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의 라인업 확장, 제로칼로리 컨셉
단당류의 결합수로 구분되는, 당(sugar)
설탕 외 단맛을 내는 물질, 대체당
대체당의 발암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
최근 편의점 음료코너에서 놀란 기억이 있는데, 진열된 음료들 가운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깔끔한 디자인의 제로칼로리(zerocalory) 음료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제로슈거, 펩시 제로슈거, 칠성사이다 제로, 밀키스 제로, 환타 제로, 맥콜 제로, 실론티 레몬 제로, 스프라이트 제로, 닥터페퍼 제로, 815콜라 제로 등 스테디셀러 음료의 라인업 확장이 제로칼로리 컨셉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가히 신드롬이라고도 할 만하다. 단맛에는 차이가 없음에도 칼로리가 없는 이유는 설탕 대신에 설탕대체감미료(대체당)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체당은 칼로리 제어는 물론 당뇨병과 만성질환, 비만 등 건강관리, 낮은 비용, 열에 대한 안정성 등의 이유로 설탕의 대안으로 개발되어 왔다. 오늘은 대체당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단당류 결합수에 따라 구분되는, 당
이전 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기원, 생명체>에서는 우주에서 발견된 유기화합물 중에 생명체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당류도 있다는 언급을 했었다. 주로 탄수화물의 한 형태인 당(sugar)은 사카라이드(saccharide) 분자류에 속하는데, 이는 단순한 형태의 단당류(포도당·과당·갈락토스)와 이당류(사과당·유당·말토스), 그리고 3개 이상의 단당류가 결합한 다당류(전분·클리코겐·셀룰로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당류는 직접적인 에너지원 내지 더 큰 사카라이드 제조에 사용되고, 다당류는 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사과당(sucrose, 설탕)은 포도당(glucose)·과당(fructose)의 결합형태로 자연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지만, 설탕산업에서는 대부분 사탕수수·사탕무에서 추출한다. 우유·유제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당(lactose, 락토스)은 포도당·갈락토스(galactose)의 결합체로, 락타아제가 유당분해를 돕는다. 락타아제를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서 락토스 부전증이 생길 경우, 우유·유제품을 먹으면 위장장애가 나타난다. 일부 다당류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지만, 식이섬유로서 장건강·체중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고로 갈락토스는 「우유(gala)의 설탕(os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galakto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전 글 <더 깊은 초기 우주를 보게된, 제임스웹 망원경>에서 은하(galaxy)가 「우유를 내린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갈락시아스(galaxias)에서 유래되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설탕보다 더 단맛을 낼 수 있는, 대체당
대체당(substitutional sugar)은 크게 4가지(천연당·천연감미료·인공감미료·당알코올)로 구분된다. 천연당은 채소·과일·곡물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당으로, 앞서 말한 과당·유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천연감미료는 천연당보다 적은 칼로리로 높은 당도를 내는 성분으로, 스테비아(stevia)·타우마틴(thaumatin)·알룰로스(allulose)가 대표적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공감미료는 제로(또는 매우 낮은) 칼로리와 함께 매우 강한 당도를 가진다. 당알코올은 설탕과 알코올의 화학적 특성을 동시에 가지며, 주로 채소·과일·곡물에서 추출되거나 합성된다. 대표적인 당알코올로는 에리스리톨(erythritol)·소르비톨(sorbitol)·자일리톨(xylitol)이 있다.
1962년 사카린나트륨과 D-소비톨이 인공감미료로 최초 승인된 이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까지 22종의 대체당을 아래와 같이 지정되어 있다.
