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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부족한 골퍼에게 필요한, 여유

by Spacewizard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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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필요한 철학은 차고 넘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찰·여유를 중시한다. 스코어를 형성하는 클럽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클럽의 길이·무게와 무관하게 모든 스윙은 동일한 1타로 계산된다. 이렇듯 클럽이 짧다고 대충 치지 않아야 하고, 클럽이 길다고 너무 고민하지 않아야 한다. 골프만큼 구력(球歷, 구기운동을 한 경력)이 크게 작용하는 운동도 드문 이유가 성찰과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전 글 <노자가 알려주는 인생에 필요한, 각성>에서는 항상 머뭇거리고 살피라는 의미의 여유(與猶)를 언급했었다. 각 스윙마다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서 여유를 잃지 않는 자세가 안정적인 로우핸디(low handicap)로 가는 길이다. 개인적인 루틴을 한번 공유해보겠다.

 

살피고 살펴도 부족하지 않는, 안정적인 어드레스

 

어드레스 밸런싱은 클럽무게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먼저 왼손새끼로 샤프트를 지면과 수평으로 들어서, 왼손목(엄지뿌리쪽)이 그립을 감싸듯 힘을 준다. 이후 오른손검지를 길게 뻗어 그립에 붙힌 후에, 엄지손가락은 롱썸(long thumb)으로 붙여준다. 여기서 엄지손가락의 두번째 마디가 최대한 그립에 접하게끔 길게 뻗어줘야 한다. 많은 이들이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들에 대해 말해주지만, 주말골퍼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고민 끝에 스윙 도중에 무슨 행위를 하기보다는, 사전포지셔닝(previous positioning)을 통해 오른손검지의 역할을 미리 세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후 손목을 풀면서 클럽을 내리면 견고한 그립의 결착을 느끼게 되는데, 이 때 다시 한번 오른손바닥 아래쪽 골이 왼엄지뿌리에 잘 붙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찍어치기와 올려치기의 차이, 왼팔꿈치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립은 기가 막히게 결착되었지만, 클럽헤드가 하늘을 향하는 느낌으로 오른쪽으로 열려 있게 된다. 이후 어퍼블로우(upper blow)다운블로우(down blow)에 따라서 왼팔꿈치를 내리는 정도를 달리한다. 우선 유일한 어퍼블로우인 드라이버는 왼팔꿈치를 매우 살짝 내려 오른팔꿈치보다 상단에 위치해야 하는데, 신기하게 왼팔꿈치가 내려오다 철커덕 걸리는 지점이 느껴진다. 백스윙에서 몸이 확 열릴 것만 같은 이 어색한 자세를 유지해야지만, 임팩트 순간에 왼팔꿈치를 오른팔꿈치 위에 두면서 올려칠 수 있다. 모든 스윙은 왼팔꿈치오른겨드랑이(어깨)가 연결된 느낌으로 동시에 움직이는데, 절대 오른어깨가 열리면 안된다. 테이크어웨이 하기 전에 하체를 타겟쪽으로 살짝 밀어두면 스웨이 방지에 도움이 되는데, 특히 클럽이 길수록 효과적이다. 몸은 타겟쪽으로 보냈지만, 신기하게도 클럽은 타겟반대 방향으로 쭉 빠진다.

 

찍어쳐야 하는 다운블로우는 왼팔꿈치를 오른팔꿈치보다 하단에 위치시켜야 하고, 좌우의 움직임보다는 양발바닥 전후의 무게중심에 유념해야 한다. 클럽을 움직이기 전에 양발바닥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면서, 스웨이 없이 클럽헤드가 오른발을 지나가는 순간에 오른발의 무게중심이 뒤꿈치 안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오른골반이 충분히 돌려지고, 백스윙탑에서 그립이 안쪽(In)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임팩트까지 왼무릎이 튀어나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엎어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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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회전량을 충족시켜주는, 오른무릎

 

사실 오른발의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것만큼 미스테리한 과정도 없는데, 이유는 의도해서는 절대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급자 수준에서는 오른무릎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른무릎 내전에 집중한다. 이전 글 <백스윙에서 신경써야 할, 오금과 힌징>에서도 이 부분을 왼발뒤꿈치 엑셀러레이팅과 함께 언급했었다. 하지만 오른무릎 내전만으로 백스윙탑에서 하체·상체(어깨)의 회전량이 부족하게 된다. 부족한 회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오른무릎을 세우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데, 그 시점은 스웨이 없이 클럽헤드가 오른발을 지나가는 딱 그 순간이다. 표현을 '세운다'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종아리·허벅지의 각도가 좁혀지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못한 수 년의 시간을 뒤돌아보면, 백스윙 내내 오른무릎은 힘없이 굽어져 있었다. 어드레스에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이렇게 해보자. 양무릎을 펼쳐서 종아리를 최대한 세운 후, 양무릎을 타겟방향으로 살짝 돌리면서 무게중심을 타겟쪽으로 옮기는 거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종아리·허벅지 각도를 최대한 펼쳤고, 이를 스윙 내내 유지하는 것이다. 

백스윙 초기에 오른무릎를 세워야, 골반·어깨의 회전량이 증가한다 출처 골프다이제스트
백스윙 초기에 오른무릎를 세워야, 골반과 어깨의 회전량이 증가한다 [출처:골프다이제스트]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 퍼팅

 

퍼팅은 한없이 잘 들어가는 날이 있다가도, 그 다음 날 전혀 감이 안 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퍼팅에 대한 자만심은 손가락·손목·팔꿈치 등의 잔동작에 신경을 쓴 나머지, 몸을 뻗뻗하게 서 있게 만든다. 퍼팅에 있어서 정말 요구되는 마음가짐은 버디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겸손이다. 퍼트헤드를 지면에 닿게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샤프트를 오른전완과 일직선으로 맞추며, 등·경추는 얼굴면이 지면과 수평이 되게끔 최대한 숙여야 한다. 한때 퍼팅감이 좋았다고 하여 퍼트헤드를 들어올리고, 몸과 얼굴을 세우게되면 한숨만 내쉬는 결과가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양손바닥이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오른그립은 엄지과 검지를 붙여서 살짝 걸치게 되면, 오른손목과 그립 사이에 견고한 틈이 생긴다. 이 오른손목의 딱딱함이 어깨회전의 의존성을 높여준다. 이후 왼그립은 왼엄지 아래쪽 손목을 내전하면서 비틀면서 퍼트의 균형을 맞춘다. 퍼트 스트로크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서 만든 그립의 형태에서 손목을 좁혀서 일체감을 주게되면 스트로크가 일정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많은 아마추어들이 퍼팅에서도 스웨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스트로크에서도 몸이 타겟방향으로 버티는 미세한 노력이 퍼팅의 방향성을 크게 향상시켜주는데, 프로들이 퍼팅 스트로크 전에 물기를 털어내듯이 상하체를 미세하게 흔드는 모습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한다.

 

골프의 매력 중에 하나는 의도보다는 비의도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흔히들 오른손 그립의 핵심은 중지·약지이라고 배우지만, 중지·약지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스윙이 망가지곤 한다. 여기서 말한대로 오른손 엄지·검지와 손바닥 골을 의도적으로 위치시키면, 결과적으로 중지·약지에 에너지가 집중됨을 느낄 수 있다. 이전 글 <야외에서 즐겨야 제대로, 골프>에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골프를 통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여기서 도전은 마음가짐 외에도 다양한 시도와 연구도 포함한다. 골프는 본능을 거스러는 운동인 만큼, 머리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 의외의 시도가 안겨줄 짜릿한 결과를 찾기 위해 평생해 볼 만한 전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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