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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험을 조절하는 미국, 항공모함

by Spacewizard 202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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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3일 홍해에 배치되었던 미국 항공모함(항모) CVN-69가 8개월 가량의 임무를 마치고, 홍해를 떠났다고 한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홍해에 배치된 CVN-69는 후티반군(예멘)의 민간 화물선·유조선 공격을 막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약 8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유지·보수를 위해 모항인 노퍽기지(버지니아주)로 귀향해야만 한다. CVN-71는 CVN-69를 대신하여 홍해에 배치되었는데, CVN-69·CVN-71 이동(교체)기간에는 홍해에 항모공백이 있었다. 원래 중동에는 항모를 1대만 전개하지만, 2024년 8월 11일 미국은 CVN-72를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중동)으로 이동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비상상황은 동맹(이스라엘) 방어에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아찔할 만큼이나 위협적인 포위훈련을 전개한 바 있다. 표면적 명분은 대만의 독립의지를 꺾겠다는 것이었지만, 다들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미항모의 공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1척의 미항모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오늘은 미국 항공모함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항공모함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분류번호

 

항공모함에 붙는 함급분류기호는 CV로, C는 순양함(Cruiser)의 앞글자가 확실하다. 하지만 V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 중 「날다」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볼러(Voler)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CVN은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항공모함으로, 원자력(Nuclear)을 뒤에 붙였다. CV·CVN 뒤에 붙는 숫자는 건조순서이다. 미해군은 1922년 CV-1(Langley, 랭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78척의 항모를 건조했으며, 법적으로 최소 11척 이상의 항모를 운용해야 한다. 냉전시절 미국은 최대 15척의 항모를 유지하며 6개월 단위로 임무를 순환했지만, 소련 붕괴 이후 그 수를 11척까지 줄였다. 이는 긴급상황(surge)에서도 최대 5~6척 밖에 동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글 <무너진 후에야 뒤늦은 견제, 미국 조선업>에서 언급한 진일보된 중국의 항모기술여전히 세계경찰 역할을 유지하는 미 해군의 역할을 감안하면, 전개 가능한 미국항모의 수와 증가된 배치기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현재는 아래와 같이 11척의 CVN항모를 운용되고 있는데, 니미츠급 10척과 제럴드 R. 포드급 1척이다.

 

CVN-68(니미츠) : 1975년 배치
CVN-69(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 1977년 배치
CVN-70(칼 빈슨) : 1982년 배치
CVN-71(시어도어 루스벨트) : 1986년 배치
CVN-72(에이브러험 링컨) : 1989년 배치
CVN-73(조지 워싱턴) : 1992년 배치
CVN-74(존 C. 스테니스) : 1995년 배치
CVN-75(해리 S. 트루먼) : 1998년 배치
CVN-76(로날드 레이건) : 2003년 배치
CVN-77(조지 H.W. 부시) : 2009년 배치, 마지막 니미츠급
CVN-78(제럴드 R. 포드) : 2017년 배치, 최초의 포드급

 

생각보다 빠듯한 항모 운용, 미군

 

니미츠급 항모는 미 해군의 「소수정예화 계획」에 따라 건조되었으며, 10번째 니미츠급 항모 CVN-77을 마지막으로 포드급으로 대체되었다. 현재까지 제작된 니미츠급 10척 전부가 현역에 있며, 현재 포드급 항모 2척이 각각 2024년·2025년에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11척의 항모는 「13 규칙」에 따라 3교대(임무수행·이동·유지보수)로 순환해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임무수행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해역에서 임무수행 중인 항모는 불과 3~4척에 불과하며, 나머지 항모 8척은 이동·유지보수 중에 있다. 그 동안 유럽(발트해·스칸디나비아반도)·중동·동아시아(일본 요코스카)에 각각 1척씩을 전개하면서, 동아시아만 추가적으로 1~2척을 순환배치해 왔다. 유럽·중동 주변에는 미군기지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1척 이상의 항모가 필요없는 상황이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버지니아주의 움푹 패인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여 노퍽해군기지(Naval Station Norfolk)가 건설하였으며, 그 곳에 제2함대 사령부를 설치하였다. 또한 미국 해군기지 중 가장 큰 규모인 노퍽기지는 최신형 항모 6척의 모항이기도 하다. 항모의 정비는 수 개월이 소요되며, 20년 주기로 진행되는 핵연료 교체와 오버홀은 3년 이상이 걸린다. 오버홀(overhaul)부품을 완전분해하여 점검·세척·조정·교체 등 일련의 작업을 거쳐 재조립하는 대규모 정비를 의미하여, 주로 시계에서 많이 쓰인다. 현재 임무수행 중인 항모는 모두 뉴포트뉴스조선(NNS, Newport NewS foundation)에서 만들어졌으며, 이는 뉴포트뉴스(버지니아주)에 위치한 「헌팅턴 인걸스 인더스트리즈(HII, 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의 사단법인이다.

