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생존 차원에서 주거용부동산 전문가, 한국인
대표적인 상업용(수익형)부동산, 오피스
오피스의 수익구조, 임대수익과 자본차익
IMF 이후로 서구체제로 변모, 국내 부동산업과 부동산학
부동산업의 세분화, AM PM FM LM 등
코로나 이후의 디지털 변환이 초래한, 공실
오피스의 완전한 종말보다는, 유연한 변신
[Shorts] https://www.youtube.com/shorts/LA7MZ6cs5eg
좁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살다보니, 한국인들은 주거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부동산은 실거주 외에도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존재하는데, 특히 한국은 아파트라는 공동주거 형태가 환금성을 가진 투자자산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전 글 <한국인을 호화유람선에서 살게한, 르 코르뷔지에>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모방하여 건축된 1962년 마포아파트 이후, 기능성 높은 아파트가 한국의 주된 주택유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언급했었다. 이렇듯 한국인들은 반강제적으로 RRE(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개인투자 전문가로 육성되었다. 물론 자본 규모에 따라 아파트·빌라 등으로, 취향에 따라서도 공동주택·단독주택·토지 등으로 주종목이 나눠진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에 소속된 자산운용인력(AMer, Asset Manager)으로서 대규모의 오피스 자산을 관리한 경험이 있어서, 국내 RRE(주로 아파트) 외에도 국내외 CRE(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CRE시장은 COVID-19를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고, COVID-19가 지나간 이후에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은 CRE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부동산의 큰 구분, 주거용 + 상업용
주거용 부동산(RRE, Residential Real Estate)는 거주 가능한 부동산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단독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1주택자에게 RRE는 실거주수단이지만, 다주택자는 RRE를 통해 임대수익(전세·월세)과 자본차익(capital gain)을 얻기도 한다. RRE의 가치는 학군, 직장과의 근접성, 근린의 질, 내지 편의시설 등에 결정된다. 상업용 부동산(CRE, Commercial Real Estate)는 사업용도로 사용되는 부동산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오피스(사무시설)·리테일(상업시설)·복합쇼핑·물류창고·공장·호텔 등이 포함된다. CRE의 주된 목적은 임대수익(Income gain)과 자본차익을 통한 수익화이다. CRE의 가치는 권역 내 공급물량, 거시경제 상황, 내지 입지 등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업은 사무실에 대한 자체수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유 중인 CRE의 전체·일부를 사옥으로 자가사용하기도 한다. RRE·CRE는 투자전략, 수익률 내지 위험 수준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는 투자자의 투자 목표와 위험 용인도(tolerance)에 따라 결정된다.
부동산 관리의 선진화, 즉 세분화
25년 전 IMF 관리체제 이후, 국내투자자들도 CRE에 대한 관점을 실물자산(실사용)에서 금융자산(투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부동산산업도 체계적으로 변했는데, 일단 부동산(자산)관리는 크게 다음의 3가지로 구분되었다.
자산운용(AM, Asset Management)
자산관리(PM, Property Management)
시설관리(FM, Facility Management)
AM인력은 부동산자산을 매수·소유하면서 총괄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로 자산를 소유하는 대기업·운용사(AMC)·리츠이다. 투자분석을 통해 다양한 용도의 부동산을 매수한 후, 환경개선공사, 유지·수선 및 매각 등을 거치면서 부동산가치를 증대시키는 계획·운용을 한다. 투자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역량(법률·금융·협상 등)이 요구되는데, 기회수익·기회비용·자본지출(CAPEX) 등의 수익률의 관리와 함께 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전략을 항시 염두하면서 업무에 임해야 한다.
PM은 AM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부동산가치를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운영업무를 수행하는데, 주로 수익·현금흐름·임대차·공실을 관리하면서 부가업무(컨설팅, 매매대행, 예산수립 보고 등)를 진행한다. FM은 부동산의 유지·보수·안전에 관한 물리적 관리를 하는데, 여기에는 전기·기계설비·소방·주차·미화·에너지 등의 관리업무가 포함된다. PM은 AM과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FM은 주로 PM과 용역계약을 체결한다.
COVID-19가 몰고온 변화, 디지털 변환
COVID-19 팬데믹은 오피스시장에 이전에 없던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많은 기업들이 전염을 막기 위해 디지털 변환(원격근무, 온라인 회의 등)을 실시했고, 비어가는 사무공간을 두고 부동산 소유주와 임대차계약의 재조정·종료를 선택했다. 게다가 청결·소독·공기순환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자본적 설비지출을 늘렸다. 이렇게 임대수입 감소, 공실률 상승, 그리고 추가 지출 증가는 오피스가치를 하락시켰고, 투자자의 손실과 대출기관의 부실대출을 증가시켰다.
