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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익숙하기에 몰랐었던 오래된, 지구

by Spacewizard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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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를 생각하다 보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구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지구의 나이 46억살은 가히 우주의 나이 138억살과도 견줄 수 있을 만한 영겁의 시간이다. 흔히 지구의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공룡은 1시간 정도 살다가 멸종했고, 인류는 현재 3초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지구의 주인인 된 인류는 지구의 시간으로 봤을 때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지구의 자연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인류의 행태는 자칫 과거에도 몇 차례 있어 왔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기서는 지구의 시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영겁같은 과거의 시간, 누대


지구의 시간은 지질학·생물학적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과 변화를 기반으로 구분하는데, 크게 다음의 4가지 범주로 나뉜다.

 

누대(Eon) 

(Era)

(Period)

(Epoch) 

 

누대는 지질학적 시간의 가장 큰 단위​로 아래와 같이 4가지로 나뉜다.

 

명왕누대(Hadean) : 46~40억년 전
시생누대(Archean) : 40~25억년 전
원생누대(Proterozoic) : 25~5.4억년 전
현생누대(Phanerozoic) : 5.4억년 전~현재

 

명왕누대는 지구가 원시대기·바다로 형성된 초기시대로, 지질학적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하데스(Hades)는 명계(황천)을 다스리 그리스신화의 인물로, 이 시기의 지구표면은 마그마로 뒤덮여 출렁이고 수많은 운석이 쏟아지는 등 생명이 살 수 없는 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유래되었다. 지옥과 같은 5~6억년이 흐른 후에는 생명체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전 글 <행성에서의 부동산 개발, 테라포밍>에서는 다른 천체를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변형화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한계와 대안을 언급했었다. 대기밀도와 대기구성, 천문학적인 시간의 소요 등의 한계로 인해 지구 밖에서는 생명체의 생존이 어려운데, 초기의 지구에서도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환경이 매우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이런 점에서 지구는 기적적으로 자발적인 테라포밍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명왕누대의 지구표면과 가까운 달 출처 위키백과
명왕누대의 지구표면과 가까운 달 [출처:위키백과]

대륙지각이 점차 안정화된 시생누대는 최초의 지질학적 시대로, 최초의 생명체(단세포 유기체)가 출현했다. 「태초」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키언(archean)에서 유래했다. 원생누대에는 대기에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다세포생물이 바다에 등장하게 된다. 「과거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프로테로스(proteros)와 「생명」을 의미하는 조이코스(zoikos)가 합쳐져 「초기생명」을 의미한다. 최초의 빙하기가 있었으며 여러 개의 초대륙(컬럼비아·로디니아·판토니아)이 형성되었으며, 지구의 대륙은 판구조론에 따라 하나의 초대륙이 형성·해체를 반복하였다. ​명왕누대부터 원생누대까지를 선캄브리아 시대(Precambrian)라고 하며, 이는 이후의 시기와 구분하기 위해서 「숨겨둔 생명」을 의미하는 크립토조익(cryptozoic)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적과도 같은 생명의 시대, 현생누대

 

현생누대는 지각의 큰 변동과 생물체 종류의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로, 아래와 같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된다. 「보이는 생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파네로스(phaneros)와 조이코스(zoikos)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생대는 「오래된 생명」을 의미하며, 「오래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팔라이오스(palaios)와 「생명」을 의미하는 조에(zoe)가 합쳐졌다. 파충류의 시대였던 중생대은 「중간의 생명」을 의미하며, 「중간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메소(meso)와 조에(zoe)이 합쳐졌다. 포유류의 시대였던 신생대는 「새로운 생명」을 의미하며, 「새로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세네(cene)와 조에(zoe)가 합쳐졌다.

