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내려놓기

by Spacewizard 2024. 7. 15.
728x90

최근 KPLGA에서는 박현경이 2주 연속 연장우승을 해서 화재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박현경과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인상 깊었다. 뭔가 스스로의 포텐셜을 깨우는 자기관리법을 깨달은 듯한 모습이랄까. 오늘은 골프경기를 통해 마인드의 혁신이 가져다 주는 결과물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기대하지 않을 때 나오는, 예상 밖 결과


2024년 6월 23일 포천힐스CC(포천시)에서 열린 KLPGA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에서는 박현경·윤이나·박지영이 연장전에 진출했다. 연장 1차전(파5)에서는 모두 버디, 2차전에서는 모두 파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혼자 파를 기록한 박지영이 탈락했다. 연장 4차전 티샷 직후 카트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박현경의 목소리가 방송에 흘러 나왔는데, 지친듯 무념한듯 내뱉는 말이 이전의 그녀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벙커까지) 택도 없다. 택도....
몇 번 왔지 지금? 4번?"

 

승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갈데까지 가보자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려는 윤이나의 비장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어서일까. 연장이 계속될수록 윤이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홀까지 240m 남은 세컨샷을 무심히 친 박현경은 공을 그린에 올리게 되는데, 스스로도 기대하지 못한 결과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탓일까. 윤이나는 볼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결국 박현경이 승리했다.

 

사소한 데서 드러나는, 변화

 

다음 주인 2024년 6월 30일 버치힐CC(평창군)에서 열린 KLPGA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 최종라운드에서도 박현경의 의연한 모습이 돋보였다. 18번홀(파5) 티샷이 오른쪽 숲속으로 밀렸지만, 볼이 나무에 맞고 러프로 들어왔다. 행운을 등에 업은 박현경은 최예림과 연장전을 가지게 되었다. 연장 1차전에서도 직전의 데자뷰마냥 오른쪽 숲 속으로 밀렸으나, 다시 볼이 나무에 맞고 러프에 안착했다. 아마도 이때부터 박현경은 우승 못해도 후회없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프로골퍼가 아웃바운드(OB, Out of Bound)를 내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OB구역으로 들어간 공이  2번 연속으로 목생도사(木生道死, 나무에 살고 도로에 죽는다)로 살아났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박현경이 어려운 라이의 퍼팅에서 먼저 버디를 성공했는데, 일주일 전의 투온 장면처럼 스스로 놀란 표정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현경은 '삐죽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비호감의 이미지가 컸는데,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특유의 입을 삐죽이는 표정 때문이었다. 사실 TV 시청자는 투어프로들의 사소한 행동·표정까지도 캐치하다보니, 그런 표정에 호감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2주 동안 보여준 박현경의 모습은 전혀 새로웠다.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덤으로 얻은 기회 

 

2024년 6월 30일 클럽72(인천시)에서 열린 KPGA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에서 보여준 허인회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허인회는 장유빈을 상대로 5타 뒤진 스코어를 연장까지 끌고가며 승리했다. 먼저 라운딩을 마친 허인회는 연장전은 생각도 하지 않은 듯, 귀가를 서둘렀다고 한다. 하지만 연장전(파5)에 돌입한 허인회가 보여준 창의적이면서도 고객친화적인 모습은 프로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연장 1차전에서 세컨샷으로 꺼내 든 클럽이 다소 모험적인 미니드라이버였는데, 이미 연장전을 대하는 자세가 부담없이 즐기는 쇼(퍼포먼스)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잠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2위에 충분히 만족하며 가족들과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을 하던 허인회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을 지척에서 지켜본 상대방은 기가 꺾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상상을 해보자. 천재일우(千載一遇, 천년에 한번 만나는)의 기회로 연장전에 임한 허인회가 터질 듯한 심장박동을 주저 앉히며 어깨와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을.

