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주

무거운 항성의 가벼운 에너지원, 핵융합

by Spacewizard 2023. 6. 14.
728x90
728x90

 

2023년 6월, 여름을 앞두고 하루하루의 기상이 심상치가 않다. 하지를 향해 가면 꾸준히 길어지는 낮시간과는 달리, 기온의 편차는 오르락내리락 예측할 수가 없다. 파란하늘 사이로 쏟아지는 폭우 내지 우박이 낯설지만 아름답고, 태평양의 섬에서나 나타날 법한 웅장한 뭉개구름은 이국적이기 그지없다. 2023년에는 슈퍼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엘니뇨(El Nino)는 서태평양과 동태평양의 수온 차이가 섭씨 0.5인데, 이 차이가 1.5~2도 이상으로 벌어지면 슈퍼엘니뇨라고 부른다. 엘니뇨의 발생주기도 과거에는 4~6년에서, 6년에서, 2000년 이후로는 2~3년으로 줄어들고 있다. 엘니뇨의 강도가 강해지고 발생주기가 짧아지면서, 전 세계적인 이상고온, 폭우 및 가뭄 등의 기후변화가 나타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전 글 <야외에서 즐겨야 제대로, 골프>에서 골프를 시작하면서 이전의 삶과 구별되는 점으로, 기상조건에 대한 관심과 자연에 수긍하는 자세라고 언급했었다. 자연 속에 몇 시간 있다보면 구름의 변화와 갑작스런 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바람 등의 다양한 자연현상을 경험하면서, 자연의 일부인 '나 자신'를 느끼게 된다. 물론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내려쬐는 햇살이다.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상에서의 나 또는 인류는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태양의 존재라는 것이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속의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하게 된다. 채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눈부시게 빛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있는 태양도 과연 수명이 있을지와 어떤 작용으로 저렇게 활활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항성이 빛나는 이유, 핵융합

 

핵융합고온과 고압 하에서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항성(별)을 가열해주기 때문에, 별의 중력 붕괴가 방지된다. 별의 핵융합 과정은 중심핵의 온도와 압력, 그리고 별의 질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크게 수소핵융합, 헬륨핵융합, 그리고 탄소 핵융합 등이 있다. 중심에서 수소 원자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인 헬륨이 되고, 또 헬륨 원자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탄소, 산소, 규소, 심지어 철로 변하는 연쇄 핵융합 반응이 이어진다. 이러한 핵융합 과정에서 손실된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 등가 공식'(E=mc^2)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된다.

 

핵융합 1) 수소핵융합(Hydrogen Fusion)

 

별의 생명주기에서 가장 초기에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으로, 별이 주계열(main sequence) 단계에 있을 때 발생한다. 주계열성은 중심핵에서 수소핵융합으로 수소를 헬륨과 에너지로 변환한다. 핵융합에 필요한 중심핵의 수소가 소진되면서, 중심핵의 부피는 중력에 의해 축소되는 반면, 중심핵 주변 껍질과 표면은 점차 부풀어 오른다. 이는 가벼운 수소 원자로 구성되었던 중심핵이 무거운 원자로 대체되면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계열성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주된 과정의 차이에 따라 상위와 하위 부분으로 나뉘는데, 주로 양성자-양성자 연쇄(Proton-Proton Chain, PP Chain) 반응을 통해 수소핵융합을 하는 1.5M 이하의 별들은 하위 부분의 주계열에 해당한다. 2개의 수소(양성자)가 융합하면서, 중성자와 수소로 이뤄진 중수소(deuterium)이 만들어진다. 이후 중수소는 1개의 수소와 합쳐져 헬륨-3를 만들고, 2개의 헬륨-3가 합쳐져 헬륨-4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최종 산물인 헬륨-4 원자는 원재료인 4개의 양성자에 비해 질량이 0.7% 가량 줄어드는데, 질량 감소분 만큼의 에너지가 감마선(Gamma ray) 내지 중성미자(Neutrino) 형태로 반응 중에 방출된 것이다. 질량 1M의 태양도 PP Chain이 진행 중이다. 항성 내부의 감마선은 전자·양성자 등의 여러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항성의 내부를 가열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열은 자체 질량(중력)으로 인해 별이 붕괴하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감마선과 달리 중성미자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없어서 항성의 가열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질량이 1.5M보다 큰 상위 부분의 주계열에서는 주로 탄소, 질소, 산소를 촉매로 사용하는 CNO 순환(Carbon-Nitrogen-Oxygen Cycle)으로 핵융합을 한다. 중심핵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대류와 복사를 통해 별의 표면으로 전달되는데, 온도 차이가 큰 경우에는 대류를 통해 에너지가 전달된다. 1.5M 이상의 주계열성들은 중심부의 온도가 매우 높아 중심핵에서 대류가 일어나고, 대류핵 바깥부터 표면까지는 복사층을 형성한다. 반면 1.5M 이하의 주계열성들은 PP Chain 반응으로 에너지효율이 낮아 중심핵 주위에서 복사만 일어나고, 복사층 바깥은 표면까지의 급격한 온도 하락으로 대류층이 형성된다. 별의 질량이 가벼울수록 표면 근처의 대류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 중심핵은 풍부한 헬륨 주위로 수소껍질이 형성되게 된다.