 

고생대(Paleozoic) : 5.4~2.5억년 전
     캄브리아기(Cambrian) : 5.4~4.8억년 전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 4.8~4.4억년 전
     실루리아기(Silurian) : 4.4~4.2억년 전
     데본기(Devonian) : 4.2~3.6억년 전
     석탄기(Carboniferous) : 3.6~3억년 전
     페름기(Permian) : 3~2.5억년 전

 

캄브리아(Cambria)는 웨일스의 옛 이름으로, 1835년 웨일스의 바위를 연구하며 그 연대를 추정하였다고 한다. 진화의 중요한 단계로 여겨지는 캄브리아기 생물대폭발(Cambrian explosion)로 유명한데, 이는 매우 짧은 시간에 다양한 동물군(특히 해양생물)들이 출현·진화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대기산소량은 현재와 같은 21%였지만, 이산화탄소량은 7~9%(현재 0.04%)에 달했다.

 

오르도비스는 과거 웨일스 북부에 살았던 부족 오르도비케스(Ordovices)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시기에 대기·해양에서 산소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해양생명체의 다양화가 진행되었다.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등장하였고, 최초의 원시식물이 육지에 서식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멸종사건으로 시작하여 1차 대멸종(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vents)으로 마무리된 시기이다. 과거 웨일스 남부에 살았던 켈트(Celt)족 실루어스(Silures)에서 유래한 실루리아는 1차 대멸종 이후 식물이 육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절지동물·혈관식물이 출현하는 등 육지에서의 생명체 진화가 계속되었고, 바다에서는 턱을 지닌 물고기가 생겨났다.

 

영국 남부에 위치한 데본셔(Devonshire) 지역에서 유래된 데본기는 다양한 어종이 출현한 어류의 전성시대였다. 최초의 반육상동물인 양서류가 등장했고, 척추동물의 육지생활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이 크게 진화하면서 거대한 숲이 최초로 형성되었는데, 이는 지구의 대기·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생물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의 해저화산활동에 따른 2차 대멸종(Late Devonian extinction)으로 당시 생태계의 주류를 이뤘던 어류의 전성기는 끝나고, 이후 양서류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탄소를 내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카르보니페르(carbonifer)에서 유래한 석탄기에는 석탄층이 형성되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대보다 훨씬 높았으며, 이는 매우 풍부한 식물생태계를 촉진시켰다. 엄청난 식물들이 죽은 뒤 탄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퇴적물로 변하였고, 이는 수백만년에 걸쳐 압축되어 석탄으로 변했다. 석탄기는 생물의 다양화 기반을 마련한 시기로, 양서류·곤충이 크게 진화하였고 최초의 파충류가 등장한다. 우랄산맥 서쪽 러시아 페름(Perm) 지방에서 유래한 페름기에는 판탈라사(Panthalassa)에 둘러싸인 초대륙 판게아(pangae)가 형성되었다. 파충류가 더 다양화되었다. 하지만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멸종(The Great Dying)이라 불리는 3차 대멸종(Permian–Triassic extinction event)이 발생하면서 약 96%에 달하는 생물종이 사라졌다.

 

흔히 멸종이라 함은 특별한 요인들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날 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3차 대멸종은 해양에서는 약 2만년, 지상에서는 약 100만년에 걸쳐 멸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전 글 <대륙이동으로 달라붙은 적도의 땅, 태백>에서는 고생대 내내 한반도는 적도 부근에 위치했었고, 페름기(2.6억년 전)에 엄청나게 쌓인 식물들이 지하로 내려가며 열과 압력을 받아 태백의 석탄이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중생대(Mesozoic) : 2.5억~6,6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Triassic) : 2.5~2.1억년 전
     쥐라기(Jurassic) : 2.1~1.4억년 전
     백악기(Cretaceous) : 1.4억~6,600만년 전

 

「3부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트라이아스(trias)에서 유래된 트라이아스기는 이전의 지층들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3층의 암석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3차 대멸종 이후 생명체가 회복·다양화되기 시작했는데, 최초공룡·포유류가 등장했다. 판게아가 갈라지면서 발생한 화산활동·기후변화가 4차 대멸종(Triassic–Jurassic extinction event)을 가져오게 된다.

