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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심을 가져야만 구분되는, 간염

by Spacewizard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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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친형 같았던 외사촌형이 간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30대 중반이었던 내가 겪었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고, 20대에 함께 술 마시며 어울렸던 추억들을 후회한 적도 많았다. 외가집은 유전적으로 간염에 취약했는데, 명을 달리한 외사촌형도 B형 간염 보균자였던 것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 8~10% 보다 줄었으나, 아직 2.5~3% 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3년 3월 23일 베토벤(1770~1827)의 사인이 죽은 지 약 200년 만에 머리카락 게놈(genom)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간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맞고도 어떤 유형의 간염 예방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여기서는 베토벤에 관한 간단한 얘기와 간염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자.

간으로 쓰러진, 베토벤

베토벤의 사인에 대해서는 그간 납중독 등 여러 가설들이 제기되어 왔지만, B형 간염 감염과 유전적 간 질환,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간경화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영국과 독일의 공동 연구자들은 베토벤의 것으로 알려진 8개의 머리카락 타래를 분석해 이 중 5개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이 맞다고 확신했고, 이후 모발을 분석한 결과 베토벤이 사망 최소 몇 달 전에 B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여기에 널리 알려져 있던 베토벤의 지속적인 음주이력까지 더해 간경화로 숨진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과거 베토벤의 절친은 베토벤이 사망 전 1년간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알코올 의존과 간질환이 베토벤의 가족력이라고 기록한 문서도 있다.

애주가 베토벤을 내세운 와인 라벨
애주가 베토벤을 내세운 와인 라벨

 

술에 관대했던, 베토벤의 시대

베토벤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는 그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18-19세기 유럽에서는 음주문화가 사회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었으며, 일반적으로 널리 소비되었다. 와인, 맥주 및 브랜디 등의 다양한 술들을 음식과 함께 즐기는 것을 일상의 일부로 여겼으며, 사람들은 술과 연관해서는 건강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당시의 음악가들은 교회, 궁전, 귀족들의 집에서 공연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었는데, 이러한 공간에 열리는 연회나 행사에서는 술이 항상 마련되어 있어서 음악가들도 함께 음주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천재적인 음악가였지만, 그의 인생은 난청, 가난, 사랑의 실패, 가족 갈등 등의 여러 문제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베토벤은 술을 찾았을 수 있다. 이전 글 <세상을 영화로 바라보는, 객관화>에서는 객관적 관찰자의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술 만큼 빠른 속도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물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18-19세기 당시의 의학적 지식은 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술이 일부 질병들의 치료제로 오용됨은 물론 술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

간염은 간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주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바이러스 외의 감염요인들로는 알코올, 약물 내지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크게 5가지가 있고, 각각의 치명 정도는 감염된 바이러스의 종류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유형 1) A형 간염 (Hepatitis A Virus, HAV)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입으로 섭취함으로써 전파되는 비교적 경미한 간염 형태로, 대부분의 경우 자연치유로 회복된다. 대게는 급성간염으로 주된 증상으로 구토, 설사, 복통, 피로 및 발열 등이 나타나지만, 심각한 합병증은 드물다.

유형 2) B형 간염 (HBV)

감염성이 높은 HBV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있는데, 주로 체액(정액·질분비물·혈액)을 통해 전파되며, 모친으로부터 수직감염되기도 한다. 증상은 HAV와 유사하지만, 만성간염은 만성간질환, 간경변증, 간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HBV는 일부 완치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평생 약을 먹으며 조절해야 한다. 백신이 있어 예방이 가능하다.


유형 3) C형 간염 (HCV)

대부분 만성간염을 유발하며 지속적인 간손상을 일으키는 C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HCV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마찬가지로 돌연변이가 빠르게 일어나 백신개발이 어려워, 바이러스 보유자의 발견과 전파경로를 차단이 중요하다. HBV에 비해 치료가 쉬워, 완치율이 높은 편이다.

유형 4) D형 간염 (HDV), E형 간염 (HEV)

HDV는 HBV와 동시에 감염되거나 이미 HBV에 감염된 환자에게 발생한다. HDV는 간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 HEV는 HAV와 같이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구강으로 섭취함으로써 전파되며, 일반적으로 경미한 간염을 일으킨다. 현재 HEV 감염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HEV 감염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이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HEV는 HAV와 공통점이 많으나, HEV는 임산부가 특히 주의해야 한다.

HBV HCV가 간암으로 진행되는 과정
HBV/HCV가 간암으로 진행되는 과정

 

완벽하지 않은 지표, 간수치

건강검진 결과표의 간기능 검사 주요항목으로는 ALT·AST있는데, 흔히 사용하는 '간수치가 높다'라는 표현은 간효소 수치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간이 손상되어 파괴된 세포막에서 효소들이 혈액으로 흘러나온 상태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간염, 간경화, 지방간 및 간암 등 각종 간 질환이 유발될 확률이 커진다. 간기능의 저하여부는 혈액검사상 수치로 나타나는데, ALT/AST의 정상수치는 0~40 IU/L로 40을 넘게 되면 간수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하여 방심해서는 안되는데, 한 통계에서는 지방간 환자 10명 중 6명, 간경변 환자 2명 중 1명은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ALT·AST는 염증수치로 보면 되는데, 염증이 없는 단순 지방간이나 이미 염증단계를 넘어서서 간이 굳어버린 간경화라면 정상으로 나온다는 의미이다. 간수치만 보고 안심하지 말고, 다른 지표들도 같이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사로 인해 많이 감염되는, HCV

국내에서는 개그맨 박명수가 2009년에 HAV에 감염되어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HCV 감염이 보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통 혈액으로 전염되는 HCV의 감염 특성상 주사바늘을 소독하지 않고 공유하면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0년 질병관리청과 대한간학회가 발표한 일반인의 HCV 항체 양성률은 0.75%에 불과했지만, 약물남용자의 HCV 항체 양성률 48.4%로 달했다. 이는 약물남용자가 유독 HCV 유병률이 높으며, 일반인보다 HCV 감염 가능성이 약 65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배우 파멜라 앤더슨은 약물남용 전력이 있는 가수 토미 리와 결혼한 뒤 문신을 새기면서 바늘을 함께 사용했다가 HCV에 감염되었으나,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다.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미국 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로니 우드도 HCV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에 걸렸으나, 치료를 받아 회복했다고 한다.

 

간염에 감염된 사람들은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 증상을 겪게 되고, 특히 HBV와 HCV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린다. 간염은 정기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급성 간염은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만성 간염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HAV와 HBV는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예방접종을 모든 국가에서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체액과 혈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감염 예방을 위해 청결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바늘, 칫솔 등 개인용품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위 내용 중의 일부는 아래의 기사를 인용했음을 알립니다.

-동아일보 <200년 만에 밝혀진 베토벤 사인은 납중독 아닌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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