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약 30억 년 밖에 안 된 초기우주(Early universe)에서 합체되고 있는 은하의 중심에서 중력으로 묶여있는 한 쌍의 퀘이사가 밝게 빛나는 아주 드문 광경이 포착돼 학계에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서로 붙어있는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을 초기 은하에서 찾는 것을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는데, 이는 2개의 블랙홀이 동시에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빛나는 퀘이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2개로 보이는 퀘이사가 중력렌즈 효과가 아닌 실제 한 쌍의 퀘이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전파부터 X선에 이르는 폭넓은 전자기파 망원경을 동원해야 했다고 한다. 대형 타원은하로 합체 중인 은하에서 이전 2개 은하들의 중심에 있던 초대질량블랙홀들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서로 가까이 붙어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는 퀘이사와 연관된 활동성 은하와 초대질량블랙홀에 대해 알아보자.
활동은하핵(AGN)의 여러 모습들, 통합모델
활동성 은하는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이 활발하게 물질을 유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상태의 은하로, 활동성 은하의 아주 좁은 중심부가 활동은하핵(Active Galaxies Nuclei, AGN)이다. AGN에서는 특이한 방출선이 관찰되는 밝은 천체들이 발견되는데, 거의 모든 대역전자의 스펙트럼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1970년대 말에 와서야 AGN의 엄청난 에너지 엔진이 블랙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AGN 통합모델(unified model of AGN)은 서로 다른 유형의 AGN과 관련한 현상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지며, 천체가 도넛과 비슷한 형태인 토러스(Torus) 모양을 띠고 있다면, 관측자가 천체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가설이다.
유형 1) 블레이저 (Blazar)
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블랙홀에서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 방출이 지구로 향할 때 발생하는 매우 밝은 현상이다. 초대질량블랙홀은 태양질량(M)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가장 큰 유형의 블랙홀로, 거의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레이저는 강력한 제트(Jet)와 연관이 있는데, 이전 글 <별의 죽음으로 밝게 빛나는, 감마선>에서 블랙홀 주변의 플라즈마와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부 고에너지 입자들이 블랙홀의 중심축을 따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되어 반대방향으로 분출되는 현상이 제트라고 언급했었다. 블레이저는 제트가 지구를 향해 방출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키며, 이 때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제트의 방출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상대성 효과로 인해 더 밝게 보이게 되는데, 이는 빛이 광자라는 입자의 집합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유형 2) 퀘이사 (Quasi-Stellar Radio Source, Quasar) : 별처럼 보이는 전파 천체
1950년대 말 전파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겉으로는 밝게 빛나는 별처럼 보이지만,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이상한 천체를 발견하게 된다. 항성들은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빛이 나므로, 전파는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다. 이 이상한 천체의 이름은 퀘이사로 지어졌는데, 별처럼 밝게 빛이 난다고 하여 준성(별에 준하는 천체)으로도 불린다. 퀘이사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은하보다 더 밝게 빛을 내지만, 실제로는 별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다. 초기우주에 더 흔하며, 제트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발견될 수 있다.
유형 3) 세이퍼트 은하 (Seyfert galaxy)
1943년 미국 천문학자 세이퍼트는 폭 넓은 방출선(broad line)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나선은하 6개를 발견하였는데, 이후 이와 같은 나선은하들을 세이퍼트 은하라고 부르고 있다. 세이퍼트 은하는 제트가 약하고 원반이 강한 은하로, 나선은하와 비슷하지만 중심핵과 그 주위 원반 부근이 비정상적으로 밝은 은하이다. 별의 탄생이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나며 에너지가 강하여 변광을 하는 특징이 있으며, 비열적 성분을 가지고 있고, 방출선이 큰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도플러 선폭증가(Doppler broadening) 현상이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질들 때문에 세이퍼트 은하에서는 X선과 자외선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한다.