COVID-19 이후 CRE, 위기의식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 파산>에서는 2023년 3월 미국 SVB 사태에 대해 언급했었다. 당시 은행 영업정지의 원인으로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어려운 자금조달 환경에 직면한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이후 은행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CRE(특히 오피스빌딩)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COVID-19 이후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와 정상출퇴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가 정착하면서 높은 수준의 공실률이 지속되고 있으며, 금리인상 추세에 따라 CRE 운영수익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CRE 부채 4.5조 달러 가운데 약 1/3(오피스빌딩은 1/4)이 2025년 말 이전에 만기가 돌아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환(refinancing)은 유리한 대출조건(더 낮은 이자율, 대출연장 등)을 얻기 위해 기존 대출을 새로운 대출로 대체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Fed가 이미 기준금리의 수준을 많이 올린 상황에서 금리인하 시점마저 불확실하여, CRE 투자자에게 대환작업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공실률이 지속된다면, 오피스 투자자들은 대환을 포기하면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CRE대출의 70%는 소규모 지역은행이 보유하고 있으며, 앞서 말한 CRE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 은행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의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실적부진을 겪는 기술기업들이 구조조정·비용절감을 단행하며 사무공간 규모를 줄이거나 건설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미국 CRE 시장의 불안감을 더 높이고 있다. 지난 10년 넘게 기술기업은 사무공간 외에도 물류창고·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많은 부지에 투자하면서 대도시 도심·근교의 부동산가치를 올려 왔다. COVID-19 팬데믹 기간에도 기술기업들은 채용규모를 늘리며 사무공간을 유지했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인력 감축과 함께 사무실 수요를 줄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오피스 임차·매·건설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괜찮은 국내 오피스, 임대시장
미국 오피스시장의 급격한 침체와는 달리 한국 오피스시장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2022년 후반 들어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에서 공실률 하락과 동시에 임대료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렌트프리(rent free) 0.91개월, 2022년 4분기 평균 공실률 1.9%(일반적인 자연공실률 5%)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위축된 매매시장과 비교하여, 임대시장은 상당히 호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COVID-19 이후 미국기업과 달리 한국기업들은 문화적인 이유로 재택근무에서 복귀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는데, 이것이 국내 오피스시장에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높아진 금리수준으로 인해 기업경영·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오피스 임대차시장도 미국처럼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오피스 수요자(임차기업) 입장에서는 경기둔화에 따른 운영비 절감을 위해 주요권역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2~3%대의 오피스 대출금리가 6%대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자비용의 증가와 실질임대료의 감소로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진다. 아마도 금리인하의 신호가 확인된 이후, 일정시간이 지나야지 오피스 시장의 투자가 회복되지 않을까 한다.
비관적 전망이 뇌리를 스친다면, 인버스
금융상품 중에서 인버스(Inverse)는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게 되는데, 현재 다양한 국내외 기초자산(주식·채권·원자재·인덱스 등)에 대한 인버스가 거래되고 있다. 금융기관·투자은행이 CRE를 기초자산으로 한 인버스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CRE 가격지수에 연동된 파생상품(derivatives)을 설계하는 것인데, 이는 아래의 요소들을 고려하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초자산 선택 : CRE 가격지수
구조화(structurization) : 파생상품 활용
투자자 보호 : 투자자 targeting(일반투자자 적합성 여부)
리스크 관리 : 투자자에게 높은 위험을 부담
정기적인 재조정
유동성 관리 : 시장조성(market making)
재조정(rebalacing)은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상품에서는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으로, 레버리지(leverage) 또는 인버스가 정기적인 재조정을 통해 상품가치를 계속적으로 정확하게 추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인버스는 기초자산의 일일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미리 설정된 기간(일·주·월)이 도래하면 다시 해당비율의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재조정하게 된다. 즉 기간이 길수록 달라지는 레버리지·인버스의 효과를 조정함으로써, 상품가치를 시장가치와 일치시킨다. 이는 투자자가 상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게 하면서 상품의 유동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시킨다. 재조정이 일어나는 파생상품을 장기간 보유하면 베타편향(beta slippage)이 발생하는데, 이는 기대이익과 실제수익 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베타평향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며, 파생상품은 가급적 단기투자에 그쳐야 하는 이유이다.
시장조성(market making)은 유동성이 필요한 상품(시장조성상품, 주로 파생상품)에 매수·매도 지정호가를 제시하여 투자자가 원활하게 상품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대형 금융기관·투자은행이 거래소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한 후,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장조성자는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가(Bid)·매도가(Ask)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거래의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곧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을 통하여 공정한 가격 형성, 거래비용 감소, 현·선물 차익거래 활성화로 파생상품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
COVID-19 팬데믹 이후 오피스 시장은 큰 변화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공간의 필요성 자체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더 유연한 근무방식을 채택할 것이며, 이는 더 유연한 사무공간의 활용방식을 요구할 것이다. 사무실·집 경계를 애매하게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모델과 유연성 높은 임대차계약이 가능한 코워킹(co-working) 모델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사무공간의 전환도 고민을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오피스빌딩은 주거용 부동산으로 용도변경을 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건축 관련 상이한 법적 규제,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피스 시장의 침체는 투자자·금융기관의 손실 외에도 세수 감소를 비롯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빠른 시일 내 오피스 시장의 화려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오피스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개인투자 주체로서 적절한 인버스 투자를 경험해보는 것도 자본시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Music]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https://www.youtube.com/watch?v=WSXMhT6gs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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