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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쓰러질 것 같지만 안정적인, 타워크레인

by Spacewizard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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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율을 높이기 위한 오랜 기술, 도르래(풀리)

지렛대와 텔리스코핑이 접목된, 타워크레인

오늘날 건설현장에 필수적인 장비지만, 불협화음 여전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SdYbRGD9gzo

 

현대건축물은 구조역학기술의 발달로 초고층화되는 추세이고, 무거운 자재를 더 높이 들어올려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중기(crane)를 발명·개선해 왔다. 스틸로 제작된 타워크레인은 3톤 이상의 무거운 중량물을 상하·전후·좌우 어디로든 운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세계 도심지 곳곳에 초고층의 랜드마크들의 시공을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큰 참사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2022년 5월 10일 대구 수성구 한 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 등을 나르는 타워크레인 지브가 부러져 추락한 사고가 있었고, 최근에는 타워크레인 전체가 넘어져서 인근 원룸을 덮친 보도도 있었다. 평소 타워크레인 아래를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하곤 하는데, 학다리 마냥 가느다란 타워크레인이 위태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타워크레인의 원리와 역사, 그리고 건설현장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월례비에 대해서 알아보자.


타워크레인의 역사, 도르래

기원전 25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2.5톤이 넘는 블록 230만개를 쌓아올려 높이 147m, 가로·세로 230m에 달하는 거대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많은 학자들은 피라미드 측면에 경사로를 만들어 나무토막으로 만든 굴림대를 이용해 석재를 운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의 피라미드를 건설하는데 약 20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2.5톤이 넘는 석재블록을 시간당 13개 이상 24시간 쌓아 올렸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오직 노동력으로만 수행했다고 가정한다면 엄청난 수의 노예들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크레인의 개념은 기원전 1500여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도르래(pulley, 풀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도르래는 나무·돌로 만든 간단한 형태를 갖췄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작업효율을 향상시키고 노동력을 절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최초의 복합도르래(compound pulley)는 기원전 287~212년 사이에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에 의해 군함을 들어올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5개의 복합풀리는 5배 많은 힘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한 자리에 박혀서 고정된 채로 리프팅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로마인들은 권양기와 캡스턴을 만들어 신전을 건설하는데 활용했다. 권양기(winch, 윈치)는 와이어로프나 체인을 권동에 감아 짐을 달아 올리든가 끌어 당기는 기계장치로, 건물 옥상부의 승강기 기계실에서 권양기를 볼 수 있다. 여기서 권동(winding drum)은 로프·체인을 감거나 감아 놓은 원통형·원뿔형 모양의 드럼을 말한다. 캡스턴(capstan)은 로프·체인을 이용하여 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키는 데 사용하는 기계장치로, 주로 뱃전(배의 양측 가장자리)이나 조선소에서 볼 수 있다. 

 

원형바퀴의 힘이 빠르게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기어작업의 활용도 늘었는데, 기어(gear)는 속도나 운동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쓰이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로 조합된 기계장치이다. 트레드휠(treadwheel)은 고대로마 때부터 17세기 말까지 사용된 햄스터 챗바퀴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장치로, 이를 활용하여 로마인들은 지금까지도 유럽 곳곳에 남아 있는 엄청난 송수관 체계를 만들 수 있었고, 이후 주로 항만·광산·건설현장에서 사용되었다. 1개의 트레드휠이 3톤까지 들어올렸다고 가정하면, 대략 30명의 노동효율을 보인 것이다. 이후 15세기 들어 플라이휠·크랭크축 등의 개발로 고정된 지지대에 크레인이 달린 타워크레인과 포트크레인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항구나 대형건설에서는 필수적인 장치가 되었다. 조선에서는 1794년(정조 18) 다산 정약용이 수원성 축성을 위해 제작한 거중기가 최초의 크레인인데, 고정도르레(fixed pulley)와 유동도르레(movable pulley)를 사용하여 무거운 물건은 1/8의 힘으로 들어올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트레드휠 크레인과 호이스트 출처 traveling cook
고대로마의 트레드휠 크레인과 호이스트 [출처:traveling-cook]

 

타워크레인 원리 : 유동도르래 + 지렛대 + Telescoping

타워크레인은 크게 T형(Topless)과 L형(Luffing)으로 구분된다. T형은 수직구조인 타워마스트(tower mast)와 수평구조인 지브(jib)가 직각을 이루기 때문에 T자처럼 생긴 반면, L형은 작업반경 내 장애물 간섭을 피하기 위해 지브를 수직으로 들어 올려 L자 모양으로 꺾을 수 있다. 타워크레인은 총 4개의 유동도르래가 장착된 트롤리 풀리(trolley pulley)에 짐을 걸 수 있는 갈고리(hook)를 달아 원동력 대비 8배의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이는 정약용의 거중기와 동일한 원리이다. 트롤리 풀리를 받침점(운전실)에 가까운 지점으로 이동시키면, 지렛대(leverage, 레버리지) 원리 통해 더 많은 중량물을 들어 올리게 된다. 운전실 바로 아래는 타워크레인을 인상(telescoping)하기 위한 '텔레스코픽 케이지(telescopic cage)'가 있는데, telescope은 끼워 넣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텔레스코픽 케이지의 유압실린더를 이용해 가이드레일을 따라 운전석을 3m 가량 상승시켜 빈 공간을 만들고, 단위기둥 역할을 하는 타워마스트를 추가로 끼워 넣은 후 볼트로 고정시킨다. 기초가 철근콘크리트로 고정된 타워크레인은 건축물 층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스틸지지대(bracing, 브레싱)을 설치하면서 150m 이상까지 인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타워크레인의 주요 부분

