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0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50.92%로, 전세가율이 50%대까지 내려온 건 2012년1월 50.97% 이후 11년 2개월 만이라고 한다. 2022년 8월 54.7%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인데, 2022년부터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신규 입주단지에서 매물이 쏟아지며, 매매가 하락폭이 전세가 하락폭보다 더 컸던 것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41.63%로, 2022년 11월 50%대가 무너진 후 반년도 안되어 40%대 붕괴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세가율의 의미와 영향을 미치는 요인, 그리고 최근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자.
매수 타이밍과 버블을 예상케 하는, 전세가율
전세(傳貰)는 한국만의 독특한 임차계약의 형태로, 매월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보증금을 건네는 임대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세가는 매매가 보다 낮은데, 전세가율은 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값이다. 전세가율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은 방향으로 속도가 다르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데, 생각보다 쉽게 방향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보통 전세가는 매매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세가가 내리는데 매매가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매매가가 전세가보다천천히 내려가는 하방경직성을 보인다. 즉 전세가 하락속도가 매매가 하락속도보다 더 빠르다. 이 때 전세가가 계속 하락하는 장세에서 매매가가 상승전환하면, 매매가와 전세가 간의 갭(gap)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전형적인 버블(가수요) 확대의 모습이다. 전세가도 상승전환하면서 매매가를 따라서 추격하면서 매매가 상승과 전세가율의 급등 가능성이 높아진다.
높은 전세가율은 시장수요자들이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전세가율이 높을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매가(분모)가 덜 오르거나 심지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세가율이 오른다는 것은 전세가가 매매가와의 갭이 좁아지는 것으로, 이는 매수타이밍의 근접도를 의미한다. 매매가 상승분(가령 +1억)가 전세가 상승분(가령 +2억)보다 정량적으로 덜 올랐다고 해서, 덜 오른 매매가에 실망하여 전세를 선택하는 것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전세는 무이자 예금일 뿐 투자가 아니며, 투자는 수익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성공한 것이다.
전세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 투기수요
전세가율이 결정되는 요인은 매우 복합적인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이다. 전세는 대출을 동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가율이 낮아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월세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전세가율은 높아진다. 그러나 금리 변동성이 낮은 상황에서 전세가율 변동성이 커지거나, 금리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주목해야 한다. 2002~2008년까지 전국 및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급격히 하락함과 동시에 전국과 서울 간의 전세가율도 크게 벌어졌다. 부동산 호황이었던 2006년 무렵, 서울 강남의 전세가율은 40% 아래로 하락했다. 낮은 전세가율은 매각 후 현금예치를 통한 이자수익의 편익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매각 대신에 편익이 낮은 전세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동산을 보유한 채로 다른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전세가율이 바닥을 치면서 지역 간의 매매가 상승률이 양극화되면, 투자열기가 높은 곳에서는 낮은 전세가라도 받아서 재투자로 상승장에 올라타려는 것이다. 전세가율의 변화는 버블(가수요)의 크기를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전세가율의 저점구간에서는 투기수요가 금리의 영향 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매매가·전세가 간의 갭이 버블의 크기라고 볼 수 있다. 매매가가 상승하고 전세가가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의 하락 기울기가 가파른 경우가 전형적인 버블 확대의 모습인 반면, 매매가·전세가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의 하락 기울기가 완만하다면 버블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해볼 수 있다. 주택시장 불황의 마지막 국면에서 거래(급매 위주)가 늘어나면서 매물이 점차 소진되면 아무래도 바닥을 다져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경험상 매물이 마른 후에는 전세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매매가는 바닥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전세가가 올라가다보니, 전세가율 지표는 증가한다.
전세가율과 같이 봐야하는, 전세 매물
과거 사례로 볼 때, 본격적인 매매가 하락추세는 전세가율 48% 내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반면 매매가 상승전환은 전세가율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전세가율이 48% 수준으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어 매매가에 추가적인 하방압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여지더라도, 주시해야 할 부분은 전세매물의 추이다. 전세매물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면 전세가율 하락도 조만간 멈출 가능성도 높다. 전세가율의 추이는 매매가에 대한 상·하방 압력 측면에서 중요한 지표이기에, 전세매물의 증감 여부도 지속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높은 전세가율의 다른 의미, 빌라
매매가와는 다르게 전세가는 실수요자들의 경쟁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실수요층이 탄탄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매매가의 방어력이 좋다. 따라서 주택시장 호황기에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택시장 중에서도 아파트에 국한되며, 빌라는 시세 확인이 어려워서 높은 전세가율의 의미가 달리 해석된다. 빌라시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깡통전세의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는데, 빌라 매매가의 하락으로 전세가와 차이가 좁혀지거나 심지어 전세가율이 100%를 넘게 되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전세가율이 80%가 넘어가면 깡통전세의 리스크는 상존한다고 본다.
빌라 사고를 예방하려는, 정부
아파트 전세시장과 달리, 비아파트(빌라) 전세시장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 빌라 전세는 전세가율이 90% 안팎을 형성할 정도로 높아서, 전세보증을 끼고 전세계약을 하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세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빌라는 사실상 세입자를 들이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5월부터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는데, 빌라의 무자본 갭투자를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보증범위를 전세가율 90%로 낮춘다면, 90% 이상의 전세보증금으로 계약하려는 세입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 임대인은 최소 10%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협상력 부족으로 전세가율 90% 이상의 전세금으로 계약해야 할 경우, 보증보험 부재가 문제될 수도 있다. 또한 정부는 비아파트의 주택가격을 공시가격의 140%(기존 150%)로 할 예정이다. 결국 전세가율 90%와 적용비율 140%를 종합하면, 비아파트에서 HUG 전세보증을 받기 위해서 전세가가 공시가격의 126%(90%x140%) 이내여야 하고, 이를 126%룰이라고도 부른다.
주택시장 호황기에 높은 가격의 아파트 대체재로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이 찾던 빌라시장이 매우 위축된 상황이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빌라왕으로 대표되는 전세사기가 이슈화되었고, 최근에는 공시가 하락으로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도 높아졌다. 앞으로 빌라시장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주요 주택 유형 중의 하나임을 인지하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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