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합법화 추세라지만 아직 애매한, 대마

by Spacewizard 2023. 4. 15.
728x90

고부가가치 작물을 위한 농업기술, 수직농업

삼베와 마리화나로도 불리는, 대마초

카나비노이드의 성분에 따라, 기호용(THC)·의료용(CBD)

점점 강한 약물을 찾게 되는, 관문이론

1960년대 대마를 유행시킨, 히피문화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nXf0O1BmoWY

 

2023년 3월 21일 애그테크(AgTech) 전문기업인 애그유니가 최근 팁스에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팁스(TIPS)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이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민간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초기 투자하고 정부가 후속으로 연구개발(R&D)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구조다. 애그유니는 고부가가치 작물을 대량으로 맞춤생산하는 수직농업(vertical farming) 재배솔루션을 개발하고, 재배데이터레시피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신약·건강기능식품 재료로 특화된 의료용 대마 생산·연구를 통해 인체에 무해한 카나비디올(CBD, CannaBiDiol)만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CBD는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성분이다. 의료용 대마에서 추출한 CBD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호용 대마로 인한 사회적인 물의로 해로운 이미지가 많다. 오늘은 대마와 그 주요성분 그리고 대마 규제와 관련한 세계적인 추세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대마의 대표적인 성분, THC + CBD

 

대마초(cannabis)대마(삼·삼베)을 가공하여 향정신성(psychotropic)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하는데, 다 자란 대마의 꽃잎을 따서 건조한 음지에서 말리는 방식으로 주로 가공된다. 마리화(marijuana)로도 익숙한 대마초는 그 각성효과로 인류가 이용해 온 가장 오래된 약제 중 하나로, 20세기 초부터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마의 소지·사용·판매를 불법화하였다. 식물약초인 대마는 400여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마초에만 있는 60여가지 카나비노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카나비노이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물질은 CBD와 THC(delta-9 tetrahydrocannabinol,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이다. 대마는 주성분에 따라 크게 기호용(THC 성분)과 의료용(CBD 성분)으로 구분되는데, THC의 기호용 마약은 마약류로 규정되어 있다. CBD 성분은 주로 난치성 뇌전증(간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THC는 10,000분의 1g만 흡입해도 환각상태에 빠져들 정도의 강력한 물질로, THC 함량이 많을수록 인체에 끼치는 해가 크다. 과거 THC 함량이 2%에 불과했던 대마는 계속된 품종개량·농축을 통해 15~60%까지 달하면서 중독성이 매우 강해졌다. 농축대마에는 액상대마·대마쿠키·해시시 등이 있는데, 이 중 농축액상대마는 대마에서 추출한 THC를 액화제와 혼합하여 만든 액상형으로, 농축대마보다 THC 함유량이 월등히 높다. 또한 전통적인 흡입방식이 아닌 전자담배·증기기구를 사용하여 증기 형태로 흡입이 가능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 높은 환각효과를 보이며 사용자의 은밀성 또한 높아진다. 농축대마는 농축단계에서 사용되는 확인 불가한 화학물질들로 인해 건강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 해시시(hashish)도 THC 함량이 높은 흑갈색의 고체 형태로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중동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뇌를 망가트리는, 중독성

 

대마초를 피우면 10분 이내에 폐를 통해 흡수되어 뇌에 빠르게 도달하게 되는데, 이 때 중추신경계·심혈관계가 동시에 반응을 보인다. 대마초 흡입 직후에는 심장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눈이 충혈되고 맥박이 빨라진다. 대마성분들이 뇌보상회로에 작용하여 도파민을 강하게 분비하면서 감정 이완, 불안 감소, 행복감 등을 나타낸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나면 의식분열로 인한 공포감·불안·졸음·기침·배고픔과 함께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는 운동실조가 나타나게 된다. 장기간 중독되면 뇌·염색체 손상, 호흡기·면역 장애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마초 관련 논쟁 중에 관문이론(Gateway drug theory)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향정신성 물질(대마초·담배·술 등)을 사용한 사람이 결국에는 더 강한 약물을 찾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대마초를 경험한 사람이 결국 더 위험한 마약을 찾게 되므로, 대마초 단계에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가 않다.

