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국민연금(NPS, National Pension Service)이 SVB금융그룹의 주식을 100,000주(2022년 말 기준) 가량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2년 말에는 2,300만달러 가량의 시세가치를 가졌었지만, 2023년 3월 주가가 반토막난 상태다. NPS는 저가매수를 통해 추가매입했지만, SVB의 파산으로 투자금 회수(Exit)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1년 전만 해도 거의 600달러에 근접했던 SVB 금융그룹 주가는 2023년 3월 267.83달러 수준이었는데, 파산 여파로 3월 9일 106.04달러까지 급락한 이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다.
이전 글 <치솟는 물가를 놓쳐 버린, 연기금>에서는 NPS이 주식과 채권이 동반 부진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을 구사하기가 더 어렵다는 내용을 언급했었고,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 파산>에서는 SVB의 영업정지는 FED의 금리인상이 초래할 여러 결과의 시작이라고 말했는데, 연기금 외에 여타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에는 분산효과, 해외투자
기관투자자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분산투자 효과
국내 주식시장의 한계에 따른 투자기회 확대
분산투자는 자산을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누어서 투자하는 것으로, 해외주식 투자는 분산투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자산종류가 다양할수록, 자산들의 가격경로 간의 상관관계가 낮아지면서 포트폴리오의 전체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내기업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산업군의 기업들에 투자하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IT기업에 편중되어 있고, 산업구조 변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IT기업에 대한 평가가 과열되고 있EK. 국내에만 투자할수록,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주식 시장은 국내주식 시장보다 다양한 산업군과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투자기회가 더 많아지게 된다. 또한 해외주식 시장의 상승률이 국내주식 시장보다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 NPS
김영익 교수의 저서 거대한 변화에서는 NPS가 해외주식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 이를 인용한다. 2022년 7월 말 기준 NPS는 915조 원의 금융자산을 운영하는데, 그 규모도 엄청 크며 투자대상도 주식, 채권 그리고 대체자산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그런데 2022년 NPS는 주식 44.1%, 채권 42.5%, 대체자산 13.4% 비중으로 투자해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중기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2027년 말에는 주식 비중이 55%(2022년 대비 +10.9%p) 내외로 늘리고 채권 비중은 30%(△12.5%p) 내외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NPS의 투자 패턴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성장한 부문은 해외주식이다. 2006년 경에는 NPS의 투자액 중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6.2% 였으나, 2022년 27.8%, 2023년 30.3%까지 올릴 계획이니, NPS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자산을 운용하는지 알 수 있다.
2022년 10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810조원인데, 이 중 NPS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15조 원(50.5%)에 달한다. 그렇기에 국내주식에서 NPS의 종목 선택은 항상 큰 반향을 불러오며 NPS의 향방은 투자자(개인 포함)들이 항상 주시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NPS가 계속해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가운데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해보면 지금까지 착실히 연금을 납부해오던 사람들이 정해진 나이에 도달해 연금을 타기 시작할 때가 된다. 이 경우 NPS가 국내주식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서는 국내주식 팔아야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내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NPS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전 글 <치솟는 물가를 놓쳐 버린, 연기금>에서 연기금의 자산운용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위험들(이자율 위험, 시장 위험, 통화 위험, 인플레이션 위험)을 살펴 봤는데, 하위 자산군인 해외주식 투자는 다음과 같은 세부위험이 있다.
환율변동 위험
정치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해외주식에서 가장 큰 위험은 환율변동이다. 연기금이 해외주식에 투자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10% 상승하면 투자금액 대비 10%의 환율손실을 입게 된다. 해외투자는 로컬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내란·무역전쟁 등)도 감수해야 한다. 위험회피 성향의 투자운용역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이나 러시아 인근 내지 폐쇄적인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지양하겠지만, 역발상으로 이미 정치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지역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 신재생에너지, AI, 로봇, 자율주행,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각 산업의 전망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있다. 투자한 해외기업이 속한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경우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운용역에게 있어서 엑셀능력 외에 미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력도 요구된다. 그리고 해외기업의 재무상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놓침으로써, 추가투자나 회수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회복하는 경험
2022년 NPS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통화 긴축,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1988년 NPS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0.18%, 2018년 미중 무역분쟁 △0.92%와는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2022년 운용수익률 △8.22%를 기록했다. 이 중 대체투자만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산재한 증시불안 요인들로 인해 국내주식 △22.76%와 해외주식 △12.34%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통상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은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2022년 주식·채권의 동반하락은 이례적이었다. 정상적인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해외에서는 1970년대 스태크플레이션, 국내에서는 2001년 이후에 처음으로 나타난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회복되면서 NPS의 운용수익률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경영성과가 개선되면 주식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투자 당시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경영정보와 재무정보 등에 접근하여 철저한 투자 프로세스와 시장 분석을 거쳐 투자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다. 이는 거시적 경제상황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시장의 어느 투자집단 보다 빠른 수익률 회복을 보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도 특정 종목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종목에서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 NPS의 SVB 금융그룹 투자 손실은 재무 위험에 따른 결과이다. 하지만 NPS 외의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다양한 위험들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접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자산운용은 타인이 하지만, 자산을 지키는 것은 결국 본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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