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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산소와 같은듯 다른, 활성산소

by Spacewizard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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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익무해할 것 같은 산소의 다른 면모, 활성산소

산소분자가 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정

활성산소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효소·물질, 항산화제

노화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활성산소는 만변의 근원

다만 암환자는 산화제로 치료

 

1994년 화장품회사 아모레퍼시픽 마몽드의 유명한 광고카피 '산소같은 여자'는 여성광고모델에게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져다 주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수업에서 산소는 동물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질이라고 배웠으며, 이전 글 <익숙하기에 몰랐었던 오래된, 지구>에서는 원생누대에 와서 대기에 산소공급이 시작하면서 다세포생물이 등장하였고, 캄브리아기에 대기·해양에서 산소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해양생명체의 다양화가 진행되었다고 언급했었다. 그 만큼 생명의 탄생·번영에서 산소가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이렇듯 중년이 되어서 신체건강에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산소를 백익무해한 절대물질로 여겨왔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봐도 산소를 얻으면서 일어나는 산화(oxidation)라는 화학반응이 인체에 무조건 유익하게 작용하리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가령 작게는 철에 녹이 생기듯이 체내에도 녹과 같은 거친 부산물이 발생할 수도 있고, 크게는 연소(combustion)처럼 체내조직을 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미디어의 발전·보급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대중들이 산소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유해산소에 대해서 살펴보자.

 

산소가 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활성산소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 산소분자(O2)는 영양소들을 대사(metabolism)시키면서 에너지를 발생하게 되는데, 이 산화적 대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작동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산소분자는 물(H2O)로 환원된다. 하지만 산소분자 중 일부는 매우 강한 반응성과 높은 에너지를 가진  짧은 수명을 가진 변형된 산소로 변하는데, 이를 자유기(free radical) 또는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산소는 유익하다고 생각되지만, 짝이 없는 전자를 더 가진 활성산소는 마치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같이 해롭게 작용한다. 짝을 짓지 못한 전자들은 짝을 찾아 체내의 다른 원소들을 탐색한 후, 이미 잘 결합되어 있는 원소들의 결합을 끊음으로써 또 다른 짝 잃은 원자들을 연쇄적으로 만들면서 인체조직을 망가트린다. 활성산소가 세포막을 공격하면 세포구조가 무너지고, 세포 내를 공격하면 면역상실로 당뇨·암이 생기고, 유전자를 공격하면 세포재생능력이 저하되어 퇴행성 질환과 함께 노화가 빨라진다.

 

산소분자는 전자 4개를 받으면서 독성이 없는 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음과 같은 물질 순으로 변한다. 활성산소는 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3개의 중간물질(초과산화물 음이온, 과산화수소, 수산기)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점차 안정화된 형태로 변환되기 위해서 항산화효소가 사용된다. 

 

산소분자(O2)

초과산화물 음이온(O2-) : 불안정

과산화수소(H2O2) : 안정적

수산기(OH) : 불안정(독성)

물(H2O) : 안정(무독성)

 

우선 산소분자가 하나의 전자를 받으면 초과산화물 음이온(superoxide anion, O2-)이라는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 된다. 이 때 항산화효소인 초과산화물 불균등화효소(SOD, superoxide dismutase)가 전자를 하나 건네 받으면서 보다 안정적인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 H2O2)로 전환된다. 대부분의 과산화수소는 항상화효소인 카탈라아제(catalase)·페록시다아제(peroxidase)를 통해 독성이 없는 물과 산소로 분해된다. 하지만 세포가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과량의 과산화수소가 생성될 경우에는, 과산화수소가 전자 1개만 받으면서 가장 산화력이 큰 수산기(hydroxyl radical, OH)가 생긴다. 세포 내의 독성 대부분은 수산기로부터 발생하는데 이 수산기가 DNA·지질(lipid)를 산화시키면서 독성을 유발하는 것이다.