 

스위스·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쥐라(Jura)산맥에서 유래한 쥐라기에는 최초의 조류 등장하면서 공룡의 다양성·규모가 커졌다. 「하얀 분필」을 의미하는 크레타(creta)에서 유래한 백악기에는 암석층의 일부가 백악(하얀 석회암)으로 형성되었는데, 이는 회질 골격을 가지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유해가 쌓여져 만들어진 것이다. 최초로 꽃식물이 등장하였고 공룡의 종류가 더 다양해졌지만, 수만년에 걸친 5차 대멸종(K-Pg 멸종, Kreide-Paläogen extinction event)으로 마무리되었다. 백악기 동안 진화한 수 많은 생명체들 중 일부는 오늘날까지 존재하는데, 여기에는 꽃식물·곤충·조류, 그리고 현대 포유류의 조상들이 포함된다.

영국 도버해협의 백악층 [출처:위키백과]

 

신생대(Cenozoic) : 6,600만년 전~현재

     고제3기(Paleogene) : 6,600~2,300만년 전
          팔레오세(Paleocene) : 6,600~5,600만년 전
          에오세(Eocene) : 5,600~3,390만년 전
          올리고세(Oligocene) : 3,390~2,300만년 전
     신제3기(Neogene) : 2,300~260만년 전
          마이오세(Miocene) : 2,300~530만년 전
          플라이오세(Pliocene) : 530~260만년 전
     4기(Quaternary) : 260만년 전~현재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 260만년~1.17만년 전
          홀로세(Holocene) : 1.17만년 전 ~ 현재

 

신생대는 크게 제3기·제4기로 나뉘며, 유럽에서는 제3기를 고제3기와 신제3기로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오래 전에 생성된」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제3기(Paleogene)는 그리스어 팔라이오스(palaios, 오래된)과 제네(gene, 생성되다)가 합쳐졌다. 「오래 전의 새시대」라는 의미를 가진 팔레오세는 그리스어 팔라이오스와 세네(cene, 새로운)가 합쳐졌다. 크게 다양해진 포유류·조류가 공룡이 사라진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영장류·유제류가 등장했다. 영장류(靈長類)는 영장목(靈長目, Primates)에 속하는 포유류이며, 유제류(有蹄類, Ungulates)는 발굽이 있는 포유류이다. 영장류는 원원류와 진원류(원숭이·유인원)를 포함한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식물 등장과 함께 지구기후가 따뜻하고 습한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대부분의 현생 포유류들이 출현한 에오세는 그리스어 에오스(eos, 새벽)과 세네가 합쳐졌다.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시기 중 하나로, 이런 기후조건은 동식물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장류·포유류가 크게 진화하였으나, 말기에 기후가 냉각되면서 멸종(Eocene-Oligocene extinction event)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많은 해륙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다른 많은 종들이 새로 생겨났다. 당시 출현한 현생종이 적었던 올리고세는 그리스어 올리고스(oligos, 조금의)와 세네가 합쳐졌다. 차갑고 건조한 기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로, 극지방 빙하의 형성이 본격화되었으며 숲은 축소되고 초원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포유류·조류의 다양성과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현대생태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는데, 현재까지 이어지는 동물로는 호미노이드(Hominoid)·고양이과·개과·코끼리과·유제류 등이 있다.

 

신제3기의 초기인 마이오세에는 포유류가 더 다양화되었다. 마이오세는 「더 작고 새로운」이빨을 가진 동물들이 나타났던 시대를 의미하기 위해 그리스어 메이온(meion, 더 작은)과 세네가 합쳐졌는데, 이 시대에 출현한 담비류 화석의 이빨이 더 작고 새로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초대륙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초원들은 각 대륙들에 계속 퍼져 나갔다. 바다에서는 최초의 다시마숲이 바다에 나타났고, 육지에서는 호미닌(Hominin)이 등장하였다. 「새시대의 연속」이라는 의미를 가진 플라이오세는 그리스어 플레이온(Pleion, 더 많은)과 세네가 합쳐졌다. 대륙이 현재와 유사한 위치로 이동했던 시기이며, 기후는 점차 냉각되면서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추운 기후는 많은 포유류들이 진화·다양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또 많은 새로운 동물종이 등장하게 하였다. 호미닌이 진화하고 확산하기 시작한 시기라서, 인류의 진화 연구에서 중요한 시기로 간주된다.