주요부분 1) 지브(jib)

 

메인지브(main jib)는 크레인 전면의 수평부분으로, 부하를 들어올리고 내리는 역할을 한다. 선회축을 중심으로 한 외팔보 형태의 구조물로서 메인지브의 길이(선회반경)에 따라 권상(hoisting, 호이스팅) 하중이 결정된다. 풍하중·중량을 줄이기 위해 트러스트 구조로 되어 있으며, 트러스트 내부에 트롤리 로프와 연결된 보조풀리와 트롤리 윈치 점검을 위한 보도가 설치된다. 크레인 전후방의 균형을 위하여 메인지브의 반대편에 카운트지브(counter jib)가 설치되는데, 여기에 카운터웨이트(counter weight)가 달린다. 카운트웨이트는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만들어진 블록 형태의 균형추로, 메인지브의 길이에 따라 크레인 균형을 유지하는데 적합한 중량이 계산된다.

주요부분 2) 선회장치(slewing mechanism)

 

메인지브·카운터지브의 아래에 선회장치가 부착되고, 그 위에 캣헤드(cat head)가 고정된다. 메인지브·카운터지브의 지지를 위해 각 지브들과 캣헤드는 타이바(tie bar)로 연결·고정된다. 상하 2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선회장치는 그 사이에 회전테이블을 두고 있으며, 운전실(cabin)은 상황을 주시할 수 있는 위치인 선회장치 상부와 메인지브 하부 사이에 설치된다.


주요부분 3) 트롤리(trolly)

 

메인지브를 오가며 권상작업을 위한 선회반경을 결정하는 횡행장치로, 메인지브 밑에서 지브를 따라 돌아가는 바퀴로 호이스팅 로프를 매달고 있다. 트롤리에서 후크, 호이스팅 블록·로프가 내려진다. 호이스팅 블록은 트롤리 풀리와 함께 작동하여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지레의 힘을 향상시키는 도르래 장치이다.

T형 타워크레인 주요 부분 명칭

 

위태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안정적인 이유

타워크레인은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공학적 원리에 따라 설계되는데, 이는 풍력, 지진 및 기타 외부요인에 대해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한다. 크레인의 후미에 위치한 카운터웨이트는 지브와 부하의 무게균형을 잡아 주고, 와이어로프 및 도르래 시스템은 크레인의 수직·수평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킨다. 크레인이 설치될 지면은 충분한 하중지지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기초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초앵커와 철근량의 계산을 철저히 하여야 하며, 앵커용 콘크리트블록은 240kg/㎠ 이상의 강도로 최소 10일 이상 양생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에 직접 연결하는 브레싱을 추가하여 크레인의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도록 한다.

 

오랜 관행 월례비, 거부하면 태업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건설사가 직접 타워크레인을 소유하면서, 조종사도 직고용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했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보유장비들을 헐값에 매각하게 되는데, 이후 영세한 장비임대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외주화가 자리잡게 된다.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과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공사비 절감을 위해 타워크레인 발주대수를 최소화하면서 임대료로 최대한 낮추려 하게 된다. 임대업체와 고용계약을 맺는 조종사는 고용업체와 업무지시업체가 다른 기형적인 업무환경에서 근무한다. 임대업체로부터 최소한의 월급을 받고, 실제 업무지시를 하는 시공사로부터는 월 500~1000만원의 월례비를 받는다고 한다. 월례비 관행은 건설사·하청업체가 돈과 시간을 아끼려고 조종사에게 여러 일들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는데, 일종의 급행비 성격이다. 건설사는 장비투입비를 아끼려고 타워크레인의 업무범위에 없는 일을 요구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절감되는 인건비의 일부를 조종사에게 월례비로 지급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조종사가 월례비를 거부할 경우, 정부는 이를 불법태업으로 바라 본다는 점이다.

LH은 건설현장 내 타워크레인 월례비 강요, 조종사 태업 등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고용형태에서 시작된다고 진단하고 있는데, 즉 건설사와 조종사 간의 고용형태가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에 따른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종사에 대한 직접고용방식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장관은 현 정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의 실현을 위해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2023년 2월 16일 광주고등법원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한 관행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라고 판시했는데, 정부가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관건이다.

 

[Music] 하늘 더 높이

https://www.youtube.com/watch?v=wqSVJtHwiEE

High up in the sky #하늘 더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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