항성질량에 따른 내부의 에너지 전달방식 차이
항성질량에 따른 내부의 에너지 전달방식 차이

 

핵융합 2) 헬륨핵융합(Helium Fusion)

 

별이 수소를 모두 소비한 후에는 헬륨핵융합이 시작되는데, 2개의 헬륨(He)-4 원자핵(알파입자)이 서로 충돌하면서 베릴륨(Beryllium)-8을 형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베릴률-8은 매우 불안정하여 금방 2개의 헬륨핵으로 분해되는데, 별의 중심부 온도가 약 1억K(kelvin, 절대온도)로 상승하면 양상이 달라진다. 1억K의 환경에서는 베릴륨-8이 분해되기 전에 1개의 헬륨핵과 융합하여 탄소-12를 형성하는 과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헬륨핵융합은 3개의 헬륨핵이 합쳐져서 1개의 탄소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트리플 알파(Triple-alpha) 과정이라고도 부른다. 이전 글 <별의 죽음으로 밝게 빛나는, 감마선>에서는 방사선의 투과력에 관한 그림을 보게 되면, 알파선의 투과력이 가장 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알파선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알파입자의 흐름을 말하는데, 입자가 크고 무거운 알파선은 종이 한 장도 통과하지 못한다. 

 

핵융합 3) 탄소핵융합(Carbon Fusion)

 

8M 이상의 무거운 별의 중심핵에서는 탄소핵이 충돌하여 핵융합을 시작할 수 있다. 탄소핵융합은 약 6억K 이상의 온도에서 일어나며, 탄소핵이 서로 합쳐져서 더 무거운 원소인 네온, 마그네슘, 산소, 소듐, 알루미늄 등을 만든다. 탄소핵융합은 별이 중성자별 내지 블랙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의 시작을 알린다. 별의 중심부에서 철이 만들어지면, 철은 핵융합을 통해 더 무거운 원소로 합성되지 않는다. 즉 철이 핵융합의 최종제품인 것이다. 철핵융합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그 결과로 생성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아서, 이 단계는 에너지를 소비(흡수)하는 흡열(endothermic) 과정이다. 이는 철의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기 때문인데, 결합에너지(binding energy)란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들을 결합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철이 점점 축적되면, 어느 순간부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핵융합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그 결과로 중심부는 급속히 붕괴하게 되고, 붕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별의 외부층을 내보내면서 강력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철 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되며, 별의 초기질량에 따라 중성자별 내지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핵융합의 종료, 죽어가는 별

 