박현경의 놀란 표정(좌), 허인회의 미니드라이브 세컨샷 어드레스(우) [출처:SBS골프]

마인드의 혁신, 내려놓기

 

가격협상이나 거래조건협상을 벌일 때, 욕망·욕심를 끝까지 고수하다가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있어서 욕망·욕구는 삶에 열정을 불어 넣어주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모든 개개인은 스스로 정한 욕망·욕구의 기준(한계선) 내에서만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이 그 한계선 아래로 떨어져도, 한계선에 집착한 채 전전긍긍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갈등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욕망·욕구의 한계선을 내려놓는 것이다. 기준을 조금 낮춘다면 생각보다 많은 대안들이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간들은 마치 도마뱀의 뇌처럼 비합리적인 선택을 취하면서, 고통을 자초한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기는 싫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집착·미련을 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뿐더러,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과는 점점 멀어진다. 오히려 전부 내려놓고 완전히 비우는 역발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생각않기내려놓기를 혼동하면 안된다. 목표를 끊임없이 설정·달성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며, 그 와중의 난관에서 밀기보다는 당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밀당(밀기·당기기)는 연애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상만사

"고점이 있으면 조정이 있기 마련이고,
전고점을 넘어서야 대세상승장이 나타난다"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차티스트들이 하는 말이다. 역사적 고점(ATH, All Time High)이 발생했다면, 어떤 명분(합리적 이유나 비합리적인 핑계)을 들어서라도 조정은 필연적으로 오기 마련이다. 강력한 상승에너지인 ATH가 있었던 만큼, 조정의 깊이도 심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ATH을 심리적 원가로 설정하면서부터, 차트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가격하락폭이 크고 길어질수록 날려버린 평가수익에 대한 미련으로 차트집착은 더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을 등한시하거나 불면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행태를 계속 보이는 한 자산가격의 반등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궁금했던 부분인데, 기관투자자·고래들은 개인투자자들의 행태를 한 눈에 파악하고 있거나 계속 모니터링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어떤 방법이 동원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개인투자자는 빅브라더(기관·고래)의 손아귀에서 아둥바둥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아무런 티도 내지 않았는데, 구글 알고리즘이 나의 관심사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에 놀란 적이 많을 것이다. 투자시장의 빅브라더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행태를 파악하는 방법 또한 구글 알고리즘과 유사하지 않을까 한다. 시간이 흘러 개인투자자들의 좌절·상심·공포이 극에 달하여 투매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자산가치는 다시 상승한다. 우리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728x90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인다"

 

인간관계(연애·직장·친구·가족 등)도 관계개선이나 상대방의 반응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삶을 살면서 오만가지 고충·갈등에 직면하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인간스러운 고통을 초월한 사람을 흔히들 성인이라고 표현한다. 성인이 될 자질이 없는 범인(凡人)들이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고통완화이다. 성인들의 가르침에는 모순처럼 비춰지는 것이 많은데, 다음의 말이 대표적이다.

"비우면 채워진다"

 

우주법칙에서는 비움·채움이 연결되어 하나인가 보다. 전장에서도 목숨을 부지하려고 이것저것 신경(집착) 쓰는 순간, 칼은 내 몸에 닿게 된다. 인생은 전쟁터로 비유되곤 하니, 제명대로 살다가 죽으려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놔야 한다. 현대인들이 일찍 죽는 이유로 지적되는 스트레스는 집착·채움·욕망의 결정체일지도 모른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모든 근심들은 마음 속에서 집착(채움)을 내려놓음(비움)으로써 사라진다. 의외로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 아무런 일도 없으며 오히려 새로운 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집착을 가지고 장난치는 중일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다가 흥미를 잃으면 죽이듯이. 하지만 인간이 신의 기대와 달리 비움(인간답지 않음)을 택하는 순간, 신은 죽임 대신 새로운 삶을 열어 주는 것일지 모른다. 항상 기억하자. 「아님 말고」 마인드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728x90

댓글