가 권장되지만, 현대사회에는 대장암의 위험요인(식생활·음주·흡연·유전인자 등)이 워낙 많은 만큼 2년 주기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잡초도 듬성듬성 났을 때 제거하지 않으면, 몇 일만 방치해도 빈틈 없이 자란 풀밭을 보게 된다. 심지어 뿌리까지 얽혀 있어서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대장도 용종밭이 되기 전에 하나둘씩 제거해나가는 버릇을 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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