초기질량 0.08~8M의 별은 핵융합이 종료되어 중심핵이 붕괴되더라도, 가벼운 질량으로 인해 탄소핵융합을 일으킬 만큼 충분한 온도에 도달하지 못한다. 대신에 가벼운 별들은 헬륨핵융합을 통해 적색거성으로 부풀었다가 별 표면을 모두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면서 성운을 만든 후, 남겨진 중심핵은 주로 탄소와 산소로만 이뤄진 작은 백색왜성(white dwarf)으로 별의 삶을 끝낸다. 부피가 축소된 백색왜성은 전자축퇴압(Electron degeneracy pressure)으로 중력을 버티면서 일정 수준의 부피를 유지한다. dwarf는 난쟁이를 의미하며, 전체 항성들 중에 약 97%가 백색왜성이 된다고 한다. 초기질량 8M 이상이며 20~25M 이하인 별은 초신성(supernova) 폭발을 동반하면서 중성자별을 형성할 수 있다. 중성자별은 중성자의 기압으로 중력을 견디며, 이는 백색왜성의 전자 기압보다 훨씬 강력하다. 초기질량 20~25M의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 후 중심핵이 더욱 극단적으로 붕괴하면서 물질이 빠져나갈 수 없는 정도로 강력한 중력장을 가진 블랙홀이 형성된다.

 

전자축퇴압이 버틸 수 있는 최대의 질량은 약 1.44M이며,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고 한다. 남겨진 중심핵의 질량이 1.44~3M 정도는 중력의 힘으로 원자 내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져 중성자로만 형성된 중성자별이 탄생한다. 남겨진 중심핵의 질량이 3M을 넘으면 큰 중력으로 인해 중심핵은 완전 붕괴되어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한 블랙홀이 된다. 

 

사라지거나 커지거나, 백색왜성 간의 합체

 

태양계는 하나의 항성을 가지지만, 우주에는 쌍성(Binary Star) 시스템을 가진 항성계가 더 일반적이다. 백색왜성이 된 쌍성들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백색왜성의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 폭발을 일으켜 백색왜성은 완전히 파괴된다. 하지만 질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질량강착(Mass Accretion)으로 인해 이전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새로운 백색왜성이 된다. 합쳐진 백색왜성이 중성자별로 진화하기에 충분한 질량과 밀도를 가지고 있다면 중성자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초신성 폭발을 거쳐야만 중성자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존의 가설을 깨트릴 수도 있다는데, 지켜봐야 할 일이다.

 

수명이 다한 별이 행성을 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 2020년 5월 지구에서 약 1만2000광년 떨어진 우리은하의 독수리 자리 근처에서 별이 열흘 동안 약 100배 밝아지는 특이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별은 가스와 먼지구름 같은 성간물질이 상호 간의 중력에 의해 뭉쳐지며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탄생한 별은 내부 핵융합을 시작하게 된다. 핵융합으로 별이 점점 커져 적색거성이 되면서 주변의 모든 물질을 삼킬 수 있다. 별빛의 분광학 분석 결과 추운 온도에서만 나타난다는 특이분자들이 확인되었는데, 이 차가운 에너지가 별이 다른 행성과 결합하며 나온 가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폭발 이후 에 별이 방출하는 에너지양이 매우 적었다는 것은 별이 흡수한 물질의 질량이 매우 작은 행성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해수온도가 약간만 상승하여도 물고기들이 집단폐사하는 사태들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1~2도의 온도 차이는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지구적 차원에서는 이상기후과 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매일 나타나는 머리 위의 태양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위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우리보다 훨씬 오래 그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가끔 보면 태양의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인류의 노력이 애잔하기도 하다. 이는 태양이 없었다면 인류라는 생명체의 진화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당장 태양이 사라진다면 인류의 멸종이 뻔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철 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죽음 단계에서 나타나는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 후 우주 공간에 널리 퍼지게 된다. 이 원소들은 다시 별이나 행성을 형성하는데 사용된다고 하니, 지구와 인간은 '별의 먼지'라는 말은 완벽하게 옳다. 앞으로 여생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출현과 퇴장에 대해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태양은 그 고민의 가운데에 계속 있을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