활성산소의 생성과정 [출처: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생노병사 근저에서 폐단을 일으키는, 활성산소

 

사람은 분당 약 20회 호흡하고, 회당 약 500cc 가량의 공기를 마신다고 한다. 1분 동안 마시는 공기(약 10,000cc)  중에서 20% 가량이 산소이며, 산소 중에서 2%(400cc) 가량이 활성산소가 된다. 체내 곳곳에서 하루에만 약 57,600cc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반산소는 체내에서 약 100초 이상 머무르는 반면, 활성산소는 100만의 1초보다 짧은 찰나에 세포를 공격한 후 사라진다. 짧은 시간이라 체내에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활성산소는 세포막과 혈액 속의 불포화지방산에 과산화현상을 일으켜 독성이 강한 기름인 과산화지질(oxidized LDL)을 만든다. 과산화지질은 세포막·신호전달체계를 망가뜨리거나 적혈구를 파괴한다. 그리고 과산화지질을 집어삼켜 부풀어 오른 대식세포(macrophage)는 포말세포(foam cell)가 되어 혈관 내피·중피 사이에 침투·축적되어 죽상판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혈관협착·혈관석회화를 동반하는 동맥경화은 물론, 심근경색·뇌졸중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이전 글 <몸 속에도 쌓이는 먼지, 플라크>에서는 동맥내막에 쌓이는 플라크로서 죽종과 죽상판에 대하여 언급했었다. 활성산소는 관절염증, 노화·치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며,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

 

활성산소는 일상적인 호흡·대사 외에도 스트레스(긴장), 만성피로, 과격한 운동, 감염, 환경오염, 흡연, 음주 등을 통해서도 많이 발생한다. 현대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르몬 분비와 함께 긴장상태로 전환된다. 긴장으로 인해 맥박·호흡이 빨라지게 되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활성산소 발생량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신체노화도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원래 세포들은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신속히 제거하여 활성산소의 세포 내 양적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회복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노령기로 갈수록 활성산소 손상의 축적효과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세포가 지속적으로 산화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불가피하게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지면서 궁극적으로 암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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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끝나는 전쟁, 항산화

 

항산화제(antioxidant)는 체내에서 생성된 활성산소를 공격성이 없는 안정적인 물질로 전환·제거해주는데, 크게 항산화효소·항산화물질로 구분된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항산화효소로는 SOD, 카탈라아제,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아제(GPx, glutathione peroxidase), 글루타치온 환원효소(GR, glutathione reductase) 등이 있다. 글루타치온은 활성산소 분자를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30대 이후부터는 항산화효소의 체내생성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50대 전후로 급감하면서, 급증한 활성산소 수치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를 대비하여 40대부터는 항산화효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항산화물질은 비타민·무기질 등의 비효소적 항산화제로, 음식·보충제를 통해서 섭취하여야 한다. 항산화물질은 항산화효소와 달리 체내에서 빠르게 소멸되므로, 주기적·지속적 섭취가 있어야만 항산화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영양제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대표적으로 비타민A·C·E, 글루타치온, N-아세틸시스테인(NAC), 멜라토닌, 코엔자임Q10, 알리포산,  카로티노이드,  카테킨,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잡곡·채소·과일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 글 <필름을 깨부수고 독소를 감당해야 하는, 디톡스>에서 항상화 목적으로 비타민C(메가도스), 글루타치온(NAC 형태), 아스트잔틴, 알리포산을 복용 중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이 외에도 비타민A·E, 코엔자임Q10도 복용 중이다. NAC만으로는 글루타치온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여, 글루타치온을 따로 구매할 예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으며, 과식·과음·흡연 및 과로·스트레스를 피해야만 활성산소가 덜 생긴다. 흔히 고강도·장시간의 운동이 건강에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활성산소만 고려할 때 저강도·단시간의 운동이 좋을 수 있다. 마라톤과 등산과 같은 오랜시간에 걸친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활성산소를 다량 발생시키게 된다.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가 체내에서 여러 화학적 작용을 거치면서 인체에 위협적인 물질이 된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생소할 수 있다. 사람도 우주와 자연 속에서 흩어져 있는 물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이미 발생한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한 산화력을 가진 산화제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산화제가 암세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실제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가 있다고 한다. 참으로 복잡하고 놀라운 생명의 원리이다. 최근 운전대만 잡으면 연거품 하품을 하는 본인은 산소가 결핍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뇌세포가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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