 

참고로 HII는 미국 S&P500에 편입된 상장사이며, NNS는 미국 항공모함의 유일한 설계자·건설자·급유자이다. 미해군을 주요 고객사로 둔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것만 봐도, 미국은 자본주의의 결정체임이 분명해 보인다. 버지니아비치·노퍽·뉴포트뉴스 등의 대도시가 이어지는 버지니아주 내의 권역을 햄튼로드(Hampton Roads)라고 부르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거제·창원·부산 클러스트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항모 공백이 가져온 어수선, 동아시아

 

현재 동아시아에는 미항모의 공백상태가 3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이후 동아시아에 순환배치되던 항모가 분쟁지역(우크라이나·중동)으로 급파되고, 동아시아에서 고정적으로 전개하던 CVN-76도 미국으로 복귀한 상태이다. 미항모의 공백기 동안 중국·러시아는 동해 먼바다에서 대규모 연합해상훈련을 벌였고, 중국은 랴오닝 항모 전단을 앞세워 타이완 포위훈련까지 실시했습니다.

 

2024년 10월 1일 CVN-73이 임무수행을 위해 샌디에이고 기지를 출항했으며, 향후 5년간 동아시아를 전담할 예정이라고 한다. CVN-73는 2017년부터 진행해 온 핵연료봉 교체와 오버홀(레이더·전투체계 등)을 마치면서, 포드급 항모에 준하는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F-35C와 무인 공중급유기를 최초로 탑재했으며, 기존의 슈퍼호넷(Super Hornet, F/A-18E/F)에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로 무장했다고 한다. 적의 방공망을 은밀히 침범하여 목표타격·복귀가 가능한 함재기는 현재로써는 F-35C가 유일하다고 한다. 다만 F-35C의 무장탑재능력이 4발에 불과하기 때문에, 2030년까지 슈퍼호넷이 무장능력을 보완할 예정이다.

 

현세대 공중의 멀티 플레이어, 라이트닝2

 

F-35는 5세대 스텔스전투기로, 항모탑재에 최적화된 동시에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F-35에 붙은 라이트닝2(Lightning II)는 공동개발국인 미국 P-38 라이트닝과 영국 BAC 라이트닝을 계승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임무에 따른 전투기등급는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하이급(High-end, 고성능)·로우급(Low-end, 가성비)를 조합하여 구성되는데, 그 중간에는 하이급을 보좌하는 미들급이 있다. 보통 저강도의 분쟁에서는 로우급을 주력으로 투입하며, 고강도 분쟁에서는 미들급·하이급의 투입비중을 높인다고 한다.

 

하이급(High class, Air superiority) : 공중장악(공중전·전략폭격)

미들급(Middle class, Multi-role) : 다목적(다양한 전술목표 타격)

로우급(Low class, Close Air Support) : 지상근접 지원(정찰·화력지원 등)

 

미국 5세대 전투기는 랩터(Raptor, F-22)·라이트닝2가 각각 하이급과 로우·미들급의 성격을 가지는데, 엄밀히 말하면 미들급인 라이트닝2가 로우급 임무까지 커버한다고 보면 된다. 랩터는 F-15를 대체한 반면, F-35는 F-16을 포함한 로우-미들급들을 대체한 것이다. 공중전은 가시거리의 안팎 여부에 따라 아래와 같이 2가지로 구분된다.

 

BVR(Beyond Visual Range, 가시거리 밖) : 레이더 포착,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WVR(Within Visual Range, 가시거리 안) : 근접전투,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하이급과 로우급이 BVR전투를 한다면, 대체적으로 하이급이 유리하다. 하지만 WVR전투에서는 최신 센서(적외선 탐지기 등)을 장착한 로우급이 하이급을 먼저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근접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종이 아닌 조종사의 기동능력이다. 전투기 간의 근접전을 도그파이트(dog fight, 개싸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상대방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기관총·미사일을 쏘는 모습이 개들이 서로의 꽁무니를 물기 위해 빙글빙글 도는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최근에는 스텔스전투기끼리 공중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레이더에 의존하지 않는 근접전 상황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F-22(좌)와 F-35B(우) [출처:미태평양사령부]

물론 막대한 국방예상으로 인해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의 무기체계가 다른 국가들에서는 전혀 다르게 활용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F-35를 하이급으로 전개할 계획이다.라이트닝2는 다음의 3종이 개발되었다.

 

F-35A(공군) : 육상 공군기지

F-35B(해병) : 강습상륙함·항공모함, 수직이착륙

F-35C(해군) : 항공모함

 

2022년 초 CVN-70에 최초로 F-35C 10기를 탑재했는데, 이는 실전배치를 발표한 지 4년 만이다. 그만큼 항모에 신형 전투기를 배치하는 일은 쉬지 않는데, 이는 항공기 배치, 이륙체계 재조정, 공중급유, 정비사 교육  등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F-35C는 날개면적이 F-35A·B보다 45% 가량 넓은데, 이는 양력을 높여서 항모에서의 이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양력(揚力, lift)은 유체의 흐름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F-35C는 슈퍼호넷처럼 날개를 접을 수도 있다. 2022년 1월 착함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착륙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GPS(위치정보시스템)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상시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항모 수를 5척까지 늘리자는 주장이 있는데, 「1대3 규칙」에 따라 전체 항모 수를 최소 15척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군사역량을 키우면서 남중국해·대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태평양에서만 항모 2~3척이 필요할지 모른다. 또한 1년 이상 지속되는 이스라엘·반이스라엘의 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중동지역도 더 이상 항모 1대로 전쟁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렇듯 러시아·아랍·중국가 틈만 나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발현시키는 상황에서는, 특정지역 분쟁상황에 최대 8~9척의 항모를 배치할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유항모가 15척이어야 하는데, 과연 미국민이 그 추가예산을 어떻게 생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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