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되지 않고 과도하게 분열·성장하는, 암세포
건강한 사람 몸에도 존재하는, 1mm 이하의 미세암
미토콘드리아 속에서 산소와 합성하는, 피루브산
산소부족으로 미토콘드리아로 못들어간 피루브산,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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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서울 주요 업무권역(강남·광화문)에서 18년차 샐러리맨으로 근무 중에 있는데, 주변에 둘러보면 30~40대에 암에 걸린 직장동료·업무거래처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여성들은 직장을 다니든, 전업주부를 하든 유방암에 걸린 이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의 변형(돌연변이)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듯하다. 그저 병원에서도 스트레스·음식·오염물질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길 수 있다는 표준적인 답변을 내놓은 후, 표준치료(수술·항암·방사선)에 전념한다. 하지만 인간 모두가 잠재적 암환자임을 생각하면,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암에 걸리는 이유를 보다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싶다는 욕구이다. 비타민C·소금·차전차피·효소·지용성비타민 등을 매일 챙겨먹는 건강염려증 환자로서, 그 궁금증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오늘은 암에 대해서 보다 근원적으로 간단히 알아보자.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암, 신생물·종양
인체는 약 70조(내지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상세포는 세포주기에 따라 생장·분열·퇴화·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교체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소멸되지 않고 과도하게 분열·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신생물(neoplasm, 새로운 성장물) 내지 종양(tumor)이라고 한다. 신생물·종양은 양성·악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단어 앞에 양성·악성을 붙여줘야 한다. 의학적으로 암(癌)은 악성종양·악성신생물을 의미하는데, 「단단하다」는 의미를 가진 암(岩, 바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어 캔서(cancer)는 「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카르키노스(karkinos)에서 유래했다. 이는 게가 가진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단단한 껍질과 옆으로 달라붙어 움직이는 특성이 유사하다. 지금처럼 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인류는 그 출현시점부터 암으로부터 고통·죽음을 겪어왔을 것이다. 아니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도 세포로 구성된 생명체들은 암을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상세포에서 돌연변이된 비정상세포가 무한증식을 통해 전이하는 특징을 지닌 200여종 이상의 악성종양을 암이라 부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잠재암, 미세암
영상진단을 위해서는 암의 크기가 5mm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10억 개의 암세포를 가진 암조직은 검은콩(약 1cm)만한 크기를 가진다. 1mm 미만의 암은 육안으로 관찰이 쉽지 않은데, 이렇듯 육안검사로는 발견되지 않는 미세한 암을 미세암(microscopic cancer)이라고 한다. 암세포 200만개 가량 가진 깨알만한 미세암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특히 50대 이상은 노화에 따라 더 많은 미세암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미성숙 상태의 미세암이 분열을 계속하다가, 어느 정도 커지면 혈관신생을 통해 본격적인 암이 되기 시작한다. 결국 1,000억~1조 개의 암세포를 가진 큰 암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미세암이 성숙할 수 없는 신체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암세포의 성장루트는 정상세포와 다르다. 암세포는 주변조직을 최대한 침범(침윤)한 후, 만나게 되는 튜브(혈관·림프관)를 타고 원격으로 이동하게 된다. 튜브를 통해 인체 곳곳을 떠돌던 암세포가 장기·조직에서 붙어서 분열·성장하게 되는데, 이를 전이(metastasis)라고 한다. 수술 도중에 악성종양을 잘못 손대었다가는, 온 몸으로 암세포를 방류하면서 급속한 전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표준치료(수술·항암·방사선) 과정에서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마련인데, 이러한 면역력의 저하는 단시간 내에 미세암을 성장시켜 전이·재발을 일으킬 수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90%는 사망원인이 전이·재발이기 때문에, 잔존한 미세암의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 후 치료(항암·방사선)의 주된 목적은 미세암의 제거이다. 하지만 1세대 항암제는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부작용(탈모·구내염·구역·구토·설사·빈혈, 그리고 백혈구·혈소판 감소와 골수기능억제에 의한 면역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정상세포의 에너지 대사과정, 세포호흡
흔히 호흡이라 폐를 통한 호흡을 생각하지만, 세포도 호흡을 한다. 정상세포는 호기성으로, 세포호흡을 통해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섭취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소화·흡수를 거친 후, 변환된 포도당(glucose)·아미노산·지방산은 에너지의 원료가 된다. 세포질에서 포도당은 다음과 같이 2개의 피루브산(pyruvate)으로 변환되면서 2개의 ATP를 만드는데, 이 과정을 해당작용(Glycolysis, 당분해)라고 한다. 조효소 NAD+가 환원되면서 수소이온(H+)·전자 2개씩을 얻게 되면, 중성의 NADH와 함께 수소이온 1개가 남게 된다. 만약 여분의 전자 1개가 있다면, NADH2가 된다.
