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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제는 반도체까지, 초과이익 환수

by Spacewizard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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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8일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한 기준이 공개되었다. 가장 강조한 기준은 바로 미국국가안보 이익 증진하는가 여부인데, 미국에 군사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거나, 국방부 등 미 정부기관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공개하는 기업을 우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2천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예상치를 넘는 초과이익을 올리면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반납해야 할 수도 있고, 그 초과이익은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이 제시한 기준들에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특히 초과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조항에 대한 언급이 많다.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조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이 있고, 미국 내에서도 "미국 반도체과학법이 법에도 없는 기준을 들이대며 기업에 좌파 정책을 강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사례들이 더러 있었는바 이를 알아보자.

횡재세 개념과 유래

횡재세(橫財稅, Windfall Tax)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개인에 대하여 그 초과분에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하며, 초과이윤세로도 불린다. 횡재를 의미하는 windfall의 어원은 떨어진 과일 등에서 왔다고 한다. 중세 영국에서는 숲의 주인들이 땔감을 얻기 위한 도둑벌채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폭풍에 쓰러진 나무나 가지들을 주워가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쓰러진 나무는 횡재나 다름 없었다.

석유에 대한 세금으로 표현한 횡재세 출처 StudyIQ
석유에 대한 세금으로 표현한 횡재세 [출처:StudyIQ]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해석, 횡재이윤 + 초과이윤

전시이윤 원리는 1차 대전 당시 영국에서 정립되어, 세계 최초의 횡재세의 근거를 제공하였다. 전쟁 이전 보다 늘어난 전시이윤을 환수하여 전비 조달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반면 미국은 이윤이 아닌 투하자본에 대한 공정수익률을 중시하는 초과이윤 원리를 내세워 1917년 의회를 통과한 미국 최초의 횡재세 법안을 제정하였다. 초과이윤을 계산하는 영국식 평균소득법과 미국식 투하자본법은 그렇게 등장하였다. 초과이윤과 횡재이윤이 구분되기도 하는데, 초과이윤 독점자본의 가격설정 결과라 하면, 횡재이윤은 외부요인에 따른 시장변동 결과이다. 하지만 독점자본이 횡재이윤을 몽땅 가져가는 현실에서는 초과이윤과 횡재이윤을 구별하는 실익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 들어 횡재세 도입은 주로 석유회사나 금융권을 상대로 검토 중에 있는데, 과거에도 초과이윤(이익)을 환수한 몇몇 사례가 있다.

사례 1) 독과점 관련 이익

석유, 가스 또는 광물과 같은 천연자원에 의존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자원을 채취·판매하는 회사의 초과이익을 회수한 적이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기업의 특징은 독과점 기업이라는 점이다. 20세기 초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석유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 관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는데,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독점적 지위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그 회사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위기 동안에 석유회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임시조치로 미국은 1980년 횡재세를 부과했다. 이 세금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석유회사에 부과되었으며 에너지 위기의 결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COVID-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부족을 겪은 유럽연합이 위기 극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유사와 발전회사 등에 횡재세를 부과하였다. 유럽연합은 약 1400억 유로(195조)를 징수해 전기료, 난방비 급등에 고통받는 가계 및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사례 2) 전쟁 관련 이익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등 최소 22개국이 전비 조달을 위해 기업의 초과이익에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이들은 투자자본 수익의 최대 9%까지를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윤에 대해선 20~60%의 세율로 과세했다. 미국 최초의 횡재세는 큰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전쟁자금으로 거둔 전체 연방 세수의 약 40%를 차지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기 직전인 1940년에 다시 초과이득세를 부과하였는데, 처음에는 초과이익의 30%로 책정했으나 이후 일정 기준을 초과한 이익에 대해서는 90%로 인상했다. 초과이익세는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시행되었다가 종전 직후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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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례, 초과이익 환수 이슈

이슈 1)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택지소유상한제와 함께 토지공개념 도입을 근간으로 하여, 1989년 12월 30일 제정된 「토지초과이득세법」 에 의해 부과된다. 이 세금을 규정한 취지는 자기의 노력과 관계없이 주변의 개발사업이나 기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하여 지가가 상승함으로써 토지소유자가 얻은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1994년 7월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하여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슈 2) 재건축 초과이익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여 발생한 이익이 3천만원을 넘을 경우에 초과금액의 일부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로 2006년에 도입되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문제점으로는 부동산시장의 변화와 집값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점과 사업자 입장에서는 재건축 시행을 주저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주택공급이 지연이 되고 이로 인한 주택가격이 상승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2022년 9월 국토교통부는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제 기준을 초과이익 3천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상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COVID-19로 초과이익을 낸 글로벌 제약회사,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 중단으로 초과이익을 낸 글로벌 곡물회사 등에도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국내에서도 정유사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횡재세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고, 과세대상에는 정유사와 은행권이 포함되었다. 초과이익 환수는 보통은 한시적이고 독과점 내지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 적용되어 왔다. 일부에서는 초과이익 환수가 부당하고 징벌적이며 투자, 혁신 및 사업의 성장과 확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과이익 환수의 목적이 과도한 이익으로 인한 경제적 왜곡을 줄이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촉진하는 것인 만큼, 특수한 상황에서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이번 반도체 관련 초과이익 환수는 미국 국민들 만을 위한 조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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