 

보상회로(brain reward circuit)측좌핵(NAc, Nucleus Accumbens)과 복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을 포함하는 체계이다.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거나 어려운 일을 해냈을 경우, 뇌는 보상회로를 통해 도파민(dopamine)소량 분비하면서 환희·황홀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마약의 문제점은 뇌보상회로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으로,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대량분비하여 극도의 황홀감을 제공한다. 마약중독으로 뇌보상회로가 파괴되면, 결국 현실에서는 어떠한 일로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오직 마약을 통해서만 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중독으로 요구하는 마약량이 점점 많아지고, 치사량에 이르면 사망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마약 외에도 알코올·도박·게임 등의 중독현상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뇌 보상회로 출처 동아사이언스
뇌보상회로 [출처:동아사이언스]

THC는 대부분의 뇌조직(대뇌피질·해마·시상하부·소뇌·뇌간·척수 등)에 영향을 주는데, 이는 뇌 전반에 칸나비노이드 수용체(CB1, Cannabinoid Receptor 1)가 고농도로 분포하기 때문이다. 수용체(receptor)모든 세포막에 끼워져 있는 작은 단백질로 특정물질과 퍼즐조각 맞추듯 결합하면서 세포 내의 변화를 주도한다. 이전 글 <인체 내 작은 우주, 뇌>에서는 뇌의 각 부위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THC과 CB1 결합에 따른 뇌 활성부위와 그 작용은 다음과 같다.

 

대뇌피질 : 향정신성 작용

해마 : 기억력 손상

소뇌 : 운동능력 저하

뇌간·척수 : 통증 감소

728x90

자유영혼과 함께 유행한, 대마

 

대마의 유행은 1960년대 히피(Hippie)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대중문화와 달리, 히피문화는 자유주의 가치관과 대안적인 생활방식을 중요시하면서 유행하였는데, 당시 미국이 벌인 베트남전과 같은 불안정한 정치환경 속에서 개인들이 느꼈던 정치적·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현상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마를 태우는 것은 히피문화의 일환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크게 유행했고, 이들은 대마가 주는 해악보다는 유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대마가 스트레스·불안을 해소시켜 주며, 자유로움·창의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 시기에 수 많은 예술가(특히 음악가)들이 대마초를 비롯한 여러 마약을 투약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세계적인 추세, 대마 합법화

 

2014년 우루과이는 세계 최초로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2018년 캐나다가 OECD국가로는 최초로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태국은 의료용 대마를 아시아 최초로 합법화한 후, 2022년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하게 된다. 2022년 스위스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였다.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기호용 대마는 17개 주, 의료용 대마는 35개 주에서 합법화되어 있다. 도시 중에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대마가 허용되는 대표적인 곳인데,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들은 여전히 대마가 불법이다. 암스테르담의 목표는 중독성과 사회적 해악이 상대적으로 덜한 대마를 합법화하면서, 강한 중독성 마약의 수요를 억제·예방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국제연합(UN) 산하 마약위원회는 마약류를 4개 등급(Schedule 1~4)로 구분하고 있다. 1등급은 오남용·중독 위험이 높은 마약류를 의미하고, 4등급는 1등급에 속하는 마약들 중에서 치료목적으로도 사용이 불가한 마약류이다. 2020년 UN은 대마를 4등급에서는 제외하면서 치료용의 여지는 두었지만, 여전히 1등급으로 분류하면서 광의의 마약류로 관리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에는 마음을 여는 중인, 한국

 

1960년대 한국에서도 대마의 환각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대마의 흡연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1970년 「습관성의약품 관리법」을 시행하여 대마초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현재는 「대마관리법(1976년 제정)」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2000년 제정)」을 통해 규제 중인데, 한국은 대마의 규제·처벌이 엄한 나라 중 하나로 분류된다. 「마약류관리법」제2조 제4호에 따르면, 대마라 함은 대마초(칸나비스사티바엘)와 그 수지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일체의 제품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의 종자, 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을 제외한다.

 

2018년 11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용 대마의 추출성분이 포함된 의약품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의료인은 환자상태에 따라 대마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환자는 처방받은 약을 자가 치료용으로만 소지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대마의약품 종류는 아래의 4가지이다.

 

마리놀(MARINOL)

시빅스(Sativex)

시스매트 캐노메스(CESAMET·CANEMES)

에피디올렉스(Epidiolex)

 

허가한 4가지 대마의약품은 뇌전증(간질)·파킨슨병에 주로 사용하며, 이 약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1곳에서만 처방될 수 있다. 다만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대마오일·대마추출물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2020년 7월 경상북도와 안동시 일부지역을 「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여 4년간 한시적으로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대마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는 CBD의 의약품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대마규제자유특구에서는 헴프를 재배하는데, 헴프(Hemp)는 CBD 함량이 높고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산업용 대마종이다. CBD오일이 뇌전증 환자의 발작증세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대마 관련 연구가 암치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마규제자유특구 내 스마트팜 출처 헬로디디
대마규제자유특구 내 스마트팜 [출처:헬로디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대마 규제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여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마가 합법인 나라를 여행하면서 대마와 관련한 상품을 선의로(모르고) 구매하여 국내로 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된다거나, 이전 글 <프로포폴에 이어, 해리성 약물>에서는 언급한 유명 연예인 같이 해외에서 대마를 흡입하고 들어와서 적발되는 경우는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대마 합법화가 세계적인 시류인 만큼, 적어도 의료용 대마의 실용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Music] 흥분의 에스컬레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QkprwIDZCEA

An Escalation of Excitement #흥분의 에스컬레이션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