폭 넓은 방출선은 주로 강착원반(accretion disk) 바로 위에서 달궈진 기체 구름에서 방출되는 반면, 폭 좁은 방출선(narrow line)은 제트를 따라 방출되는 기체 구름에서 주로 나온다. 퀘이사의 회전축을 기준으로, 관측자가 회전축선과의 수평 방향을 바라본다면(세이퍼트 은하 타입 #1), 강착원반 위의 뜨거운 기체 구름이 노출되면서 폭 넓은 방출선이 관측될 것이다. 하지만 회전축선을 비스듬히 보거나 수직 방향에서 바라본다면(세이퍼트 은하 타입 #2), 강착원반 위의 뜨거운 기체구름은 블랙홀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도넛 모양의 먼지구름에 가려짐과 동시에 제트를 따라 방출되는 기체 구름이 노출되면서 폭 좁은 방출선만 관측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AGN 통합모델은 아직까지 반론이 많으며, 앞으로도 여러 방면으로검증이 필요한 가설이다.
유형 4) 전파 은하 (Radio galaxy)
우리은하 보다 수백배 이상 강한 전파를 방출하는 타원은하이다. 전파방출은 싱크로트론(synchrotron) 과정에 의한 것이며, 전파방출로 관측된 구조는 트윈제트(twin jets)과 외부물질 사이의 상호작용(jet-cloud interaction)에 의해 빛을 방출하면서 더욱 밝아지기도 한다. 여기서 외부물질은 AGN 주변의 물질이나 가스를 의미하며, 트윈제트가 방출될 때 트윈제트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트윈제트는 압축파의 역할을 하면서 외부물질을 밀어내고 압축시켜서 충돌지점에서 광학적인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제트쌍은 외부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빛을 방출하면서 더욱 밝아지기도 합니다. 엽(lobe)은 전파은하의 양쪽으로 넓은 타원모양의 대칭구조를 보이며, 가장 흔한 거대한 구조는 전파엽(radio lobe)이라 부른다.
거대질량 블랙홀의 탄생, 미궁
블랙홀은 기체를 계속 흡수하면서도 자기질량 만큼의 광도로 빛을 내기 때문에 천천히 자란다. 만약 블랙홀이 자기질량보다 큰 광도의 빛을 내면 과도한 복사압력이 중력을 초과하게 되면서 균형(에딩턴 한계, Eddington limit)이 깨진다. 이로 인해 기체는 흩어지면서 강착원반이 와해된다. 다시 말해 에딩턴 한계를 고려하면 초대질량블랙홀까지 성장할려면 적어도 수십억년의 시간이 요구되지만, 지금까지 가장 멀리서 발견된 130억년 떨어진 퀘이사는 나이가 고작 8억년에 불과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초대질량블랙홀 탄생에 대한 가설은 두 가지가 있다.
가설 1) 초기우주부터 존재했던 M보다 수백 배 무거운 거성이 수명을 다한 뒤, M보다 수백 배 이상 무거운 중간질량블랙홀이 생겼다는 설이다. 현대우주에서는 기체가 수축할 때 금속원소가 냉각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태양보다 150배 이상 무거운 별이 생성되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우주에는 냉각제 역할을 할 금속원소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탄생한 초창기의 별들은 질량이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설 2) 초기우주에서 거대한 기체 덩어리가 급격히 수축하면서 항성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M의 수만 배에 달하는 중간질량블랙홀이 만들어진 뒤, 기체를 흡입해가면서 초대질량블랙홀로 자랐다는 설이다.
위 가설들도 결국은 M보다 1천~10만 배 수준의 중간질량블랙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아직 중간질량블랙홀은 거의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초대질량블랙홀에 비해 약한 빛으로 인해 관측되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현재 천체의 나이를 추정하는 빛의 적색편이 방식이 퀘이사의 연대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 건 아닐까. 지구상의 물질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인데,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거운 블랙홀에서 발생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현상도 보는 방향에 달리 보인다니, 우주도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나 보다.
*위 내용의 일부는 아래의 기사를 인용했음을 알립니다.
-연합뉴스 <빅뱅 30억년 초기 우주서 합체 중인 은하 안 쌍(雙) 퀘이사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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