천연감미료(6개) : 효소처리스테비아, 스테비올배당체, 감초추출물, 토마틴, D-리보스, D-자일로스
인공감미료(6개) :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사카린나트륨, 네오탐, 글리실리진산이나트륨
당알코올(10개) :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락티톨, 만니톨, 말티톨시럽, 폴리글리시톨시럽, 이소말트, D-말티톨, D-소비톨, D-소비톨액
제로칼로리 음식·음료에는 여러 대체당들(아스파탐·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에리스리톨 등)이 사용되는데, 맛과 비용, 소비자의 선호도 등을 감안하여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선택한다. 1965년 아스파탐(aspartame)이 아미노산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당도는 설탕의 약 200배에 달한다. 음료·요거트·젤리·껌 등에 사용되지만, 고온분해로 단맛이 상실되는 특성이 있어서 고온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스파탐을 섭취한 후 두통이나 이상반응이 보고되기도 하고, 페닐케톤뇨증이라는 유전병을 가진 이들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 1976년 개발된 수크랄로스(sucralose)는 설탕의 약 600배의 당도를 가지는데, 아스파탐과 달리 열에 강하여 조리·제빵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potassium)은 설탕보다 약 200배 더 달콤한 당도를 가지나, 단맛의 지속성은 짧은 편이다. 단독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주로 다른 대체당과 함께 사용된다. 에리스리톨(erythritol)은 과일·버섯 등에서 나오는 당알코올로, 설탕의 70% 수준의 당도를 가지며 자연스런 단맛을 제공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칼로리가 거의 없다. 대체적으로 부작용이 적지만, 대량으로 섭취하면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인공감미료에 대한 경고, WTO
인공감미료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23년 6월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 관련 2B군(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2B군은 인체 대상 연구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대표적으로 절임채소(김치·피클 등), 알로에, 가솔린, 바디파우더 등이 해당된다. IARC는 인체암을 발생시키는 여부와 정도를 평가하여 5개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발암물질)에는 술·담배·석면·라돈·헬리코박터균과 가공육, 미세먼지, 자외선, X선 등이 해당되고, 다음으로 위험한 2A군(발암추정물질)에는 튀김·적색육류과 우레탄, 질소머스터드 등이 있다. 그 동안 WHO 산하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을 일일 제한량 이내로 섭취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으나, 같은 산하의 이번 발표로 JECFA의 기준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2023년 5월 15일 WHO은 대체당을 장기간 섭취하면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으며, 체중조절에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체중 감량이나 비전염성 질병(2형 당뇨병, 심혈관계)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는 대체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였다.
아스파탐은 한국을 포함한 200여개 국가에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코카콜라 제로슈거에는 아스파탐이 함유되지 않은 반면, 펩시콜라 제로슈거 3종(라임·망고·블랙)은 아스파탐을 함유하고 있다. 미국 코카콜라 컴퍼니(The Coca-Cola Company)의 자회사 한국코카콜라(Coca-Cola Korea)가 원액을 제공하고 있는 보틀러(bottler) 코카콜라음료(LG생활건강 자회사)는 2005년 코카콜라 제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아스파탐을 첨가하였으나, 2017년 일반 콜라와 근접한 맛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를 첨가했다. 미국 펩시코(PepsiCo)의 자회사 한국펩시콜라(Pepsi Cola Korea)가 원액을 제공하고 있는 보틀러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콜라 제로슈거는 아스파탐을 사용 중이며, 미국 코카콜라 제로도 여전히 아스파탐이 첨가하고 있다.
지나갔지만 새겨야 할 교훈, 사카린
사카린(saccharine)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감미료로, 1879년 미국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당도가 설탕의 약 300배에 달하지만, 칼로리를 내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장점으로 인해 다이어트·당뇨식품 등으로 애용되어 왔다. 그러다 1977년 캐나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방광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카린 사용을 즉시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 법에서 동물·인간에게 암을 발생시키는 물질은 무조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 사카린은 미국인들이 즐겨 먹던 다이어트식품의 필수 첨가물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회와 FDA는 사카린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수십만통 이상 받게 된다. 결국 1977년 미국의회는 유해성에 관한 경고문을 표시하는 선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사카린에 대한 동물실험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정상적인 사용 농도·방법으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0년 미국 의회는 사카린에 대해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던 법안을 철회했으며, 2001년 FDA는 24년 만에 사카린을 안전물질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말에 언론·소비자단체에서 사카린의 유해성을 이슈화하면서 사카린의 허용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이후 그 허용범위를 조금씩 넓히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 기호식품(과자·빵·사탕·빙과·아이스크림 등)에는 사카린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렇듯 사람은 한번 가진 인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데, 이는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으로 설명된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는 기존의 생각과 새로운 정보·행동·상황 간의 불일치(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불편을 느낀다는 개념으로,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생각을 바꾸려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생각·상황 간의 부조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나 근거만을 찾고, 그와 반대되는 증거는 거부하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들은 20년 이상 사카린이 발암물질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형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확립된 생각은 새로운 연구결과와 정보가 등장하여도,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에 따라 그 생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대체당은 설탕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오랜 시간 연구·사용되어 왔지만, 그 유해성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이슈가 제기되어 왔다. 심리적으로 한번 박힌 인식은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여도 바꾸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앞서 사카린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성급한 연구결과가 일으킨 혼돈의 나비효과는 더 이상 진실을 진실로 보이게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진대로 "적정한 용법·용량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라는 전제를 뛰어넘을 유해성을 감독기관이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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