(변환 전) 포도당 + 2 ADP + 2 NAD+ + 2 Pi
(변환 후) 2 피루브산 + 2 ATP + 2 NADH + 2 H+ + 2 H2O
「에너지 화폐」로 불리는 아데노신3인산(ATP, Adenosine TriPhosphate)은 ADP(아데노신2인산)·무기인산으로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때 에너지의 60%는 열에너지로 방출되고, 40% 가량만 생명유지활동에 사용된다. 각 세포는 세포호흡작용을 통해 초당 1,200만개의 ATP를 생산하며, 이렇게 생성된 ATP는 세포재생과 물질합성(단백질·효소·호르몬·신경전달물질)에 사용된다. 만약 산소가 부족한 비상상황이라면, 세포질에서의 혐기성해당작용(혐기성대사·혐기성호흡)을 통해 ATP를 만들 수도 있다.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간 피루브산은 산소와의 합성을 거쳐 ATP·이산화탄소를 만들게 되는데, 미토콘드리아 내의 TCA회로·전자전달계가 ATP를 생산하는 과정을 세포호흡(산화적 인산화)이라 한다. 이전 글 <산소와 같은듯 다른, 활성산소>에서도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적 대사가 작동되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산소분자는 물이 되지만 일부는 활성산소로 변한다고 언급했었다. 세포질에는 「에너지 공장」 내지 「생체배터리」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들이 있는데, 보통 세포질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미토콘드리아의 크기·수는 세포의 종류·역할에 따라 달라지는데, 활동량이 많은 뇌세포·심장세포·근육세포는 세포 하나에 수천개가 들어 있으며 적혈구에는 아예 없다.
피루브산은 미토콘드리아 바탕질로 들어가면, 아세틸-CoA(코엔자임A)로 전환된다. TCA 회로(TriCarboxylic Acid cycle)는 반응성이 높은 아세틸-CoA를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ATP와 NADH + H+, FADH2에 저장하는 일련의 화학반응으로,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크렙스 회로(Krebs cycle) 내지 구연산 회로(citric acid cycle)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최초로 생성되는 화합물이 3개의 카복실기를 가지고 있어서 TCA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훗날 트라이카복실산이 구연산(시트르산)이라고 밝혀졌다. 생성된 NADH + H+, FADH2는 전자전달계로 전달되어 산화적 인산화로 ATP를 생성하는데 사용된다.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과정, 혐기성
헤모글로빈(hemoglobin, 혈색소)은 산소분자를 결합·운반하는 단백질로, 철을 함유하고 있어 혈액이 붉은 색을 띤다. 적혈구·헤모글로빈 양을 통해 신체의 산소운반능력을 판단할 수 있으며, 1개의 적혈구에는 10억개 가량의 산소분자가 결합할 수 있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헤모글로빈으로부터 산소의 방출을 촉진시키면서 세포에 충분하고 지속적인 산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혈액 속의 산소량이 부족하면 미토콘드리아의 산소흡수능력이 억제되면서 TCA 회로가 붕괴되고, 세포는 생존을 위해 혐기성대사에 적응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 암세포이다.
1921년 독일의 오토 바르부르크(Otto Warburg)는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는데, 암세포가 효율성이 높은 인산화 경로보다 비효율적인 혐기성대사를 에너지 대사로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소공급이 필요량의 60%를 미달하면 암세포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서 정상적으로 산화하는 세포호흡을 위해서는 피루브산탈수소효소(PDH)가 필요한데, 암세포에서는 PDH를 억제하는 PDK(피루브산탈수소효소키나아제)의 방해로 인해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로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지 못한 암세포의 피루브산은 젖산(lactic acid)·일산화탄소로 발효된 뒤, 암세포 밖으로 배출되면서 그 주변을 서서히 산성화시킨다. 이러한 젖산발효대사에는 억제된 PDH가 아닌 젖산탈수소효소(LDH)가 작용한다. 젖산으로 인해 산성화(독성화)된 세포환경을 중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칼슘·산소가 허비하게 되는데, 이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으로 정상세포의 약화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이 악화되면 암세포의 침범(침윤)을 수월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항암제 내성도 유발한다. 또한 백혈구 등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면역작용을 약화시킨다. 결국 암을 포함한 퇴행성질환의 발병의 가장 큰 근원이 될 수 있다. 세포호흡에서는 젖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에너지효율은 턱없이 떨어지는 암세포의, 속도전
투입원료 당 ATP생산효율만 놓고 보면, 세포호흡이 혐기성대사보다 19배 가량 우수하다. 즉 포도당 1개를 원료로 하여 정상세포(세포호흡)는 ATP 38개(molecule), 암세포(혐기성대사)는 ATP 2개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혐기성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ATP를 생산하는 만큼, 대사속도가 빠르다. 단시간 내에 19배 가량 많은 포도당를 소모하면서 정상세포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포도당이 피루브산으로 변환되는 해당작용이 진행되는 동안, 오탄당인산경로(PPP, Pentose Phosphate Pathway)를 통해 여러가지 세포구성물질(뉴클레오티드·지질 등)이 만들어진다. 특히 암세포의 PPP에서 생성되는 항산화물질 NADPH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자멸을 억제시킨다. 일상에서도 젖산발효대사가 일어나는데, 보통 순발력을 요하는 단시간 고강도 근육운동에서 요구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산소 없이 단시간에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특수메커니즘으로, 달리기의 막바지에 숨을 참고 뛰는 경우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암과 친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암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두려워 하기 전에, 암세포의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정상세포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정상세포가 피루브산을 산화시키는(태우는) 대사를 하는 반면, 암세포는 피루브산을 발효시키는 대사를 한다. 이런 암세포 특유의 바르부르크 효과를 통해 종양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의 산성화와 함께 자멸을 면하게 되고, 이후 신생혈관·침윤·전이을 촉진시키게 된다. 생각해보니 적당한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인 이유가 체내의 산소공급량을 늘리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다만 너무 과한 운동이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데, 이는 활성산소의 폐해이다. <과유불급이 무색한, 비타민C>에서 언급했듯이, 과한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항산화제를 충분히 복용해주는 것이 좋고, 그 중에서도 비타민C가 다른 항산화제의 부작용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Music] 보이지 않는 정교함
https://www.youtube.com/watch?v=CLsCQdr-6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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