 

「가장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를 가진 플라이스토세는 그리스어 플레이스토스(pleistos, 가장 많은)과 세네가 합쳐졌다. 제4기의 초기인 플라이스토세는 여러 차례의 빙하기·해빙기를 반복하면서 기후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생명체, 특히 인류의 진화·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머드와 검치고양이, 거대한 땅나무늘보와 같은 대표적인 빙하기 포유류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호미닌들은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하였으며, 말기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도구와 기술, 언어, 예술, 문화 그리고 복잡한 사회구조와 같은 인간의 중요한 특징들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홀로세는 그리스어 홀로스(Holos, 전체)와 세네가 합쳐졌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현대의 온화한 기후가 시작되면서 인류역사에서 중요한 시기가 된다. 농업·도시·문명의 출현, 그리고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주요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발생하였다. 인류시대(Anthropocene)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 동안 인간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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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대멸종 이후 진행 중인, 홀로세 멸종

 

대멸종(extinction event)생물종의 75% 이상이 멸종하는 경우를 일컫는데, 보통 기후변화·운석충돌 등의 지구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지구역사에서 크게 5번의 대멸종을 거론하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대멸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대멸종 : 오르도비스기 멸종
2차 대멸종 : 데본기 멸종
3차 대멸종 : 페름기 멸종
4차 대멸종 : 트라이아스기 멸종
5차 대멸종 : 백악기 멸종

 

오르도비스기는 대체로 생명체가 살기 좋은 기온과 습도를 유지했는데, 특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현재보다 8배가 높아서 꽤 따뜻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해수면이 낮아지고,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생태계가 파괴되고 해양생물의 80% 정도가 멸종하였다고 한다. 1차 대멸종 이후 오존층이 형성되어 육상생물이 출현하게 된다. 2차 대멸종은 데본기와 석탄기의 경계에서 10~30만년 간격을 두고 2차례 발생하였는데, 화산폭발 내지는 초신성폭발으로 인해 빙하기가 도래했었다고 한다.

 

지구역사상 가장 큰 멸종인 3차 대멸종은 판게아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화산활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시베리아에 쌓인 탄소가 화산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되었고, 과도한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로 지구의 기온을 높였다. 또 화산활동으로 인한 유독성 기체가 오존층을 파괴하면서 식물이 죽게되자, 대기 중 산소농도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환경, 해양산성화, 산소 부족, 황화수소 중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반면 4차 대멸종는 판게아가 해체되면서 시작되었는데, 화산활동과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운석충돌로 해양생물에서부터 육상의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멸종에 처했다. 이후 지배파충류가 사라진 공간에서 공룡이 번성하게 된다.

 

5차 대멸종은 소행성의 충돌(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추정)과 화산활동으로 인해 발생하였다. 소행성의 충돌로 대기는 지표의 파편과 먼지들로 가려지면서, 광합성을 할 수 없었던 식물이 고사하면서 먹이사슬의 파괴가 점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멸종하면서, 이후 포유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지구의 시계로 보면 4억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5차례 대멸종이 반복되면서, 대규모 생물의 다양성 손실을 겪음과 동시에 새로운 생물종의 탄생이 계속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멸종이라고 하여 단시간에 급격히 발생했다기 보다는, 장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발생하였다.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현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일 수 있는게, 앞서 보았듯이 지구역사는 이미 기후변화의 역사인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출현하여 지구를 지배한 이후로 시작된 생물의 다양성 감소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앞서 말한 대멸종의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현재 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를 홀로세 멸종(Holocene extinction, 6차 대멸종)이라 한다.

 

지구에서 살았었거나 살고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지구의 오래된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일부 시대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었겠지만, 시계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날 우주와 진화, 인류와 문명에 대한 이해의 뿌리를 찾는 시발점이 지구의 역사라는 생각을 문득 가지게 되었다. 지구의 시계로는 찰나에 스쳐가는 먼지와 같은 존재이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스스로의 과거를 알고 살다가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칠흑같은 어둠과 지옥같은 뜨거움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밝고 깨끗하며 온화한 지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분명 유구한 시간이 흘러 서기 2023년을 바라볼 때, 지구의 리즈시절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치명적인 유독성 비가 아닌 먼지 섞인 비가 내린다 한들, 그게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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